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88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현 옮김 / 책세상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에서부터 정치, 경제학, 그리고 혁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휩쓸어 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인물이라고 말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마르크스가 공산당 선언이나 유물론 같이 한 때 한쪽 이념의 신봉자들이게는 성서이자 교과서였고 대립된 반대쪽에게는 불온서였던 책들 말고 유대인이라는 다소 지엽적으로 보이는 문제에 대한 글을 썼다는 사실이 일반 대중에게는 그리 크게 알려져있지 않은 듯하다. 


1844년에 발표한 두 편의 글은 당대 헤겔 철학파 부르노 바우어가 쓴 두 편의 유대인 비평에 관한 비평글과 우리말 번역자의 상세한 해제를 묶은 비교적 짧은 책이다. 짧다고 무슨 책이든 금방 읽히는 건 아니다. 특히 철학서란 내게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용어의 추상성으로 인해 1차적으로 힘들고 특유의 번역체 때문에 한번 더 힘들다. 때로 이게 무슨 셀프 고문인가 싶은 짓이 철학책 읽기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기도 하고 안그렇기도 하다.


내가 약 10프로 정도나 이해했을까 그나마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이해됐다고 믿는 부분만 요악하면 이렇다. 바우어가 말하기를, '유대인이 기독교 국가(독일)에서 유대교의 종교적 특수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족적 특권을 주장하는 것이므로 어리석다. 기독교를 믿어라.' 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마르크스가 그의 논리를 반박하며 '유대인을 유대인이게 하는 것은 종교가 아니라 그 반대다. 국가의 종교적 탄압이 그들에게 종교를 유지시킨다'는 것이다. 


통채로 인용되는바우어의 문장을 보면 당대 독일 내 유대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마르크스가 바우어의 글을 반박한다고 해서 유대인 편들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해제에서 밝혔듯이 한 때 이 글이 마르크스의 반유대적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 잘못 해석되기도 했다는데 당연히 그의 유대인에 대한 적나라한 비평은 과연 칼 마르크스가 이런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르크스는 유대인이었다. 알고보면 유대인이었구나 하는 사람 참 많다. 



“화폐는 이스라엘의 질투 많은 신이다. 그 앞에서는 다른 어떤 신도 존립해서는 안 된다. 화폐는 인간의 모든 신들을 낮추어서 그 신들을 상품으로 변화시킨다.화폐는 보편적인, 그 자체로 구성된 모든 사물의 가치이다. 때문에 화폐는 세계 전체에서,인간 세계 및 자연에서 그들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강탈했다. 화폐는 인간에게 낯선 인간 노동의 본질이자, 인간에게 낯선 인간 현존의 본질이다. 이 낯선 본질이 인간을 지배하며 인간을 지배하며 인간은 그것을 숭배한다.(46/110)”


당대 유럽에서 유대인은 참징권도 없고 사회 경져적 전반에 걸쳐 예외 대상이었는데 이 책의 흐름으로 짐작컨대 당대 유디인 해방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동시에 반유대적 정서가 널리 퍼져있는 듯한데 그 원인을 바우어는 1차원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사회적 규율과 관습에 어긋나는 그들만의 종교에 집착하는 것이라 믿는다. 한 마디로 기독교가 유대교보다 더 진보되고 우월한 종교이니 그걸 믿어야 그들이 해방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마르크스는 그러한 논리 뒤에 숨어있는 자본이라는, 시장이라는, 종교적 현상을 캐치한 것이다. 


마르크스의 주장을 읽어보면 당대 유대인이 얼마나 악착같이 부에 집착했는지 또 사회적으로 유대인에게 부가 쏠리고 있는 현상을 비유대인들이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신랄하게 비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유대교의 폐기가 아닌 종교 전반의 폐기, 종교는 사적인 영역으로 개인에게 맡기고 국가가 기독교를 믿던 유대교를 믿던 귀신을 믿던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듯하다.


서문에서도 말했듯 현재 이슬람교의 폭력의 근원을 이슬람교라는 종교 그 자체로 보고 히잡을 금지한다거나 하는 단편적 조치를 취하는 바보같은 짓을 할 게 아니다. 그것은 이제 지난 세기의 유대인과 똑같은 처지가 되어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빼앗긴 팔레스타인들에게 그들의 종교가 이 모든 원인이이니까 종교를 버려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는 유대인의 비밀을 그들의 종교에서 찾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종교의 비밀을 현실의 유대인에게서 찾는다.˚


이렇게 주장하는 마르크스는 '유대교의 세속적 근거를 사욕'에서 '유대인의 세속적 제의를 악덕상행위'에서 '유대인의 세속적 신을 화폐'에서 찾는다. 따라서 악덕상행위를 뿌리 뽑히도록 사회를 조직하면 유대인이 존립 불가능해지며 유대인의 종교적 의식은 현실적 삶의 공기속으로 사라잘 것이라는 거다. 당대 유대인의 경제적 지배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훗날 나치에 의한 학살이 당대의 일부(?) 국민들에게 지지받게 될만큼 유대인은 사회의 모든 부를  빨아들이며 이를 유대교라는 종교에 의해 선택받은 민족적 특권으로 치환하여 이해한 것이 모순이었다는 뜻으러 이해할 수 있겠다. 


정치적으로 받는 차별되고 핍박을 받는 압박을 종교적 특권을 포기하여 해결할 수 있다는 바우어의 견해에 대치되는 마르크스의 이런 주장은 이미 화폐가 세계의 힘이 되었기에 화폐를 지배한 유대인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방되었다는 것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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