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와 함께하는 유명 건축물 이야기 : Architecture Inside+Out
John Zukowsky.Robbie Polley 지음, 고세범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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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낯선 도시로 여행을 꿈꾼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주로 건축 환경과 자연 환경과 같이 시각적인 세계의 체험이 주가 되년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은 멋진 곳들이다. 멋진 자연환경이 있거나 멋진 건축물들이 있는 곳들이다. 고색 창연한 이국적 건물들이 만드는 낯선 풍경 속에서 색다른 감각을 느끼고 싶어서다. 


내게 여행은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이라는 한 가지 목적을 제외하면, 자주 건축 테마 여행에 가깝다. 때때로 건물 혹은 건물의 배치는 도시 이미지의 원천을 창조하는 예술이다. 그래서, 위대한 건물은 낡아도 허물지 않고, 혹은 천재지변으로 큰 피해를 보더라도 오랜기간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 개보수를 통해 원형을 보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는 과거가 되지만, 건물은 과거를 품을 수 있다. 어떤 건물들은 긴 시간동안 단단하게 그 공간의 역사와 현재와 문화적 랜드마크로서, 지역 사회의 안식처이자 삶의 터전이면서 세계 각국의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도시의 상징물이 되기도 한다.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을 유산으로 가진 로마인들은 언제든 (관광객들의 발길에 치이지만 않는다면) 콜롯세움의 폐허 한 가운데서 대중의 환호 속에 검투 경기와 서커스가 펼쳐지던 고대 로마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고, 그것들을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을 향한 자부심을 체험할 수 있다. 


베를린의 국회의사당 라이히슈타크Reichstag는 19세기 말 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진 후 1차대전 이후까지 의회역할을 했으나 히틀러의 헌법 권리 정지 및 의회 폐지, 2차대전중의 폭격으로 부분적인 폐허로 남아있으면서 냉전기간 방치되었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새로운 통일 수도의 민주주의 건물로, 기존 건물의 역사적 요소를 드러냄과 동시에 새로운 돔을 창조하는 방식의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이 건물의 대형 포스터 사진을 울집 식구가 나 없을 때 언제 다녀왔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암튼 액자에 끼워서 걸어두었는데, 이제껏 이 사진의 주인공 건물의 세부사항이 이토록 멋진줄을 몰랐다.


이 책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고 꼽을 수 있는 유명 건축물 총 50개를 공공생활, 기념물, 예술과 교육, 주거, 예배의 다섯 개 분야로 나누어서 해당 건축물을 속속들이 설명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건축물이라는 것이 여행 테마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여기 나온 건축물들은 대개 매체의 여행 프로그램이나 사진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건축물들이 많다. 하지만 여행 책자에서 작은 사진과 몇 줄의 설명으로 그리고 천편일률적이고 단편적인 뷰가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건축물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함께, 3차원적 내부 구조가 일러스트로 표현되어 있다.



집에 있는 사진은 앞쪽에서 본 파사드의 모습으로 멋지기는 하지만 내부구조를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책에서는 국회의사당 안쪽의 집무 공간과 높이 솟은 원뿔형 돔에 설치된 구조물의 거울 유리, 채광 상태 및 개방공간 위쪽에 개방된 보행자 통로로 방문객들이 360도 돌아가며 베를린 풍경을 감상하는 모습을 모두 담고 있다.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일러스트로 만나는 건축 책들을 시리즈로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의 일러스트는 맥컬레이를 뺨친다. 건축 구조물에 특화된 로비 폴리의 일러스트는 전체 건축물의 외관과 내부 구조를 모두 볼 수 있도록 단면을 자른 상태에서 투명하게 처리하여 한 눈에 그 복잡한 전체 건축물의 구조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일러스트는 각 건물당 정면에서 본 것과 측면 버드아이뷰로 본 것 두 가지 형태로 서로 보이지 않는 위치를 보안해서 속속 들이 보여준다. 책 사이즈가 250x250 으로 커다란 도면이 두 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들어앉아 있어서, 작은 디테일도 눈여겨 볼 수 있다. 사진보다는 일러스트를 보면 가슴이 콩닥콩닥 뛸 정도로 대단하다. 개인적으로 3차원 공간 감각이 특히 부족해서, 멋있고 복잡한 건물을 겉에서 보는 거랑 막상 들어가서 볼 때 어디가 어딘지 연결시키지를 못하는 편이라 평면 지도를 보고서도 늘 헤매기 일수인데, 이렇게 전체 구조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다. 


무역센터가 무너지기 전에 뉴욕 살던 친구네 집에 갔다가 그 곳 꼭대기 주변 어딘가에 있는 바에 갔었던 경험이 있는데,  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난 후에 생긴 세계무역센터환승센터가 2004년에 착공하여 2016년에 완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이게 건물인지 조형물인지 좀 알 수 없게 생겼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의 모양을 조형화한 것이고, 터미널 자체의 이미지를 새가 날아오르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움직이는 조각 및 태양의 고도에 따라 반응하는 차양을 도입하여 새의 날개나 범선의 움직임을 표현한 밀워키 미술관을 설계한 칼라트라비아는 사실 건축가라기보다는 미술가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전통적 디자인에서 어긋났을 때 비판의 표적이 되기 쉬워서, '전문가들은 이 구조물을 '공룡의 시체와 비교'하면서 예측치의 2배에 이르는 지금 투입과 추가 관리 기금 또한 문제로 지적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철골 구조가 공룡 뼈를 연상시키기는 하는 것 같다.



3차원 뷰를 두 개의 다른 시점에서 접근하여 보여주는 것에 더해서 평면도도 함께 제공되는데, 특히 이렇게 뭐가 뭔지 복잡하게 생긴 건물의 경우는 아래와 같은 평면도를 통해 그 곳에 가보지 않았고, 죽기 전에 한 번은 보게될 지도 모를 독자에게 실제 건물의 공간배치를 상상할 수 있게 하였다. 



소개된 50여개의 건물 중에서 공공건물 및 모뉴먼트 예술과 예배 등은 대개 패키지 여행 상품에 빠지지 않는 국제적 규모의 랜드마크들이다. 이 중에서 내가 방문한 곳도 몇 군데 되고, 심지어는 소개된 건물이 있는 도시에서 살아보기까지 했지만, 귀국한 후에 건설된 완전히 새로운 건물도, 늘 지나다녔지만 내부에 들어가본 적이 없는 건물들도 있다. 파리에 가면 퐁피두 센터가 너무 좋아서 자주 그 주변에 머물곤 했는데 사실 왜 좋은지 설명할 길이 없었다. 역사적 유적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팬시한 건물도 아닌데, 거기엔 뭔가가 있었다. 그 뭔가가 진짜 무엇인지를 책에서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여기서 다루는 건물들을 나열해 보면 이렇다. 일러스트가 상세해서 한장 한장 살펴보는데 시간가는줄 모른다. 리뷰에 같이 올리려고 사진도 많이 찍어놨는데, 사진으로는 일러스트의 디테일이 자세히 표현되지 않아 의미가 없다. 이런 도판이 실린 책들은 오래된 책들이 많은데 최근 완공된 건물과 동대문 DDP 센터를 설계한 자디 하디드의 다른 건물 등, 최신의 건물까지 고려되어 선별된 듯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거나 획기적인 외관과 디자인으로 랜드마크가 될 최근 건물까지 넓은 시간 범위와, 서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등 치우치지 않는 공간범위의 디자인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굳이 아쉬운 걸 꼽자면 한국인 건축가나 한국 건물은 없다는 거 정도 


공공 생활 Public Life
콜로세움 Colosseum - 로마, 이탈리아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 Palace of Diocletian - 스플리트, 크로아티아
도제 궁전 Doge’s Palace - 베니스, 이탈리아
미국 의회 의사당 Capitol Building - 워싱턴 DC, 미국
크라이슬러 빌딩 Chrysler Building - 뉴욕, 미국
덜레스 국제공항 Dulles International Airport - 버지니아, 미국
국회 의사당 Palace of Assembly - 찬디가르, 인도
방글라데시 국회 의사당 National Assembly Building of Bangladesh - 다카, 방글라데시
라이히슈타크 Reichstag - 베를린, 독일
런던 아쿠아틱 센터 London Aquatics Centre - 런던, 영국
세계 무역 센터 환승센터 World Trade Center Transit Hub - 뉴욕, 미국

기념물 Monuments
파르테논 신전 Parthenon - 아테네, 그리스
앙코르와트 Angkor Wat - 시엠 립, 캄보디아
타지마할 Taj Mahal - 아그라, 인도
베르사유 궁전 Palace of Versailles - 베르사유, 프랑스
몬티셀로 Monticello - 샬러츠빌, 버지니아, 미국
아이슈타인 타워 Einstein Tower - 바벨스베르크, 독일

예술과 교육 Arts and Education
존 손 경 박물관 Sir John Soane’s Museum - 런던, 영국
글래스고 예술 학교 Glasgow School of Art - 글래스고, 영국
바우하우스 Bauhaus - 데사우, 독일
바르셀로나 파빌리온 Barcelona Pavilion - 바르셀로나, 스페인
구겐하임 미술관 Solomon R. Guggenheim Museum - 뉴욕, 미국
베를린 필하모닉 Berliner Philharmonie - 베를린, 독일
킴벨 미술관 Kimbell Art Museum - 포트워스, 텍사스, 미국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Sydney Opera House - 시드니, 호주
퐁피두 센터 Centre Georges Pompidou - 파리, 프랑스
그랑 루브르 Grand Louvre - 파리, 프랑스
빌바오 구게하임 미술관 Guggenheim Museum Bilbao - 빌바오, 스페인
국립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 문화 박물관 National Museum of African American History and Culture - 워싱턴 DC, 미국

주거 Living
하나님의 호텔 Hotel-Dieu de Beaune - 본, 프랑스
빌라 로툰다 Villa Almerico Capra “Villa Rotonda” - 비첸차, 이탈리아
타셀 호텔 Hotel Tassel - 브뤼셀, 벨기에
슈뢰더 하우스 Schroder House - 위트레흐트, 네덜란드 
메종 드 베르 Maison de Verre - 파리, 프랑스 
낙수장 Fallingwater - 밀 런, 펜실베이니아, 미국
빌라 마이레아 Villa Mairea - 노르마르쿠, 핀란드
루이스 바라간 주택 Casa Luis Barragan - 멕시코시티, 멕시코
임스 하우스 The Eames House - 퍼시픽펠리세이즈, 캘리포니아, 미국
나카긴 캡슐 타워 Nakagin Capsule Tower - 도쿄, 일본
앱솔루트 타워 Absolute Towers - 토론토, 캐나다

예배 Worship
아야 소피아 Hagia Sophia - 이스탄불, 터키
코르도바 모스크 대성당 Mosque Cathedral of Cordoba - 코르도바, 스페인
샤르트르 대성당 Chartres Cathedral - 샤르트르, 프랑스
금각사 Temple of the Golden Pavilion - 교토, 일본
피렌체 대성당 Florence Cathedral - 피렌체, 이탈리아
바탈랴 수도원 Batalha Monastery - 바탈랴, 포르투칼
성 베드로 대성당 St. Peter’s Basilica - 비쟌틴, 로마, 이탈리아
세인트 폴 대성당 St. Paul’s Cathedral - 런던, 영국
노트르담 뒤 오 성당; 롱샹 성당 Notre-Dame-du-Haut Chapel - 롱샹, 프랑스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가족 성당 Sagrada Familia - 바르셀로나,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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