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비극의 서막이 시작되다!


 조엘 디케르의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2013, 문학동네>이 워낙 호평이어서 그의 전작들을 모두 읽어보고 싶었다. 그의 두번째 책인 <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또한 소설의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 <볼티모어의 서> 역시 벽돌 두께만큼 묵직함을 자랑하는 책이다. 처음에는 600페이지가 넘는 것에 놀랐지만 책을 읽어보니 묵직한 두께가 나올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이 책은 한 가문의 궤를 함께한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커스 골드먼은 자신의 유년시절을 함께 보냈던 찬란한 시절의 볼티모어 가를 기억하며, 소설가로서의 시선으로 그때 그 시절을 반추해 본다.


모든 명예와 드높은 태양만이 비출 것 같은 볼티모어 골드먼 가의 영광은 끝이 없을 것 같았다. 부와 명예 모두를 손에 쥐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큰아버지 사울과 동갑내기 사촌 힐렐과 우디와의 만남은 늘 즐거웠고, 떨어지는 안타까울 정도로 그들의 사이는 달콤했다. 함께 놀며 같이 생활하다 보니 그들은 '골드먼 갱단'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우정의 끈끈함을 결성하며 언제나 함께하기를 맹세했다. 큰아버지가 사는 곳인 볼티모어를 배경으로 그려지는 이 소설은 유년기에 겪는 이야기들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보고, 듣고, 운동하면서 찬란한 시절을 보낸다. 그것이 몸으로 하는 것이든, 마음을 나누는 것이든 모든지 함께했고, 마음에 담고 있는 여자친구의 이야기까지 서스럼없이 할 정도로 마음의 경계를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영원 할 것 같았던 관계가 알렉산드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미세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우디와 힐렐이 알렉산드라가 다니는 대학에 함께 다니게 되었고, 마커스 혼자만 다른 대학 문학부로 들어갔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혼자만 떨어진 마커스는 그들이 함께 변함없는 정을 쌓았다고 생각했지만 마커스의 착각이었고, 우디가 유명한 풋볼 선수로 성장해서 나갈 무렵 볼티모어가의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의 여파로 볼티모어가의 화려한 시대는 막을 내렸고, 뜨거운 태양을 한몸에 받았던 가문은 빛을 잃게 되었다.


한 소설가의 시선으로 한 가문의 궤적을 돌아보는 일은 한편의 대하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 여정을 함께하며 그 시간을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이 그들의 관계를 끊어 놓았을까? 항상 큰아버지 가족을 동경했던 마커스는 그 시간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마음의 균열을 가져왔던 그 사건을 차근차근 풀어나간다. 주인공인 마커스가 조엘 디케르의 분신인 동시에 글을 쓰는 작업이 자신의 과거에 대한 소회이자 용서이고, 마음에 담아 둔 것을 글로 풀어냄으로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음을 작가는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고, 삶보다 더 강한 욕구임을 강조한다. 책을 읽고 싶었던 만큼 두툼한 두께가 두꺼워 보이지 않을만큼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완벽한듯 보였던 찬란했던 가문이 서서히 어둠이 들어서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모든 것을 손에 쥔듯 하지만 결국 인간이 갖고 있는 욕망과 질투라는 감정이 평온했던 일상을 흐트러지게 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이 허물어져버렸다. 눈에 보이는 커다란 균열보다 더 미세하게 누수되는 작은 파열음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의 전개가 좋았던 소설이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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