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murderbot diaries>가 국내 번역 소식이 있나 해서 SF 신간을 둘러보다 국내 작품들이 눈에 띄어 관심을 가져본다. 국내 SF 작품들은 내가 추측컨데, 웹소설로 뜨거나 공모전 등을 통해 데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텐데, <기억거래소>의 작가 김상곤 교수는 컴퓨터 인지 과학(?) 박사고, Springer에서 낸 영어로 된 책도 냈다고 소개되어 있다.  기억 상품을 만들어 내고 거래하는 어떤 미래 사회를 그렸다고 하는데, 뇌를 완전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경험이나 기억 마저도 재구성할 수 있다는 발상은 그리 신선한 것은 아니지만 온전히 그 기억 거래의 산업을 조명하고 있다면 내용이 보다 구체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른 형태로 독자의 평가를 받았는지 안받았는지는 모르겠기에,  과학 박사가 처음으로 쓴 소설이라는 선입견이 선뜻 책읽기(우선 돈 주고 사야 하니까)를 망설이게 한다. 소설 작품적 가치보다 과학적 통찰을 더 우선시하다보면 하염없이 재미없을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흥미로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탈리콜> 원작인 필립K딕의 <We Can Remember It for You Wholesale>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폴라북스의 단편집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에 포함되어 있다. 아 필립 K 딕의 작품은 영화화가 안된 걸 찾기가 더 어렵겠구나. 













<삼사라>와 <구미베어 살인사건> 모두 아작에서 새로 출간된 국내 SF 소설이다. 삼사라는 'SF 어워드 4회 본상 수상에 빛나는'  김창규 작가의 '본격' 하드 SF 작가라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하드 SF는 하드 SF라고 하면 온통 못알아들을 jargon으로 버무려 내가 지금 소설책을 읽는지, 논문을 읽는 지를 못알아먹게 쓴 게 아니라, 과학적 마인드가 바탕에 깔려 있는 걸 말하는 거 아닐까 싶다. 현재에 있는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먼 혹은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성한 기술이 어떤 사회적 상황과 맞닥뜨렸을 때 생길만한 일들을 상상한 하나의 사고 실험 같은 거. 이 책은 출판사 리뷰도 다소 지적이고 흥미롭다. 

<구미베어 살인사건> 역시 중단편집인 듯한데. 아작 출판사의 리뷰쓰시는 분 글 참 잘쓰신다. 책도 안 읽었고, 내가 더 보탤 말이 없다. 조금만 퍼온다.





김창규의 다소 보수적인 소재 선택은 예상 밖의 기발함을 만나는 즐거움은 덜하지만, 검증된 장치들을 이야기 속에 삽입해 원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외계 탐험보다는 새 기계를 만들고 그게 작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공학도적인 즐거움이라고 할까요. 순박한 기쁨이랄까요. 표제작 「삼사라」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존재 방식대로 외계 종족을 이해하려 드는 재미있는 순간은 김창규 스타일의 상상력이 가장 멋지게 발휘된 사례라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소설집에서 가장 기발한 순간들은 우리 인간을 프로그래밍 코드의 측면에서 재조명했을 때입니다. 거울을 바라보는 공학도의 복잡한 심경이랄지…. 인간의 사고 시스템이란 논리적으로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이러한 담백한 시선은 김창규의 단편들 속 내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은 그렇게 복잡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소설집 『삼사라』의 각 단편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인공은 과학과 상식을 믿고 보편적인 박애 정신을 보유하고 있으며 맹목적인 믿음을 싫어하는 건전한 회의주의자입니다. 이상적인 과학자상이라고 할까요. 역시 아시모프와 클라크를 필두로 황금기 SF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뉴웨이브 SF의 반(反) 영웅적인 인물이나 많은 현대 SF의 덕목(?) 중 하나인 반(半) 영웅적인 복잡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있죠. 향수를 느끼게 하는 선한 인물들입니다. 이러한 과학자상에서 벗어난 인물들조차 그 성격은 선하고 믿음직한 인물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언제나 승리합니다. 비극적인 이야기에서조차 선한 인물들은 최소한 자기 뜻을 관철시키고 이야기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갑니다. - 출처 <삼사라> 책소개 페이지>



이 이야기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에 수입된 1세대 라이트노벨을 자연스럽게 접한 분들이실 겁니다. 부기팝이나 풀메탈패닉, 이리야의 하늘 같은 수작들이 일본 아니메가 성취한 감수성을 활자 매체로 성공적으로 이식했었죠.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PC 통신에서 데뷔한 뛰어난 창작 작가군이 있었고, 일본 아니메는 세기말의 멋진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었고, 일본 문화 수입 제한이 풀렸고, 고속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도입되었고…. 그 수혜를 받으면서 장르소설 및 영상물에 입문한 세대에게는 dcdc의 스타일이 익숙하게 느껴질 겁니다. - 출처 <구미베어 살인사건> 책소개


8월에 출간한 책인데, 이미 리뷰도 6건이나 올라와 있다. 책소개와 출판사 리뷰는 평이하고, '한국형 SF', '과학적 지식과 감수성이 어우러진' '하드 SF'등의 키워드 정도만 참조하면 되겠다. 카드리뷰가 있어서 대략적 내용 파악이 가능하다.  작가 해도연의 직업이 국가기상위성센터라는 점이 특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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