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된 하무라 아키라가 돌아왔다. 여전히 어딘가가 아프고, 언짢고, 불운하고,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덤터기 쓰고, 뻔뻔한 고용주에게 계속해서 부려먹힌다. 말하는 것만 들으면 세상 이해득실 따지는 계산적인 어른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온통 손해만 보고, 항상 툴툴거리지만 결국 아무것도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똑같다. 그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부터 밤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수난의 연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마지막 단편은 가히 하무라 아키라의 불운 총집편이라 할 만 하고, 도야마만큼이나 심술궂은 독자인 나는 그래서 너무 재미있었다. 배경이 미스터리 전문 서점이라 마음껏 기존 미스터리 작품들을 녹여 넣은 부분도 별미다(그리고 시치미 뚝 떼고 없는 책 만들어 넣는 것도). <어두운 범람>이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지는 않아 조금 실망했었는데, 여기서 다시 기대치를 채웠다. 하무라 아키라의 50대, 또 그 후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