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독서 - 완벽히 홀로 서는 시간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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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취미로 하다 보면 책이 책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진다. 책 속에서 등장 인물이 읽고 있거나 저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칭찬하는 책들은 당연히 관심이 생기고 같은 책이 여러 책에서 언급되거나 하면 더욱 읽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때문인지 독서에 관련된 책도 많이 출간되고 있고 때로 이런 책들은 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독서 가이드 책들도 그 가짓수가 많아지면 또다시 선택의 어려움에 직면하는 딜레마가 생긴다. 나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기 위한 책을 선택하는 수고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독서가 너무 어려워지는 거 아닐까. 

최근 읽은 몇몇 독서 관련 책들을 돌이켜보면 이현우의 < 러시아 문학 강의>가 20세기 격동의 러시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작가와 작품 세계를 쉽고도 체계적으로 전달해서 매우 도움이 되었고, 첫 권의 성공으로 두번째 버전까지 출간된 <책은 도끼다>가 잘 알려진 고전 및 양서들을 소개하고 작가 자신이 독자로서 느낀 감동과 대략의 깊이있게 전달하고 대략의 스토리까지 소개하고 싶어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때로 읽었다는 착각까지 안겨주었다.최근 몇년간 그 밖에도 책에 관한 책들을 여러권 읽었지만 딱히 기억나는 건 여기까지고 가장 좋았던 건 꽤 오래전에 읽은 <여행자의 독서>라는 책이다. 작가가 읽었던 책에서 나온 장소를 여행하면서 책에서 받은 감동을 다시 느끼고 그 아스라한 감상을 다시 자신만의 언어로 정갈하게 전달했던 걸로 기억난다. 

세상에 책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책을 읽는 일 역시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면 해당 장르만 파면 그나마 범위가 줄어 나름 고충이 있을지는 몰라도 책의 선택에 대대적으로 실패하는 경우는 줄어들 것 같다. 반면 잡식성의 나같은 독자들은 때때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장르에서도 흥미를 발견할 때가 자주 있기 때문에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 편이고 그러다가 읽는 책이 중반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럴 때는 좋아하는 작가만 골라서 읽으면 되지 하겠지만 잡식성이 괜히 잡식성이 아니다. 여러 작가의 책을 골고루 읽어보고 싶고 국내에서 많이 안읽힌 책도 개척해보고 싶고 욕심은 점점 자라난다. 

제목이 여자의 독서여서 잠시 여성과 독서에 대해 생각해봤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시청한 효리네 민박에서 아이유랑 똑같이 생긴 민박집 가사 도우미가 손님들이 모두 외출하고 효리네 식구들도 모두 동반기절(낮잠)한 평화로운 시간에 조용히 뜰에 나와 책을 읽는 장면이 있었는데 얼핏보니 민음사 세계문학이었다. 요즘은 남여 시청율에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티브이 연속극 시대에 일일 드라마는 여성들이었다. 혹시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스토리텔링을 더 좋아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은 건 딱히 이 두가지 사실에만 기반한 건 아니고, 블로거들 중에서도 소설을 '가볍게' 읽는다며 폄허하는 분들도 있고, 많은 스타 드라마 작가들이 여성인 것도 그렇다. 그래서 여성의 독서 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 여성의 독서의 서회적 패턴같은 걸 연구한 것이거나 혹은 패미니즘적인 내용일까 했는데, 알고 보니 책에 대한 책이다. 작가가 어릴 때부터 즐겨 읽고 좋아하는 여성 작개들의 책을 작가 자신의 이야기 반 책 줄거리 반 섞어서 소개한다. 문학 뿐만 아니라 만화 캔디캔디에서부터 수전 손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본인 얘기 했다가 책 얘기 했다가 좀 두서 없고 산만한 게 특징인데 다양한 여러 분야의 여성 작가의 책과 그것들을 작가가 어떻게 읽었는지가 소개된다.

내가 읽은 책들을 한 권에 압축시켜, 내 인생의 책들이라는 책을 쓴다면 내가 읽은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떤 책들이 어떤 기준으로 선택되고 어떻게 쓰게 될까.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했던 말인 것 같은데 책이 단일한 작가의 의도를 갖지 않는다. 백만명이 읽었다면 백만개의 해석과 뷰가 존재하는 것이다. 김진애는 캔디캔디에서 스테아가 죽어가던 모습을 기억했는데 모두의 기억속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캔디가 테리우스를 떠날 때 두이서 백허그를 하며 시간이 이대로 멈추어주었으면 이라고 되뇌던 장면과 스테아가 전투에서 적의 공격에 추락하면서 죽어가는 순간 캔디와 그의 연인을 함께 생각하며 이 아름다운 석양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면이다 이 때 스테아의 얼굴은 ㅇ이미 뒤집혀져 추락하고 있지만 추락하는 장면은 마치 전쟁이 멈춘 듯 고요하고 평화롭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그 끔찍한 시간에 그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전쟁의 궁극적 목적은 그리고 그 때의 연합군이 믿은 그 전쟁의 명분은 결국 평화였으므로 전쟁은 평화로 귀결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응 위해 싸우는 스테아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살육의 현장에서도 아름답게 저무는 석양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당시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모조리 빼앗았었다. 나에겐 또한 캔디캔디라는 만화와 관련해서 결코 잊지 못할 사연이 하나 있다. 세월이 흘렀지만 그 책을 돌려 읽으며 감성을 공유하던 친구. 잊혀진 시간을 떠올리는 기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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