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의학 콘서트
이문필.강선주 외 지음, 박민철 감수 / 빅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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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약 70~80년간의 평균 수명이 보장된 건 불과 200년 사이의 일이다. 평균수명은 19세기 중반까지 30년대였다고 한다. 평균 수명의 연장은 한 세대 한세대 거쳐 서서히 진행되었기에 예수탄생이나, 철, 종이 화약 인쇄술 같은 것의 발명과 같이 인류사의 대박 사건으로 손에 꼽힐 수는 없었으나, 전체 인류 문화사를 통틀어볼 때, 이처럼 의료가 개인이 생명을 노후까지 보장하는 때가 없었으니, 이렇게 되기까지 인류사에 있어서 의학은 어떻게 발전 혹은 변화하여 왔는지 여러가지 궁금할 때가 많다.  


요즘은 어린 영아 시기부터 생명과학과 관련된 지식들을 접하기에, 19세기까지 의사들도 몰랐던 기본적인 위생 개념과 의학지식을 언어를 습득하듯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하지만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알고 태어난 듯 당연히 알고 있는 의학적 지식; 심장박동, 혈액 순환, 위연동운동과 위액,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 이런 것의 작동원리와 존재를 알기 시작한 것은 수천년의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단 200년 전부터의 일이다. 그 전까지 몸의 동작은 보이지 않는 '신의 섭리'였다. 과학 혁명의 시대에 수많은 의료인이 혁명적 아이디어를 보태던 18세기, 19세기까지도, 일반인에게 의사는 마차나 기차를 타고, 자신이 가진 의료백에 있는 보잘것 없는 기구와 진통제를 비롯한 몇몇 약 중 하나로 처방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지식이 공유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이 책을 통해 긴 인류 인류 문명의 의료 행위의 세계사를 살펴보니, 최근 100~200년 이전의 의료는 그저 스스로 '의사'라고 칭한 사람에게 자신의 목숨을 맡기는 행위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점에서 19세기 이후 혈액순환원리발견, 신경기능의 발견, 뢴트겐의 X 선 발명, 종균법과 면역학, 현미경의 발명과 세포의학, 파스퇴르의 백신 개발 등 연이어 발생한 의학계의 사건들은 혁명적이다. 그 중에서도, 통계를 의학에 접목하여 의학통계의 아버지로 불린다는 피에르 루이스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의학적 실험은 인간의 목숨을 담보로 하므로, 과학실험과는 달리 마구 실험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기록과 분석을 통해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수치적 통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처음 주장한 사람이 피에르 루이스이다.  질병 표본을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꾸준히 조사해야 하며 효과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그의 이런 주장으로 이전까지 의사 맘대로 아무 제약 없이 독약도 사용가능했던 치료 방법이 근본부터 흔들리게 되었다. 그전까지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던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사혈요법의 무익성을 알린 것도 그가 통계를 통해 그 사실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문명이 발생한 곳에 전쟁과 질병이 있었고, 삶을 구하는 행위가 의료행위였으므로, 생물학 구조와 지식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간의 몸은 블랙박스였을 터다. 기독교 전파 이전, 고대 이집트, 히브리, 인도 메소포타미아, 중국 그리스 로마에이르기까지 의학은 신앙적 성격이 융합되긴 했으나, 나름대로 과학적 가설하에 인체를 철학적으로 이해하고, 긴 시간동안 축적된 경험으로 약초와 침술 사혈 등이 임상적 효과를 보고 있었다. 


고대부터 이어져온 의학의 맥이 끊긴건, 기독교가 인간의 정신 뿐만 아니라 지식, 사회, 제도 등 모든 것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과학과 수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세의 암흑기에 마녀사냥과 주문 등으로 병을 대할 때 고대 의학을 계승하고 발전시킨 건 아랍과 페르시아 쪽이다. 알다시피, 성경은 정신병의 원인을 마귀로 설명한다. 그래서 의료 행위는 마귀를 쫒는 의식이었고, 여기에는 온갖 고문, 화형과 교수형도 포함되었다. 20세기까지도 성경에 여성은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고통받아야 하기 때문에 출산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마취제를 사용하는 것을 종교계가 반대했다고. 종교가 어디 도움이 되었다는 소리를 어느 역사서에서건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제목이 '한권으로 읽는 의학콘서트'로 되어 있는데, 독자로서 부제를 붙여보면 '세계사 속의 의료인' 혹은 '의료위인전의 세계사' 쯤으로 붙여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즉 이 책은 세계사 전체를 훑으며 방대한 양의 의료계의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다. 너무 많은 의료인이 등장해서 의료인 사전 비슷한 느낌도 든다.  그렇다고 사전식으로 주요 정보만 압축해서 보여주는 건 아니고,  마치 어린이 위인전처럼 어디서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저서가 무엇무엇이 있고, 누구의 제자였고 이런 깨알같은 정보가 촘촘히 박혀져 있다. 


따라서, 잘 정리된 의료과학적의 역사를 기대했던 전문인들에게는 두서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텐데, 일반인에게는 따라가기 힘든 전문적 내용만 나오는 것 보다는 이런 의료인들의 삶에 있어 크게 의료부분과 관계가 없을 수도 있는 부수적인 이야기가 읽기를 용이하게 해줄 수도 있다 하겠다. 맥락이 서로 연결되지 않고, 여러 인물들을 짧게 정리한 위인전처럼 시대별로 엮은 듯한 느낌이 아쉬웠다. 


편집 면에서는 20명 저자들의 소개가 전혀 없어,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줄 소지가 있다는 점과, 레퍼런스가 전혀 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무슨 논문도 아닌데 문단 마다 레퍼런스를 미주에 표시해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읽으면서 의심이 가거나 흥미로운 부분이 생기면 어디서 더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또한 내가 알고 있던 부분과 다른 거나 이상하다 싶은 부분이라도 생기면 그 출처가 어디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고,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과학서적이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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