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너무 피곤했다.

해서 좀 자려고 했는데 밤에 전화가 울린다. 미치겠다. 돌아누워 전화기를 던져버렸다.

엄마였다. 엄마가 세번, 세번짼 받았는데, 화가 났다.

아침부처 저녁까지 먼길 출퇴근에 피곤한 딸이 주말에 좀 자려는데 왠 전화질인지.하는 마음이 들었다(아, 난 막장녀인가?)

정말이지...딸의 입장은 눈꼽만큼도 생각안하는구나 싶어서, 혼자 있는 방에서 혼자 힘차게 욕을 했댔다(이상하게도 요 몇 년 사이 나는 혼자 욕하는 버릇이 들었다. 물론 대상자들이 절대 듣지 못하게,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욕들을 하는 것말이다. 물론 처음에는 내가 미쳤나 싶었다. 나자신에게 화들짝 놀라기까지 했다. 내가 이런 상스런 욕을? 배운 내가? 이토록 예쁜(으히히히) 내가 이토록 무자비한 말을?무릇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일단 물꼬를 트면,아무렇지도 않게 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버지께 욕을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정말이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패륜이구나..패륜! 내가 왜이러지, 정말이지 미쳤나? 죽어야 할 때인가 하는...


하지만, 가끔 가끔은, 속에서 분출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 인후 너머로 튀어 나와야 할 정도인 때가 있다. 핑계일 수 있으나, 나는 그렇게라도 해야, 감정이 정화되는 듯하다. 안그러면, 미칠 것 같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자식 부모 형제간에라도 되도록 나쁜 말은 직접 하지 않는게 좋다는, 뭐 사실 깨달음이랄 것도 없지만, 일종의 깨달음을 얻은 바 있다. 가족이니까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말은, 허구다. 누구든 뼈아픈 진실에는 상처를 받는다. 특히 자존심이 세거나, 고집이 센 사람은 더욱. 우리집 식구들의 특징은,  다혈질덩어리, 엄마와 아버지 유전자에 다혈질유전자가 왕창 새겨져 있다는 것.


어쨌거나, 타인앞에서는 최대한 예의바르고, 고상하고, 어여쁜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벗꽃보다 목련은 무게감이 있어 뵌다. 좀 양가집 규수같다고나 할까.

거기에 비해 벗꽃은 발랄하고 귀엽다.


물론 둘 다 너무너무 예쁘다.

이세상 모든 꽃들은 다 예쁘다...고 말하려다 보니, 몇 안 예쁜 꽃들도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그 배추같이 생긴, 주로 도로변에 무슨 거대한 쟁반같이 생긴 화분(?)에 심어 놓은 건, 꽃인가 아닌가 늘 보면서 의아했다. 당혹스럽다고나 할까.


봄이 되니 사방에 꽃이다.

나도 꽃이 되고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워~

꽃은 사람보다 늘, 겸손하고 과묵하고, 천박하지 않다.


물론 자연인 이상, 번식과 생존의 법칙을 피해 갈 순 없지만, 그럼에도 숭고한 느낌이 든다. 인간에 비해서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꽃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은, 부끄럽다. 따지고 보면, 아는 식물 자체가 별로 많지 않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쓰다듬어 주고, 격려해 주고싶은데, 이름을 모르다니...


오늘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벗꽃길을 걸었다.

화사하게 앙증맞은 꽃잎이, 눈속에 박힌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격.

꽃은,

잠시나마, 이상한 사람들을 잊게 하고, 일을 잊게 하고, 의무를 잊게 하고, 우울도 잊게 하고.....나를 잊게 한다.





 
 
다락방 2012-04-18 17:57   댓글달기 | URL
목련은 꽃잎이 떨어지고 난 후에 잎이 나잖아요. 그런데 벚꽃도 그런가요? 며칠전부터 회사앞에서 화사하게 핀 벚꽃들을 봤는데, 오늘 보니 잎들이 푸릇푸릇 보이더라구요. 그래서 벚꽃도 꽃이 먼저 피는 나무인건가, 하고 갸웃했어요.

꽃을 보면요, 참,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요. 왜그런지 모르겠어요.

테레사 2012-04-18 18:17   댓글달기 | URL
음..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아까 잎들이 막 밀고 나오는 걸 봤거든요
 

언젠가, 물망초 한다발을 들고 파리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인,과 같이 되고자 했다.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그것은 지독한 은유였다.


어제 나는 이상한 고통을 느꼈다.

그 진원지는 두권의 책이었다.

옆 무덤의 남자와 이 날을 위한 우산.


스웨덴 여인과 남자의 연애이야기와 동의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어떤 남자 이야기.

간단하게 요약하면 그렇다.


연애이야기는 이세상 어느 지역의 남자와 여자든, 대면하게 되는 공통점에 대해 좀은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엮어내는 것에서 오는 재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하지만, 이 날을 위한 우산은 도무지 마음이 불편한, 그건 뭐랄까 뼈속까지 도달하지 못하지만, 그 근방까지 건드리는 이상한 통증, 심리적이지만 육체적인 고통, 뭐 그런 걸 느끼게 했다.


어차피 우리 모두는 동의하지 않고서도 살아간다. 내 삶의 형식, 내용 , 관계 모든 것, 인간이 고스란히 자신의 의지로 동의한 것들이 도대체 있기나 한가.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이 삶에서 빠져나가는 방식,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남은 것은, 미치거나 스스로 죽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


태양이 정수리를 정면에서 내리쬐면, 우리는 불가항력이 된다.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드러내야 하는 모든 것의 덩어리, 인간 육체. 그리고 육체를 떠받치고 있는 규명하기 어려운 정신. 


 "이 세상에서 나에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뮈쎄의 거부할 수 없는 시구.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시구.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지음, 정영목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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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이불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여전히 나의 좁은 방은 차가운 겨울바람이 떠나지 않아서인지,웃풍 때문에 도무지 드러내 놓을 만한 피부의 면적을 최소화해야 하는 수고를 멈출 수가 없다. 이제 봄이려니 하면, 다시 찬바람이라니.이번 겨울은 징글징글하다는 말을 너댓번 했다. 언제나 가장 시간적으로 가까운 겨울이 춥게 느껴지는 듯.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힘들다. 올 겨울에 겨울 외투도 아주 많이 사버렸다.마음이 한번 빗장을 열어제끼면 멈출 수가 없다. 이건,나의 전전두엽이 좀 심각하단 말이 아닐까..내심 걱정이 되곤한다. 중독!      


주말동안, 잠속을 헤매면서 파리좌안의 피아노 공방을 읽었다. 제법 재미있었다. 피아노 하나를 가지고 이토록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과 부러움을 함께 느꼈다.

실은, 이책은 내 로망의 한부분을 좀다른 방식으로 대리만족시켜 주리란 기대로 집어든 책이기도 하다.                


로망! 사람들은 어떤 경우 로망이란 표현을 쓸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가질 수 없어서 그리운 무엇, 언젠가는 성취하고 싶은 그 무엇, 지금은 어렵지만 마침내 도달하고픈 꿈.일 터이다.


피아노, 그 무언의 사물은 어린 시절의 나와는 인연이 없었다. 내 또래의 소녀들이 한손에 무슨무슨 피아노학원이라는 글자가 박힌 네모난 폴리에스테르 가방을 들고 학원에 가서 피아노를 배울 때, 엄마는 공부해야 한다며 피아노학원 뿐 아니라 그어떤 학원에도 나를 보내지 않았다. 국민학교 4학년 때인가 옆반의 키크고 잘생긴 남자 선생님이 바이올린을 배워보라고 권유했을 때조차, 엄마는 외면했다. 결국 나는 그 어떤 가외 교습을 받은 적이 없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내가 나이가 좀 들었을 때 다른 사람 말을 유난히 잘 듣는 우리엄마가 어디서 점을 보고 와서, 내가 '피아니스트가 되었으면 대성했을 것'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그래서였는지 모른다. 이제 피아노는 내 잃어버린 가능성, 어쩌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서의 또다른 삶을 살았을 수도 있는 나의 재능을 알아보려고도 지원해 주지도 않은 엄마에 대한 원망의 환유가 되어버렸던 거다. 

생활을 스스로 책임지고 나서부터 가끔은 피아노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물론 피아노를 사야한다는 생각도. 벌써 몇년째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다만, 그 사이 바이올린을 1년 남짓 배웠다.잠시 피아노에 대한 생각이 엷어졌던 어느날, 흐느낌처럼 가녀린, 섬세한, 여성스런 분위기의 바이얼린에 꽂혔던 거다. 바이얼린을 켜는 여인, 단어의 나열만으로도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가. 아마도 그 그럴듯해 보이는 "그림"에 도취되었던 성싶다. 좀더 현실감있는 핑계라면, 남자친구에게 있어 보이고 싶은 허영심 때문이기도 했다. 


파리좌안의 피아노공방은 피아니스트들을 위한 피아노 안내서는 아니다. 나같이 로망을 가진 이, 피아노를 직업인으로서가 아닌 음악을 즐기는 방편으로 여기는 이, 실은 피아노라는 악기의 모양새와 그 구조, 음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책이다. 아니 어쩌면 피아노와는 상관없이 그저 파리 생활의 어떤 면을 사랑하는 이를 위한 책이라고 해도 좋다. 좀더 자상하게 말한다면 피아노로 음악을 느끼고 싶은 어떤 이가 어떻게 파리에서 운좋게도 이를 성취하게 되었는지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 정도 되겠다.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 피아노를 '가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구나. 그것은 그냥 침대를 하나 갖는다는 것, 또는 책상을 하나 들인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무언가로구나. 피아노를 마치 장식장처럼 들이려고 한다면, 차라리 포기하는 쪽이 낫겠다는 생각. 그것을 들이기 위해서는, 마치 애완견처럼 다정하게 안아주고, 씻겨주고, 어떤 의미에서는 인격체처럼 대해줄 각오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그게 아니라면, 섣불리 들일 생각은 안하는 게, 피아노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나을 성 싶다.


물론 피아노는 덩치가 큰 악기인 만큼 공간도 돈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 나처럼 부모님 집에 방한칸을 겨우 세내어 사는 정도의 가난한 직장인에게는 좀 버거운 물건일 수밖에 없다.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물에 대한 점령을 내맘대로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보니, 피아노는 역시 아직까지는 로망이다. 로망일 수밖에 없다.





 
 
다락방 2012-03-26 13:20   댓글달기 | URL
저는 피아노를 배웠는데도 피아노가 로망이에요. 피아노를 가지고 있는데도 피아노가 로망이에요. 그건 아마 제가 집에 있는 피아노를 이제 가구화 시켜버렸기 때문이고, 외우는 악보가 한 곡도 없기 때문일것 같아요. 전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사람이더라구요. 그래서 악보를 외워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든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배웠고 가지고 있어도 제게는 로망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 책 참 좋죠, 테레사님? 전 정말 이 책이 아름답더라구요.

테레사 2012-03-26 13:37   댓글달기 | URL
네, 참 다정하고 아름다운 책이에요^^.
 

배트맨비긴스를 보았다. 배트맨 시리즈는, 그냥 좋다. 스파이더맨도 좋다. 엑스맨도 좋고,원더우먼도 난 좋다. 암튼, 이런 찬란한 상상의 인물들이 좋다. 재밌고, 즐겁고, 보고 나서도 계속 생각한다. 밤과 낮, 상징과 인간, 선과 악...그런 걸 떠나, 뭐 재밌다는 것. 영화의 끝은 늘 악한 이가 정리된다는 것,도 현실과 달라 좋다. 현실도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문제는, 현실과 상상을 자주 헷갈리는 것. 나란 인간은,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배트맨 비긴스를 보고, 배트맨을 현실속으로 데리고 나온다는 거다.


하지만, 어쩌랴, 이야기의 힘이란 그런 걸. 부끄럽다고, 화끈 달아오르다가도, 이내 이런 나를 인정하자. 나란 존재의 정체성의 한조각이라고,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사는 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열 세살 이후로 한치도 자라지 않은 듯한,이 비상직적인 멘탈의 반응과, 어린애와도 같은 막무가내의 이기심과 자기몰입이라니.


그나저나 배트맨의 비긴을 보고 나니, 시간이 갈수록 실망스럽다는 생각으로 꽉찬다.

그러니까, 배트맨이 배트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족사가 남김없이 드러나면서, 생각의 여지가 줄었다는 것이다. 준 것에서 더 나가 없어졌다는 게 맞겠다. 내가 배트맨의 멘탈과 정체성을 나름대로 상상할 여지가 없어져 버림으로써, 나름의 분석과 기대와 상상하는 맛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역시나 크리스천 베일은 좋다. 목소리도 표정도, 다크나잇라이즈가 곧 개봉된다는데, 기다려지긴 한다. 내가 여전히 애 같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가연 2012-03-29 22:23   댓글달기 | URL
배트맨 비긴즈는 별로였지만.. 저는 다크나이트를 밤에 보고 악몽을 꾸었답니다, 풋.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저도 기다리고 있는데.. 크리스찬 베일도 좋지만 히스레저의 인상이 너무 깊게 남아서 이번에 그 인상이 지워질지, 아니면 도리어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