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두 권 따로 출간되었는데, 종이책은 품절이고, 이북은 알라딘에서는 두권 세트(2만2천원)와 2편(1만1천원)만 팔고 있다. 이북은 PDF 파일이라 폰이나 리더기로는 읽기 불편하고 창문짝 만한 PC 스크린으로 즐겁게 읽었다. 가족이 차를 몰고 유라시아와 남미 여행을 1년간 하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적은 여행기이다. 1편은 유라시아, 2편은 남미다.






1편 유라시아



넓디 넓은 유라시아 동쪽 끝 우리나라는 반도에 자리잡고 있지만 남북으로 갈라져 통행이 금지된 덕에 섬 아닌 섬나라다.  육로 이동은 좁은 남쪽 땅덩어리에서 동서로 300km 남북으로 400km가 최대 범위다. 유럽에서 캠핑카와 차로 자유롭게 타국을 여행하는 게 보편화된 것처럼 통일이 되면 차를 몰고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이 일도 아닐텐데 내가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지 내 아들이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지 언젠가 그런 날이 올지 참으로 궁금하다. 이제 분단으로 인한 이산가족과 실향민의 세대도 끝나가고 다음 세대에는 더욱 절실함은 사라질테고 남북 대치 국면을 정치적으로 외교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므로 통일에 대한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지척에 있으니 서로 자유롭게 왕래라도 하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렇게 섬 아닌 섬에 살지만 잘 살펴보면 차로 대륙 횡단을 하는 방법이 있다. 동해시에서 배를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차를 싣고 간 다음 거기에서 유럽까지 러시아와 몽골,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방법이다. 저자 이름이 가수 조용필과 같은데, 조용필은 랜드로버에 본인 포함 가족 3인과 캠핑장바들을 배에 싣고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건너가 시베리아 ㅡ 몽고 ㅡ 중앙 아시아 ㅡ 러시아 ㅡ 발트 3국 ㅡ 동유럽 북유럽 ㅡ 서유럽 대충 이런 순으로 여행했다. 4월말에 시작한 여행이 70일동안 2만1천 km를 달려 모스크바에 도착했고 이후 영국을 끝으로 유럽을 돌았을 때가 7,8월. 그동안 타이어는 최소 6차례 이상 교환 서스펜션이니 뭐니 하는 부품들도 차례로 고장나고 중앙 아시아에서는 하루에도 수십번씩 깡패 경찰들에게 부당하게 돈을 뜯꼈고 바르셀로나에서는 아예 주차한 동안 차 내의 소지품을 거의 다 도난 당해 엄청난 피해를 보기도 했다. 



가장 아슬아슬했던 건 키르기스탄인가 하는 곳에서 가족들이 먼저 도보로 국경을 통과한 후 운전자에게 자동차용 서류를 요구해서 생이별을 해야 했던 순간이다. 뭐 휴대폰 같은 게 있으니까 어떻게든 연락이야 되었겠지만 한 사람은 차와 함께 국경을 통과하지 못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나갔기 때문에 다시 들어오지 못해 생이별을 하게 되었으니 이게 무슨 아찔한 순간인가. 2015년 4월 19일에 출발할 때 그의 블로그 회원은 손에 꼽혔으나 이 책에는 소개되지 않고 다음권에 계속되는 남미 북미 여행을 끝냈던 같은 해 10월 19일에는 4천명으로 늘어 있었다. 블로그 독자들은 저자가 한국인으로서는 거의 처음 시도하는 자기 차로 직접 운전하는 여정을 실시간으로 읽을 수 있었을 것이므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을 것이리라. 


사진 위주라 비슷한 여행을 꿈꾸거나 대리만족이라도 얻으려는 독자에게는 종이책을 추천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2016년 출간인데도 품절중이시다. 여행서는 정보 업데이트가 안되면 정보가 무가치해지니 다시 찍을 때는 신중해야 하지만 이 책은 사실 여흥 정보책이라기 보다는 여정을 따라 사진과 경험을 쓴 글이기에 그럴 염려는 안해도 될거 같은데 말이다. 차로 하는 다른 여행 책자가 더 많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내용상으로 보면 사실 유럽 부분은 널리고 널린 다른 여행서들과 크게 차별화된 점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여행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동해에서 중앙 아시아 몽골 여정은 다르다.  고화질 짱짱 티브이에서 많은 준비와 현지 도우미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찍어 내보내는 정제된 여행 프로그램은 많이 접하지만 이 책에서 주는 것은 개인이 직접 부딛치고 얻은 값진 개인 자동차 여행이라는 경험과 정보다. 50차선에 몽골 초원을 달리거나 고원 터널이라는 곳이 포장도 안되어 있고 경사로 웅덩이에 구불구불하고 조명도 없는 곳을 지날 때의 아짤함을 그리고 해발 4천미터에서 차가 고장나고 고산증에 걸리고 하는 경험들은 유럽뿐만 아니라 동유럽이나 러시아에서도 체험할 수 없는 극오지의 경험이다. 




2편 남미


4개월의 유라시아 여행을 마치고 10월 런던 틸베리 항에서 브라질로 차를 선적, 운임, 관세, 수수료, 벌금, 컨테이너 사용료, 등을 합해 예상의 서너배가 넘는 천만원 넘는 비용을 지불(중고로 차를 하나 사는 편이 나을 것 같음..) 후, 모로코와 쿠바 여행후 브라질 리우에 차를 찾으러 갔는데, 통관문제로 3주나 발이 묶인다. 차를 몰고 리우를 떠난 날은 12월 22일. 이 때부터 남미 중미의 도시와 유적지 및 자연풍광을 거쳐 1년여를 총 9만킬로미터를 차를 몰고 여행을 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까지는 다른 남미 나라들에 비하면 그나마 치안이라던가, 공무원의 부패나, 도로 사정 같은 게 그나마 덜 나쁜 듯했다. 자연 풍광도 아름답고.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내용이 여기저기 들른 곳에 대한 자연에 대한 감상과 이 주를 이룬다.


칠레에서 볼리비아 국경을 넘어가는데 출국사무소가 없어서 되돌아간다. 차도 슬슬 고장나기 시작이다. 페루의 해발 3,800 티티카카 호숫가 언덕 고산 도시 푸노에서는 차가 고산병에 걸려 ,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다. 에콰도르 지붕열차를 타려고 먼 길을 돌아갔는데 매일 출발한다는 블로그 및 여행 서적 정보와 달리 매주 수요일 한차례로 축소되었다. 여행가려면 블로그나 서적을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나도 전에 말레이지아에서 몰라카 가는 차를 타려고 새로 산 여행서를 참조해서 찾아간 곳이 엉뚱한 곳이어서 반나절을 낭비한 적이 있는데,  여행와서 반나절이면 호텔과 여정을 생각할 때 무지무지하게 비싸게 지불한 그곳에서의 시간을 낭비한 셈이다. 



타이어 교환시 막내 아들이 크게 다칠뻔 하게 할 뻔 했던 차가 드디어 콜롬비아 첩첩산중에서 멈춘다. 겨우 마을까지와서 정비소 찾았으나, 안된다고 해서, 수십km 떨어진 큰 마을에서 견인해갔으나 거기서도 불가능, 하루종일 정비소를 뒤졌으나 실패하고 몇일만에 다른 견인차로 세번째로 큰 도시 칼리까지 가서 수리를 알아본다. 문제는 이 메이커 차가 이 나라에 귀하다는 것이다. 여행포기해야 할 상황까지 이르렀으나 그 와중에 국내의 많은 분들에게서 연락을 받고 힘을 얻어  5일만에 보고타로 가서 가까스로 수리에 성공한다. 실시간 블로그와 익명의 이웃의 힘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그렇게 천신만고끝에 하는 여행이지만, 천만다행인 건 에콰도르 지진을 피했다는 것이다. 후에 묵었던 호텔 인근 산이 다 무너져 내렸다. 다치거나 갇히지 않아 다행이다. 이제까지도 중남미에서 개고생을 했지만 진짜로 개고생 길이라고 불리는, 길이 없는 구간, 다리엔 갭을 통과해야 콜롬비아에서 육로로 파나마로 이동할 수 있다. 더 위험한 이유는 게릴라 반군의 주된 활동 영역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컨테이너에 싣고 파나마로 보낸다. 선박회사는 개인과 거래 하지 않아 많은 비용, 복잡한 절차, 검색 등이 필요한 에이전시를 이용하게 된다. 차를 파나마로 보내고 났더니 이번엔 파나마로 입국하기 위해 공항 발권에서부터 말썽이다. 파나마에서 출국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결국엔 쓰지 않을 티켓을 사람 수대로(4인 가족) 구입하는 일도 생겼다. 



앉을 곳도 없는 파나마 세관에서 차량 임시 반입 허가서 한장을 받기 위해 75분 벌서고 있는 건, 애교에 불과하다.  몇일 있을 나라에서 6개월짜리 자동차 보험을 가입해야 했고, 이틀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13개의 스탬프와 서류를 받고 엄청난 수수료 지불 후 겨우 세관에서 에서 차를 인수하게 된다. 개고생길을 포기한 것에 대한 대가다. 



중남미가 전체적으로 다 치안이 나쁘지만 멕시코는 경찰 마저도 위험하며, 산적 떼강도 권총강도가 온갖군데서 출몰하니 조심하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얘기를 듣는걸 보니, 멕시코 여행도 아웃이다. 세관원들은 외국인이 봉이다. 20일후 출국하는 사람에게 묻지도 않고 180일 입국 필증을 찍고는 180일어치의 출국세 요구하는 센스. 듣던 중 반가운 소식 하나. 지나가다가 우연히 랜드로버 서비스 센터에 들렀다가 대접 받고 광고까지 찍는다. 한국서 올만큼 차가 튼튼하다는 것과, 서비스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는 광고 내용까지 보태서. 그래서 광고비는 받았는지 모르겠다. 선물은 받았다고 하던데.


과테말라에서는 담당자 퇴근해서 입국 통관이 안돼 보세 구역(? 면세구역 말하는 듯)에 텐트를 치고 자는 일도 생긴다. 이런 남미에 있다가 미국으로 간 일행은 쾌적함에 한 숨 돌리지만, 워싱턴에서 무장 경찰에게 포위당하는 불상사가 일어난다. 일대 교통은 마비되고 건물 위의 총들이 차량을 겨누는 상황까지 마주친다. 차는 견인되고 워싱턴 시내 진입은 금지되었다는 딱지와 함께 되찾는다. 주차장 찾는 모습에 수상한 차량으로 몰려 생긴 일이다. 그러고보니 그 위험한 나라들에서도 총을 겨눈 사람은 없었는데, 미국이란 나라가 가장 무섭다. 


미국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 450일 만에 집으로. 인천세관은 15개월동안 거친 세관중 가장 친절한 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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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EBBP 2018-09-11 10:28   좋아요 2 | URL
저도 가족 1인이랑 블라디보스톡 출발 바이칼 호수까지 가는 계획을 세웠는데, 차량 고장 얘기에 찌글어져있어요

카알벨루치 2018-09-1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대단한 분들이네요! 제 지인중에도 이탈리아 관광갔다가 지갑이랑 폰을 잃어버렸다고 하더라구요 맥도날드에서~치안과 위생수준이 엉망이라고 하던데~ㅎ

CREBBP 2018-09-11 10:29   좋아요 1 | URL
유럽의 주요 관광지들에서 개인 여행중 돈 안잊어버린 사람을 거의 못본 것 같아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