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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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의 미스테리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처음 접한 이후로 꾸준히 그의 책을 읽고 있다. 처음 읽었던 책에 반해 계속해서 그의 책을 읽었다. 쉴 새 없이 신간이 나오다 보니 어느 순간 부터는 따라잡기가 힘들어서 발빠르게 작품을 챙겨 읽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타의 많은 작가들 중 가장 좋아하는 추리소설 작가를 뽑을 때면 가장 믿고 보는 작가가 히가시노 게이고다. 어떤 장르를 쓰더라도 평타 이상은 하는 작가이기에 어떤 장르를 들고와도 기대가 된다.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내가 좋아하는 사회파 소설이 아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의 미스테리 소설이다. 그의 작품 중 굵직굵직한 작품들은 이미 출간되었는지 1989년에 출간된 작품을 데리고 왔다. 엄청난 다작이라 할만큼 매달 쏟아지는 그의 작품이 놀랍기도 하고 때로는 다시 재간되는 작품을 찾아 읽기도 한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어떤 재료를 가지고 와도 자연스러운 필치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이 작품 역시 각각의 단편인 동시에 신일본 항공의 스튜디어스인 하야세 에이코 통칭 A코라 불리며, 후지 마미코는 통칭 B코라 불리며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단짝인 동시에 룸메이트인 두 사람은 얼굴 생김부터 체형, 입사 시험 성적까지 정반대다. 그럼에도 호흡이 잘 맞는다. 두 사람이 함께 가고시마에서 체류 하던 날 호텔 바에서 우연히 만난 승객과 함께 술을 마시게 되고, 그날 승객의 부인이 잠긴 호텔 방에서 목이 졸린 상태로 발견하게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사람은 목격자로 부인의 죽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비행 스케줄을 취소하고 호텔에 남게 되는데...


각각의 단편은 A코와 B코가 스튜디어스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읽들을 풀어 놓았는데 1989년작 답게 시간의 흐름이 묻어나기도 한다. 각각의 트릭과 진상 손님과의 일화는 허를 찌르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이 다채롭게 그려진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빙빙 돌아가기 보다는 단숨에 허를 찌르고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작품 속 인물에 녹아든다. 예쁘고 능력이 좋은 A코의 활약상과 미워할 수 없는 B코의 여러모습이 조우되는 작품이어서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읽었다. 한 작품을 가지고 깊이 파는 것도 좋지만 각각의 상황을 다층적으로 그리는 단편집도 좋은 것 같다. 시대의 상황과 스튜디어스라는 직업의 애환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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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사람
윤성희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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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이 느껴지는 시간들


 ​어릴 적 빛나고 영특했던 시간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이였을 때는 무엇을 하든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시간이 스르르 사라지고, 손안에 아무 것도 쥔 것이 없는 세월을 먹는 이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윤성희 작가의 <상냥한 사람>은 그 시절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형구네 고물상>의 아역배우 '진구'로 인기를 누렸던 그가 시간이 지나 TV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렸을 때 열광했고, 함께 그 시절의 영광을 누렸던 그들의 인기는 어디로 갔는지 사그러지고, 아역배우 진구로 활약했던 형민의 진짜 모습을 그려낸다.


요즘 TV를 틀면 윤성희 작가의 책 속의 형민의 모습처럼 지난 시절을 함께 했던 그들의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을 잘 이겨낸 몇몇은 몇 번의 방향을 전향해 가수에서 배우고, 예능인으로서 활약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때때로 인기의 끝을 달렸던 이들이 어느 순간 방송에 보이지 않다가 몇 십년 만에 다시 화면에 보일 때 그들의 얼굴 속에 보여지는 삶의 빛과 그늘이 절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의 소설 속 형민은 별과 같이 빛나던 사람이었으나 시간이 지나 그의 삶에 있어서 많은 굴곡을 이룬다.


어쩌면 어렸을 적 꿈을 꾸었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미래를 꿈꾸었던 시간 속에는 절대 생각하지도 않았을 일들을 겪어내고, 사람들은 사람들은 잃고, 미래를 읽고, 가족을 읽고, 누군가와의 관계를 외면하며 절망스러운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시간이 더할수록 더 좋은 사람, 상냥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 희망을 뒤로하고 한 사람의 인생은 이렇듯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견뎌내지 못한 아픔이 차마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들을 윤성희 작가는 차분히 그려낸다.


밑바닥에 침전되어 있는 부유물들을 기꺼이 꺼내오는 시간의 여백을 그려내고 책이 아닌가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냥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노력에도 시간에 꺾이고, 사람에게 패이고, 상황에 빗겨나갈 수 밖에 없는 슬픔을 그려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밝은 불빛 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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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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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계의 이야기.


 영화의 이미지 때문인지 고고학자라고 하면 굉장히 스펙타클한 모습만 떠오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시간 속에 묻어둔 것들을 깊이 파내고, 또 파내는 삽집을 한 후에야 비로소 그 시간 속의 유물들과 비로소 접선하게 된다. 어려운 느낌과 동시에 우리와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강인욱 교수의 <고고학 여행>을 읽으면서 그가 출현한 '차이나는 클라스'를 찾아 보았다. 몇 개의 클립을 통해서 봐서 그런지 전체적인 맥락을 다 그릴 수는 없었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고고학의 재미와 감동을 엿볼 수 있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강인욱 교수는 유학 때 경험했던 프로젝트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았다. 시대가 멀수록 거리감이 느껴져 그 시대 때 살았던 사람들의 복장이나 풍습, 장례문화 까지도 배웠음에도 잊혀지곤 했다. 우리의 역사와 가장 가까운 시대는 조선시대다 보니 고증이나 남아있는 유물면에서도 바라보기가 쉬워서 그런지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쉬이 다루어졌다. 반면 태초의 시대의 모습은 고증하기도 어렵고, 당시 살았던 이들의 모습을 커다란 스크린에서 그리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라서 그런지 많은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다.


고고학의 인상이나 우리가 보지 않았던 시대의 유물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책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시간들을 강인욱 교수는 복원해 낸다. 누가 문명은 짧고 인생은 길다고 했던가. 고고학자의 많은 시행착오와 헤프닝, 유물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들과 파괴와 복원 사이에서의 줄다리기는 그는 서슴없이 잘 그려낸다. 무엇보다 시간을 탐험하는 동시에 살아있던 이들과의 만남이 그에게는 또다른 인생공부가 된 것인지 고고학을 넘어 인문학적 관점으로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때때로 이 책이 고고학 여행인 동시에 자기 계발서의 느낌도 받았다. 동시에 여러 느낌을 주는 책이어서 짧은 챕터 속에서 보여지는 유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배경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많은 챕터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색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던 여섯 번째 챕터가 가장 인상 깊었다. 고고학 발굴에 있어서 시간의 무게를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색채라는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였던 것 같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것이 색채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색감은 바래지고, 바래진 그것들을 고고학자는 찾아 시간의 흐름을 유추해 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 세번째 챕터인 전쟁 속의 고고학도 재밌게 읽었다. 원형 그대로 나두는 것이 어쩌면 유물이 가장 안전하게 보존하는 것이지만 전쟁과 공통적으로 고고학을 연구하는 것 역시 파괴한다는 점에서 같다는 강인욱 교수의 이야기에 공감이 갔다. 연구와 발전은 최근에 읽었던 책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2019, 흐름출판)과 맥을 함께 한다. 인류의 문명을 위해 연구하는 것이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그들의 문화를 침해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최소한으로 문물을 건드리며 연구를 하는 것이 그의 일이 아닌가 싶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 속의 이미지만을 그렸던 고고학자의 면면을 새롭게 읽고, 답습한 느낌이다. 그들의 생생하고 다양한 일들을 더 깊이 파헤치고 시공간을 넘어 긴 여행을 다녀온 건 같다. 더 깊이, 온전한 역사의 진실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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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 p.10


시간여행을 꿈꾸는 인간의 판타지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고학이 발달해서 사람들이 꿈꾸던 찬란한 과거 같은 건 없다고 밝혀진다 해도 혹은 인류가 바라마지않는 미래는 결코 오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시간여행을 꿈꿀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이라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과 색다른 시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 호기심에 있다. - p.26


나무는 그 원형을 유지한 채 땅속에 묻히면 서서히 사라진다. 하지만 숲은 그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 6000년 전 빗살무늬토기의 불새는 불에 땀으로써 지금 다시 고고학자들에 의해 부할할 수 있었다. 타고 남은 재에서 다시 타오를 불에 대한 희망을 찾듯 고고학자들도 과거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 유물을 찾아 고궁분한다는 점에서 뭔가 동질감이 느껴진다.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삶의 목표라든가 이정표 같은 것들이 더는 의미 없게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화려한 삶을 꿈꿨지만 실패하고, 꿈은 꿈인 채로 남아버린 것만 같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삶에 좌절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규정지어 버린다. 이제 내 생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고.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라 자기 안의 뜨거운 열기를 꺼트리지 않는 것이다. 불과 재는 둘 다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다. 단지 형태만 다른 뿐이다. 내 안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재 속을 헤집듯 자기 안을 천천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될 때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 p.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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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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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독일 문학을 통해 알아보는 새로운 세계

  문학이라면 주제나 나라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주로 마주 하는 책은 영미권 소설들과 일본 소설이 많다. 다른 언어권의 책들도 보는 것을 좋아해서 읽어보곤 하는데 자주 마주쳤던 영미권 소설이나 일본 소설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손에 꼽을 정도는 아니지만 독일 문학도 빈도 수 높게 만나고 있지만 매번 '차가운 느낌'을 받을 뿐 재밌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추운 겨울 날 입김을 후 하고 불면 하얗게 김이 공기 중에 내뿜어지는 것처럼 차가운 바람이 연신 느껴졌다.

홍진호 교수의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은 19세 말, 세기전환기의 독일 문학을 살펴보는 책이다. 그 당시에 불었던 바람으로 문학을 비롯해 예술계의 많은 작가들과 학자들이 어떤 문화를 살며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많이 만나본 작품들이 없어 빈약한 배경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책은 마치 전공자를 위한 것처럼 독일 문학사를 개관하는 동시에 19세기와 세기전확기 문학을 통해 탄생한 새로운 인간관과 세계관을 정립시켜 준다. 독일에 대해, 독일 문학에 대해 생소한 이들은 다소 어려운 개념이라도 독일 문학의 면면을 조금이나마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책 표지에 보여진 것처럼 클림트의 그림 다나에가 표지의 그림으로 쓰였다. 제우스의 욕망으로 고대 그리스 아르고스의 왕이었던 아크리시우스의 딸 다나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선택이 아니라 운명으로 다가왔고 다나에는 높은 탑에서 비로 뿌려진 제우스의 손길을 받아 아들을 낳는다. 그런 이야기 때문인지 시대적으로 각 화가들은 다나에를 그려왔다. 순결한 모습이기도 했고 때로는 관능적인 면면이 드러나 에로틱한 모습이 많이 포착되었다. 클림트의 작품처럼 에로틱한 모습과 성에 대한 집착들이 독일 문학사에서 잘 드러난다.

19세기 중반에 격변한 독일의 사회적인 문제점과 전쟁으로 인한 피폐함이 또다른 보상심리로 작용되기도 했다. 사회구조나 정치적 변화, 전쟁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들로 하여금 그들의 인식은 바뀌었고, 산업혁명과 자연과학, 실증주의 철학과 진화론등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들이 책을 관통한다. 자연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자연주의 성격에 맞게 그려낸다.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빌헬름 폰 폴레츠, 콘라트 알베르티등 그들의 작품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3부에서는 성과 욕망하는 인간 모습을 포착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여전히 생소하지만 아르투어 슈니츨러나 프랑크 베데킨트, 에두아르트 폰 카이절링, 토마스만,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책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생소한 동시에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전에 몰랐던 세계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독일 문학을 더 깊이 아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행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넓은 의미로 다양한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한 나라의 문학을 깊이있게 들여다보는 노력이야 말로 더 깊게 그 나라의 작품을 이해하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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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100
차홍규.김성진 지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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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조각의 세계


 초등학교에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었다. 어렸을 때는 그 동상의 이름도 모르고, 그저 팔이 잘린 동상이 꽤나 무서웠던지 아이들 입에 하나 둘 괴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동상이 유명한 '밀로의 비너스'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유명한 동상을 두고 밤 12시에 그 팔 안에 피가 흐른다니. 지금에서야 깔깔거리고 웃으며 지나가지만 예전에는 많은 아이들이 그 웃픈 괴담을 믿곤 했다. 가까이 있지만 조각의 진가를 알지 못했고, 유심히 볼 기회가 없다가 유럽여행을 가면서 조각의 매혹에 푹 빠져 버렸다. 조각과 조각 사이에서 마치 시간이 땡하고 치면 절로 그들이 살아 숨쉴 것 같았다. 그들의 표정, 기다랗고, 매끄러운 몸매, 그들이 걸친 주름 하나까지도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무엇보다 그들의 희노애락의 표정들이 눈에 성큼 들어온다.


예전에는 사람의 몸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조각을 보면서 인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꼈다. <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은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조각들과 그동안 만나보지 못했던 조각을 만나보게 한다. 실제로 보는 즐거움 만큼이나 책에서도 도판들이 생생하게 실려있다. 드문드문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처럼 사진이 갈라지는 것도 있지만 선명한 사진은 정말 보는 것 만큼이나 실감 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조각이란 3차원적 입체형상을 조형하는 예술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림 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주변의 사물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형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조각의 매력인 것 같다.


무엇보다 책에서는 조각의 역사가 눈에 그려질 듯 살펴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리스로마 문화의 조각과 헬레니즘 문화, 고딕시대, 인문주의 발달로 인해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한 조각들이 한 눈에 보였다. 미켈란젤로를 비롯해 로뎅 등 다양한 조각가들의 작품이 선명한 사진과 함께 시대별로 구분을 짓고, 그 시대의 조각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 하나하나 세심한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한 권의 책으로 서양 조각들을 100까지나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책이었다. 거장들의 숨은 이야기나 그림 만으로도 모든 것이 설명되는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장면을 구사하듯 조각가가 무엇을 그리고자 하는지 감정들이 하나하나 느껴졌다.


시대적인 면면의 의미와 사랑, 이별, 괴로움, 승리, 부끄러움을 표현하는 그들에게 다가가고 싶을 정도로 그들의 언어가 쉬이 다가왔던 책이다. 각각의 설명이 더해지면서 풍성한 이야기와 알아가는 재미를 주는 조각의 역사서이자 예술서인 이 책은 왜 유럽이 조각에 열광했는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책이다. 여행을 통해 조각의 매력을 느꼈던 만큼이나 한 권의 책을 통해서 조각의 매력을 여실히 알 수 있었던 책이다. 더불어 그 유명한 로댕의 작품이 왜 그렇게 많은 명성을 얻었는가에 대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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