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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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걸 (호프 자런/2016/알마)

 

김정원(2018/1/19)

 

여성과학자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해나가는 과정을 자서전으로 쓴 이야기였다. 어떤 과학자든지 과학연구란 꾸준한 시간싸움이다. 과학자들은 로봇태권브이에 나오는 김박사처럼 지구를 구하거나 스펙타클한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지루한 연구들과 반복되는 실험을 견뎌내야 하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일 것이다. 과학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화려하지도 많은 부를 주지도 않을 일들에 관해 이 책은 알려준다. 특히 여성과학도라면 여성으로서 학계에 만연해있는 편견들에 맞서야하고 여성으로서 가정을 지키며 자식을 낳아서 기르는 일에도 충실해야하는 슈퍼우먼으로서의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것을 덤덤히 설명해 준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것들에게 겨울동안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서 영하의 날씨속에서 3개월 동안 견디라고 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p274). 이 겨울동안 살아남으려면 얼어 죽지 말아야 한다. 식물속에 있는 수분들이 겨울동안 얼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경화라는 과정을 거친다. 세포벽속에 얼지 않는 순수한 액체를 만들어 내어서 추운겨울 얼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식물은 나이를 먹고 수 천년을 살아온 나무들도 있다. 살아가면서 겨울과 같은 날은 꼭 온다. 식물이 일광의 변화에 따라 경화를 준비하듯이 나만의 일광을 감지하면서 삶의 경화과정을 거친다면 상처를 덜 받고 안락하게 살아 갈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하면 우리의 삶도 한해 두해 지나가다보면 세월의 경험과 가치를 오롯이 가지게 되는 잘 살아 남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저자는 챕터 첫머리에 자신이 연구한 나무나 식물의 이야기를 꺼내 놓은 후 자신의 삶을 빗대어 저술한다. 이런 글은 자신의 일과 삶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충실히 이어져 있음을 알게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은 좀 더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글이 요즘 메마른 나의 시간에 휴식을 주는 것 같다. 2018년 겨울은 지나고 있는 나에게 좀 더 단단한 멘탈의 경화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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