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있다'라는 동사가 이토록 잔인한 말이 될 줄 누가 알았으랴.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나는 가만있었다. 가만있지 않겠다고, 책임자들을 가만둘 수 없다고 다짐하는 성난 목소리들을 들으면서도 나는 그 자리에 붙박인 듯 가만있었다. 따져보니 이 땅에서 성인으로 산 지 삼십 년이 다 되었다. 가만두어서는 안 될 대상에 내가 포함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가만있기로 했다. 마치 물속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명령에 따르기라도 하듯 그렇게 가만가만 가라앉기로 했다.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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