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목덜미를 잡혀 내버려질 뻔한 고양이가 억척스럽게 다시 들어와 그 집에 눌러살면서 목격하는 주인집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해학과 풍자로 엮어낸 고전. 고양이 눈에 비친 등장인물들의 만담에 가까운 해학적 대화는 심오한 철학과 예술, 역사에서부터 주변 인물의 험담까지 그들의 주제는 무궁무진하고, 그 광활한 주제들은 정말로 두서없이 이리저리 옆길로 뒷길로 앞길로 샛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한다. 정교하게 짜여진 개그 콘서트를 보는 듯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다보면 거기에는 의미심장한 진짜 철학들이 숨어서 뒤통수를 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지식인들의 유쾌한 대화, 그리고 민속학적 가치가 살아있는 1906년대 일본의 풍경 속으로 걸어들어가 그 삶의 엉뚱하고도 진지한 모습들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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