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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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들은 소중한 것들을 잃거나 결핍을 경험하는 중이다. 자식을 잃는 일은 상실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상실이다. 남편이거나 부모의 경우라 해도 정신적 좌절감은 극복해야 할 어려움이다.   현대 사회에서 대부분의 갑작스런 죽음은 우연한 사고에서 발생한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복수의 칼을 갈 여지가 있다면 죽음과 상실이 불러온 체념적 감정에 몰입할 여유가 없어질까.


<입동>에서는 다섯살 짜리 아이를 유치원 차가 후진하면서 치었다. 유치원과 자동차 보험회사에서 보상이 나오고 유치원은 인솔 교사를 자르는 선에서 마무리했지만 아이를 잃은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그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게다가 마을에서는 아이 아빠가 보험회사 직원이란 이유로 흉흉한 소문이 돈다. 아이를 잃은 엄마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바깥 출입을 하기도 꺼려하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혀 지낸다. 

작가는 이 작품집의 다른 단편에서도 이렇게 타인의 고통을 소비하는 주변인의 태도와 그로 인한 피해자 혹은 논란의 대상이 겪는 불편한 심경을 다룬다. < 건너편 > 에서는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에 계속 실패하고 있는 이수가 친구 결혼식 술자리에서 다른 친구들 특히 불운한 친구들의 뒷담화를 하면서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한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누군가의 불륜, 누군가의 이혼, 누군가의 몰락을 얘기할 때 ..’ 그러면서 자신도 그런 식의 관심을 보이며 경박해 보이지 않으려 적당한 탄식을 섞어 안타까움을 표한 적 있었다. <가리는 손>에서는 노인 폭력에 연루된 중학생 아들이 동남아 혼혈 아동이라 구설수에 오르는 대화가 나온다. < 풍경의 쓸모> 에서는 지방으로 대학 강의를 나가는 정우가 버스 옆좌석에서 시끄럽게 남을 헐뜻는 소리에 주목한다. 그들의 헐뜻음은 타인이 아닌 자신의 도덕성에 상처 입은 얼굴을 한 놀란 듯한 즐거움이며 자신도 잘 아는 즐거움이라기 생각한다.

이렇게 타인의 고통이 오락의 한 형태로 소비되고 말이 말을 통해 전달되고 누적되며 왜곡되는 과정에서 괴로움은 더욱 커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을 찾을 수 있을 테지만 사고와 같은 불운이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위안이 되기 보다는 숙덕거림의 형태로 혹은 동정어린 눈빛이나 호기심어린 질문 따위로 더욱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교사였던 남편을 잃은 명지는 사촌언니의 배려로 그들 부부가 비운 에딘버러 집에서 묵는다. 유학중인 동창 현석에게 전화를 희서 만나는데 아직 남편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현석에게 사실을 숨기고 자신은 출장중이라고 속인다. 동정어린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그렇게 한 선택이지만 갑자기 남펀에게 전화를 하자는 통에 난처해져서 사실을 말할 기회를 얻지만 헤어졌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이 일로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술도 돕고 해서 둘은 썸이 생길뻔 하지만 바로 다음날 티켓을 바꿔 귀국해 버린다. 다른 소설과 구조가 비슷했지만 재밌게 느꼈던건 역시 아슬아슬한 남녀 로맨스가 비껴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생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 남편에 대한 원망이 풀리는 계기를 세련되게 처리했기 때문인거 같다. 

침묵의 미래 역시 사라져가는 것들 잃어버리는 것들을 범 지구적 차원의 메타포로 구성한 소설로 내게는 다소 실험적으로 보였지만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세계의 희귀 언어를 수집하여 박물관에 전시하는데 전시 대상은 그 마지막 말들의 화자들이다. 화자들에 의해 발화되어야 싱립하는 게 말이므로 말 자체가 어떤 형태를 가질수 없겠지만 소설에서는 화자가 아닌 말 자체가 소설의 화자가 된다. 소설 동주에서도 사라진 언어 이누시어에 대해 다루는데 함께 읽으면 좃을 듯하다. 

전체적 분위기는 죽음과 상실을 깊이 삶속에서 맞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라 다소 어둡지만 어둔 동굴을 천천히 빠져나가는 계기가 오며 그것은 아주 작은 진실의 재발견에 의해 이루어진다. 삶은 멈추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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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8-07-05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우울한 분위기라 아직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마음의 준비가 되면 꼭 한 번 읽어 보고 싶어 졌습니다.

CREBBP 2018-07-06 11:18   좋아요 1 | URL
우울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소재가 살인이나 폭력같은 것은 아니고, 소소한 일상에서 머물기에 읽을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