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 - 신경림 시인이 가려 뽑은 인간적으로 좋은 글
최인호.김수환.법정.손석희.이해인 외 34명 지음, 신경림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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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다가 가슴 저 밑에서부터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그리 많이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 서정윤님의 '홀로서기'를 보면서 울컥 뭔가 올라온 느낌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후로도 그것을 느끼고 싶어 가끔 들쳐보곤 하지만 그때의 그 감동이 생기진 않는다.
가장 뜨거운 뭉클함은 음악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뜨거운 여름날, 점심을 먹으며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푸른하늘의 '겨울바다'를 무심코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한여름에 겨울바다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런 뭉클한 감정은 내 인생의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신경림 시인이 자신이 나와 같은 뭉클한 감정을 느꼈던 시와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시인의 글을 좋아하기에 과연 그가 좋아했던 글은 무엇일까 무척 궁금했다.
내가 그렇듯 그 또한 젊은 시절의 글들이 많은 것 같다.
요즘은 보기 힘든 문체의 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클래식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글들은 지금의 내가 봐도 너무나 훌륭해 보인다.
가슴속에서 울컥 쳐오르는 뜨거움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잔잔하게 밀려오는 감동을 느꼈다.

특히 법정스님의 수연스님에 대한 글은 정말 뭉클했다. 
진정한 구도자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함이 아니라 종교를 떠나서 올바른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크고 좋은 것을 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것-비록 작을지라도-이 더 올바른 삶을 사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미쳐 보지 못했던, 그리고 놓고 있었던 감정과 기억들을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였다.
온전한 나의 감정에 충실했던 최근이 언제였던가...
덕분에 그냥 스쳐지나갈뻔한 따스한 봄날씨를 만끽하고 잠시나마 이 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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