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류 4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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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극의 묘미는 역시 반전이다. 모든 카드를 다 소진한 정의의 편에 이제 장렬한 죽음만이 남았을 때 짠 하고 나타나 반전을 이끄는 것은 경찰이나, 신이나 널부러져있던 애인이나 뭐 그런 제3자다. 이 책도 전투 막판의 편리한 반전은 비껴가지 않았다.  

 

제3인류 4편은 인간과 소형인간 사이의 전투와 독립 국가가 되기까지의 긴박한 역사(?)를 담는다. 그 중에서 전투 내용은 거의 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독립국가의 건국과정, 그리고 소형인간들이 작은 섬에서 독립국으로서 외교 활동을 하며 에마슈들만의 경제 문화 사회 제도를 형성해 나가며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전투 과정에서 이제까지 한 편이 되어 에마슈들을 만들고 신이되어왔던 마이크로랜드 팀은 노선 차이로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는 적이 되고, 펜타실레이아는 에마슈들에게, 누시아는 인간 특공대에게 각각 목숨을 잃지만, 결국은 다시 뜻을 합쳐 에마슈들의 건국을 돕는다.

 

전체 줄거리는 이전 편에 비해 간단하다. 에마슈 109가 구해낸 샤오제를 포함한 소형인간들은  우여곡절 끝에 마이크로랜드에 도착하나, 이미 인간을 위협하는 개체로 낙인찍힌 에마슈들은 대량학살의 위기에 몰렸다. 여기까지가 3편. 인류에 위협적인 개체로 낙인 찍힌 에마슈들은 이제 마이크로 랜드에서도 언제 대량학살될지 모르는 국제 정세의 위험속에 노출되어 있다. 에마슈 109의 모험이 계속되고 있는 동안, 에마666을 비롯한 마이크로랜드의 에마슈들도,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을 품고, 인간들이 만들어낸 신화를 의심하며, 인간들 몰래 땅꿀을 파며, 자유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에마슈109 일행이 자기들의 미션을 완료하고 마이크로랜드로 돌아온 이유는 형제 에마슈들을 해방시키기 위해서였다.  에마슈들은 이제 스스로 신 노릇을 하는 인간들의 위선을 깨닫게 되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마이크로랜드를 벗어나 그들만의 세상을 찾아 떠난다. 소형인간들이 협동하여 운전할 수 있도록 개조된 차량에 모두 탄 에마슈들은 따라붙는 경찰과 군 차량들을 따돌리고 멋지게 자동차 추격신을 한 편 찍고, 다비드와 누시아 커플의 도움을 받아 깊은 숲을 지나 먼 화산 지역 석굴 속에 터전을 마련한다.

 

인간 특공대들은 위성을 통해 에마슈들이 숨어 사는 지역을 알아내고 전투는 시작된다. 복잡하고 어두운 굴 속 지형을 잘 알고 있는 에마슈들은 일차 전투에서 게릴라 작전으로 대령과 펜타실레이아 및 오로르를  비롯한 에마슈의 창조자들과 군인들을 포로로 잡는 등 전투를 승리로 이끌지만, 누시아는 인간이 에마슈들을 향해 겨눈 총알을 가슴에 맞고 숨진다. 소형 인간들의 기량을 과소평과했음을 깨달은 인간 특공대들은 대대적인 상륙작전으로 모든 에마슈들을 포위하고 승리의 직전까지 갔으나, 한 때, 인간과 거인의 싸움에서 거인의 멸종을 불러왔음을 기억하는 가이아는 인간과 소형인간 사이의 싸움이 인간을 멸망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염려하여, 화산을 폭발시킴으로써 싸움을 종식시킨다.  이 과정에서 에마슈들은 포로로 묶여 있던 인간 군인들과 오비츠 대령 팀이 화산폭발의 위험에서 목숨을 구해냄으로써,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

 

화산 폭발 덕분에 전투는 에마슈들의 승리로 끝났지만, 다비드는 에마슈들의 독립을 위해 199개국이 모인 UN 총회에서 그들을 대변하여 그들을 인간으로 취급할 것을 설득한다. 그들을 말로 설득하는 것은 실패하지면, 동료들의 기지로, 동물보호협회를 비롯한 모든 민간 단체 및 소수를 위한 협회체들의 설득과 지원을 이끌어내 극적인 동의안을 얻어냈다. 이들은 아메리카와 유럽 사이 대서양 한 복판에 자리한 외딴 섬 아소르스 라는 제도 네 꽃의 섬이라는 플로르스 섬에 정착한다. 그 땅은 포루투갈의 영토이나, 고래잡이를 하던 주민들이 생업을 잃고 인구가 줄어가던 중, 거액의 보상금에 합의해 다른 곳으로 이주함으로써 평화적으로 영토를 획득하게 된다.

 

한편 소형인간들과의 전투에서 서로의 짝을 잃은 오로르와 다비드는 전생 여행을 통해, 그들의 첫 생애에 부부이었음이 밝혀지고, 1편에서 오로르에게 반했던 다비드의 사랑이 결실을 맺지만, 로맨틱하기보다는 조금은 코믹하게 묘사된다. 이로써, 인간을 만든 거인을 인간이 멸망시킨 경위가 모두 설명되었고, 사랑은 이루어졌고, 연구원들의 미션은 완수되었다. 처음부터 작가는 다비드웰즈를 통해 소형인간이 차세대 인류가 될 것이라는 암시를 주는데,  그렇다면 5편에서는 거대한 쓰나미나 행성 충돌 같은 엄청난 사건에 인간들이 거의 멸망하고 극소수의 인간이 소형인간들과 살아가다가, 6편 쯤에서는 에마슈들의 까마득한 후손들에 의해 최후를 맞게 될 듯하다.

 

제2부 끝이라고 되어 있는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아마도 한권짜리 원서를 쪼개서 두 권으로 나누어 출판한 듯하다. 인기 작가의 한권짜리 책을 두 권으로 나누다 보니 얇아지는 게 안스러웠던 모양이다.  책의 크기를 확 줄여서 320페이지를 만들었고 양장 표지도 완전 두껍다. 판본 크기는 미니북 보다 조금 큰 정도이다.  그러니까 베르나르씨는 이제까지 1부, 2부 총 두 권을 썼는데, 번역되면서 각 한 부가 양장판 두권짜리로 바뀐 듯하다. 뭐 하루 이틀도 아니고.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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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3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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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줄거리 바로가기

2편 줄거리 바로가기

 

 나에게도 인간을 닮은 예쁜 미니 인간들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다. 어릴 적 나의 에마슈는 베르나르 베르나르가 창조한 것보다 훨씬 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고, 시험을 볼 때 모르는 답을 알려준다거나, 혼자 있어 심심할 때 수다를 떨만한 천사 같은 수호신이자, 친구였다. 나에게만 필요했으므로, 한 명이면 충분했다. 나의 에마슈는 꽤 오랫동안 내 머리속을 굴러다니다가, 키가 더이상 안클 무렵부터 사라져갔다.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소형 인간 에마슈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1편과, 2편은 전개에 불과하다. 에마슈들이 곳곳에서 움직이고 말하고 생각하고 변화해 가고, 하나의 시점을 갖는 인격체로 묘사되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읽어도 괜찮을 듯 싶다. 처음 다비드 웰즈와 연구진들이 유전자 합성을 통해 만들어냈을 때, 그 숫자가 천명이었던 에마슈들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번식이 가능해졌고 그 숫자도 5천을 넘기 시작하면서 고도로 전문화된 기술을 마이크로랜드 내에서 학습하게 되고, 세계 곳곳에  인간을 위한 도구로 임대되어 활약한다. 문제는 그들이 인간이냐, 동물이냐, 물건이냐, 그들이 무엇이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르지 않은 상태에서 도구화되었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으로 임대된 에마슈들은 인간 사회 구석 구석에서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인간들에게 헌신적이고 복종적인 일꾼들이 된다. 그들은 대통령의 서재에서 하루 종일 책상 정리를 하고,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는 외과 수술을 하는 등 활약이 눈부시다. 그러나, 어디에든 악인은 존재. 외과 수술의로 임대된 한 에마슈를 의사의 아들이 데려가 고문과 가학행위 후 서서히 몸을 난도질하며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이 일을 계기로 에마슈들에 대한 정체성 문제가 대두된다.

 

상냥하고 인간 친화적으로 인간의 일을 도와주는 에마슈들에게 막상 가혹행위와 살해사건이 일어나자 인간들은 이제 사건의 법적 적용을 둘러싸고 악마적 본성을 드러낸다. 에마슈의 가혹행위 및 살해에 살인죄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인간이냐 하는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 만일 인간이라면 이제까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맞춤형 도구화 되어 있는 그들과 창조주로서 숭배받는 관계를 청산하고 동일한 인격체로 대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인류 역사를 볼 때 인간이 언제 이기적이지 않았을 때가 있었던가. 인간의 유전자가 흐르는,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에마슈들이지만 단지 애완용 장난감이자, 노동력을 제공하는 도구일 때만 인류의 본성적 이기심을 충족시킨다.  따라서, 범죄자에게 살인죄를 물으려면 에마슈들은 인간이 누리는 기본적 권리를 부여받아야 되고 그렇게 되면 인간은 그들에게 의지했던 많은 편리함을 포기하고 그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 150년 전 미국에선 목숨을 걸고 같은 종족인 인간 노예의 해방을 반대했던 인간들이 바비인형만한 소형 인간들에게는 진보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까.

 

다비드 월즈는 에마슈의 인권을 지지해줄 단체들을 찾아 나선다. 그가 찾은 단체의 반응은 재미있다. 동물보호협회에서는 인간의 유기체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므로 동물들 대신 에마슈를 생체 실험에 이용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지지를 거부한다.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찾아간 과학 아카데미에서는 우리 인간과 동일 종이 되기 위해서는 성관계를 통해 혼혈의 자식을 낳을 수 있어야 한다며, 거절한다. 대안세계화 운동가들은 착취당하는 제3 세계 민중을 수호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므로 유사인간들을 지원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낭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찾아간 공산당 간부들은 애마슈들이 우리 노동자들을 대신하여  위험하고 까다로운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에마슈들의 인권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들 모두 정의와 인류 평화를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지만, 협회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제3의 인류는 그들에게 외면의 대상이다.

 

결국 사건이 일어난 오스트리아 법정에서는  에마슈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고 <렌터카 와 유사한 임대물품의 훼손과 반환> 에 대한 범죄에 적용한다. 이런 일들. 판타지 속 인간으로 애지중지 아끼며 읽는 도중 잔혹 변태의 피해자로 묘사하니 작가가 밉지만, 멀지 않은 과거에 심지어 노예제도 하에서의 인간은, 더 한 취급을 받지 않았던가. 설상가상으로 중국에서 파견한 도둑들은 번식에 필요힐 남자 '씨에마슈' 3명을 훔쳐 임대 에마슈와 합체 자체 번식에 성공하고, 불법 복제를 통해 인위적 방법으로 속성 성장시킨 허약하고 질 낮은 짝퉁 에마슈인 샤오제들을 생산, 헐값에 시장에 내놓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 인구는 30만명. 이제 샤오제들은 100유로 안쪽의 헐값으로 각 분야로 팔려나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노예가 되었고, 에마슈를 만드는 다비드의 피그미 프로덕션은 샤오제들을 만드는 중국의 거대 기업을 상대로 불법복제 소송을 제기하지만 특허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그 틈에 2편에서 도주했던 애마슈 109는 가학의 현장에 있던 동료 애마슈 10여 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소년을 살해하고 탈출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이 전세계 네트웍을 타고 인터넷 생방송으로 전파되고 있고 이제 피그미 프로덕션의 예마슈들은 인간친화적인 상냥한 도우미에서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한 개체로 낙인찍히기에 이르렀고 주가는 바닥을 친다. 많은 일들을 겪지만 에마슈 109와 동료들이 디스카운트 펫 샵에서 팔려 가기를 기다리는 샤오제들의 구출을 감행하는 과정에서 겪는 하나의 에피소드는 또다른 인간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대량 생산, 속성 성장하며 인간의 도구로서만이 자신의 정체성이 완성된다는 신념을 갖도록 세뇌당한 샤오제들은 자유를 이해하지 못하며 원치도 않는 것이다.

 

- 우리보고 아무도 갖고 싶어하지 않는 샤오제가 된다는 건가요?

- 미안해요 우리는 자유를 얻기 보다 우리의 가치를 높여 줄 좋은 고객에게 팔려 나가고 싶어요.

- 나는 사무실 책상에 올라 가서 필기구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게 꿈이에요.

- 나는 텔레비전 위에 올라 앉아 있다가 주인이 신호를 보내면 리모콘을 들고 달려 가는 일을 하고 싶어요.

- 만약 아무도 우리에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해 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쓸모가 없게 되 잖아요. 296 297

 

나는 시키는대로 일하면서 살고 싶어요. 만약 내가 자유를 얻게 되면 하루하루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을 거에요. 그러면 내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죠. 그보다 부르는 일이 또 있을까요 298

 

자유란 누군가에겐 목숨과 맞바꿀 숭고한 가치지만, 세뇌된 다른 이들에겐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내 고유 가치조차 무용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제 에마슈 109는 혁명가이다. 거의 속임수에 가까운 설득 끝에 펫샵을 빠져나온 샤오제들은 고객의 사무실이나 티브이 위에 앉아 장난감이 되는 대신 죽음과 맞서야 하는 많은 위협 앞에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걸어야 했다.

 

한편, 가이아의 회상은 선인류인 거인들의 멸망을 설명한다. 가이아(지구)는 혜성과의 잦은 충돌로 파괴될 운명에 처하자 자신의 창조물인 거인들에게 10배 작은 크기의 현인류를 만들어 핵폭탄을 실은 우주선에 태워 다가오는 위성을 파괴하는 임무를 맡겼었다. 그러나 우주선에 있던 현인류의 내분으로 지구에 다가오던 테이아 7의 파괴가 실패로 끝나고, 거인들의 섬 아틀란티스가 혜성과의 충돌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자 가이아는 거인들에게 자신의 역사를 벽화로 남기라고 지시했던 것이다. 이로서 1편의 시작 샤를 웰즈의 아버지 애드몽 웰즈의 죽음이 인류가 가진 태초 문명의 수수께끼들의 실마리들을 제시하며 소설적 상상력을 통해 밝혀지는 순간이다. 세계 각지의 고대 문명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피라미드, 신화의 유사성, 정교한 고대 벽화, 이런 모든 것들을 첨단 과학을 가진 8천년전의 선인류 거인의 존재로 흩어진 퍼즐 조각을 하나로 맞추듯 하나의 그림으로 수렴시킨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너무 많은 지식의 전시를 즐기는 듯하다. 전체 스토리에 크게 영향을 주지도 않고, 딱히 어떤 장치로 쓰인 것 같지도 않은 채, 본문에 삽입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7은 소설 읽기의 집중을 방해한다. 그는 어느 일정 수준의 과학에 바탕을 두고 사건의 진행을 설명하고 묘사하다가, 막히면 그다음 부터는 상상력에 맡기는 선택을 하는 듯하다.  예를 들어, 에마슈들은 단지 작기만 한게 아니다. 그들은 효과적인 면역체계와 방사선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 난생 포유동물인 오리 너구리에 대한 연구로 알에서 부화하도록 설계된  에마슈들은 알파선 베타선 감마선 x선을 조사하여 알 속에 들어있는 애마슈들의 방사선 저항성을 생성시킨다. 처음에는  시험관 수정으로 성공한 에마슈들은 우리 너구리처럼 자연적으로 알을 낳고, 인공 부화 과정에서 다양한 처리를 해 저항력을 높인다. 다소 코미디 같은 엉뚱한 발상이다.  또한 한편으로, 치밀해야 할 에마슈들의 저항 장면, 전투 장면 등의 소설적 세부 묘사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허술하고 능청스럽게 넘어감으로써, 작가가 해야 할 고민을 독자가 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 인류가 수 세기를 거쳐 이루어낸 기술과 노력의 성취들을 한 명의 에마슈가 자기 글자 사이즈보다 10배 큰 글씨의 거인의 백과사전을 읽고 혼자서 맥가이버처럼 모든 걸 해결할 때에는 작가가 그럴 듯하게, 독자가 상상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묘사를 해야하는데, 대충대충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안일함이 이 거대하고 재미있는 플롯에 비해 아쉽다.

 

1편 2편을 뒤돌아 보면 태초 인간을 창조한 것은 인간보다 10배큰 거인들이었고 그들은 인간에 의해 멸망했고, 지금 인간은 다시 또 인간보다 10배 작은 소형인간을 발명해 그들의 신 노릇을 한다. 언젠가 소형 인간들은 다시 또 그들의 필요에 의해 그들보다 열 배 적은 정소영 인간들을 만들고 그들에 의해 멸망하고 또 그들은 다시 또 10배 적은 인간들을 만들고 멸망하고 이렇게 하다 보면 무한 반복으로 바이러스나 미생물만큼 인간이 작아지다가 사라질까.

 

4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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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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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1N1 독감 바이러스 :

제3인류 2편의 약 1/3 이상은 독감 바이러스가 가져오는 종말적인 인류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파괴와 약탈과 탈출과 구조 자동차씬까지 완전 한 편의 재앙 영화처럼 비주얼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이집트에서 발생한 독감이 빠른 속도로 전세계를 강타한다. 급속도로 확산되는 독감 바이러스로 인해 여기저기서 많은 사람들이 증상이 시작되고 하루만에 죽어간다. A-H1N1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과학자와 그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은 미 정보기관에 의해 빠르게 제거된다.  그러나 빠른 전파와 확산 대량의 사상자로 이어지는 독감은 곧 이슈가 되고, 길거리는 약탈과 폭력 화염으로 바뀐다. 오비츠의 비밀 연구소는 대톨령에게 이 소식을 먼저 전해듣고, 식량을 비축하고 연구소를 봉쇄하지만, 각각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와 아버지를 두고 온 다비드와 오르르는 몰래 빠져나가 그들을 구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다비츠의 어머니에게 바이러스 확산의 속도는 너무 빨랐고, 오로르의 아버지에겐 혈육인 딸마저도 약탈자로 의심하게 만들어 결국 그들은 구조에 실패하고 만다. 방역복을 입은 그들은 약탈자들의 눈에 쉽게 띄고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다. 액션 영화같은, 자동차들의 지붕 위로 마구 주행하는 장면을 연출하며 천신만고끝에 겨우 비밀연구소로 돌아오지만, 비밀 연구소 역시 안전한 지대가 아니었다.  식량이 있는 것을 눈치챈 피난민들의 공격에 총격으로 맞서며,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텨가지만 시간이 흘러도 바이러스의 기세는 멈출 생각이 없고 인류는 20억이 죽어간다. 비축한 식량도 떨어지고, 극저칼로리로 연명을 하게 되면서 그들은 연구실 내에서 개발한 작은 동물들을 하나씩 잡아먹고 결국 그들이 키워낸 17cm의 작은 소인 에마슈들까지 먹힐 위기로 몰아가는 둥 연구소 내 분위기는 쌀벌하고 흉흉해진다.  눈이 내리며 추위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바이러스는 기세를 꺾고 사라진다.

 

 

호모 메타모르포시스 (에마슈) :

알에서 꺠어난 아기 소인의 성공적 탄생은 다른 많은 에마슈(MA)들을 탄생시켰다. 최초의 에마는 에마슈001, 그 다음부터는 깨어난 순서대로 에마슈 002, 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들의 성비는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게 계획되었으나, 자연 번식을 위해 남성의 비율도 은 90:10 정도 된다.  비밀연구소에서는 테라리움에 이들을 위한 마이크로랜드라는 마을을 짓고 그들을 교육하기 시작한다. 에마슈들은 인간보다 10배 빠른 속도로 자란다.  바이러스 내성을 가지도록 유전공학적인 설계로 탄생된 그들은 인간들이 A-H1N1에 걸려 80억 인구중 20억 인구가 죽어나가는 동안에도 아무 희생없이 생존한다. 이들은 여섯명의 인간들에게서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평화롭게 살아간다. 2년의 시간동안 이들의 신체 연령은 20세가 되어 건강한 성인이 되었다. 그러나 오비츠는 저마다 자기 일에 몰두해있고, 말수가 적으며, 전혀 성욕도 느끼지 못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들만을 주고받는 것을 목격한다.  

- 인간은 공포와 좌절과 불의와 고통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싸우고자 하는 욕구와 사태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키죠.

- 그런 것들이 우리에게 환상을 심어 주기도 하죠.

- 에마슈들을 성숙시키려면 공포를 가르치고 결핍이 무엇인지를 꺠닫게 해야 한다는 건가요?

- 이제 시작이에요. 우리는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일에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 지 겨우 깨닫기 시작했어요

 이 토론을 지켜보던 대령의 남편이자 거구의 마르탱은 한밤중 테라리움에 침입하여 에마슈들의 물탱크에서 물과 보드카를 바꿔치기 하고, 마이크로랜드의 샘물에선 물대신 보드카가 흐르게 된다.  마이크로랜드는 물인 줄 알고 마신 에마슈들에 의해 보드카 소동으로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황폐해졌다. 건물들이 불에 타고, 분별없는 성행위가 이곳 저곳에서 벌어졌으며, 폭력에 일부 에마슈들은 문을 부수고 도망치기까지 했다.  통제불능의 에마슈들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하여 이제껏 비밀연구원들은 인간의 종교를 그들에게 주입시킨다. 가장 충동적이고,  반항심이 강해 에마슈 001을 살해하기까지한 에마슈 666을 교주로 삼아 연구소 요원들은 각각의 영역에 따라 신의 권위 나누어 갖는다. 예를 들어 오비츠는 전쟁의 신이 된다. 에마슈666은 처음에는 반항하나 인간이 지옥이라 가르친 곳에서 고문과 같은 극한 상황을 만나게 되자 무력해지며 인간을 신으로 따르기로 하고 열렬한 신자가 되어 에마슈들을 종교의 세계로 이끌고 종교 의식을 행한다. 이제 6명의 인간은 에마슈들을 창조한 창조주인 동시에 영적으로 그들을 조정할 수 있는 신이 되었다.

 

첩보작전

이란 시아파의 수니파에 대한 보복으로 행해질 예정이었던 핵공격이 독감 바이러스로 무산된 지 2년이 지난 후 800개의 핵기지에서 핵미사일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오비츠는 이스라엘에서 제작한, 우주선 모양의 소형 무인 항공기에 에마슈 한 명씩을 각각 태워 기지로 보내, 폭파 작전을 실행한다. 리야드를 향해 날아가던 핵미사일은 이 작전으로 인해 중간에 무력화되었지만, 두 명의 에마슈가 탈출 도중 발각되어 마이크로랜드에 귀향하지 못하게 된다. 에마슈 109는 UN에게 인도되자 교육받은 대로 자신이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하나 다른 에마슈가 이란의 군인들에게 잡혀 고문을 당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자백하게 되고, 프랑스 대통령과 UN은 전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렵사리 하수구로 도망친 109와 동료 에마슈는 쥐들의 습격과 싸우면서 맨하탄의 센츄럴 공원 지하 어딘가에서 생존을 하던 중 많이 다친 동료는 결국 죽고 에마슈 109 혼자 남게 된다. 난처한 상황에 빠진 UN에서는 프랑스 대통령을 압박하여 에마슈들을 모두 없애기로 하고, 에마슈들은 대량학살될 위기에 처한다. 이 때 때마침 발생한 지진으로 후쿠시마에 제2의 원전 사태가 발생하자, 오비츠 대령은 이를 기회로 에마슈 부대 24명을 긴급 파견하기로 함으로써 몰살의 위기에서 구해내지만, 에마슈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비상용 냉각 시스템 복구 임무 도중 순직한다.

 

1편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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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인류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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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다비드 웰즈 :

샤를 웰즈 교수의 아들. 병원균에 강함 저항력을 가진 소인족 피그미의 항체 연구를 위해 콩고에 있는 밀림으로 피그미들을 찾아 나섰다가 거대한 마냥개미떼 습격을 받는다. 개미 습격으로 그를 피그미족에게 안내해주던 반투족 가이드가 피신해 있던 나무에서 떨어지며 개미떼들에게 먹히는 장면을 목격하지만,  마침 찾아 헤매던 피그미족 여성인 누시아가 나무 꼭대기에 있다가 도와주어 구사일생 살아나고, 면역체계 연구를 위해 그들에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피그미족은 그를 받아들이기에 앞서 그에게 환각성 약초와 고릴라의 뇌로 만든 음식을 먹이고 종교 의식을 치른다. 이 종교의식 중 다비드는 체면과 환각 상태에서 전생의 삶들의 기억이 있는 문들을 하나씩 열며 전생을 목격하는 경험을 한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밀어붙이는 불도저로 숲이 파괴되고 쫓기어 피그미족들과 함께 화산 근처로 은신하고, 누시아와는 뜬금없이 섹스를 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로 돌아온 다비드는 소르본 대학의 진화연구 학술 경연의 최종 심사에서 피그미족 주제가 연구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실업자가 되고 엄마 집에서도 나와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된다. 이 때, 국방부 산하 대외안보 총국 오비츠 대령의 첩보 활동을 위한 차세대 인류 개발 프로젝트를 제안받는데,  오로르의 아마존족 연구와 함께 한다는 조건이 걸려있다. 실업자 처지가 된 데에다가 오로르에게 마음이 있던 다비드는 오로르를 설득하기 위해 그녀가 일하는 나이트 클럽 스트립쇼를 찾아간다.

 

 

오로르 카메러 :

여성화를 통해 방사능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방안 연구을 연구하던 그녀는 터키에 살고 있다는 전설의 여성호르몬 부족 아마존족을 연구 주제로 진화분과 학술 경연에 참가하여 다비드 웰즈와 함께 최종 3인에 선발 되었다.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가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들은 그녀는 자신에게 혼외정사로 씨를 전해준 아버지 토마 벨그랭을 찾아가 자신의 존재를 밝히고 터키로 아마존족을 찾으러 간다. 히잡을 두르지 않은 외국인 여성을 경계하는 터키 여관에서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을 만나 어지러운 틈을 타서 우여곡절 끝에 스스로를 꿀벌족이라 부르는 아마존족 최후의 왕족 펜테실레이아와 만나게 되지만 터키 북동부에 사는 소수 부족 아머존족은 이슬람의 관습과 반대인 여성 중심의 모계사회인 탓에 종교적 핍박을 당하며 멸종될 운명에 처해 있어 외부인인 그녀를 극도로 경계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존재를 세계에 알림으로써 도움을 받고자 하는 황녀 펜테실레이아의 도움으로 그들 사회의 깊은 곳까지 접근하게 된다. 그녀는 벌꿀목욕이라 불리우는, 발가벗은 채 벌떼에게 쏘이는 고통스럽고 이상한 의식을 통해 그들이 떠받드는 신(지구)과 소통하는 경험을 하고 돌아오나, 학술경연에서 떨어지자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스트립쇼 걸로 일하게 된다. 그녀 역시 오비츠 대위에게 그 연구를 국방 프로잭트를 위해 수행할 것을 제안받으나, 평화주의자인 그녀는 단칼에 거절하고, 스트립 클럽까지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는 다비드의 끈덕진 제안도 거절한다. 한편 부정 선거로 인한 이란의 거센 시민 운동과 탄압에 여론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시작한 쿠르드족의 탄압 장면을 TV뉴스에서 시청하던 오로르는 그녀를 도와준 아마존족의 왕녀 펜테실레이아가 쿠르드족의 극렬 저항세력으로 조작되어 쫒기고 있으며 많은 아마존족이 이미 쿠르드족으로 몰려 학살되었음을 알게 되어 즉각 마음이 바뀌고, 다비드와 함께 오비츠 대령의 국방부 프로젝트를 수용하기로 한다.

 

샤를 웰즈 :

다비드 웰즈의 아버지. 거인족 연구를 위해 남극 얼음 밑 탐사에 나섰다가 조난당함. 샤를 웰즈의 아버지는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백과사전의 저자이다. 


누시아:

다비드 웰즈가 마냥개미떼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해있을 때 나무 꼭대기에서 놀다가 그를 구해준 피그미족의 여성. 어릴 때 부족을 나와 프랑스에서 식물학 박사까지 받았으나 문명에 염증을 느끼고 피그미족의 숲으로 되돌아왔다. 콩고의 숲에 살고 있는 피그미족은 반투족들에게 야만 취급에 인종 차별을 당하고, 무분별한 숲 파괴로 점점 살 곳을 잃어가고 있다.

당신들은 이제 사냥도 베짜기도 할 줄 모르고, 불을 피우거나, 냄새로 길을 찾거나 구름을 보며 날씨를 예측할 줄도 몰라요. 당신들은 생활 장애자가 되었어요.

 

나탈리이야 오비츠 대령

<소르본 대학에서 주최하는 진화연구분과 학술경연의 심사위원이자 대통령의 자문이이자.난쟁이이다. 대통령에게서 자금을 지원받아, 더 작고 더 여성스런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첩보에 쓸 계획을 추진중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신의 뜻으로 요약하며 정당화하는 광신교도들이 인류를 지배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경계한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로부터 살아남은 후손이기도 한 그녀는 전체주의를 증오하며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서 일하다가, 프랑스인인 거구의 현재 남편 자니코 중위를 탈라벤의 포로가 되어 죽을 위기에서 목숨을 걸고  구해주고, 둘은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결혼후 남편의 추천으로 프랑스의 정보기관에서 일하게 되고 공로를 인정받아 별도의 비밀 부서를 구상하고 있던 것을, 당시 내무부장관이었던 스타니슬라스 드루앵이 대통령이 되자, 이 비밀부서의 설립을 실현한다. 퐁테블로 국립 농업 연구원이라는 가짜 조직을 만들어 비밀부서를 운영하고 소형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다비드와 오로르를 불러들이기 이전부터 이미 동물의 소형화에 많은 성과를 올려, 인간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동물의 미니어쳐화에 성공하였다.

 

"독재자들은 그 깃발이 검은색이건 빨간색이건 추록색이건 한통속이 되어 서로 지지합니다. 그들은 노동, 가족, 조국이라는 동일한 가치들을 내세우고 공포와 폭력이라는 동일한 수단을 사용합니다"

 

나(지구)

빅뱅으로부터 시작된 빅히스토리의 역사를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의인화된 지구. 인류가 나타나기 까지의 지난한 빅히스토리를 회상한다. 벌목으로 숲이 황폐해지면 자신을 보호하는 모피가 깎이고 표피가 드러나는 것으로 인지. 샤를 웰즈 탐사팀이 너무 깊숙히 지구 밑으로 들어온 것에 대한 보복으로 그들을 죽이고,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문명을 파괴한다. 한 때, 인류를 자신과 은밀히 교신하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줄 생명체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피부와 피와 자신의 신체를 마구 훼손하는 인류에게 보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다비드와 오로르 두 사람이 각각 피그미족 누시아와 아마존족 펜테실레이아와 조인하여 오비츠의 소인 프로젝트는 비밀리에 시작된다. 누시아의 여성 생식세포와 39cm라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키를 가진 헝가리의 한 남자의 남성 생식세포를 유전자 접합하고, 방사능에 저항하는 펜테실레이아와 강한 면역체계를 지닌 누시아의 특별한 유전정보를 DNA에 새겨넣고, 명주 원숭이의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유전자변형소인 개발이 진행된다. 개발이 진전이 없자, 다비드는 환각제를 이용하여 17미터의 거구로 살았던 전생으로 되돌아가서 현인류를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내던 기억을 되살리는데, 뜻밖에도 해답은 난생, 즉 알에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알에서 태어난 아기는 인간의 1/10크기로 1/10빠른 성장을 하게 될 것을 예고하며 끝난다. 이제 오비츠의 손바닥 위에는 인간의 1/10 크기로 자라게 될 아기가 향후 이란에 첩보원으로 파견될 운명을 안고 쌔근 쌔근 숨쉬고 있다. 두근두근


2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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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유엔 TED - 현재를 바꾸고 미래를 만드는 전 세계 혁신 리더들의 파티
김수현 지음 / 민음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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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가 알게 모르게 카톡으로 전송받거나 인터넷에서 흘러다니는 정보들을 통해 접하는 18분 이내의 짧은 TED 강연은 TED의 전부가 아니다. 유튜브에서 보는 TED는 TED talk이고, TED의 원조는 TED컨퍼런스이다. 각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유명 연사들과 청중들이 함께 머물며 강연을 듣고 파티를 하고 지식 나눔의 갖는 현장인 TED컨퍼런스에서 강연 내용만 하나씩 담은 동영상이 TED톡이다. TED 컨퍼런스는 1980년대 초에 시작되었지만 우리에게 친숙해진 건 <메이커스><롱테일 경제학>의 저자이며 <와이어드>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 컨퍼런스 운영권을 넘겨 받아 <Ideas worth spreading> 이라는 모토 아래 재정비하고 무료로 동영상을 배포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크리스 앤더슨은 TED의 약자에서 비롯된 기술, 엔터테인먼트 디자인 세 개의 영역의 제한을 없애고, 전세계의 흥미로운 연사들을 초청했고, TED톡이라는 이름으로 강연들을 온라인에 무료로 제공하면서 세상의 유명 TED 연사 들이 발표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확산시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로  2009년  TED닷컴 트래픽의 절반 이상이 미국 밖에서 일어나고 TED의 오픈 번역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9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자막을 제공하게 된다.  이후 크리스 앤더슨은 TED 스타일의 소규모 컨퍼런스의 사용을 허락하는 라이센스 형태의 TEDx를 출범, TED를 인터넷 지식 공유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이것들은 다양하게 가지를 치며 TED프라이즈, TED-Ed, TED액티브, TED글로벌, TED위민, TED펠로, TED라이브 등의 다양한 종을 만들어냈다.

 

한국은 세계에서 TED톡의 트래픽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TED톡이 인기를 끌고 TEDx 이벤트가 곳곳에서 열리면서 TED를 모방한 방식의 20분 이내의 짧은 강연은 대세가 되었다.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은 CBS의 간판 프로그램이 되었고, KBS의 강연 100oC도 비슷한 포맷으로 사랑받는다.  TED톡의 핵심 전략은 짧은 시간안에 압축해서 전달하고 생생한 시청각 자료를 곁들이고,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듯 강연을 함으로써, 지식뿐 아니라 감동을 전달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다. TED의 이상이 국내 강연 문화와 형식에 변화를 준 셈이다. 

 

저자의 참관기를 잘 분석해보면, TED컨퍼런스는 세계 유명 엘리트 인사들이 다른 유명 엘리트 인사들과 만남을 구축하기 위해 벌이는 5일간의 성대한 사교장이자, 축제인 듯 싶다. 앨 고어가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돌아다니고, 빌게이츠가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구글의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로비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배우 캐머런 디애즈와 제임스 캐머린 감독 등이 일상복 차림으로 행사장을 누비는 곳이다. 그곳은 창립자의 의도대로 전혀 다른 부분에서 최고의 위치, 최첨단의 길을 걷는 인사들이 서로 만나는 장이다.

 

TED의 가장 흔한 비판은 엘리트주의에 관한 것이다.  체재비와 식사비를 제외하고도 7500불이라는 고액의 컨퍼런스 참가비를 내고도 아무나 참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 특권 층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이 대다수가 미국인 백인 남성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TED 컨퍼런스에 대한 비판이고 우리같이 TED 컨퍼런스란 게 애시당초부터 오르지 못할 나무인 평범한 사람들에겐 엘리트들이 어떻게 뽑혀서 어디에 모여서 무얼 공유하건 그런 비판에 대해 무신경하다.  <블랙스완>과 <안티프래질>의 저자이면서 TED 컨퍼런스에 연사이기도 했던 나심 탈레브는 TED톡에 대해 '과학자와 사상가들을 마치 서커스 단원처럼 낮은 수준의 엔터테이너로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는 연사가 무대에 서기 전, 관객을 사로잡을 만한 매혹적인 시청각자료를 준비하고, 영감과 감동을 주기 위한 제스쳐와 연설 기술을 습득해서 완벽하게 짜여진 극본을 연기하 듯 수십번의 리허설을 거치는 등의 TED 고유의 표준을 만족시키기 위위해 생기는 선택일 듯 싶다. 그렇다고 지루하고 말주변 없는 강의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컨퍼런스라면 TED말고도 널리고 널리지 않았는가. 또한 제3 세계 빈곤과 질병 퇴치 문제 환경 문제 등의 안전한 주제만 건드리며 기술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와 기술 만능 주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있다.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것들에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조건이니 당연하게 기술 만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이런 비판은 '부자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며, 부유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 중산층에 해롭다'는 취지의 닉 하나우워의 5분짜리 소득불평등에 대한 톡을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논쟁적'이라는 이유로 TED 웹사이트에 올리지 않겠다고 크리스 앤더슨이 밝히면서 한동안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어려운 딜레마들이다.

 

비영리 재단의 TED에 비싼 TED 컨퍼런스의 참가비는 TED톡을 더 많이 보급하는데 드는 비용 때문에 불가피하며 이는 모두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실현하는 TED프라이즈와,  풀뿌리 지역 강연인 TEDx 프로그램, TED에드(교육), 번역 프로젝트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어차피 특권층이라면 TED에서 파티를 하건 안하건 특권층이다. 파티를 안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  특권층에 부속된 엘리트들이 비싼 돈을 내고 컨퍼런스에서 지불하는 그 비용이 TED톡이라는 형태의 무료 동영상에 대한 비용으로 지불되어 전세계로 전파되고 있다면 그 비용을 대는 엘리트들의 사교 파티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즉 거액을 참가비를내는 참가자나 후원 기업을 끌어 들이기 위해 '아무나 못하는 특별한 컨퍼런스'라는 이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정의를 외면한다면 TED톡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기득 보수 정치권에 대한 비판은 TED를 무의미하고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의 바다 위에서 표류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문제일 듯 싶다.TED 컨퍼런스의 폐쇄성과 TED 톡의 개방성은 TED 플랫폼 내에서 이렇게 상호 공존한다.

 

TED에서 흥미로운 것은 TED에온 모든 사람들 대부분이 미래를 보는 방식에서 인식의 전환을 겪는다는 것이다. 미래는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다가 마치 스위치를 돌린 것처럼 미래는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이며 내가 그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정말 아름다운 전환 아닌가. 이게 바로 TED다. 크리스 앤더슨 166

 

저자 김수현은 2010년 그렇게 들어가기 어렵다는 TED 컨퍼런스에 기자의 자격으로 초청되어 롱비치에서 열리는 TED 컨러펀스에 관람하고 취재한 내용을 글로 적었다. 이 책은 TED 신자의 전도서 같다. 이해한다. 크리스 앤더슨의 개방적이고도 진취적인 마인드는 자주 정치적으로도 옳아 보인다. 제3 세계의 가난한 천재 소녀도 더 이상 특정 계급의 전유물이었던 지식 사회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고 있으니,  TED를 통한 지식 나눔의 공평함이란 게 아주 허무맹랑한 말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엘고어가 주최하는 조찬 모임에도 참석하고 크리스 앤더슨을 두 번이나 직접 인터뷰했으니 저자의  TED에 대한 애찬은 받아들여질만하다. 그러나 일반 청중으로서 책에서 언급한 TED톡 중 몇개를 짧게 자막없이 감상해 본 바에 의하면 앞에서 얘기한 비판처럼 비주얼적인 자료와 고도로 숙련된 토크 방식으로 매혹시키는 힘은 크지만, 짧고 감동적인 1회성 강연은 깊이가 없이 휘발성 지식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날아가 버리는 경향이 있다(아마도 내가 듣고 기억하는 것보다는 문자로 보았을 때 기억하는 게 더 편해서일지도 모르겠다). 15분이 짧다고는 하지만, 무엇을 보아야 할 지 모르는 경우 이것 저것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만 버릴 수도 있다.  이런 청중을 위해 이 책의 부록과 주석에는 TED톡에 대한 링크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의 내가 좋아하는 토크13편, 배우 벤 애플렉이 고른 '나를 놀라게 한 토크 8편', U2의 보노가 고른 '내게 희망을 주는 토크 8편에서부터 한경 비지니스가 선정한 경영인을 위한 TED톡 20선, 저자가 직접 뽑은 분야별 TED톡 베스트 등이 그것이다.  빌린 책이라 시간이 되면 블로그에 링크걸어 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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