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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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을 읽으면 가끔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이유는 결론도 없고 답도 없고 쓸모도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이 만든 여러가지 개념들은 그 철학자의 생각을 그 철학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여 깊이 있게 파고 들어야 대체로 가능하다. 고등학교 때도 윤리 시간에 철학을 조금 배웠고 대학때도 교양 시간에 배운 것 같긴 한데, 그 때 배운 건 개념의 나열에 불과했을 뿐, 그 개념의 진정한 의미와, 그것이 실생활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수학이나 뭐 과학 심지어는 역사 같은 것 조차 학교 때 배워서 아는 거랑 성인이 되어 특정 주제의 책을 통해 아는 것은 천차만별인데, 유독 철학에 있어서 만큼은 책을 읽어도 학교 때 배운 것에서 별로 나아가는 게 없다. 


그러니까 어쩌다 얻어 걸려 읽는 철학책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철학자의 개념을 독파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좀 채울 욕심으로 개론적인 것을 읽는 편인데, 읽을 때는 뭐 대략 그렇구나 알겠지만 그렇다고 썩 심금을 울린다거나 하지 못했다. 표지에서도 대략 짐작이 갈만한데, 이 책이 기존에 읽었던 개론서와 다른 점은 철학자들끼리 어떤 주제를 놓고 가상의 설전을 벌이는 것이다.빈부격차는 정말 불공평한 것인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살인은 절대악일까, 소년범죄 엄벌로 다스려야할까, 인간의 본성은 선할까 악할까, 전쟁은 절대악일까, 중요한 것은 세계인가 국가인가 아니면 자기자신인가,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일까 다른 법칙이 있는 걸까. 행동을 정하는 것은  사회와 자신 중 어느 쪽인가, 양적 만족과 질적 만족 어느쪽을 추구할까. 자유인가 규제인가. 경험이 먼저인가, 이성이 먼저인가, 일원론과 이원론, 신은 존재할까, 회의주의를 극복할 수 있을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렇게 총 15개의 주제를 놓고, 인류 역사상 획을 그은 철학가(혹은 작가와 종교지도자)들이 자신의 이론과 실천정신을 들고 나와 설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 책을 보고 각 철학 배틀에 사용된 주제들을 살펴보니 철학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맞구나 하고 수긍하게 된다. 생각을 똑바로 하고 살아야 한다. 나 혼자 잘 살자고 권력과 돈에 혈안이 된 위정자들을 보라.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의 일부는 가치관의 부재이자 철학의 부재이기도 하다. 또한 그들을 뽑고 그들에게 정치를 맡긴 우리들 역시 똑같이 잘못한거다. 철학의 부재, 생각의 부재가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고 살펴보지도 않은 채 필요한 논쟁은 피하고 무슨 좋아하는 연예인 고르듯 피상적으로 자기 맘에 드는 사람을 고른 대가이지 않은가.

첫번째 주제가 빈부격차는 어디까지 허용될까. 빈부격차는 정말 불공평한 것일까?다.  만일 술집에서 이 질문을 답하려고 한다면 민감한 사상논쟁까지 확대될 것이다. 아르스토텔레스는 격차는 능력에 따른 배분이며 정의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마르크스는  격차란 자본가의 착취에 의해 생겨나는 불공평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주의에서 기회의 균등과 약자 구제 시스템이 가능해야 격차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은 롤스였다. 또 중요한 한 사람 애덤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 격차를 낳는데 그것이 결국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며 격차를 옹호했다. 

살인은 절대적일까? 벤담은 사회 전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바로 얼마 전에 본 영화 아이 인더 스카이에서 한사람의 사랑스럽고 무고한 아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폭탄테러를 대신해서 희생될 수 있는가의 문제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었다. 경험이 먼저인가 이성이 먼저인가와 같은 주제를 몇 페이지에 걸친 토론을 통해 심도있게 다루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쉽게 머리를 싸매고 깊이있게 들여다보기 어려운 독자들에게는 맛보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베이컨은 자연과학의 수식도 경험에 의해 획득된 진리라고 주장한다. 데카르트는 진리는 인간의 선천적인 이성에 의해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칸트는 1+1=2라는 공식이 경험과 함께 작용하는 감성과 합리적 오성의 공동 작업에 의해 생겨난 이론이성의 선물이라는 것이다. 

각 철학자들을 따로따로 볼 때는 지루하기만 한 철학적 개념들이 어떤 한 주제에서 여러 사람이 만나니까, 상호 비교가 되고 또한 일상에서 늘 만나고 생각할만한 주제로부터 개념을 알 수 있게 해서, 상대적으로 쉽고 친절한 철학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각 철학자들의 얼굴 그림 카툰과, 토론에서 사용된 용어의 해설 및 요점 정리 등 전반적으로 정리가 잘 되어 읽고 펼쳐보기 편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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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3-14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어보여요ㅋ

CREBBP 2017-03-14 15:08   좋아요 1 | URL
제가 철학책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 책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