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림자의 개념을 확대하여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적 그림자까지 포함해서 생각한다면 그림자의 문제는 실로 전체 무의식의 영역에 미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그림자‘ 를 다루려면 무의식 전체를 의식의 그림자로서 다루어야 할 것이다. 의식을 빛이라고 간주하는 한 무의식은 분명 의식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무의식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곳에 어두운 그림자——파괴적·부정적 열등성 ——만 있는 것이 아니고 창조적 능력,
즉 빛의 원천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신의 전체성이란 빛과 그림자의 융합으로 이루어진다. 겉보기에는 열등한 그림자 속에또한 창조와 성숙의 씨앗이 있다는 점을 융은 강조하고 있다. 대 부분의 그림자는 상대악적(相對惡的) 위치에 있어 그것이 의식화하여 의식에 동화할 때 그것은 분화하여 창조적 기능으로 바뀌는것이다. 따라서 그림자를 의식화해 나가노라면 우리 정신의 어둡고 밝은 면을 모두 다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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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바다 표면 가까이 뜬 해초와 같으나 일단 끄집어내기 시작하면 정신의 가장 밑바닥에 놓인 보배, 또는 비밀을 건드리게 된다
<그림자, 이부영, 한길사 1999, p5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