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나 판타지 소설은 휴고, 네뷸러, 로커스 수상작(혹은 수상후보작)이라는 명함을 달지 않고는 국내에서 번역되기 힘들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처럼 한 때의 대중적 성공을 기반으로 아무리 허접한 작품을 내놔도 잘나가는 작가가 득세하는 이상한 시장에서, 저자의 명성만으로 작품을 선택하기엔 신뢰가 떨어진다.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수상작이라는 권위를 빌려 이 작품을 소개한다면 앞서 말한, 휴고 네뷸러, 로커스 수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이다. SF계의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이 세개의 상을 그 해에 모두 석권했으니, 그 해에 장편을 낸 다른 작품들은 지못미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작가의 명성과 심사자들의 타입이 상이한 여러 작품상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굿리즈나 아마존 평에 별점 테러가 많다.  별점 테러에 대한 반박 댓글도 엄청 많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재미가 쥐뿔도 없고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라는 게 별점 테러리스트들의  이유이고, 반박 댓글러가 하는 말은 그건 멍청해서 이해를 못하는 너님의 뇌용량을 탓해야지 왜 책을 탓하냐, 니가 휴고 수상작을 이렇게 폄하할 권리가 있는거냐 라는 거다. 나는 양쪽 입장 다 이해가 갔다.  


책의 호불호는 전적으로 개인의 역량과 취향에 따라 달라진다. 초딩의 지식을 가지고 애초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당연히 자신의 입장에서 별1도 아깝다. 그렇다고 내가 초딩보다 더 나은 과학적 지식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모르는 건 모르는 대로 아는 것만 연결시켜도 충분히 새롭고 멋졌다는 인상이다. 우주 과학 박사이면서 미래학자로서 이미 많은 현상들의 예측한 바 있는 지식으로 무장한 데이비드 브린이 소설 속에 끼워넣은 먼 미래 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이해할 과학적 기반이 상식으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이 책은 정말로 무용지물이 된다.

황당하게도, 맨 첫 페이지를 펼치자마자 독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돌고래 우주인(?)이다. 스트리커호라는 거대한 우주선이 물로 가득찬 어떤 행성 키스럽에 불시착해 있는데, 이들에게 닥친 어려움이 단지 망가진 우주선 뿐이라면 다행인 상황이다. 돌고래 150명, 인간 일곱 명, 침팬지 한 명이 스트리커호의 탑승 인원이다. 지구생명체를 위협하는 외계인들이 이  행성 위쪽에서 서로 이 지구인들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고, 우주선의 안쪽에서는 유전자 변형 돌고래 우주인들과 몇몇의 인간, 그리고 침팬치들이 위기를 헤처나가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선장은 돌고래고 돌고래 선장은 돌고래 선원들과 돌고래 연구원들을 총지휘한다.

그럼 몇 안되는 인간과 한 마리 아니 한 명의 인격을 갖춘 침팬지는 무엇일까? 침팬지는 이 우주선에서 가장 저명한 연구원이고 인간들은 돌고래와 침팬지를 감독하는 한 레벨 위의 생명체로 돌고래의 주인종족이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생명체의 기능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미래 사회에 지능과 인격을 지닌 사피엔스들은 다른 동물 종들을 보호족으로 선택하여 유전자조작으로 인격과 지능 자아 영혼 기타 등등의 인간과 유사한 정신적 활동을 가능하게 개조하고 그들을 자신의 보호종으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교육시키는 대가로 그들에게 봉사받는다  이 봉사의 기간은 은하계 표준으로는 몇만년간이다. 그동안 인격체가 된 이 새로운 종들은 자신의 종들을 번영시키고 자신의 마더종족들을 섬긴다. 인간이 자기들의 후손 종족으로 선택한 종이 침팬지와 돌고래인데 침팬지는 이미 인간과 융화해서 같은 환경에서 서로 구분 없이 잘 살고 있고 돌고래는 아직도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있는 종족이다.

하지만 왜, 그리고 어떻게 애초에 돌고래가 우주에 가게 되었을까. 그들의 유전자 조작 기술과 인공 신체 기술은 매우 발달해서 이런 것 쯤 일도 아니지만 읽는 내내 이건 좀 무리수로 읽히는 부분이다, 아무리 유전자조작을 한들 물리적 생김새가 다른데 어떻게 물속에서 사는 돌고래가 우주선을 조작해서 우주로 나가고, 게다가 망가진 선체를 수리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한쪽 구석에서 내내 떠나질 않았다. 하지만 인간이 돌고래를 개량해서 인간이 가진 지능을 심어주기까지 했는데 그깟 팔과 손 쯤 기계로 얼마든지 작동 가능하게 설정했고 (이해는 잘 가지 않지만) 인간과 상호 의사 교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정교하게 갖추어 놓았다. 가령 우주선은 거대한 물탱크로 되어 있지만 인간과 돌고래 모두가 모여 의사 소통하는 언어와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물론 인간 역시 물 속에서 공기에서만큼 자유롭게 활동하고 얘기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이들에게 닥친 문제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스트리트호가 키스럽 행성에 꼻아박혀 망가졌다는 거다. 다행히도 키스럽 행성은 주로 물행성이면서  금속이 도처에 자라고 있어서 자연에서 금속을 채집하고 제련까지(물속에서?) 하는 듯하고 어떻게든 우주선을 수선해서 귀환을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두번째는 스트리크호가 키스럽 행성이 불시착하기 전 은하에서 엄청난 규모의 고대 우주 선단을 발견했는데 여기에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은하계의 모든 호전적인 종족들이 이들이 선단에서 발견한 정보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은 이 지구 생명체들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을 튀기며 대기권 밖에서 싸우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주선 내의 반란이다. 이 일은 둘째 문제와도 관계가 있는데 선장이 내린 결정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부선장과 일부 돌고래들이 고대 선단에서 가져온 정보를 외계인들에게 주어버리고 대신 안전 귀환을 약속받겠다는 생각으로 선장을 해치고 우주선의 지휘권을 강탈하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선장의 계획은 무엇이기에 이런 어려운 시기에 반란까지 생기는 걸까. 우주선을 수리하는 와중에 탐험대는 외계동족들 중 지구인에 우호적인 종족의 거대한 우주선이 침몰해 있는 걸 발견했는데 이 우주선에 스트리커호를 숨기고 위장을 해서 빠져나가자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 인간 선원의 자발적 희생적 유인작전이 관여하고 우주에서 여러 종족들이 전투를 벌이는 급박한 사정을 틈틈이 보여준다. 

발달된 문명을 가진 은하인들에게 지구인은 미개인이나 다름없다.  지능을 가진 다른 모든 은하 종족인들은 문명을 이룰 그 지능을 스스로 진화시킨 것이 아니라, 시조 종족으로부터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외계인들의 사피엔스적 지능은 자연발생적으로 진화에 의해 생겨나는 게 아니라 문명 종족이 생물체를 선택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그들을 지능화 문명화 시켜 노예처럼 이용하고 계약이 끝난 하위 종족은 덕립하여 문명을 이루고 자신도 다른 생물체를 문명화시키는 방식으로 우주 종족들의 문명화가 이루어진다. 여기서 최초의 문명을 이룬, 인간으로 축소하면 아담과 이브 같은 시조 종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오래 전에 멸종했지만 종교적으로 전 은하계 종족들에게 추앙받고 있는 대상이다. 그런데 시조 종족과는 상관없이 나홀로 진화해서 보호종족까지 거느리고 있는 ‘미개한’ 지구인들이 고대 유령 선단에서 가져한 유물이 이 시조 종족과 관련이 있기에 모든 은하인들이 서로 차지하려고 혈안이되어 있던 것이다.

(이후 주요 반전 스포)
책을 읽는 재미는 고유한 모양과 특성을 가진 다채로운 생물체들이 주인 종족의 필요에 의해 유전적으로 개량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윤리적 철학적 문제를 돌이켜보게 한 점, 이들이 불시착한 키스럽이라는 행성에서 발견한 새로운 지적 생명체와 이들을 다루는 인간적 시점과 외계의 시점 돌고래와 인간의 교류에서 착안한 지적 진화에서 생기는 서로 다른 종 사이의 성적 끌림 등 아주 많은 자잘한 요소들이다. 물 속에서 발견한 이상한 식물들과 금속섬이라고 불리우는 지표의 이상한 특성이 알고 보니 광물 채집에 이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유전자 조작되어 고통받는 한 지적 생명체의 후손이더라는 것과 같은 깜짝 놀랄만한 반전 역시 곳곳에 숨어 있다.

#스타타이드라이징 #데이비드브린


˝키스럽의 생물체의 뼈대를 이루는 것은 칼슘이 아니라 다른 금속들이었다. 생물체가 모든 금속을 빨아들이는 생체 필터 역할을 해 바닷물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사방에 금속과 금속 산화물이 온갖 다채로운 색으로 빛났다. 등뼈가 번쩍이는 물고기며 은빛 씨주머니가 달린 해초 따위의 모든 생물체가 다른 행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엽상체의 녹색과는 너무도 다른 색을 띠었다.

토시오는 계기판을 통해 순수한 주석 덩어리와 크롬 성분의 물고기 알 한 무더기, 여러 가지 순도의 청동으로 된 산호군을 발견했지만.˝

“5백년에 불과한 유전자 개량 작업으로 인류가 1백만 년 동안 발전시켜 온 모든 것을 돌고래에게 줄 수는 없었다. 신돌고래들은 여전히 소리와 몸짓으로 감정 대부분을 표현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돌고래를 보며 늘 뭔가 재미있어 싱글거리는 표정을 짓고 있다고 생각했지만(그리고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이제 돌고래들은 다른 표정도 지을 수 있었다. 근심 어린 표정까지도. 토시오가 볼 때, 지금 히카히의 표정은 돌고래가 근심을 나타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표정 같았다.”

옛 지구에는 몇 세기 전 〈무서운 아이들〉 소동이 일어났던 곳을 구경하기 위해 은하 여행자들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인류가 주인 종족의 보호 없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공공연하게 내기를 걸곤 했다.

물론 모든 종족에게는 주인 종족이 있었다. 우주를 여행하는 다른 종족의 도움 없이 우주여행 기술을 습득한 종족은 전무했다. 침팬지와 돌고래도 인간으로부터 우주여행 기술을 배웠다. 신비에 싸인 최초의 종족인 시조들 이래, 말을 하고 우주선을 조종하는 종족이라면 모두 다른 선배 종족의 도움으로 그 정도의 문명에 도달했다. 또한 그 오랜 기간 동안 계속 존속해 온 종족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시조들이 꽃피운 문명은 모두 도서관에 담겨 계속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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