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히말라야 씨
스티븐 얼터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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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를 걸으며 치유의 여정에 오르다.


​<친애하는 히말라야씨>의 저자 스티븐 얼터는 어느날 갑자기 밤에 낯선 침입자들이 자신의 집에 들어와 아내 아미타를 흉기로 찌르고, 그들의 행동을 저지하려는 자신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여러군데 자상이 심했지만 그의 기지로 그의 집과 가까운 이웃을 불러냈고, 그는 이내 정신을 놓아버렸다. 심한 자상이 여덞 곳이나 찔렸고 여기저기 상처를 입었지만 다행히 그와 아내 아미타는 목숨에 지장이 없었다. 병원에 있으면서 그는 다친 곳들은 서서히 상처가 아물고 있었지만 피습 이후에는 마음에 구멍이 점점 더 크게 생겨났다. 병원에서 있으면서 그는 범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 했지만 경찰 또한 범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아미타와 스티븐 얼터는 퇴원해서 돌아왔지만 낯선 사람을 보면 무섭고, 어딘가 집을 피습해 왔던 낯선 남자라도 보이면 기절할 정도로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몸은 나아가지만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행동반경이 점점 좁아지는 것을 보면서 그는 그의 주위에서 항상 가까이에 있던 히말라야에 오르기로 결심한다. 산을 정복하고자 올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순례길에 오른 그는 울퉁불퉁한 산길을 오르고 또 오른다. 오직 불완전한 산길에서 그가 히말라야를 느낄 수 있는 건 오직 걷는 것 뿐이었기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산에 오르지만 산을 정말 싫어하는 나는 가까운 산을 두고도 오르지 않는다. 올라갔다가 내려올 길을 왜 올라가느냐고 반문을 할 때면 등산의 매력을 몰라서 그렇지 정상에 올라갔다 오면 얼마나 상쾌한지 모른다는 답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 매력을 아직도 느끼지 못하기에 산을 등정하지 않지만 사람이 갈 수 없는 길을 산을 정복하기 위해 가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의 여정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영화 '히말라야'를 보다가 엄홍길 대장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가 말하길 산을 정복하러 간다는 말을 잘못된 말이라고 했다. 그는 산이 허락하기에 오를 수 있었고,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16좌 등반에 성공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면서 산을 오르는 것 또한 자연이 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티븐 얼터는 히말라야를 걸으면서 산의 등정일기가 아닌 치유의 여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하게 그의 일화가 아닌 '치유'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그것이 히말라야를 오르는 것과 현재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과도 닿아있다. 글을 씀으로서 그는 끔찍한 트라우마를 조금씩 없애고 있고, 단순히 산을 올랐다고 모든 트라우마가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히말라야를 오르면서 보았던 수 많은 풍경과 자연이 우는 울림, 숨 가쁘게 산길을 걸으면서 느낀 통찰의 시간들이 그의 마음을 조금씩 열게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 뿐 아니라 순례자들이 걸었던 발걸음이나 지혜에 관한 책이나 명언에 대해 소개하기도 한다. 위험에 맞닿은 순간을 어떻게 지혜롭게 이겨내고 넘어갔는가에 대해. 더불어 인간이란 한 없이 작은 존재이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강인해져야 하는지도 그는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매개가 되어 필연적으로 히말라야에 오르게 되고, 산을 오르면서 느꼈던 많은 철학과 지혜, 걷는 것에 대한 의미, 돌이표처럼 돌아오는 삶의 깨달음은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고, 인간으로서 본능적인 욕구가 다시 되살아나는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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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김대식 지음 / 민음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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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에 대한 질문

 뇌과학자로 알려진 김대식 교수의 글은 적확하고 간결하다. 한때 사람들과의 관계가 싫어졌을 때 그는 미친듯이 책만 읽었다. 그 때 만났던 반짝반짝이는 책들을 소개하면서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던 것처럼 그 책들로 하여금 독자를 매혹한다.
하루에도 수 백권이 쏟아져 나오는 책들 가운데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질문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늘 고민이다. 예전에는 이야기가 좋아 그저 좋아하는 소설을 읽기 바빴고, 그 이야기에 심취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이야기를 '의심'조차 하지 않고 오롯하게 듣고 있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났고, 그 때부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가 생각하는 요지? 저자가 글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읽고 나는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그러고보면 우리는 학교를 다닐 때 제대로된 독서법을 배우지 못 한 것 같다. 그저 시험에 나올 내용에 대해 암기를 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 개념이고, 이 것으로 하여금 닥칠 원인이나 결과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해 보지 않았다. 그래서 늘 우리가 '정답'이라고 생각한 질문의 틀을 깨지 못했고, 여전히 우리는 근원에 대한 질문에 대한 깊이를 논할 수 있는 사고력을 갖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가 아끼는 책 리스트에는 아르튀르 랭보와 이탈로 칼비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움베르토 에코, 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등 굵직굵직한 거장들의 작품이 소개되어 있다. 아직도 나는 그들의 작품을 조금씩 맛보고 있지만 그처럼 간결하고 적확하게 이야기를 꺼낼 정도의 깜냥은 되지 않는다. 특히 소개한 책 중 로마의 황제였던 하드리아누스가 미처 쓰지 못한 자신의 회상록을 마르그리트 유르스나스의 필치를 통해 하드리아누스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마의 많은 왕들 중에서 왜 하필이면 하드리아누스였을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접했기에 로마의 왕들을 주르룩 훑어보아도 도무지 하드리아누스는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은 왕이었다.
다른 왕들보다 더 복잡한 인간형이었던 그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움베르토 에코의 대표작인 <장미의 이름>에서부터 그가 천착했던 주제인 중세까지 김대식 교수는 그의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남들과 다른 해석과 거장들의 책들을 더 엿볼 수 있도록 그들의 책을 더한다. 때론 그가 소개한 저자와 소개한 책 중에서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출간되지 않는 책들도 많았다. 다양한 분야의 책과 저자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가 고전과 과학, 역사, 기술등 다양한 분야의 총망라한 책의 길잡이를 해주며 근원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명확한 논리로 책의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과한 편집과 많은 여백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각각의 페이지마다 영화의 한 장면이나 저자의 사진이 삽입되어 있는데 저자의 얼굴이 정중앙에 있을 때는 책을 반으로 펼쳐도 그들의 얼굴을 명확히 볼 수 없다.
그런 점이 한 번이라면 책을 엮는데 있어 어쩔 수 없겠지 하며 넘어갈 수 있으나 그런 것이 여러번이다 보니 그럴꺼면 왜 저자의 사진을 책에 넣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책에서 읽었던 부분을 다시 하나의 문장으로 다시 페이지에 수록해 놓거나, 책 전체의 색깔을 초록색으로 내지 디자인을 모두 초록색으로 통일했는데, 그것이 너무 과하게 쓰인 것 같다. 텍스트보다 더 튀기도 하고, 자주 반복되는 문장들이 오히려 생각을 하는데 있어 방해가 되기도 했다. 책을 엮는데 있어 디자인이 중요한 책도 있지만 이 책 같은 경우는 텍스트를 더 내세웠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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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진정한 과학과 철학과 종교의 기원은 질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이 아닌, 남들의 답에서 시작했다. 시작을 기억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게, 우리는 그 누구보다 주어진 답의 형식적 순결에만 집착한다. 공자 보다 더 유교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공산주의적인 믿음을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질문'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문지방이며, 미지의 세계로 진입하게 해 주는 안내자다. 우리는 매순간 전혀경험해 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들어선다. 질문은 지금껏 매달려 온 신념이나 편견을 넘어 낯선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하는 진실한 자신을 찾기 위해 통과해야만 하는 문이다. 이 질문은 외부에서 오기도 하고, 자기 자신을 관찰하는데서 오기도 한다. - 배철현, 『신의 위대한 질문』에서 (P.37~38)


나는 책이 없는 세상에는 전혀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그러나 현실은 책 속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현실은 책 속에 전부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것은 더더욱 불완전한 방법일 텐데, 그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인간의 악의가 만족을 얻는 방식의 아주 저열한 검증으로 결론 나기 때문이다.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하드리누스 황제의 회상록』에서 (P.54)


"잘 생각해 보면 독서는 필연적으로, 글쓰기보다 훨씬 더 개인적인 행위이다. 글이란 게 작가으 한계를 넘어서까지 쓰일 수 있다면, 그것은 한 개인에게 얽히고 그 정신의 회로를 관통할 때에만 계속해서 의미를 갖는다." - 이탈로 칼비노,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에서 (P.79)


"모든 권력은 사람에 대한 폭력이며 언젠가는 황제의 권력도, 다른 어떤 권력도 전부 없어지는 때가 올 거라고요. 사람은 진리와 정의의 제국에 들어설 것이며 그곳에서는 어떤 권력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 미하일 불가코프,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P.154)


우리는 왜 중세를 이해해야 하는가? 문명이 다시 야만으로 쇠퇴하고, 개인의 문명이 다시 야만으로 쇠퇴하고,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추상적인 이데올로기에 억룰리는 세상. 오늘도 '중세'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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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
켄트 하루프 지음, 한기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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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고요한 일상적인 삶의 순간들.

 ​켄트 하루프의 <축복>은 마치 클로버밭에 들어가 그 많은 클로버들 가운데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 안간힘을 쓰다가 비로소 힘이 빠지면 바로 옆에서 하늘거리고 있는 세입클로버를 비로소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나를 더 부각시킬 수 있는 '행운'을 찾아 평생을 헤메이다가 비로소 일상적인 삶의 순간이 얼마나 더 행복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인것처럼 평범하고 고요한 일상이 흐르는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좋은 것인지를 켄트 하루프의 <축복>이 말해준다.


언제인지부터 자각하지 못 할 정도로 '죽음' 이라는 주제에 대한 책을 피해왔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동전의 양면과 같이 삶과 죽음은 떨어질 수 없는 주제이건만 지금까지도 나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질병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싫었다. 마치 내가 눈을 질끈 감고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 보다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무거움이 아니 무서움이 나를 지배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에서 조차 죽음을 자세히 다루는 책이라면 일단 피하고 보지 않았다. 지금도 나는 이 주제가 참 싫다. 언젠가는 이 무거운 주제를 깨고 마주 볼 날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죽음이라는 것이 무섭다.


켄트 하루프의 <축복>은 대드 루이스가 주인공이다. 그는 77세의 나이로 홀트에서 철물점을 하고 있고, 그에게 아내와 딸과 아들이 있다. 그는 암을 선고 받았고 그에게 남아있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그에게는 약 한 달의 시간이 주어졌고, 작가인 켄트 하루프는 담담하면서도 고요하게 그의 일상을 보낸다. 한 달의 시간 동안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철물점을 딸 아이에게 넘겨 주려 하고, 때때로 아들이 사춘기때 벌인 일을 목격하고 아들을 못마땅해한다. 어린 시절 그의 곁을 떠나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떠올리는 장면이 못내 그리워라는 장면이라기 보다는 그 어떤 감정의 고조 보다는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대드 루이스를 비롯하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담담한듯 그려낸다. 각각의 상황들에 의해 그들은 저마다의 시간 속에 살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주는 '순간'의 힘은 누군가에를 지탱해주는 힘이 아닌가 싶다. <축복>에서의 대드 루이스는 삶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잘못을 한 이를 무한정 용서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인채로 살아가다가 어느날 삶을 놓는 순간이 바로 죽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래서 나는 대드 루이스가 물건을 팔고 장부를 속이고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던 직원 클래이턴을 과감없이 그만두게 한 일에 대해 그가 매몰차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앞으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그를 용서해 주었더라면 그가 다시 그런 일이 없었을까? 그 이후 일련의 일이 도미노처럼 일어났지만 그는 그만의 사과로 다시 클레이턴의 식구를 도왔다.


따옴표가 없어서 이것이 문장인지 그들의 말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켄트 하루프가 그려낸 일상의 소중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사람들 숲에서 조용히 앉아 세잎클로버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아는 것처럼 그가 그려낸 이야기는 군더더기 없이 조용하고, 잔잔하다. 그런 잔잔함이 마음 속에 하나 둘 채워지면 이내 켄트 하루프가 그린 <축복>이 내 마음 가득히 담겨져 이 소설을 음미하게 된다. 화려하거나 소란스러운 풍경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잔잔함이 마음 속 깊이 물들었던 시간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두 분이 사랑이 뭔지 알고 계시다는 걸 알겠군요. 다만 거기에 제 생각을 조금 덧붙여보겠습니다. 사랑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잖습니까. 사랑이 있다면 이 세상에서 진실되게 살 수 있고, 서로를 사랑한다면 모든 것의 이면을 보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도 용납하고 자신이 알지 못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도 용서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전부랍니다. 사랑은 인내하며 무한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오래도록 참고 견딥니다. 두 분이 남은 삶 동안 함께하며 서로 사랑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남은 삶이 아주 길기를 바랍니다. - p.7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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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그리고 축복 - 장영희 영미시 산책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장영희 지음, 김점선 그림 / 비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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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과 축복이라는 감정의 환희.


​봄이 다가올듯 하다가도 멀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완연한 봄바람이 분다. 겨울바람과 달리 따스하면서도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지만 얇은 옷을 입고 다니기에는 아직 춥다는 생각이 들어 여전히 겉옷은 '겨울옷'을 고수 하고 있다. 그럼에도 살랑이는 봄바람과 맹렬하게 일어나라고 외치는 손짓에 나무들이 조금씩 움트고 있다. 고운 아기손 같이 새싹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면서 역시, 봄이 좋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생동하는 봄날에 읽은 장영희 교수가 쓰고 김점선 화가의 그림이 빼곡하게 그려진 <생일 그리고 축복>은 이전에 비채에서 출간된 <생일>과 <축복>의 합본판으로 다시 묶여 나왔다.


모 일간지에 '장영희 영미시 산책'으로 1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모은 것이다. 총 120편 가량 된 시를 주제별로 모았고, 시의 주제들은 사랑, 희망, 인내, 의지의 색채를 띤 시들이 많다. 환희의 순간도 인내의 순간도 잊지 않길 바라는 거장들의 함축된 이야기다 보니 소설을 읽는 재미만큼이나 함축적인 언어가 주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게 다가온다.


평소 영미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생일 그리고 축복>에서 장영희 교수가 소개해주는 영미시는 훨씬 더 재밌게 읽힌다. 원문과 함께 번역한 시와 함께 짧게 들려주는 코멘트, 그리고 시 하나하나마다 보여주는 화가 김점선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좋은 시를 발견하면 바로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원문을 다시 읽어보며 번역된 문장 하나하나의 뜻을 확인하며 읽었다. 우리말과 영어의 동글동글한 스펠링이 주는 맛이 새로워 여러번 읊조리며 일다보니 어느새 책 가득히 포스트잇이 붙여져 있어 민망했지만 그만큼 좋은 시를 알아갈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그 어떤 수식어 없이 좋은 책.


책을 펼치면 왼쪽과 오른쪽 커버 날개에 장영희 교수와 김점선 화가의 이력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이력 말미에 이제는 이 좋은 작품들을 더 이상 이야기해줄 두 사람의 부재가 눈에 띄었다. 시를 소개하면서 장영희 교수는 아팠던 때를 이야기하며 당신의 힘듬을 이야기하던 때도 있었고, 어린 제자가 커서 결혼을 한다며 그녀에게 알렸을 때는 이런 부부가 되라는 시를 써주며 그들을 축복한 글이 담겨져 있다. 시에 대해 세밀하고 학술적인 언어가 아닌 편안한 언어로 이야기한 장영희 교수의 결이 고운 이야기를 한아름 담아 놓았다. 영미시라면 무조건 어렵고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어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과 달리 편안한 언어로 접하는 영미시 산책은 숨가쁜 길로 올라가기 보다는 아기자기한 산책로를 따라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더불어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시인들의 이력을 간략히 담은 프로필 박스였다. 영미권 시인들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보니 시에 대해서도, 시인의 생애에 대해서도 한줌의 정보를 알지 못했기에 프로필 박스는 여로모로 나에게 거장들의 시와 그들을 알아갈 수 있는 팁을 주었다. 천천히 읽어나간 책이지만 손에 닿는 곳에 두고 오래두고 읽고 싶은 책이었다.



가여워 마세요.


날 가여워 마세요. 달이 이지러진다고,

썰물이 바다로 밀려간다고,

한 남자의 사랑이 그토록 쉬 사그라진다고.

나는 알지요, 사랑이란 바람 한번 불면

계산 빠른 머리는 언제나 뻔히 아는 것을

가슴은 늦게야 배운다는 것, 그것만 가여워하세요. - p.59


'주목나무'라는 나무가 있습니다. 뿌리가 약해서 물을 잘 흡수하지 못해 표피가 아주 단단하고, 오직 스스로의 노력으로 천 년을 산다고 합니다. 그런 나무 한 그루를 내 마음속에 심고 싶습니다. 그 강인함과 생명의 의지를 배우고 싶습니다. - p.147


사랑에 살다


나로부터 도망치겠다구?

절대 안되지-

사랑하는 이여!

내가 나이고, 당신이 당신인 한

사랑하는 나와 싫어하는 당신

우리 둘이 이 세상에 있는 한,

하나가 도망가면 또 하나는 쫓게 마련이니.

허나 여기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어떠리?

그건 그냥 긴장을 늦추지 말라는 뜻,

넘어져도 눈물 닦고 허허 웃고

좌절해도 일어나 다시 시작한다.

그래서 사랑을 좇다가 삶을 마친다. 그것 뿐이다. - p.167


삶이란 어떤 거야 하면


네가 따르는 한 가닥 실이 있단다. 변화하는

것들 사이를 지나는 실. 하지만 그 실은 볓히 않는다.

사람들은 네가 무엇을 따라가는지 궁금해 한다.

너는 그 실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만 다른 이들에겐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을 잡고 있는 동안 너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비극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사람들은 다치거나

죽는다. 그리고 너도 고통 받고 늙어간다.

네가 무얼 해도 시간이 하는 일은 막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실을 꼭 잡고 놓지 말아라.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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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판미동 출판사 입니다.

신간 도서 『시가 나를 안아준다』의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김연수 소설가, 이해인 수녀, 김한승 신부가 추천한
곁에 두고 오래 아껴 읽는 91편의 베갯머리 시

“많이 힘들고 지치셨나요?
 이젠 시(詩)로 위로 받으세요.”

베갯머리에서 읽던 좋은 시들이 깊고 따스한 길로 나를 이끌었다

필로우북(pillow book)은 베갯머리에 두고, 조금씩 매일 들춰보는 책을 이르는 말이다. 베갯머리 시(pillow poems)도 곁에 두고 잠들기 전 매일 조금씩 읽어 보는 시다. 정치적․경제적 불안과 직장․가정에서의 긴장과 스트레스는 우리의 수면마저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인의 수면시간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으며,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70만 명을 넘는다. 한때 불면증을 앓기도 했던 저자는 “아무리 애써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시 쓰는 법을 배웠다.”고 회고하는데, 실제로 시를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삶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날 하루에 만족할 수 있으면, 나를 둘러싼 복잡한 세상을 잠시 내려놓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다. 인디언들이 그림자가 자신을 따라오지 못했을까 봐 기다려주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영혼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기다려 줄 여유가 필요하다.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 대신 배갯머리 시를 읽으며 바삐 살아 온 하루를 돌아보고, 나를 안아 주고 도닥여 주는 시간을 갖는다면 하루를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3월 14일 ~ 3월 20일 

   당첨자 발표  :  3월 21일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인원  :  10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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