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토요일이었고, 나는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아마도 가수면과 수면 사이를 교묘히 오가고 있었을 게다. 나의 토요일은, 언제부터인가 그렇게 잠 속의 나와 잠 밖의 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있었다. 아마, 그 무엇때문이리라.
세상에는 이유를 안다는 것이 문제의 해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
노 전대통령이란 호칭에 이어지는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노태우 전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했다. 뭐 병원에 호송, 어쩌고 하는, 다시 깨어나, 사태를 파악한 것은 저녁 늦게였다.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
나의 입밖에 나온 말은 이 말들이었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허락하지 않아 시청 광장에 빈소가 설치되지 못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례식과 노제때 시청광장은 발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 속 한 점이 되어 앉아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나의 오른팔이 익어 거의 2도 화상에 가까운 물집이 잡혀 꽤나 오래 고생했다. 사람들은 많이 울었다. 내 뒤에서, 옆에서 앞에서. 그리고 나 자신도.
왜 울었냐고 누군가 마이크를 들이댔다면, 아마 나는 잘 설명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정과 이성이 늘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니까..그저 울었다. 서럽게 서럽게 울었다. 살았을 때, 딱히 오래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대통령이었던 한 사람,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지으며 살던 한 자연인....그가 그저 흔한 농부는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했다. 전직 대통령이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가 오래오래 고향땅에서 농사지으며 잘 살길 바랐던 것 같다. 그가 지방에서 정치 비슷한 걸 하건 말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짓는 대통령을 우리도 한 명쯤은 가질 법하지 않은가.
그를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아프다.
운명이다.하고 마지막 남겨놓았던 문장들 때문에.
세상을 버린 바로 그날이었던 오늘,
노무현, 정치적으로 항상 올바랐다고 말할 수 없지만,내가 그의 어떤 정책들에 반대했다고 하더라도, 왠지 그의 그 겸연쩍은 미소는, 촌스러운 말투는, 꾸미지 않은 그의 진심을 보여주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