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생들은 참 바쁩니다. 학생들 중에는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원에서 자격증을 따고, 피부 관리를 받고,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해외여행을 가고 등등 아주 빡빡하고 힘든 일정을 짜서 생활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하루는 스물네 시간밖에 없으므로 이런 일정은 과도합니다. 이렇게 해서는 몸이 버텨낼 재간이 없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습니다. 적정한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분배하기에 앞서 우선순위를 정해두지 않으면 인간은 망가집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망가집니다. 

젊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은(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인간은 생각보다 쉽게 망가진다’는 사실입니다. 망가지는 것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전형적인 예가 ‘지금 여기에 있는 나 자신’보다 ‘나 아닌 다른 사람, 여기가 아닌 다른 곳, 지금이 아닌 다른 시간’에 더 생생한 현실감을 느끼는 경우입니다. 


그런 사람은 ‘나는 이것도 할 수 있어, 저 정도는 할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여러 과제를 떠안고 맙니다. 당연히, 하려고 들면 못 할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단번에’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입시 공부처럼 목표가 보이는 과정이라면 단기적으로 스스로를 심신의 한계까지 밀어붙여 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몇 년, 혹은 10년  넘게 지속할 수는 없겠지요. 그런 짓을 하면 인간은 누구라도 망가집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강하지만, 약합니다. 노력할 수 있지만, 노력한 만큼 지칩니다. 무리해서 미리 당겨쓴 에너지는 훗날 반드시 갚아야 할 때가 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듯합니다. 지칠 때 솔직하게 “아, 너무 힘들다”라고 말하고 적절히 넘길 줄 아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태도입니다. 지친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아프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겹다는 것은 활동적이라는 증명입니다. 

그러나 ‘한 단계 위의 자신’에 도취되어 있으면 몸과 마음이 비명을 지를 만큼 아파도 좀처럼 쉬지 못합니다. 지쳐서 멈춰 서기라도 하면 나약한 자신을 탓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몸에도, 정신에도, 가혹한 일입니다. 물론 성장하고자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애쓰는 것은 안 됩니다. 

인간은 꿈과 현실을 동시에 살아야 합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은 정답을 단순화하고 싶어 합니다. “저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있나요, 없나요? 저는 어느 쪽인가요?”  하고 물어옵니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너의 가능성은 무한한 동시에 유한하다”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가능성을 소중히 아껴야 합니다. 우리의 가능성을 죽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그 가능성에 너무나 많은 기대를 품은 우리 자신입니다.



“어깨에 힘을 빼자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

그가 매핑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몸과 일상에 관한 인문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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