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닉맨 - 인간을 공학하다
임창환 지음 / Mid(엠아이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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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백만불의 사나이라는 미국 티브이 드라마 시리즈가 있었다. 600만 달러를 들여 신체를 개조한 사람이 활약을 펼치는 시리즈다. 그의 여자친구 소머즈도 있다. 그들의 힘세고 빠른 신체적 능력과 먼 곳까지 보고 들을 수 있는 감각은 환상적이다. 제목이 말하듯, 그들의 능력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큰 돈을 들여 만들어 붙인 것이다. 첫 방영이 1970년였는데, 불의의 사고로 두 다리와 팔과 눈 등의 여러 신체 기관에 장애를 입은 요원에게 미 과학수사국은 당시 돈 육백만 달러로 고성능 인공 기관을 장착하고 사이보그 요원을 만든다. 그는 장착된 인공 다리로 시속 90킬로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인공 팔이 장착된 한쪽 손은 무적의 힘을 자랑한다. 레이저 눈빛이 먼 곳을 투시할 때 나던 효과음은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이십배 줌, 열감지 센서, 그리고 야간 투시와 같은 고기능 고성능 의안으로 인간이 볼 수 없는 것을 본다.

기술이 지금처럼 비약적 발전을 이루기 전인 당시에 이런 사이보그형 인간이 악의 무리와 싸우고 활약하는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아직 과학기술의 한계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잘 모를 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체적 능력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붙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다른 영웅물들과 비교했을 때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기술 발달이 가져올 수 있는 가능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신체적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계, 개별 인간이 유전자 조합에서 받은 가진 능력의 한계, 환경과 나이 혹은 불의의 사고 등으로 인해 후천적 퇴화로 인해 줄어든 한계들로 인해 우리가 하고 싶은 것과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아직 인간의 정신적 능력의 한계는 잘 알지 못한다. 한계가 없는 정신적 능력이란 계속 누적되어 가는 지식을 기반으로 신체적 능력을 뛰어넘을만한 과학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누구나 인정하고 또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마법이나, 종교적 도취감에서 찾지 않고, 실현 가능한 과학기술과 육백만 달러라는 엄청난 돈으로 찾는다는 점에서 세계인을 매료시켰다.

사이보그라는 용어는 척박한 우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신체를 개조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설사 먼 훗날 우주의 어느 곳에서 천연 자원이 잔뜩 매장된 어느 별을 발견해서 이주하거나 식민지를 건설하기로 했다고 치자. 산소가 풍부하고 온도, 습도, 압력 등이 현재 지구와 같은 조건에서 진화한 인간이 지구와 똑같이 생존 가능한 환경의 별일 가능성이 몇 퍼센트나 있겠는가, 그런 별을 발견하는 것도 희박하겠지만, 그런 별에서 생존하는 것은 더욱 힘들 것이다. 두터운 우주복을 입고 매일 생활하는 것 보다는 그런 시대에는 생체 공학 기술이 더욱 발전했을테니, 인간의 몸을 해당 환경에 맞게 고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어떤 SF 작가가 해냈고, 여기서 사이보그라는 말이 처음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사이보그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훼손되거나 쇠퇴한 신체의 일부를 어떤 방법으로라든지 정상인과 가깝게 동작하기 위핸 보조 장치들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인류는 제한적으로나마 오래전부터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확장하고 싶어했고, 그렇게 해 왔다. 고대 때부터 의안을 이용했던 흔적, 전쟁이 잦았던 시대에 수족을 잃은 군인들이 착용했음직한 의수와 의족들, 하다못해 엄지 발가락 하나가 잘린 고대 이집트 왕족의 미이라는 인공 발가락을 끼웠다는 흔적까지 발견되었다. 예전의 해적들의 이미지에서 한쪽 팔에는 갈고리를 한쪽 다리에는 나무 다리를 끼우고 한쪽 눈엔 안대를 끼운 모습이 이미지로 굳어진 이유도 그만큼 의족과 의수가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져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나빠진 눈에는 안경을 끼고, 들리지 않는 귀에는 보청기를 끼던 소극적 보조장치에서, 이제는 전혀 기능하지 않은 신체 기관들을 완전히 대치하여 정상 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인공심장, 바이오닉 눈, 귀, 다리, 팔까지 신경과 직접 연결하여 신호를 보내고 받고, 작동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바이오닉 생체 공학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의수와 의족같은 인공 신체 기관들은 무게 중심을 잡거나 대칭을 맞추는 기능 뿐만 아니라, 직접 뇌신경과 접촉하여 인간의 팔이 하는 일들을 한다. 가령 팔이 잘리더라도, 잘린 팔을 움직이는 뇌 부위는 죽지 않았기 때문에 뇌는 팔을 움직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남아있는 신체 부위와 연결된 전자 의수(바이오닉 팔)는 이 신경을 신경은 장착된 의수는 남아 있는 팔과 닿는 부분에 전극을 붙여 근육의 근전도 신호를 측정하고 이를 바이오닉 팔에 내장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연결한다. 전자의수 내부의 컴퓨터는 해당 신호를 해석하여 손목이나 손가락에 연결된 모터를 동작시킨다. 현재 아이람이라는 전자 의수는 다양한 형태의 움켜쥐는 손가락으로 동작이 가능하고, 손가락 끝에 부착된 센서에 의해 압력을 측정하여 적당한 힘을 가할 수 있다. 인공심장과 인공 망막 등에 대한 내용은 더욱 흥미롭다.

책은 바이오닉 기술의 현재를 매우 흥미롭게, 기술적인 내용까지 알기 쉬운 톤으로 상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현재의 과학이 실제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어떻게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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