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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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퍼슨 (2019년 초판)

저자 - 크리스틴 루페니언

역자 - 하윤숙

출판사 - 비채

정가 - 13800원

페이지 - 422p




* 단편 캣퍼슨의 스포일러가 포함되 있습니다.


34살, 오래도록 솔로, 외모는...내가 봐도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불룩 나온 배에 삐죽 솟은 턱수염, 후줄근한 차림새....혼자가 익숙해져 버린 세월.

언제부턴가 자주 가는 극장 매표소 아가씨가 내 시덥잖은 농담에 열렬히 반응해주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매끈한 몸매와 예쁜 얼굴의 그녀.

가벼운 농담 섞인 대화가 점점 길어졌고 어느새 휴대폰 메시지로 이어졌다.

이정도면 친밀해 졌다고 느꼈을 즈음. 그녀가 데이트 신청을 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차를 몰아 그녀의 대학교 기숙사로 찾아갔다.

그녀를 픽업한뒤 분위기 좋은 극장으로 차를 몰았다.

그녀가 일하는 극장은 십대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너무 가벼웠다.

걸리는 영화도 내 취향은 아니었다.

결국 좀 멀더라도 조용하고 괜찮은 극장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오랜만에 데이트라서인지 긴장되고 두근대는 마음에 저절로 말수가 줄어들었다.

이런 마음을 그녀가 눈치챌까 두려워 더욱 위축됐다.

기나긴 침묵속에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용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데 여념이 없었다.

나이 차도 많이 나는 나와의 데이트를 어떻게 생각할까?

폭풍처럼 몰아치는 심장의 고동소리가 귓가에 들리는듯 했다.

정신없는 영화상영이 끝나고, 그녀가 내게 맥주한잔을 제안했다.

떨렸다. 느낌이 좋았다. 어린놈들이 몰려있는 정신없는 펍으로 가긴 싫었다.

간판도 없이 운영되는 시설은 오래됐지만 어른들의 펍으로 갔다.

그녀를 뒤에두고 앞장서 출입문을 지키는 기도를 지났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나는 누군가의 부름에 뒤를 돌아봤다.

그녀가 난처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별수없이 그녀와 차에 탔다.

기억을 돌이켜 자신을 21살이라 소개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거짓말을 한 듯 했다.

그녀가 별볼일없는 내게 다가온 저의가 궁금했다.

머리속에 의혹과 의심이 소용돌이 쳤다.

굳은 내 표정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내 무릎위에 앉았다. 이내 그녀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었다.

숨막히는 시간이 흐르고, 상기된 얼굴에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녀가 말했다.

"당신 집으로 가요."

당연하게도 누추한 내 집에 그녀를 들였다. 의심과 의혹은 키스로 모두 날아가 버렸다.

머리속이 마비된것 같았다.

이 여자와 잔다. 마지막 섹스가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섹스를 한적이 있긴 하던가?...

34살이나 되서 14살 어린 그녀에게 서툰 모습을 보이기 두려웠다. 그녀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포르노 영화에서 본대로 그녀의 입속으로 혀를 밀었다.

움찔 거리는 그녀의 몸. 반응이 있는것 같았다. 좀더 열정적으로, 공격적으로 혀를 넣었다.

떨리는 전희에 이어 드디어 그녀와 한몸이 되었다. 잊고 있던 강렬한 섹스의 쾌감.

활홀경. 카타르시스. 전신에 찌릿한 전기가 흘렀다.

일을 마치고 숨을 가다듬는 사이 내 옆에 누워있던 그녀가 일어나 옷을 입었다.

그녀를 보내기 아쉬웠다. 좀더 함께 있고 싶었다. 좀더...좀더 그녀를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숙사 무단 외박이 금지라 했다. 별수없이 그녀를 기숙사에 내려줬다.

집으로 돌아와 함께 있던 침대에 누웠다. 그녀의 체취가 아직 미미하게 풍겼다.

의도야 어쨌던 이제 그녀와 정식 교제를 시작했다. 식었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설레는 마음을 담아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오지 않았다.

새벽이라 잠들었으리라. 상관없었다.

.

.

.

.

며칠째 그녀에게 연락이 없다.

계속 메시지를 보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그날의 데이트를 수십번, 수백번 복기 했지만 크게 잘못된 점은 생각나지 않았다.

답답했다. 그저 하룻밤 상대에 불과했던 걸까? 설렘으로 부풀었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갔다.

자괴감이 목을 조여왔다.

'띵동'

문자다. 드디어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둘러 핸드폰을 잡고 메시지함을 열었다.

'쿵' 심장이 내려앉았다. 기다리던 그녀의 메시지는 충격적이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말아 달라는....먼저 다가오고, 먼저 키스한건 그녀 아니던가.

심지어 그녀가 내 집으로 가서 섹스하자고 했다.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행동을 납득하기 힘들었다.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알았다는 대답밖엔 할 수 없었다.


며칠뒤. 우연히 쇼핑몰에서 그녀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했다.

젊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같은 대학교 학생인듯 했다.

그녀 역시 내 존재를 눈치 챘는지 의도적으로 나를 피하는 듯 보였다.

좋은 추억으로 남기려 했던 그녀와의 기억이 더럽게 느껴졌다.

더러운 창녀에게 놀아난 기분이었다. 분노가 치솟았다.

이대로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내 마음을, 분노를 전해야 했다.

휴대폰을 들고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메시지함을 열어 빠르게 글자를 타이핑 하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지금도 그 남자랑 하고 있니?'

'그런 거야'

'대답해'

'이 창녀야!!!!'





남녀간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하다. 생각지도 못한 화학작용을 통해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수도 없이 교차하는 연애의 매커니즘. -_-;;;; 이 글은 이 책을 처음 펼치면 만나게 되는 단편 표제작 [캣퍼슨]을 보고 쓴 글이다. 20살 대학생 여성과 34살 남성의 만남. 그 이해할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과정이 담겨있다. 작품은 20살 여성의 시점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본인이 남자라서인지 남자 입장에서 몰입하게 되었고, 내가 그 남자였다면 이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하고 빙의되어 남자의 입장에서 써본 글이다. 그러니 어디까지나 본인의 뇌내망상에서 비롯된 글이란걸 언급한다. 좌우간....훅 다가왔다 훅 떠나가버린 그녀의 미스터리한 본심이 궁금하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ㅋ 상상못한 진실이 펼쳐진다. -_-



어쨌던, 펴자마자 나오는 독특한 로맨스에 이 단편집 자체가 로맨스 단편집인줄 알았건만, 그건 아니었다. 좀더 기이하고 괴상한 이야기들이 담긴 작품집이랄까....생각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기묘한 이야기 같은 단편집이었다.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비틀어 버리거나 아이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익숙함을 벗어난 충격적 이야기들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머....강렬하다고 전부 공감되는건 아니었지만 작품의 관점이나 이야기는 충분히 뜨거운 감자가 될만했던것 같다. 이 작품이 실린 [뉴요커]가 얼마나 대단한 잡지인지는 모르겠으나 450만 건이라는 최다 조회수와 수많은 논란을 야기시킨 문제작이라는데는 어느정도 동감할 수 있었다.



표제작 [캣퍼슨] 말고도 어른을 위한 동화, 호러, 서스펜스 등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가 '크리스틴 루페니언'의 열 두가지 마음의 소리를 담아낸 문제작이자 흥미로운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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