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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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의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괜찮다는 위로의 문장을 읽어주는 사람도, 현실적인 조언을 건네는 사람도 있지요. 그러나 가장 위로가 되는 것은 유사한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일 때가 많습니다. 정세랑 작가는 언제나 '공감'으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첫 단편집 <옥상에서 만나요>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혼 세일


 소유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큰 욕망 중 하나입니다. 의식주는 물론 특정한 상황에서는 사람도 소유하려 하지요. 단편 중 하나인 <이혼 세일>은 '소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현대사회의 소유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묻고 그녀만의 대답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경윤과 친구들은 이재에게서 이혼한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또 '이혼 세일'에도 초대받습니다. 이혼을 기념한 바자회라니 하면서 이재가 엮인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놓습니다. 경윤은 이재의 장아찌를, 아영과 민희는 취향과 결혼을, 지원은 양육자로서의 정체성을, 민희는 이재의 경력이 단절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다들 뭔가 하나씩 손에 쥐려고 합니다. 현대사회에선 소유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그 대상은 먹을 것이기도 하고, 친구 혹은 안정감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자식이거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친구가 소유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가구는 물론 생필품과 심지어는 가족 관계까지 말이죠. 그런데도 안절부절하는 법이 없습니다. 이혼 세일로 더 많이 가지게 된 친구들보다 평온하고 홀가분해 보입니다. 이재는 카라반을 타고 여행을 다닐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자유를 위해 동산을 소유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떻게 소유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물건에는 가치가 붙기 마련입니다. 가격표의 0 이 몇 개인지, 혹은 어떻게 보여지고 있는지에 따라 가치를 정하기도 합니다. 종종 물건을 소유하려고 하지 않고 그 물건의 가치를 목적으로 삼지요. 이재는 부여된 가치에서 벗어났습니다. 결혼이 집이라는 부동산을 유지하기 위한 형태에 가까웠음을, 그리고 스스로 집이라는 공간을 동산으로 재정의 했습니다. 


 우리도 소유하고 있는 것의 가치를 스스로 정해보는건 어떨까요. 타인에게 주거나 도둑맞아도 아깝지 않고 받기에도 부담이 없는 것, 그럼에도 있을 때 편하고 쓰임이 있는 것, 장아찌 누름돌 처럼 말이죠. 어쩌면 행복을 소유하게 될 지도 모르니까요. 



"이게 뭐야?"
"장아찌 돌, 누름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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