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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정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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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고 힘들 때 종종 '너무 슬퍼하지마', '너무 우울해하지마'같은 직접적인 위로는 때로는 고맙지만 때로는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곤 한다. 그럴때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 그러니 괜찮을거야'와 같은 등을 톡톡 두드리는 위로는 눈물을 왈칵 쏟게 만들기도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글쓴이의 공감가는 글과 그림이 나에게는 그런 역할을 했다.

사람을 옥죄는 막이 사람을 감싸안는 보호막으로 변할때, 어두운 색이 여러가지 색이 혼합된 우주색으로 변할때 그의 신선한 그림에 놀라면서도 동시에 은은하고 따뜻한 위로를 함께 느낀다. 그림은 아름다운 것만 그리지 않는다. 때로는 먼지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잔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욕을 날리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것 또한 내가 누릴 수 있는 권리이자 내가 나아가기 위한 현재임을 보여준다.
사람을 위로해주는 글과 그림이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때로는 공감하기 어렵기도 하고 늘상 듣는 말을 옮겨놓은 책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과 그림에 위로받는 것은 글쓴이가 자기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그린 그림이라서 모든 슬픈 사람들에게 공감할만한 메시지를 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요즘 가까운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많이 힘들 그 사람들과 또 많이 우울한 나를 위해 이 책처럼, 그래도 괜찮다고, 마음껏 우울해하고 마음껏 울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서 춤을 추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 나는 원래 너희들보다 훨씬 컸어. 내 온몸을 속박하던 사슬을 가뿐히 벗어던질래. 내가 본모습을 다시 찾아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하늘을 가로지르다 발밑을 내려다보았을 때 너희는 더 작은 점이 되어 있겠지.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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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캐스 키드슨판)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캐스 키드슨판)
제인 오스틴 지음, 고정아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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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N번째 읽는 오만과 편견. 읽을때마다 새롭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읽을때마다 느끼는 건 후반부의 달달함을 위해 전반에 걸친 분노 요소를 이겨내야한다는 거다. 다아시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을 매우 존경하지만 저는 오직 후반부만을 생각했습니다."랄까

그런데 이번에 읽으면서 새롭게 느낀 게 있다. 리지는 똑부러지고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뛰어나 엠마와는 좀 다르다는 선입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의외로 엠마와 비슷한 점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에 대한 통찰력을 과신하는 바람에 겪는 여러가지 해프닝은 엠마의 사건과 규모가 달라서 그렇지 그 원인과 양상은 비슷하다. 초반에 다아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크게 떠벌이는 바람에 후반부에 그녀의 사랑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모습은 웃프기까지 하다. 물론 오스틴 여사는 엘리자베스의 이런 모습을 다른 인물들처럼 풍자하려는 의도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그녀가 다아시를 만나면서 그녀 역시 다아시와 같이 성장하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닐까.

또 하나 느낀 점은 다아시의 인내력이 가공할정도로 놀랍다는 점이다. 이때까지는 리지가 완벽한 여주인공, 다아시가 성장하는 남주인공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다아시야말로 이미 완성형 남주인공에 가까운 모습이다. 어느 누가 베넷가를 견디겠으며, 어느 누가 위컴과 동서지간이 되는 것을 견디겠는가. 그 모든 걸 견디면서 엘리자베스에 올인하는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특히 후반부는 다아시의 인내력 테스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에게 가혹한 일들이 연속으로 터지는데, 그런 무례와 언사들을 어깨 으쓱하는 걸로 때우기도 한다.

읽으면 읽을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부분도 있고, 머릿속에 새롭게 그려지는 부분들도 있다. 이렇게 N번을 읽어도 재밌는데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아시와 리지의 로맨스 요소를 읽는 것도 두근두근하고 재밌지만, 작중 여러 인간군상들에 대한 묘사는 또 얼마나 재밌는지. 이제는 콜린스의 오만함이 숨겨진 비굴한 언사를 빼놓으면 오만과 편견이 완성되지 않는다고 느낄 정도다. 또 책을 덮고 언젠가 다시 N+1번째 읽을 때까지 보물을 잘 모셔두어야겠다.

다아시씨는 의자를 그녀 쪽으로 살짝 당기고 말했다. ˝당신은 자기 고향에 그렇게 강한 애착을 가지시면 안 됩니다. 언제까지나 롱번에 사실 수는 없을 테니까요.˝ P.238

이제 더 이상은 다아시씨의 흠모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그것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 그의 소식을 들을 기회가 가장 희박해진 이 시점에, 그것이 궁금했다. 그와 함께라면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일은 이제 불가능해 보였다. P.401

˝당신을 행복하게 하고 싶다는 소망이 다른 이유들에 힘을 더했음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제게 빚진 것이 없습니다. 그분들을 매우 존경하지만 저는 오직 당신만을 생각했습니다.˝ P.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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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맛있는 빵 도감
박지은 옮김, 이노우에 요시후미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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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과사전이나 도감류의 책은 보통 소장하는 편이다. 그래서 집에 각종 도감시리즈가 많은데, 마침 빵순이인 나를 유혹하는 빵도감이라는 제목을 단 책이 보여서 냉큼 사버렸다. 

 비슷한 느낌의 [치즈도감]이나 [초콜릿어사전]처럼 이 책 역시 일본인이 감수한 책이라서 그런지, 일본인이 바라보는 빵에 대한 시각이 주로 담겨있다. 그런 불편함(우리나라와의 괴리감)을 감수한다면 나름 빵에 대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제법 많은 종류의 빵을 소개하고 있고, 그런 빵의 배합이나 특징을 도감식으로 표현해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러 나라의 빵 중에서도 특히 독일빵이 가장 맛있어보였는데, 원체 호밀이 들어간 투박한 빵을 좋아하다보니 독일 빵 중 '로겐미슈브로트'(호밀의 함량이 높은 빵)나 '로겐브로트'(호밀이 90%~100%인 빵) 부분에서는 침을 질질 흘리면서 읽었다. 

 빵 도감답게 빵 이외에도 빵과 어울리는 음식, 간단한 제빵법, 빵과 관련된 도구 등 빵과 관련된 여러가지 읽을거리를 같이 담고 있다. 빵을 좋아하는 빵순이다 보니 이런 내용들 전부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음식 관련 도감류는 언제나 맛있어보이고,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것 같다. 

제일 맛있어 보였던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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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반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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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을 통해 처음 제인 오스틴의 책을 읽고난 후부터 제인 오스틴의 책은 꼭 다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엠마'를 읽게 되었고, '이성과 감성'을 읽었다. '이성과 감성'이 그다지 재미가 없었기에 한동안 제인 오스틴의 책은 읽지 않고 있었는데, 중고서점에 상태가 좋은 '설득'이 우연히 있기에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읽게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책들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는 분별력있는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성격차이 때문에 오해하게 되었다가 결국에는 결합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만과 편견'은 높은 신분과 많은 재산때문에 기본적으로 오만함을 가지고 있는 다아시와 첫인상으로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가진 엘리자베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엠마'는 분별력있고 배려심을 가진 나이틀리와 지위와 재산의 풍족함으로 인해 활발하지만 다소 경솔한 면이 있는 엠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두 커플은 서로의 성격으로 인해서 오해하고 갈등을 겪지만 결국엔 이어지게 된다. 
 

'설득' 역시 이런 제인 오스틴 책의 특징들을 가지는데, 영리하고 분별력있지만 수동적인 성격의 앤과 강인하고 직설적인 엔트워스 대령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런 점과 더불어 또 다른 특징은 제인 오스틴이 그녀의 등장인물들을 표현하면서 18세기 영국사회인의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녀의 책들에는 하나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신사라고 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들도 있으며, 허영심과 욕심으로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런 성격들의 밑바탕에는 그들의 신분과 재산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여주인공 앤의 경우 원래는 높은 신분의 엘리엇 가의 딸이지만 가문의 경제적 몰락과 둘째딸이라는 애매한 위치때문에 현명하지만 주위의 환경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못하는 수동적인 성격을 가지게 된다. 이에 비해서 '엠마'의 엠마의 경우 하트필트의 안주인이며 안정적인 경제적 때문에 하고 싶은것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랐으며 이 때문에 밝고 그늘이 없는 성격을 지녔다. 
 

이런 특징에서 보았을 때 제인 오스틴은 18세기 영국사회에서 신분과 재산이 개인의 환경뿐만 아니라 성격까지 결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결정론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18세기 영국사회의 단면을 그녀의 책들에서 볼 수 있어서 즐겁다. 흔히 소설(허구)은 현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설득'의 모습은 18세기 영국의 한 모습일 것이며, 앤과 엔트워스 대령과 같은 사랑을 하는 연인들도 있었을 것이다. 
 

앤과 엔트워스 대령의 결합은 결국 이상적인 결합으로 그려지며 마무리되는데, 결국 이상적인 결합이란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작중 등장인물들의 '이상적인 결합'에 대한 인식은 "차이나지 않는 지위와 재산에다가 어느정도 분별력을 갖출 것"인데 그렇다면 이건 오늘날과 별로 다르지 않다. 제인 오스틴은 주인공 연인들을 통해서 이상적인 결합에서 분별력이 중요함을 강조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들의 재산과 지위를 살펴보면 결국 지위와 재산이 결합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나이가 적지 않기에 나도 생각해본다. 이상적인 결합이란 무엇일까. 그녀의 의견에만 동조할 수 없는 도저히 어려운 문제다. 일단 중요한 건 내가 앤같이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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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 네버랜드 클래식 35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공경희 옮김, S. 반 아베 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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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주위 친구들의 집에 비해서 심하게 불운하지도, 그렇다고 화목하지도 않았지만 꼬꼬마 시절에는 이 책만 읽으면 마치 성냥팔이 소녀가 성냥을 피우며 따뜻한 집을 회상하듯 화목하고 따뜻한 가정이 그려지곤 했다. 그래서 엄마가 사준 작은 아씨들 책을 우울할때마다 틈나는대로 읽곤 했다.

 한창 공부에 쫓기던 청소년기를 보내고 직장 다니는 어른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지만 그 때의 따뜻함은 조금도 변하지 않아서 읽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지인은 이 책이 지나치게 수동적인 여성상을 보여줘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작은 아씨들은 지나치게 낭만적일지 모른다. 남북전쟁의 발발과 여성인권의 문제가 나타나는 시대에서 4자매와 이웃의 이야기는 그늘없는 낭만의 이야기로 보인다. 심지어 아버지인 마치씨가 전장에서 부상을 입고 암울한 상황이 전개되지만, 그 불행조차 가족의 사랑으로 이겨내는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일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아씨들'의 좋은점은 바로 이 비현실적인 따뜻함이다. 이 책에는 제인 오스틴처럼 당시대 사람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도, 다른 책에서 나타나는 시대상에 대한 고찰도 그다지 없다. 그렇지만 소설이 반드시 비판적 시각 또는 시대적인 고찰이 없어도 독자에게 느낌(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역할을 다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김영랑의 시는 암울한 시대상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따뜻함이 있고 그것만으로도 읽는 누군가에게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으니 그 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아씨들' 역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듯이 불행한 가정에 또는 힘든 현실에 지친 누군가는 이 따뜻함으로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 그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며 사랑을 받은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전개('전' 부분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치닫으며 '결'에서 마무리되는 해피엔딩)라는 측면과 등장인물들의 개성에서 이 특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다. 작가의 묘사 역시 이 책을 아우르는 분위기에 큰 역할을 한다. 

 베스가 로렌스씨를 위해 짠 보라색 바탕의 팬지를 수놓은 슬리퍼, 자매들을 위해 어머니가 배개 머리맡에 놓아둔 여러색의 천로역정(조는 초록색이었다.), 에이미가 눈물을 흘린만큼 맛있는 라임과 자매들의 게으름으로 탄생한 시큼털털한 딸기크림까지, 작가의 묘사들을 읽고 있으면 머릿속에 음식이 그려지고, 장면의 색이 선명해진다. 유달리 다른 책에 비해 색과 음식에 대한 묘사가 많아서 자매들의 일상이 마치 눈 앞에 보이듯이 선명해진다. (얼마나 그럴듯하게 들리는지 작은아씨들에 나온 음식들로 쓰여진 레시피가 따로 있다.) 작가의 이러한 묘사가 '작은 아씨들'을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으로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 여담으로 조와 로리가 이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 아쉽다. 조의 이상과 꿈을 이해하고 받아줄수 있는건 로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아쉬운건지도 모르겠다. 


※ 네버랜드 클래식으로 고전소설(이라기보다 동화)을 모으고 있는데 꽤 괜찮다. 앞부분에 수록된 여러 자료들도 괜찮고 종이질도 좋아서 이 시리즈는 모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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