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에서 - 맛, 공간, 사람
크리스토프 리바트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책에서는 대략 18세기 전후에 서구 유럽의 레스토랑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는 듯한데, 대조적으로 13세기 경 이미 활발하게 미식가와 맛평가글이 남겨진 송나라 때의 시식기가 함께 인용되어 있다. 시장의 달콤한 콩수프와 <송엄마>에서 파는 생선스프와  양고기 볶음밥, 수자궁 앞의 돼지고기 요리 등의 다채로운 요리와 맛집들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말해준다. 서구 유럽의 이야기인지라, 동양의 이야기는 짧게 한 페이지로 끝나지만, 우리나라의 맛집 문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레스토랑과 식당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제까지는 식당을 지칭하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레스토랑은 조금 개념이 다르다.  사람들은 배고프면 식당엘 가지만, 레스토랑은 배고파서 가는 곳이 아니라, 그곳의 특별한 실내장식과 분위기와 그리고 서비스를 사러 가는 곳이다. 배고파 들어가서 후루룩 먹고 기다리는 사람에게 빨리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곳이라면, 레스토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기는 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무슨 책인가. 레스토랑의 역사? 아니다. 맛집 이야기? 아니다. 레스토랑 비평서? 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레스토랑 문화사도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수많은 요리사들, 미식 비평가들, 혹은 미식 연구가들의 일화와 자료 모음 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밝히기로는 그들에 대한 정보는 모두 신문이나 책들에 기록된 것들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저자도 인정했듯이 일화를 해석하지 않고 그대로 열거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으나 개별적 사례들의 모음이 가지는 몽타쥐 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저자의 말처럼, 책을 다 읽으면 대략 레스토랑에 대한 어떤 이미지가 그곳에 종사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의 일화들로부터 정보로부터 그려지기는 하는데, 감동이나 어떤 메시지를 기대할 수가 없고, 또한 역사적 사실이라든가, 매우 흥미로운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자료를 모으고 또 모아 연결하여 굉장히 힘들게 책을 완성시켰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독특한 글쓰기이며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개별 인물들의 실제 이야기와 일화로 지식 혹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독자에게는 굉장히 흥미롭다. 그 누구의 이야기이든간에, 이야기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는 보다 생생하게 느껴지고, 감정이 이입되고, 또한 사실적으로 인식된다. 많은 이야기가 실렸을 경우에는 조금 혼란스럽기도 한데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 많은 이야기들을 또 조각조각 나누어서 실었다. 아마도 이야기의 조각을 맞추는 과정에서 시간의 경과와 각 인물들의 시간상의 싱크를 맞추기 위한 장치였을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자주 누가 누군지, 무슨 얘기를 하는지 혼동스러웠다. 


분자요리의 대가 페란 아드리아의 엘불리 레스토랑(스페인), 헤스틴 불루먼솔의 펫덕에 얽힌 많은 스토리,  이와는 반대로 도시에서 80킬로미터 들어가야 하는 산골 구석에서 톱을 들고 직접 기른 양을 도축하여 제공하는 페비칸의 스토리가 흥미로왔다. 특히 페비칸은 겨우 14명의 좌석만을 가지고  운영하는 곳으로 <청결, 신선함, 단순함, 윤리>를 추구하는 생태 음식으로 철저하게 흙맛이 나는 자연 그대로의 로컬 푸드를 제공하는데, 세계 최고 레스토랑 19위까지 올랐다. 


전세계를 누비는 수많은 미식가들이 와서 먹고 잠까지 자고 가는 곳이다. 책은 또한 웨이트리스의 스토리도 많이 담겼다. 사회학 관련 연구자들은 웨이트리스를 조사(?)하기 위해 잠입 취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들이 남긴 스토리들도 많은 분량을 차지했다. 그 깨끗하고 우아한 서비스가 펼쳐지는 식당 뒤쪽의 주방에는 쥐들이 들끓고, 썩은 음식들이 뒹굴며, 진상 고객의 음식에 침을 뱉는 일은 다반사로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레스토랑은 어떤 의미이며, 어떤 이야기들이 스며 있을까. 식당 종업원의 급여는 미국의 경우에백인이 대부분 차지하고, 연봉은 15만 (1억6천 정도? 우왕, 팁 포함일듯)  달러 정도라고 하는데, 유색인종은 그릇치우는 등의 일을 하며 약 1/5에 해당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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