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서티브 -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섬세한 심리학
일자 샌드 지음, 김유미 옮김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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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하다는 말이 때로 부정적인 의미로 들릴 때가 많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스스로 민감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민감한) 권리를 행사하려 하는 경우 민감성을 존중받기 보다는 이기적으로 비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서울대 병원에서 있었던 일인데, 외래 환자와 입원 환자들을 위해 가벼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카페 정도만한 크기에 천장까지 책이 꽂혀 있고, 신간을 비롯해 읽을만한 책이 꽤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이다. 먹을 것을 가지고 들어오거나 전화통화는 금지되어 있지만, 카페 분위기처럼 되어 있으므로 소곤소곤 떠드는 것은 허용되는 편이다. 또한 개방되어 있는 도서관 구조상, 바깥의 일반인의 소음이 들어오고, 바로 옆에서 공사중이어서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그 때 나는 PC를 하기 위해 컴퓨터에 앉아있는데 네 대의 PC 중 내 왼쪽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내가 앉기 전부터 전화통화를 소근소근하고 있었다. 


관리자가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주의를 주었지만 구석에 있어서 관리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다. 나는 굉장히 신경이 민감해져서 뭔가를 읽는 일을 포기하고, 블로그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화통화하는 사람의 반대쪽 옆편에 앉아있는 사람이 흘끔흘끔 계속 나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옆사람의 통화가  방해되는 모양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특히 전화 통화에 민감해지는 편이다. 계속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끝나지도 않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전화통화는 계속해서 집중을 방해하고 언제 끊나 언제끊나 계속 기다리게 되고 모든 신경을 그 전화소리에 끌리게 만든다. 버스에서도 그런 일이 있을 때, 이어폰이 없다던가 하는 경우는 버스에 탄 내내 지옥같은 시간을 갖는다. 


그런데 통화하던 사람이 주의를 당하고 나간 후에도 오른쪽 옆사람이 계속해서 자꾸 흘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중에는 흘끔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한참 쳐다보고 한숨을 푹푹쉬고 그러는 게 내가 뭔가 그를 자극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 내가 목에서 가르랑 소리를 내거나 콧물을 훌쩍거리거나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소리를 내거나 혹시 화장품 냄새 같은 게 진하게 나거나 하는 건가 해서 나 자신을 주시했지만 알 수가 없었는데, 결국은 옆에서 한마디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진짜 여기가 도서관인데... 내가 잘못된건가.. 하는 거다. 혹시 저한테 하는 소리세요?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알고보니 키보드 소리가 자기 신경을 자극한다는 거다. 내가 수십년동안 하루종일 키보드와 지내다보니 키보드 타이핑 속도가 빠르고, 그러다보니 일반인들이 딱 딱 딱 딱 누르는 소리 대신 드르르르륵 하는 소리로 느끼는 것인가, 아니면 유난히 키보드 소리가 크게 나는 키보드인가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봤지만, 컴퓨터를 하라고 갖다놓은 도서관에서 컴퓨터를 하는 것이 잘못인지 판단이 안섰다. 


나는 어쨌든 쓰던 답글은 마저 끝내야 하겠기에 내가 전화통화에 민감하니 키보드에 민감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먼지 푹푹 쌓인 키보드 덮개를 씌우고 끌어다가 씌워보기도 하고 (별로 소용이 없었다) 한글자씩 천천히 처보기도 하면서 겨우 끝냈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내 키보드 소리를 지적한 그 사람은 자신이 내는 마우스 클릭 소리는 안들리나부다. 내게는 키보드 소리가 안들렸지만, 그는 마우스를 계속해서 딸깍 딸깍 누르면서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아저씨 마우스 소리도 시끄럽거든요? 하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나는 싸움을 잘 못한다. 일단 그 말을 한다고 생각하고나서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손발이 떨려오는데, 모르는 남자랑 어떻게 말싸움을 한단 말인가. 그러다가 폭력이라도 쓰는 남자면, 내가 싸워서 이길 수 있나, 여자라고 해도 질 것이고, 설사 애라 해도 질 거다. 


이거 리뷰 쓰다가 갑자기 내 얘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이 사실 얇고, 다루는 내용도 크게 깊이있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내게는 섬광같이 꽂히는 부분이 있는 책이었다. 저자는 민감함이 내향적인 성격과 같이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민감하면서도 외향적인 사람이 30%라는 점을 지적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스스로가 외부 사람들에게 외향적으로 비추는 까닭에 그것에 가려 나의 민감함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이 분야의 심리학에서 분류상하는 성격의 유형에 내향성이 외향성의 부족을 뜻하는 부정적은 용어로 자주 쓰이고 또한 그러한 부정적인 성격 분류가 다시 민감함과 공통점이 많기에 민감한 사람들의 정체성이 종종 종중받지 못하고, 또한 그러한 개인이 문화 사회적 활동에 밀려 문제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한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거나,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을 힘겨워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문제있다고 폄하하는 사회이지 않은가. 하지만 민감함이건 무엇이되었건 어떤 성격을 규정짓는 분류에는 장단점이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자신이 민감한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면, 민감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게 되면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주변 관계도 재정립할 수 있다. 민감한 사람들은 '숨어있는 뉘앙스를 남들보다 더 많이 인식하고 받아들이고 들어오는 인풋은 더 깊은 곳에 입력함으로써, 내부 세계로부터 받아들인 인풋과 느낌이 무수한 개념과 연상 사고를 불러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민감한 사람들은 창의적이도 하지만, 세상이 외향적인 것을 더 정상으로 놓고 평가하기에 그런 자신을 사회에 맞추기 위해 상처받기도 쉽고, 고립된 감정을 느끼기도 쉽다. 


성격이란 것이 한마디로 민감하다 안하다 이렇게 내향적이다 외향적이다 이분법적으로만 구분할 수는 없으므로 내가 민감하다, 혹은 외향적이고 민감한 성격이다 라고 정의 내려 그 틀에 모든 것을 맞추려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하지만 나의 민감함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그것 때문에 생기는 인간 관계와 일상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지혜롭게 이용할 수 있겠다.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 라는 한 구절이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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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14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 이란 책을 읽고 위안을 얻은 민감한 사람입니다. 공감하며 글을 읽었습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다른 사람들이 시끄럽게 구는걸 못참습니다. 저도 작은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그리고 저도 도서관에서 키보드로 타자를 치면 소리가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죄송하더라고요ㅠ 키보드가 워낙 뻑뻑해서 조심히 해도 소리가 나서요. 아무튼 민감한 사람은 세상살기 피곤한거 같습니다ㅠㅋ 그래도 파이팅입니다^^

CREBBP 2017-03-14 15:08   좋아요 1 | URL
저는 스스로 민감하다고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위안이 되었어요. 민감하다는 것과 성격 나쁜 것과 동일어가 아니며, 민감한 걸 인정해도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해주어야겠다는 거였거든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3-14 18:17   좋아요 1 | URL
저도 최근에 들어서야 제가 예민하고 민감하다는 사실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민감한 사람들 중에 창조적인 사람이 많다는 말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