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먼저 쓰던 글이 길어져서 이어서 계속 쓴다. 이전 글 가기 클릭 https://blog.aladin.co.kr/705307136/10894358 


복습을 하자면, 연금술사가 들려주는 첫번째 이야기 속의 하산은 20년 후의 자신에게서 보물상자가 들어있는 곳을 알게 되어 큰 부자가 된다. 두번째 이야기의 아집은 20년 후 구두쇠 수전노가 되어 많은 재산을 궤짝에 감춰두고 궁핍하게 사는 미래의 그를 목격한다. 미래의 자신에게서 20년간 안쓰고 모은 돈을 훔쳐 현재로 가져온 아집은 그 돈으로 평소 흥모했던 여인에게 결혼도 하고 흥청망청 쓰지만 행복은 잠시 뿐이다. 아내가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훔친 모든 재산을 바쳐 아내를 구하고, 다그치는 아내에게 모든 전말, 겨우 직공인 그의 모든 허황된 돈잔치들은 미래의 그에게서 훔친 돈이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 이를 안 아내는 매우 화를 내어 둘은 20년후의 자신에게서 훔친 그 돈을 평생 모아 갚기로 작정하고, (정해진 대로) 자린고비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다시 하산의 이야기와 관계가 있다. 20년 늙은 하산의 아내 라니아는 어느날 부터 자신의 집에 들락거리며 밥을 먹는 한 젊은이를 눈여겨 본다. 그녀는 한 눈에 남편과 밥을 먹는 바로 그 사내가 자신이 20년전 사랑한 젊은 하산이라는 사실을 알아본다. 자신들의 첫사랑을 스포할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은 하산에게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하산의 아내 라니아 역시 두 사람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오랫동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던 젊은 하산의 아름답고 충만한 모습을 엿듣고 훔쳐본다. 젊은 하산에 대한 욕망을 키워가던 라니아는 어느날 남편이 젊은 하산과 작별한 후 다마스쿠스로 출장을 떠나자, 그녀는 카이로로 가서 남편이 말한 시간의 문을 찾아가고, 젊은 날 사랑했던 하산을 찾는다.


그녀가 젊은 하산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 하산을 본 라니아는 젋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랑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늙은 하산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한 애정과 욕망을 느낀다. 라니아는 평생 충직하고 충실한 아내였지만, 젊은 하산에 대한 욕망은 떨칠 수 없는 강렬한 것이다. 이것은 배신일까? 시간이 흘렀지만 같은 대상을 지금은 덜 사랑하고, 시간이 흘러 과거가 되어 버린 옛 사랑을 더 사랑한다면, 이것은 무엇일까. 라니아는 하산을 유혹하기 위해 집을 구해 살림을 차리고, 그를 스토킹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를 유혹하기도 전에 사건이 발생한다. 하산은 한 보석상에게 다가가 하산이 결혼 당시 자신에게 선물한 목걸이들을 그것을 얼마에 팔 수 있는지 물어본다. 보석상은 그것이 매우 진귀한 보석상이라 큰 돈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날 다시오라고 얘기한다. 자신에게 준 목걸이를 팔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라니아는 우연히 그들 옆에 선 두 남자가 하는 얘기를 엿듣는데, 이 남자들은 사실 하산이 나무 밑에서 파낸 금괴의 주인인 도적떼의 일원이었고, 하산이 팔려고 하는 목걸이를 알아보고, 하산이 이를 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였다. 도적들은 내일 하산이 목걸이를 보석상에게 팔면 그에게서 돈을 빼앗고 때려눕히자는 계획을 알게 되고, 이를 수습할 계획을 짜게 된다. 


연금술사도 지속적으로 말하고, 또 이슬람교도적인 결정론적 세계관이어서, 라니아는 자신이 그 목걸이를 계속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빼앗기지도 않고, 하산의 목숨도 온전하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상황을 목격한 것 역시 알라의 계시이기 때문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하산과 그의 행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이 상황을 모면할 것인가? 


라니아는 다시 20년 후의 현재로 돌아와 목걸이를 가지고 시간의 문으로 간다. 하지만 이번에 그녀가 향한 곳은 과거가 아닌 미래의 방향이다. 그곳에는 지금보다도 더 늙은 20년 후의 라니아가 40년 전 남편에게서 받은 문제의 그 목걸이를 챙겨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둘은 하산을 돕기 위해 정교한 시나리오를 모의하고, 함께 시간의 문을 빠져나가 20년 전(그러니까 그 당십터는 40년 전)의 하산이 목걸이를 팔려고 하는 곳에 도착한다. 두 미래의 라니아에 의해 목걸이와 하산은 도둑떼로부터 무사히 구출되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라니아는 아직 결혼 전이며 이 목걸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아직 하산의 스토리에 등장하기도 전이다. 


똑같은 목걸이를 팔려하는 여러 여인의 등장으로 모든 게 오해였다고 잘못 알게 된 도적떼는 돌아가고, 어린 하산을 구한 성숙한(?) 라니아는 본격적으로 젊은 하산을 유혹하기 위해 집으로 데려가 음식을 먹이고 포도주를 대접하여 침대로 꾀어들인다. 방을 모두 어둡게 하고서야 베일을 벗은 라니아는 드디어 젊고 아름다운 하산과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는데, 그녀가 생생히 기억하는 하산의 자신만만하고 능숙한 기교와는 달리, 하산의 행동이 어설프고 어색하다는 걸 알게 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여기서 기억의 오류는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하산이 어린 신부에게 그토록 자신만만하고 능숙하게 행동하게 한 배경에는 성숙한 부인의 가르침이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둘은 매일 그녀의 집에서 만나 아트오브 러브를 전수받는다. 결국, 20년후의 라니아는 20년전의 매력적인 하산을 만나러 가서, 매력적인 하산을 만들고 온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베푸는 애정 행위가 다시 그대로 자신에게 되돌아 올(온) 것임을 안다. 모든 사랑의 기술을 전수한 라니아는 이제 하산과 이별할 시간이 되자, 가구와 집을 정리하고, 둘이 다시는 볼 수 없다고 말하고 떠난다. 20년 후의 현실로 돌아온 라니아는 이제 다마스쿠스에서 돌아올 남편을 흡족하게 기다리고 있지만, 젊은 하산과의 뜨거운 사랑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화자는 자신이 과거 20년 전에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고 싶어 시간의 문의 반대쪽에서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화자가 연금술사를 만난 곳은 바그다드이고, 앞서 말했듯이 이 상점은 이제 겨우 일주일 되었다. 그러니까 이 문을 열고 과거로 들어가는 왼쪽 방향으로 들어가면 그 곳 20년 전에는 이 문이 만들어지기 전이므로, 도착 지점이 없고, 설령 간다고 해도 돌아올 수 있는 문이 없기에) 다시 현재로 되돌아올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카이로로 가기로 한다. 카이로에 원래 있던 시간의 문은 이제 그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다. 


사막을 끼고 있는 이 공간 배경에서 탈것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사막 여기저기에 도둑들이 출몰하는 곳에서 카이로와 바그다드 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험하다. 카이로에 있는 시간의 문을 통과하기 위해 현재 시간으로 카이로까지 이동하고, 거기서 시간의 문을 통해 20년 전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과거에 다시 바그다드로 와서 일을 바로 잡은 후,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문을 가기 위해 카이로로 돌아가서 현재로 돌아온 다음 다시 바그다드로 오는 것이다. 왕복 세 번의 여행이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왜 그는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걸까. 이미 결정된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며 과거에 가서 무슨 행동을 해도 바뀔 수가 없다. 그가 팀을 꾸려 카이로와 바그가드로 동분서주하는 동안 고초를 겪고, 칼리프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포함해 많은 천일야화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모두 이 과거를 오가는 시간과 공간 여행에 있다. 


지나버린 사랑, 과거에 무심히 뱉어버린 말 한마디가 다시는 주어 담을 수도 취소할 수도 없는 상흔을 남기며 인생에 회환만을 불러올 때, 우리는 과거에 가서 무언가라도 하고 싶어한다. 그는 온갖 고초 끝에 과거에 도달하지만 결국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고 애닯아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 과거는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지나온 현재가 과거인데 이를 어떻게 바꾸나. 그러나 한 가지 그 위험한 여행을 감행한 대가를 돌려주는 계기가 생기는데, 바로 다양한 층위의 기이하고도 신기한 이야기로 독자를 매료시키는 이 소설의 절정은 바로 그토록 사소한 것, 하지만 목숨을 걸을 가치가 있을 중요한 어떤 것을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이지 테드 창의 소설은 짧은 단편들 하나하나가 모두 주옥같다. 먼저 읽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한 문장 한 분장이 직조하는 놀라운 이야기의 탄생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번 작품집도 먼저 읽은 <소프트웨어의 객체 주기>를 포함하여 겨우 세 개 읽었을 뿐인데도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표제작보다 먼저 실려있는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은 판타지와 SF를 천일야화와 아라비아 나이트의 이국적 분위에 흠뻑 적신 멋지고 재미있고, 신기하고 환상적이고도 기이한 시간여행 소설이다. 이렇게 짧은 이야기에 이렇게 많은 걸 담을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우선 전체 구조는 천일야화적인 프레임을 가진다.  이야기의 시작은 화자가 칼리프 앞에서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화자가 왜 칼리프 앞에서 이런 신기하고 기이한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마지막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하고 난 뒤에야 밝혀지게 된다. 천일야화의 화자는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매일 밤 칼리프에게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칼리프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매일 화자의 목숨을 연장시켜준다. 이 이야기의 화자 역시 자신의 죽음을 유예하기 위해 이토록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전하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맨 바깥쪽의 프레임이 칼리프 앞에 선 화자라면 그 안쪽의 액자 속에는 화자가 한 상인이자 연금술사에게서 들은 세 개의 이야기가 있다. 화자 바슈라는 해외 곳곳에서 값비싼 물건들을 거래하는 상인이며, 진귀한 물건을 귀하기 위해 바그다드에 새로 생긴 상점에서  한 연금술사를 만나는 장면을 칼리프에게 묘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가의 가장 핵심 상권에 새로 자리 잡은 상점에 들어가서 만난 한 연금술사는 바슈라에게 새로운 물건들을 보여주는데, 연금술사가 만든 진귀한 물건들과 그의 말에 매료된 화자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서 그가 만든 시간을 여는 문을 알게 된다. 이 문은 말하자면 시간을 가로지르는 웜홀인 셈이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20년 전으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20년 후로 가게 된다. 연금술사는 이 시간 여행 문을 카이로에 있는 상점에 설치했는데, 그 문을 통과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화자에게 들려준다. 



행운의 하산 이야기

두번째 안쪽 프레임에 있는 각각의 주인공들은 카이로에서 시간 여행 문을 통과하여 자신의 미래의 모습과 만난다. 첫번째 밧줄 직공 하산은 청년이 카이로의 상점에서 시간의 문을 통과해 20년 후 큰 성공을 거둔 (늙은)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 20년 더 나이먹은 (늙은) 하산은 과거의 자기 젊은 자신이 올 줄 알고 기다리고 있다가, 젊은 하산에게 미래의 자신이 성공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을 깨알같이 일러준다. 자주 20년 후 자신을 방문하여 충고를 듣는 덕분에, 자잘한 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고, 작게 시작한 장사도 번성해가지만, 어느 날 소매치기 아이에게 지갑을 도둑맞았다가 잡은 사건이 있게 되고, 왜 그 이야기를 미리 해주지 않았는지 늙은 자신에게 묻는데, 둘은 대화 끝에, 자신에게 일어날 모든 일들을 미리 아는 것만큼 무엇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또한 멋지다는 걸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20년후의 자신은 젊은 그에게 도시의 서쪽으로 가서 어느 나무 밑을 캐라고 알려주는데, 시키는 대로 했더니 보물이 가득한 금괴가 발견되어 그 돈으로 씨앗삼아 크게 사업을 벌이고, 대부호가 된 것이다.  


20년 자신의 자잘한 충고가 일상의 작은 성공들을 일구기는 했지만, 도시에서 가장 갑부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나무 밑에서 발견된 보물상자였던 것이다. 그것이 거기에 있었는지 늙은 하산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이 궁금한 젊은 하산은 20년 후의 자신에게 가서 물어본다. 지금의 너처럼 나 역시 늙은 하산에게서 알게 되었지. 알라의 뜻이라고 밖에 다른 설명이 어디에 있겠느냐. 이렇게 행복한 하산의 이야기가 첫번째 이야기이다. 


시간여행의 가장 묘미는 타임 패러독스이다. 과거로 가건 미래로 가건, 시간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바꾸면 현재건 미래건 그 임니 존재한 시간 자체가 사라지는 거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가장 매료시키는 장치가 얼마나 더 말이 안되게 꼬아놓는가 하는 것인 것 같다. 아무튼 밧줄공 하산은 20년 후의 자신 역시 자신의 성공은 20년후의 자신에게서 행운의 보물 상자를 알게 되었고, 그 20년 후의 하산은 다시 20년 후의 자신에게서 행운의 보물 상자를 알게 되었던 것이고, 그렇게 살아가면서 20년 후의 나이가 되면 젊은 자신과 조우하여 자신이 다른 시간의 자신에게서 들었던 똑같은 말을 과거의 자신에게 하고 있을 것을 알고 있는 삶을 타임 루프속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이다. 


불운의 아집 이야기

이것은 연금술사가 화자에게 들려주는 첫번째 이야기로 시작에 불과하다. 연금술사가 들려주는 두 번째 이야기는 더욱 기이하다. 양탄자 방직공인 아집은 하산의 이야기를 들은 후, 20년 후 자신의 모습을 만나러 같은 문을 통과하여 간다. 하산의 이야기 20년 후 부자가 되어 있으리라 기대한 아집은 20년 후에도 현재 아집이 사는 똑같은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크게 실망한다. 20년 후에도 전혀 부자가 되지 않았단 말인가. 그의 20년 늙은 자신은 젊은 자신에게 부자가 될 만한 아무런 충고도 도움도 되어 주지 못했단 말인가. 조용히 집 앞에서 미래의 자신을 기다래고 있던 아집은 낡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실패한 자신을 목격하지만, 앞에 나서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하다가, 그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서는 20년간 더욱 더 낡아빠진 초라한 살림살이들을 보고 더욱 실망한다. 그러다가 자신이 돈을 모아두는 나무 상자가 여전히 자신의 열쇠로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 열어보고는 놀란다. 그가 조금씩 저축해두던 그 나무궤에는 금은보화가 가득 들어있었던 것이다.  부를 가졌으면서도 전혀 쓸 줄 모르는 인색하고 째째한 노인이 된 삶의 기쁨을 모르는 노인에게서 죽으면 가져가지도 못할 금은 보화를 젊은 자신이 훔쳐가서 평생을 즐겁게 먹고 쓴다면 더욱 행복한 자신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어르면서 젊은 아집은 20년 동안 모아둔 자신의 20년 후의 금은 보화를 모두 훔쳐가버린다. 


20년후의 자신에게서 20년동안 모은 돈을 훔치는 젊은 아집은 생각한다. 이러한 부는 이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에게 부여되어야 해. 늙은 자신에게서 훔치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 돈을 빼앗기는 사람은 20년후의 늙은 자신이지만, 그 돈의 수혜를 보는 사람 역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괴를 가지고 카이로에 있는 연금술사의 문을 통과해 20년 전의 젊은 자신으로 돌아온다. 늙은 자신이 애써 모은 돈을 훔쳐 온 아집은 그 돈으로 큰 집을 사고 흥청망청 물쓰듯 돈을 쓰고 다니다가, 평소 사모하던 타히라에게 청혼하여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지만 2주째가 되어 그녀가 납치당하고, 납치범들은 그에게 큰 돈을 요구해 모든 재산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써버리고 빈털털이가 되어 버린다. 납치에서 풀려나고 남편의 모든 돈이 훔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타히라는 서로 노력하여 그 돈을 마지막 동전 한잎까지 갚자고 맹세한다. 그리하여 둘은 죽어라고 인색하고 째째한, 한푼이라도 생기면 20년후 자신에게 훔친 돈을 갚기 위해 모두 상자에 저축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리하여 20년째가 되었을 때, 다시 한 번 그 돈을 훔치러 오는 자신을 기다리게 된다.


젊은 아집은 금궤를 훔친 후, 한 번도 카이로의 연금술사의 상점에 들르지 않았고, 미래의 자신을 방문하지도 않았다. 길고 긴 20년간의 저축 끝에 어느 날 집에 돌아와 보니, 보물상자가 없어진 것을 보고서 그제야 자신이 빚을 갚았다는 것을 알고는 연금술사에게 와서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하산의 아내와 그녀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 

세번째 이야기는 첫번째 스토리의 주인공 하산의 20년 후의 아내 라니아가 젊은 하산을 만나는 로맨틱한 이야기인데, 여기에 그가 이룩한 부에 관련한 엄청난 비밀과 판타지가 숨겨져 있다. 라니아의 이야기와 화자의 이야기 하나가 더 있어서 모두 다 이야기하면 더 길어져서...


다음 포스트에 계속 https://blog.aladin.co.kr/705307136/108976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학 신간에 카를로 로벨리의 신간이 떠서, 찾아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저자가 쓴 책이다. 작년에는 보이는 세상은 실재가 아니다가 나와서, 슬슬 읽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빛의 속도로 또 새책이 나오는구나.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새 책의 제목은 반대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다. 세 개의 책 제목이 물리학 책 제목 치고는 시적이어서, 원제를 찾아보니 까막눈이다. 영문 제목이 원제에 충실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 표지를 보고 영문 제목과 대충 대조를 해보면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Seven Brief Lessons on Physics 이고, <보이는 것은 실제가 아니다>와 <첫번째 과학자 아낙시만드로스>는 각각 The reality is not what it seems The First Scientist: Anaximander and His Legacy 으로 한국제목 모두 원제에 충실해 보인다. 새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The order of time으로 모두 영문 오디오북 까지 검색된다. (Audible을 구독하고 싶지만, 듣는게 더뎌 별 메리트가 없을 듯). 영문 오디오북의 알라딘 판매 가격은 3만원대로 아마존 오더블 서비스를 1달에 15불 정도에 이용하면서 세 권을 들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싸지만, 소장한다는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북을 이용하면서 기계음이라도 읽어주는 기능에 매료되어 영어원작의 번역본을 읽을 때 유튜브 찾아서 가끔 같이 듣곤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시간을 내서 정리를 해봐야겠다. 


(아래 <모든 순간의 물리학> 리뷰는 재업임에도, 서재 인기글에 떠서, 무척 찔리는 마음에,  오디오북에 대한 오전 중 경험을 토대로 내용을 약간 추가한다.)  영문판 오디오북을 구매하면 새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데이비드 컴버배치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오더블에서는 20불 가까이 되지만 구글 플레이에서는 1만4천원 선으로 나름 합리적 가격인 것 같다. 미리듣기 해봤는데, 데이비드 컴버배치의 절제있고 세련된 오만하고 기품있는 영국식 발음을 저음으로 깔고 시를 읽듯 나직하게 하지만 또박또박 읽어준다. 이 분의 책 자체가 물리학임에도 문장이 시적이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아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한글 책 읽으면서 영어 오디오북을 들으면 두 언어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모호성이 조금은 해소되는 느낌이고, 영어 공부도 된다.



아무튼 카를로 로베르의 책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좀 띄어주는 분위기여서 이 책을 읽기는 했는데 짧았던 것만 기억나고, 도통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출간 시기에 맞춰 내 리뷰를 찾아보니 2016년 초에 써 놓은 게 있다. 리뷰를 읽으면 대략 내용과 그 때 들었던 생각들이 기억이 나는 편인데... 별로 그렇지 않고 매우 새롭다. 새롭고 신기한 기억력이여. 어쨌든 대략 어떤 식으로 글을 쓰는 저자인지는 다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재업한다. 



(2016년 모든 순간의 물리학 리뷰 재업)

찰스 다윈이 종이 진화한다는 엄청난 아이디어를 최초로 적었을 때, '내가 생각하기에는...'으로 서문을 시작했다. 마이클 패러데이가 전기장이라는 혁명적 아이디어를 소개할 때에도 주저하는 말투를 썼다. 천재 아인슈타인이 광자를 증명했을 때도 '내가 보기에는' 으로 말문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빛 에너지가 공간 속에 비연속적으로 분포한다고 가정할 경우, 형광물질이나 음극선 생산, 상자에서 나오는 전자기 방사선을 비롯해 빛의 방출 및 변화가 관련된 유사 현상들을 함께 관찰해야 이해하기가 더 용이할 것 같다. 여기서 나는 빛 에너지가 공간 내에 연속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의 특정한 지점들에 위치하고 이동은 하지만 서로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 하나의 개체로서 생산되고 흡수되는 일정한 수의 '에너지 양자'로 이루어진다는 가설을 염두에 두었다. (p31, 재인용)"

 

'이 간단명료한 몇 줄의 설명은 양자이론의 진정한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것(p31)' 이다. 1900년 막스 플랑크가 처음 상상하고 측정했던 양자 역학의 핵심은 전기장의 에너지가 양자(quantum)과 같은 덩어리 형태로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었고, 빛이 무리를 이루어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다. 1910년과 20년대를 지나면서 닐스 보어는 양자도약(quantum leap) 이론을 알아내어 발전시켰고, 하이젠베르크는 모든 물리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양자역학 기본 방정식을 쓰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의 손을 떠난 양자 역학은 최초의 이론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있었다.  이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을 설득하지 못했다. 간담회와 서신, 언론 기사 등을 통한 수년간의 대화 끝에  아인슈타인은 이 이론이 세상을 이해하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몇 가지는 더 합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고, 그 상태로 한 세기가 지나도록 같은 지점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이론이 확신이 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도 양자역학 방정식은 일상에서 매우 유용하게 널리 사용되어 왔다. 이 이론의 핵심은 현실은 상호작용으로서만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오히려 이론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증폭되고 있다. 현실의 본질에 깊이 침투한 이론인지, 혹은 우연히 맞아 떨어진 이론인지, 아직 완성하지 못한 퍼즐의 한조각인지, 혹은 우리가 아직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심오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신호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이것이 물리학계 지식의 중심에 놓여있는 역설적 상황이다. 20세기에 남겨진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모순된다. 그럼에도 두 학문은 각 영역에서 동시에 수많은 학문의 바탕이 되어 왔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학과 천체물리학, 중력파와 블랙홀 연구를, 양자역학은 원자물리학과 핵물리학, 기초입자물리학, 응집물질물리학을 비롯한 수많은 학문의 바탕이 되었다. 한쪽에서는 모든 것이 연속적인 곡선 공간에서 설명되고, 다른쪽에서는 에너지 양자들이 불연속적으로 점프하는 평평한 공간에서 설명된다. 문제는 모순되는 이 두 이론이 모두 현실에서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두 이론의 모순을 해결해 보려는 연구 분야를 양자중력이라고 하는데, 이 학문의 목적은 세상에 대한 일관된 관점의 이론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모순된 두 개의 이론을 통합한 경우는 이 전에도 많았다. 뉴턴은 갈릴레오의 포물선과 케플러의 타원을 조합해 만유인력을 찾아냈고, 맥스웰은 전기이론과 자기 이론을 조합해 전자기 방정식을 찾았고, 아인슈타인은 전자기와 역학 사이의 심각한 모순을 해결하려다가 상대성 이론을 발견했다. 이탈리아의 과학자이며 이 책의 저자인 카를로 로벨라가 양자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결합하여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한 이론이 루프양자중력이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의 핵심은 공간은 연속적이지 않으며 무한하게 나누어지지도 않지만 아주 미세한 크기의 공간원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공간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 속에 있지 않으며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진다. 루프 방정식은 빅뱅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주가 극도로 압축된 상황에 양자 이론을 적용하면 대폭발이 일어나며, 때문에 이 세상은 현재 이전의 우주에서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거의 우주가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압축돼 아주 작은 공간 속에 짓눌리다가 결국 재도약을 한 후 다시 확장하기 시작해, 현재 우리 주위에서 관찰되는 계숙 확장하는 우주가 된 것이라는 것인데, 이 재도약의 순간 우주가 호두껍질만한 공간 속에 압축되어 있을 때 공간과 시간이 모두 사라지고 세상이 수많은 가능성의 구름 속에 녹아 있는 양자중력의 왕국이 펼쳐지며, 양자 중력 방정식들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현재의 우주는 그보다 한 단계 전의 도약에서, 공간도 없고 시간도 없는 중간단계를 통과하면서 탄생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설명한다.


열은 언제나 뜨거운 것에서 차가운 것으로 이동한다. 그러므로 과거와 미래의 차이는 열에서 발생한다. 볼츠만은 그 이유를 확률적으로 설명하는데, 뜨거운 물질의 원자가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가 차가운 원자에 부딪히면서 약간의 에너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많고, 반대로 차가운 원자가 뜨거운 원자에게 에너지를 남겨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볼츠만은 이 가능성을 열역학의 배경을 설명하려 했으나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190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시간적 현상은 세상의 미세한 상호작용들이 하나의 체계 속에서 무수한 변수들의 평균을 통해서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공간이 하나 하나 떨어져있고, 시간이 존재하지 않으며 사물이 어떤 공간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도 어려워하는 것들을 독자 입장에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 복잡한 물리학 법칙 속에 있는 핵심 아이디어를 일반 독자들에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은 일반 독자들의 평범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므로, 대략 무슨 말인지에 알 것도 같다. 인간의 지식이 성장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존재와 우주의 극히 일부분을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우주는 우리 사고의 공간 속에서만 존재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아마도 새로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일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일즈 보르코시건 : 마일즈의 유혹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5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창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일즈가 경험하는 세타간다 제국은 30 세기 미래의 기술이 만들어 낼 가상의 낯선 인류와 계급과 문화 제도,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원래 제목이 《세타간다》인데 이런 식의 고유명사가 독자들의 관심을 쉽게 끌지 못할 것을 우려했던 것인지 한국어판에서 《마일즈의 유혹》으로 바뀌었지만, 그래서 이러한 제목의 변경은 전체 내용을 편협하게 축소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편에서 뿐만 아니라 어느 편에서건 남성 호르몬이 최대치에 오른 나이의 마일즈는 항상 매력적인 여성들에게서 유혹을 받고, 그 때문에 문제를 자초하기에, 이번 편이라고 해서 여성 문제에 관해 그리 특별하다고 보여지지도 않는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비교할 때 《마일즈의 유혹》의 다른 점은 전투씬이 없다는 거다. 전편에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세타간다 제국에 외교 사절단으로 방문한 마일즈는 게놈을 통해 유전자의 선택 교배에 따라서만 후세가 결정되는 이 사회의 문화와 예절을 배우는 중이다. 사실 1편에서 이미 다루었지만, 항성계를 연결하는 웜홀 문제로 수백년(600년이었던 걸로 기억) 간 나홀로 항성계에서 고립 시대를 겪는 동안 보수적이고 남녀 차별적인 중세풍의 황제정과 보루라는 귀족 사회가 지배하는 문화를 갖는 바라야 행성도 21세기의 눈으로 볼 때 굉장히 이질적이다. 그러는 동안 전 우주에 걸쳐 가장 많은 항성계와 도약 웜홀의 지배권을 가진 세타 연합의 지배자는 독자인 21세기 지구인의 시각으로 볼 때 뿐만 아니라 바라야인의 시선에서도 신비롭고 이질적이면서 이해불가능하고 괴상한 점 투성이다. 


전투신이 빠진 이번 편에서 새로운 전투는 보이지 않는 어떤 계략과 마일즈와의 두뇌 게임이다.여기에 세타간다의 유전자 풀을 지배하는 은둔적 호트 여성과 우연히 엮인다. 우주선에 침입한 괴한을 처치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막대 모양의 정체 모를 물건을 손에 넣었는데 그게 호트족의 후세 유전자 정보를 보관하는 정보를 여는 유일한 열쇠다. 어쨌든 이 월등한 유전자 조작 인류인 호트 여성은 그들을 보자마자 저항의 여지를 주지 않고 열병처럼 확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가졌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 때문인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철저하게 폐쇄되어 있으며 자신들 외에는 절대로 외부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열쇠를 가진 마일즈를 찾은 호트 리안은 열쇠를 돌려받기 위해 구형의 떠다니는 거품에 은폐한 자신의 모습을 마일즈에게 드러내고, 가뜩이나 남성 호르몬이 콸콸 쏟아지는 왕성한 나이의 마일즈는  이 거부할 수 없이 완벽한 아름다움을 유전적으로 구현한 여성에게 빠져버리고 만다. 


제국보안사에 근무하게 된 마일즈는 팔촌 형 이반과 함깨 세타간다의 황태후 장례식에 사절단의 자격으로 왔지만 신체적 약점에서 비롯된 뿌리깊은 열등감과 뛰어난 두뇌로 어떻게 해서든 인정욕구에 시달린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가 관여하게 된 사건은 그 목적이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불분명하다. 이반의 훤칠한 키와 수려한 용모의 이반은 마일즈와 함께라면 더욱 두드러지지만 야망이 없고 상사에게 주목받고 싶지 않은 그가 마일즈와 한팀이 되는 것은 여러가지 위험한 일에 말려들고 협조하게 됨을 의미한다. 바보 이반과 키작은 마일즈를 보고 있노라면, 왕좌의 게임이 자꾸 생각난다. 누이를 사랑한 제이미 라니스터가 이반처럼 물러터지지지도 않고 마일저가 티리온처럼 노련하고 전략적인 인간인 건 아니지만(이 점은 아직 그가 청소년기라서라고 이해) 두 사람의 케미가 (원작이 쓰여진 시점에서 볼 때 크게 서로 영향을 받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돋보인다.


괴한에게 빼앗은 물건이 세타간다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한 물건이며 이것은 죽은 황태후가 정체된 세타간다의 부흥을 위해 계획한 거대한 작전의 음모임을 알고도 이를 일리안이나 상사에게 즉각 보고하지 않고 계속해서 자신과 이반 더 나아가서는, 일이 잘못되는 경우 애당초 괴한을 보냈던 목적인 상대쪽의 계략에 빠져 유전자 열쇠를 훔친 스파이로 침략의 빌미를 주게 되고 결국 바라야 행성 자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매우 민감하고 정치적인 사건임에도 자신의 힘으로 직접 처리해야 한다는 직감에 능수능란한 거짓말과 밥먹듯 하며 호투 귀족, 겜 귀족, 상사 등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직접 사건의 본질을 캐기 시작한다 


본격 탐정 쟝르로 보기엔 개연성이 살짝 갸우뚱하지만, 어쨌든 이야기의 흐름은 광대한 우주의 절반을 지배하고 있는 세타간다에서 바라야 제국을 희샹양 삼아 벌이는 권력 투쟁의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탐정 소설로 볼 수 있다. 


결국 이 호트귀족의 열쇠 도난 사건을 이해하려면 세타간다의 독특한 지배체계와 문화, 관습, 제도를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는 벌어질 수 없는 사건이다. 그 때문에 이 세계관을 묘사하는 텍스트가 많아져 다른 편에 비해 속도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행성의 두뇌가 결국은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한 신인류로의 변화, 그에 따른 21세기에는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확고한 승계 방식의 카스트 계급 형성, 전통적 부부 및 가족 제도의 소멸과 새로운 대체 가족의 대두에서 비롯된 가능성있는 미래임에 동의하게 된다. 


여러 항성계의 많은 세타 행성들을 지배하는 자는 호트 귀족의 황제로 황제와 황태후 호트귀족과 그 배우자의 역할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독립작이기도 하다. 호트와 호트 부인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부부라고 생각하는 수준의 친밀감과 사랑을 기반으로 형성된 가족이 아니라 유전자를 공유하는 공식적인 배우자일 뿐이다. 그 이유는 세타라는 사회 자체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번성허고 유지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유전자가 섞이는 게 아니라 호트의 메인 게놈 속에 선택적으로 유전자를 자르기와 붙여넣기로 후세를 선택 배양하는 것이다. 이 일의 책임과 권한이 황태후에게 있고 황제는 그것을 손대지 못한다.



호트 계급 여성들은 완벽하게 은둔하고 있어서 아무도 그들을 본 사람이 없다. 그들이 공적인 행사에 나올 깨는 둥둥 떠다니는 의자에 타고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는 거품 속에 모습을 감추고 다닌다. 아랍의 부르카를 연상할 수 있는데, 그들과 달리 이러한 은둔이 이 사회에서는 특별한 계급으로서의 특권이다. 공적 파티에서조차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을 무시하는 것이 그들의 사회에서는 예의에 해당한다. 


먼 미래에는 현재에 비윤리적이라고 금지한 많은 것들이 여러 우회로와 느슨한 구멍을 통해 빠져 나가고 결국 지금은 질병예방과 장애의 표식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는 인간 유전자 조합 기술이 어떤 식으로든 큰 전기를 맞게 될 사건이 무한한 미래의 역사에 기다리지 않을 보장이 있을까. 소름끼치는 대목은 바로 이러한 유전자 기술에 의한 번식 방법이 ‘난수적인 자연 진화의 낭비를 피하고 그 대신 이성의 효율성을 추가’한다고 믿는 호트 귀족들의 가치관이다. 수백만년 진화의 결과를 크리스피 유전자 가위로 쌍둥쌍둥 자르고 붙이고 이어서 원하는 외모, 성격, 두뇌를 가진 인간을 창조해 내고 그 게놈은 바로 호트 귀족의 여성인 황태후가 독점한다는 게 이 사회에서 아주 소수의 호트족이 스스로를 가치있게 만들고 전우주를 지배하는 원리다. 그런데 어느날 황태후는 이러한 지배 질서의 전복을 꾀하고 일을 다 끝내기도 전에 죽은 것이다. 



세타간다와 바라야는 마치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침략과 약탈의 뿌리깊은 역사를 가진 탓에 심적으로는 엉숙이지만 약소국과 대형제국이라는 틀 때문에 그럭저럭 평화를 유지하고 교류하늠 상태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한달여간 지속되는 장례식에서 마일즈가 경험하는 문화는 이질적이지만 호트 귀족은 뛰어난 마일즈가 과외 교습을 받아도 때때로 실수할만쿰 복잡하고 흥미롭다. 유전자 조작으로 결정된 소수의 지배자 계급인 그들은 하류 계급 역시 자신들의 목적에 맞게 조작하고 조절한다. 자연 임신과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인간을 '생물'로 지칭하며 우리가 동물(?)한테 그러듯 생물취급한다. 우리가 생물인건 맞는데, 막상 선택된 게놈에 인공적으로 편입된 유전자들과의 결합으로 태어는 그들이 인간을 그렇게 부르는 건 뭔가 억울하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조작 여인들의 완벽한 미는 마치 일생에 한 번 누구나 걸리는 질병처럼 치명적이다. 이상한 일에 휘말려 탐정행세를 하게 된 마일즈의 이번 편의 쓸데없는 모험과 호기심은 자신도 그 이유를 잘 설명하지 못한다. 다만 괴한의 습격때부터 상부에 보고했더라면 어쩌면 보기 좋게 모반자의 음모에 말려들어 세타간다와 바라야 사이에 전쟁 촉발의 빌미를 주었을 것이라는 마일즈의 확신 밖에. 결과적으로는 마일즈가 또 한번 바라야 제국을 구하는 일이 되었고, 과정적으로는 열등감과 인정욕구 혹은 공을 세워 승진하려는 속물적 욕구 혹은 치명적 유혹 때문인 듯한데.. 이렇게 과감하게 일을 끌고 나가면서도 심리적으로는 갈팡질팡하는 마일즈는 여전히 귀엽고 매력적인 작은 악마적 캐릭터다. 이제 스무살.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먼 미래에 어떤 과학이 현재의 숱한 한계들을 극복했을 때 도래할 수 전혀 새로운 사회를 제시했기에 나로서는 그 어떤 전투적 소설보다 흥미로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lip Studio Paint, 캐릭터를 살리는 배경 그리기 노하우
요-시미즈 지음, 김재훈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 대해 상세히 얘기하기 전에 우선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먼저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그림 및 아트 분야에 문외한이지만, 최신 도구를 이용하여 멋진 일러스트를 그리는 과정 자체에 관심을 가진 나로서는 실제 산업에서 어떤 툴들이 이용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도 근사한 일이다. 제목이 시사하듯, 당연히 이 책은 클립 스튜디어 아트의 기초 사용법이나 강의가 아니라, 배경 그리기 노하우에 관한 책이다.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 붓의 선택과 붓에 대한 성질 사용 법 물감과 캔버스 등의 자재에 대해 이미 숙지하고 있어야 하듯, 디지털 일러스트 그림을 그릴 때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에 대한 사용법은 대략적으로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문외한인 나로서는 일러스트 하나로 모든 걸 다 하는 줄로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프로들은 채색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가 바로 그 채색 프로그램이다. 


물론 책에서 제공하는 테크닉으로 그림을 그리는 기본적이고 단편적인 방법은 책에 나와있지만,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소개는 없어서 클립 스튜디오 아트 한국어 페이지를 방문해 보았다. 짐작했던 것처럼 클립 스튜디오 아트는 그리기와 채색 작업에 특화된 소프트웨어이며, 종이에 펜과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우수한 태블릿 엔진을 장착하여, 현존하는 최고의 필압인 8192 단계를 제공하는 와콤 태블릿의 8192 단계의 필압을 모두 지원하여 정교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책과 함께 세 개의 커스터마이징된 브러시를 제공하는데, 이미 1천여종의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브러쉬가 제공되고 있다는 홈페이지 소개를 토대로, 얼마나 다양한 도구를 만들어 쓸 수 있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매뉴얼은 영어로만 지원되는 듯하고, 딥러닝에 디반한 AI 자동 채색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아도브사의 모든 도구들이 CS 버전으로 매달 통장에서 돈을 뜯어가는 것과 달리, 무엇보다도 이 소프트에어는 전통적인 판매 방식으로 한 번 구입하면 영원히(?) 소유하고 업데이트도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을 읽기 전에, 책의 부록으로 영진닷컴에서 함께 제공하는 부록 파일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http://www.youngjin.com/reader/pds/pds.asp 에서 스케치로 시작하여 다양한 과정을 거쳐 채색이 완성되어 가는 부록 파일들을 살펴볼 수가 있다. 워낙 많아서 그림 완성 및 변형 단계의 일부를 축소해서 화면을 배치해봤다. 


그림에서 살펴보듯,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실무에서 직접 응용이 가능한 그리기 제작 과정을 담고 있다. 클립 스튜디오 페인트의 아주 기본적인 사용법과 용어, 특전 브러시의 사용법, 입체를 그리는 기본 방법들이 매우 간략하게 그림 위주로 소개되어 있고, 33쪽부터 바로 실무에 들어간다. 위에서 예를 들은 배경의 이름이 벚꽃 지는 거리인데, 이 씬 외에도 총 8 개의 씬의 초기 스케치에서부터, 마지막 완성 단계, 그리고 변형까지를 단계별로 설명하고, 상세한 단계 컷은 jpeg 파일로 제공된다. 


배경은 원근법적 지식이 없어도 그럴 듯하게 그릴 수 있는 하늘, 구름, 자연물 등과  원근법이 필요한 배경으로 나뉠 수 있다. 위의 그림과 같이 지면이 포함되지 않으면, 원근법 없이 그림을 그릴 수 있지만, 건물이 포함되거나 실내, 지면 등이 있다면 원근법의 지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처음 세 개의 씬은 원근법이 필요없는 모티브와 구도를 선택하여, 주로 무플 위 부분을 중심으로 자연적 배경을 하는 그림을 설명하고, 이후 씬은 보다 복잡한 원근법적 지식이 필요한 씬을 중심으로 그림을 그린다.  처음 배경은 회색으로 채우는데, 완성 이미지와의 인상 차이를 줄인다. 배경 채색이 끝나면 캐릭터의 채색 후 머리속의 이미지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실루엣을 가장 먼저 그린다. 이후 간단한 러프를 그리고, 라이팅을 넣고 배경 이미지를 조금씩 완성해 나간다. 


8개의 씬에 필요한 테크닉이 각 단게별로 그 때 그 때 소개되어 있어 유용하다. 초원 그리는 방법 나무 그리는 법, 소품 그리는 법 같은 기본적인 그림 기법도 틈틈히 소개되고, 사진 합성, 색함성 등의 트릭, 인상주의나 추상주의를 연상시키는 고난이도 <인식 그리기> 기법 등도 소개된다. 저자가 진격의 거인, 갑칠성의 카바네리 등의 일러스트에 참여했다고 소개되어 있으며, 여기 나온 그림들이 영화나 포스터에서 익숙한 듯한 씬이라서, 이런 씬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만한 책이었는데, 일러스트에 관심이 있거나, 직접 제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입문하고 실습까지 실무적 느낌으로 해보기에 적당한 책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