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스타샤>를 읽고 나서 한동안 너무 먹먹했다. 글을 읽고 나니 오롯히 남은 그 느낌을 글로 담아서 쓰고자 했지만 얼마 못가서 나는 쓴 글을 지우고, 또 쓰다 지우고.....며칠을 그렇게 반복했다. 처음 <나스나샤>를 읽을때 몇번이나 고전했었다. 지금껏 책을 읽어보면서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들과 함께 철학적 사유가 함께 버물려진 책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작가의 글을 호흡하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호흡을 하며 읽어나가기 시작했지만 서서히 문체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무렵 그의 나스타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감히 내 생에 있어 삶을 좌지우지 하는 사랑을 바라지도 않는다고.  나 또한 그렇다. 나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는일. 내 마음 가득히 그를(혹은 그녀를) 담는 일이 마술에 걸리지 않는 한 현실에서는 없을 거라고 이야기 한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영원불멸의 주제로 쓰여오고 있지만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현실에서는 존재여부가 그만큼 적기때문에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했다.

사랑에 있어서 '해피엔딩'의 사랑이야기가 '완성적 사랑'이라고 믿는 때가 있었다. '영원하다'는 단어도 사물이나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랑이 행복한 결론을 끌어내며 일종의 '잘먹고 잘 살았습니다'로 끝내는 사랑은 얼마 안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꿈꾸는 사랑이 아닌 현실적으로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기가 얼마나 희박한 확률인지도. 예전 교양시간에 <여성학>을 들었는데 그때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여자에게 있어 결혼의 관념은 사랑의 마법으로 인해 그 결계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사랑을 꿈꾼다.

"조지, 나는 당신하고 같이 늙는다면 저렇게 죽어도 좋아. 당신을 꼭 안고 당신 품에서 죽을 거야." - p.268

"조지, 나는 무엇도 견딜 수 있어. 조지, 나를 사랑해줘, 사랑만 있으면 나는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을 거야. 사랑해. " - p. 309

"나스타샤여, 멜리사와 경쟁하려 말라. 멜리사는 내게 마술이었던적이 없다. 그러나 그대는 내게 모든 것이다. 그대는 나의 아침이고 저녁이고 숲이고 호수이다. 대지의 여신이고 미의 여신이다. 내가 쉴 곳이고 내가 기댈 곳이다....(생략) " - p.335

<나스타샤>를 읽으면서 가슴이 먹먹했던 이유는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 속에 나스타샤를 향한 무한한 그의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혹 어떤이는 나스타샤가 조지의 희생적인 사랑에 어찌 사랑을 느끼지 못할 수 있나 하는 물음을 하는 이도 분명 있을것이다. 하지만 나는 조지 혼자서 나스탸샤를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나스타샤를 사랑한만큼 나스타샤 그녀도 그의 사랑에 주고 받았을 뿐. 낯선 타지에서 두 떠돌이별이 만나 함께 사랑을 이야기 했던 그 시간이 두 사람에게는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지가 나스탸샤를 사랑한만큼 나스탸샤가 가지고 있는 아픔까지도 사랑한 그의 모습은 '사랑의 마술'은 존재하고 있음을 조지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스탸샤는 그를 더 많이 사랑했을 것이다. 두 사람이 오래오래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오랜시간 함께 한 사랑만이 진정한 답은 아닐 것이다. 조지, 그가 살아있는 날까지 그의 심장이 뛰는 그날까지 그는 나스탸샤를 기억할 것이고 그의 가슴속에 살아있는 나스탸샤는 결코 죽은 것이 아닐테니까.

그를 둘러싸고 있는 캐나다의 생활은 그려질듯 훤히 보여주지만 그 속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이 함께 했던 낯선 타지의 두 영혼이 함께했던 그 느낌은 잊지 못할 것이다. 나스타샤가 없는 캐나다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조지의 느낌만큼이나. 마음을 다해 그 사람을 사랑한 조지나 그 사랑을 사랑한 나스탸샤 두 사람은 행복한 사람들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다시 '사랑'을 꿈꾼다. '사랑'은 그저 꿈꾸는 것이 아닌 현실에 있다는 것을 조지와 나스탸샤가 '증명'해 준 그 사실을 품에 안고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순례기 - 전략적 여행자의 창조와 발견 여행
권민 지음 / 고즈윈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케터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미래 시장, 수년 안에 다가올 자신의 시장이 미리 펼쳐져 있는 곳에 가고 싶어 한다. 미래를 훔쳐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터는 과거와 현재의 '관광'이 아니라,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그런 마케터에게 런던은 세계의 몇 안되는 마케터를 위한 '성지'다. 영감. 정보. 방향. 검증. 샘플. 창조를 위한 공간이다. 마케터에게 끊임없이 탐험을 종용하는 유혹의 보물섬이다."

 <런던, 나의 마케팅 성지 순례기>는 첵 제목 그래도 마케터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 또한 5년 안에 100회에 가까운 런던방문을 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에게 영국은 가까우면서도 친근하고, 친근하면서도 늘 새로움을 찾아다니는 정보창고다. 저자에게 있어 런던의 의미는 창업을 위한 사업 아이디어의 바다이자 배낭여행의 경험을 통해 나중에 회사에 들어가 자신이 본 것으로 회사 생활에 도움을 받는 곳도 런던이라고 이야기 한다. 여행지를 정하지 않고 누군가가 어디를 가는 것이 좋은지 추천해 달라고 할때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말하는 곳은 늘, 영국 런던이다.

책 곳곳에는 마케터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런던의 풍경들이 가득 담겨 있다. 자연풍광이 아닌 영국만이 갖고 있는 디자인, 패션,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신발과 옷, 악세사리등 다양한 문화의 보고들이 그곳에 있다. 처음 배낭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발을 닿고 있는 이 도시 안에서의 콩닥거림으로 한순간 지나칠 풍경을 카메라 메모리칩 안에 빼곡히 담아 넣는다. 낯선 도시를 여행자로, 직업적인 이유로 찾아드는 많은 사람들을 통해 우리는 런던이 베낭여행지의 첫 시작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또한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지도의 항로를 어리바리한 여행객으로 거쳐 갔다.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어리바리한 모습이 아쉽고, 지나친 풍광이 아쉬웠다.

각양각색의 테마속에 비춰지는 윈도우속의 디스플레이들은 보면서 마케터라는 직업이 갖는 시각과 앞으로의 미래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점에서 소리없는 전쟁을 마케터들은 늘 하고 있다. 어떻게 시장조사를 해야 하는지 저자는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낯선 여행지에서 들뜸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정확한 눈으로 그들의 문화와 그들이 먹는 음식, 그들의 역사 까지도 꼼꼼히 체크해 나간다. 일반 독자가 보기에도 마케터는 그 상황상황을 예리하게 봐야하는 현장성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마케터가 되려고 하는 이가 있다면 이 책을 보며 눈을 반짝일 것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보여지는 시각은 '여행' 이 아니라 '일'로써 보여준 책이 아닌가 싶다. 전문가의 시각으로서 말이다. 런던의 색을 강렬한 빨간색이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도시라는 것을 사진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영혼이 뜨거워지기에,
내 꿈이 구워지기에,
책에서는 좋은 언제나 좋은 냄새가 난다.  

 작년 여름 부터 책을 읽고 나면 다시 되새김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리뷰를 쓰기 전에도 책은 꾸준히 접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한달에 몇 권의 책을 읽는지 (혹은 1년에 몇권의 책을 읽었는지) 기록 하지 않았다. 아마도 읽은 양을 기록하기 보다는 그저 활자를 접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어떤 책을 읽었고, 어떤 책은 읽다가 도저히 책 장이 넘어가지 않아 포기했던 (혹은 취향이 너무 아니어서) 접은 책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좀 더 많은 작가를, 좀 더 깊은 내용을 알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읽은 책들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반성하는 일도 필요하다는 자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책 속에서 인용되는 또 다른 책들이 어김없이 나온다. 책을 한권 뚝딱 끝내고 나면 랜덤으로 이어지는 책의 세계는 그렇게 또다른 책으로의 여행같다. 한권의 책을 통해 읽고 싶은 책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어떨때는 수첩 한가득 목록이 가득차 있다.

 <뒤적뒤적 끼적끼적>은 소설가 김탁환의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이다. 독서열전. 연간 100권의 책은 어떤이에게는 신년초의 독서 목표량이고 또 어떤이에게는 쉽게 뛰어 넘을 수 있는 가벼운(?) 산의 숫자이기도 하다. 작년 나도 독서 목표를 100권으로 잡았는데 비교적 꾸준하게 읽어 나가서 그런지 무난히 성공한 권수 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 아쉽게도 김탁환 작가의 전작을 읽어 본 적이 없었다. <방각본 살인사건> <열하광인>등 이름은 무수히 들어봤지만 이 책을 통해서 처음 그의 필체를 느꼈다. 이 책은 책 제목 그대로 책을 보며 뒤적이고 끼적이던 글이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붓 터치하듯 진중하게 쓸어담은 글이기도 하다.

일반 독자가 소설을 보며 느끼는 것과 작가가 소설을 볼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이 첨가되어 궁금증을 많이 풀지는 못했지만 책과 책사이의 여행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아! 이런 소설도 있었구나 하는 감탄사가 든 책도 있었으며 사놓고 아직 손을 데지 못한 책은 이번에 반드시! 하며 손을 꾸욱 쥔 소설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접하고 싶은 많은 소설들 또한 나의 수첩에 오롯히 적어 나갔다.

나 또한 한권의 책을 읽으면 그 책의 여운이 가시지 않으면 몇번을 다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끄적거림은 서평을 대신 한다. 그의 책 한권의 설명은 짤막짤막하다. 그래서 그 책을 깊이 있게 느끼고 싶은 독자는 많은 아쉬움을 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볍게 '책 산책이나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편하게 그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그의 독서열전은 앞으로 계속해서 이어가는 항로처럼 나또한 독서열전의 길은 계속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을 말해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동경만경> <사요나라 사요나라> 이후 동작가의 작품을 3번째로 <사랑을 말해줘>를 접한다. <동경만경>을 읽고 작가의 이름을 갓 머릿속에 집어 넣었는데 우연찮게도 최근에 두 작품이 한꺼번에 나왔다. 최근 작품으로 <사요나라 사요나라>를 읽고 '사랑하는 사람을 이렇게 얄궂게도 만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사랑을 말해줘>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소리'에 달라지는 남녀의 사랑을 담고 있다.

요시다 슈이치의 책을 볼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글은 읽으면서 티비를 보는 것처럼 영상이 절로 떠오르게하는 묘한 힘이 있다. 상상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절로 장면이 떠올라 마치 드라마 드라마 한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랑을 말해줘>는 작가의 매력을 좀 더 응축시키는 것처럼 섬세한 느낌에 서울만큼이나 시끄벅적한 도쿄에서의 두 남녀를 만났다.

다큐멘터리 제작가인 슌페이와 풍경은 볼 수 있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교코 이 두사람이 '소리'로 만나게 되었다. 남자주인공인 슌페이는 카메라속에 사람의 소리를 담는 직업이지만  때로는 그 소리가 소음으로 들린다. 반면 여주인공 교코는 자신의 눈에 담는 풍경과 사람들의 몸짓을 통해 알 수 있지만 그 속에 소리는 담겨져 있지 않아 늘 소리없는 풍경을 마주하며 일상을 지낸다. 그러던 와중에 슌페이와 교코가 만나면서 슌페이는 소리없는 그녀를 통해 위안과 치유를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점차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교코와의 대화를 글을 통해 써야 하는 문제점에 봉착하게 만든다.

짧은 문장을 통해 대화 할 수는 없지만 미묘한 마음에서 나오는 마음의 대화는 글로 다 표현할 수 없음을 점차 깨닫는 두사람이다. 아니, 한사람인가. 슌페이는 그런 미묘한 감정을 꾹 꾹 눌러 담는 것으로 교코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감정들이 쌓이고, 교고와의 만남이 익숙해지면서 슌페이는 교코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점점 줄어든다. '소리'에 대한 아쉬움 '소통'의 아쉬움을 이 두 사람을 통해 같이 있어도 흑과 백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들의 사랑은 아슬아슬하면서 미묘한 간극의 느낌을 작가의 필치로 섬세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슌페이는 '소리'의 '소음'을 통해 교코에게 치유를 받을 수 있었지만 교코의 깊은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했던 것 같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른 호기심과 이끌림을 통해 사랑하게 되었지만 서로의 세계까지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그 미묘한 간극의 차이가 아닐까. 두 남녀 모두 소리가 들린다 해도 늘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소통'의 부족으로 관계가 이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끝없는 교류만이 이어나가는 애정전선이라면 두 사람의 마음의 소리는 슌페이가 교코에게 보여주는 교류는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적었다. 그것이 일때문이라는 핑계속에서도 어루만져주지 못한 슌페이가 오히려 '소리'속에서 갖혀 있다는 느낌이 든 소설이었다.

소통과 부제는 늘 인간이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제다. 더욱이 사람하는 남녀라면 그 피가 흐르는 혈관처럼 끝없이 노력해야 하는 것일지도. 언제나, 늘 '익숙함'은 안정적이면서도 무섭게 느껴진다. 사랑을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순페이와 들을 수 없는 쿄코....때로는 우리가 들을 수 있어도 짧은 문장속에서 대화처럼 '소통'의 부재로 허덕이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 개정판
이도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북박스라는 이름으로 파란 표지였던 이 책은 개정판으로 아기자기한 양장본으로 다시 출판 되었다.)

 한 번, 두 번....스무번 가까이 책을 읽었을땐 어느새 숫자를 세는 것이 무의미해졌다. 처음 내가 이 책을 만난건 도서관에서 책을 마주 대했다..사람들의 손때가 묻어있는 파란 표지로 이 책을 만났다. 로맨스라는 장르 소설에 빠져 들다가 어느 시점까지 읽다보니 주인공 이름이 헷갈리시 시작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내용들이 뒤죽박죽 섞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질려가고 있을쯤 누군가의 리뷰글을 보고 도서관에서 가서 습관적으로 책을 골랐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이하 줄여서 사서함이라 칭함.)을 읽을때까지만 해도 나는 딱히 어떤 류의 책을 좋아하는지 몰랐다. 이야기가 재밌거나 주인공이 매력적인 인물이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고 문제나 작가에 대해서는 그저 조금 참고만 됐을 뿐 깊은 영향은 못 미쳤다.

서평을 쓰기 전에 얼마전부터 책을 한권씩 읽어보시는 엄마께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서함을 안겨 드렸다. 눈이 나쁘셔서 하루에 조금씩 읽던 엄마가 처음에는 책이 심심하다고 하셨다. 그래서 좀 더 진도를 나가보시라고 권유 드렸는데 한참을 읽어보시더니 이 책의 진가를 느끼셨나보다. 이 책은 긴 문장이 연결되지 않으면서도 짧은 문장이 동글동글한 물방울의 느낌을 준다. 마치 처름 읽을때는 잔잔함이 물결치다가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항아리에 물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두사람, 라디오 작가 공진솔과 라디오 PD 이 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건의 친구인 선우와 애리의 사랑, 건의 할아버지인 이필관옹의 사랑, 진솔의 친구인 가람의 사랑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무지개빛 만큼이나 다른 색깔의 빛 속에서도 진솔과 이 건의 사랑은 느릿하면서도 달콤하다. 사랑의 시작은 진솔이 먼저했지만 점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번져가는 건이의 사랑은 심장이 콩닥콩닥 거리며 간질거린다.

작가인 그녀와 시인이자 PD인 건의 말투는 글 속에서 작가가 그리는 만큼이나 작가의 시선인지 진솔의 마음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동글동글해진 글자가 나에게 툭! 하고 다가오는 것 같다. 처음으로 책장을 덮었을 때는 이 책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한동안 나도 진솔이와 건이와 같은 연애를 해 보고 싶은 충동이 들 만큼 사랑스러운 소설이었다. 한눈에 반하는 사랑도, 목숨을 걸 만큼 사랑하는 사람도 만나고 싶은 건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감정을 느껴보고 싶지 않을까. 아쉬운건 그런 사랑이 현실에서는 몇만분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런 운명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불이 붙듯 한눈에 팍! 하고 터지는 사랑보다 잔잔하지만 상대방에게 배려를 하며 조금씩 다가가는 진솔과 건의 사랑 같은 사랑을 하고 싶다. 조금씩, 조금씩, 점점...젖어드는 사랑. 이 책을 손과 발을 합한 것 보다 더 많이 읽은 이유는 아마도 두 사람의 사랑법이 내 마음을 흔들었기에 손에 들면 볼 수 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건의 올곳음과 시니컬해보이지만 실은 가슴 가득 따스함이 있는 남자가 좋아서.

사랑해서 가슴이 따뜻하고, 사랑해서 가슴이 아릿한. 그렇지만 다시 사랑을 하고 싶은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촉촉한 감동을 넘어 라디오 부스 어디선가 그 둘이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주파수가 흐르는 곳 어디선가에 존재할 것만 같은 존재감. 그리고 두 사람을 더욱더 깊게 이어준 이필관옹.

로맨스 소설을 보다보면 늘 여주인공 보다는 남자 주인공이 좋았다. 하지만 사서함에서는 건이만큼이나 진솔이 좋았다. 진솔이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랑은 사랑을 해도 그 속에 외로움도 있고 쓸쓸함을 느낀다는 그말이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사서함은 로맨스소설이지만 장르소설 답지 않은 일반소설의 느낌이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을 주제로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사랑을 통해 그 달콤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하는 어루만져지는 잔잔한 문체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랑스런 별장지기><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 두 작품을 접하면서...계속해서 사서함을 읽으면서 이도우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토독토독. 봄비 내리듯 스며드는 문체는 책을 펴고 읽는 순간 마음에 스며들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