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전면개정판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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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

​ 올해 5.18 기념식을 생중계하는 것을 보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제창인지, 합창인지의 논란으로 언론에 대두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뉴스의 화제로 오르지 않았다. 올해는 대통령의 방문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함께 부를 수 있는 자유로움인지 몰라도 언론에서는 꽤 오랫동안 5.18 기념식에 대해 보여주었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던 해의 일이기도 하고,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 조차도 국사책 말미에 과거정부와 현정부에 대한 설명이 있는 현대사는 수업에서 깊게 다루지 않았다. 교과서 조차도 짧게 설명이 되어 있을 뿐 왜 그일이 일어나고, 어떤 이유에서 그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이유도 설명도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시간이 지나 학교 울타리 밖으로 벗어 났을 때, 언론에서 기획된 프로그램과 영화, 소설을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그림자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각각의 매체에 따라 당시의 상황을 세밀하게 드러낸 부분도 있었고, 때론 은유적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2014,창비)를 통해 비로소 그때 그 일이 얼마나 무섭고, 잔악했는가를 가슴 속에 체감할 수 있었던 있었다. 한강 작가의 책을 읽을 후 너무도 무섭고, 무서워 책을 읽는 내내 잠을 잘 때마다 악몽을 꾸었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새로운 몇 권의 책을 접해도 <소년이 온다>의 잔영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가 당시에 있었던 일을 각 인물을 통해 문학적으로 잘 풀어냈다면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당시 5.18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세밀하고도 체계적인 기록물로 평가 받는 책이다.

32년 전에 ​비밀리에 많은 이들의 증언과 자료수집, 취재를 통해 출간되었으나 올해 전두환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다시 5.18에 대한 진실에 대해 설전이 오갔다. 채널을 돌리다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재점화되기 시작했고,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이의 회고록의 술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과 반대되는 것들이었다. 시간이 지났다고 점점 왜곡되고 폄훼해 가는 시간 속에서 그때의 진실이 무엇이었는가를 다시 알리기 위해 새 옷을 입고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초판으로 출간 될 때에는 320페이지 밖에 되지 않았으나 5.18에 관련된 재판, 특별법등이 수록되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으로 다시 책이 나왔다.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는 1979년 10월 26일 오후 7시 41분 늦가을 초저녁에 울려퍼지는 3발의 총격이 일어난 시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1961년 시작해 세 차례 헌법을 바꾸며 18년간 장기집권을 해 나갔으나 자신의 부하인 중앙정보부 부장인 김재규에 의해 정권의 막이 내렸다. 10.26사태 이후 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없는 큰 공백이 벌어졌고, 커다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으나 다시 군부에 의해 새 정권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서서히 조여드는 군화의 세찬 발걸음이 다시 정권의 깃발을 거머쥐게 되었고, 민주화 운동이 봄을 맞던 시기였으나 그들을 제압하기 위한 신군부 세력의 진압은 과히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했다. 민주화 운동에 가담했던 이들만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 길을 가다가, 그곳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아이, 어른 할 것없이 무차별적인 폭행이 자행되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처음부터 그들은 시민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며 과잉 진압을 했고, 광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이 곳에 일을 '폭동'이라며 언론을 조작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한다. 혹은 북한군이 광주에 내려와서 진압을 했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돌았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 조차도 진실을 알 수 없었고,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했던 이들 또한 배운 적이 없어 5.18에 대해 알지 못한다. 왜곡과 오보 없이 진실 그대로의 광주는 보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싶다. 많은 이들이 히틀러가 자행한 나치즘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고, 많은 책을 읽고 알아가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더없이 무지한 것 같다.

수많은 시간의 기록들이 그들의 발자취를 기록하고, 아무런 이유없이 폭행을 당했던 시민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팠다. 한 개인의 삶의 시대의 어둠에 갖혀 어떤 의미도 없이 죽어갈 수 밖에 상황을 만든 이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있으니 지금까지 눈을 감고 살았던 것처럼 아득하다. 눈을 뜨고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기 위한 노력과 잘못에 대한 반성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이루어져야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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