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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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연이 베풀었던 위로와 치유, 경이로움, 나를 작고 겸손하게 만들어 주었던, 그래서 행복했고 고마웠던 수많은 순간이 수시로 떠올랐다. 제주도 여행 중 친구와 심하게 다투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에 쏟아질 듯 끝없이 펼쳐져 있던 반짝거리는 별들을 보며 갑자기 화가 풀리고 함께 웃었던 일, (정말로 그 순간 친구와 싸웠던 일이 별거 아닌 일이 되었다.) 산티아고를 향해 걸어가던 중 넘어져서 어깨에 가늘게 금이 갔지만, 반 깁스를 한 채 천천히 걸어가며 사람들과 나무, 공기, 심지어 북스페인 소들에게까지 받았던 위로와 도움은 나를 끝까지 산티아고를 향해 갈 수 있게 해 주었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존재(장소와 기후까지 포함하여)들을 통해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자원을 얻을 뿐 아니라 한없는 지혜와 치유까지 선물 받고 있다.


 

 저자는 일관되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세계가 생명과 삶이자 동반자임을 말해 주고 있다. 현재의 편한 삶을 추구하며 도시의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가 그것을 알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뿐이지만. 자연은 인간을 오래 기다려주고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바라보라고. 조물주가 심어 놓은 자연 속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을 통해 인공으로 해결할 수 없는 힘을 찾아보라고.


 

아동 성도착자에게 시달린 4년 반, 그리고 우리 세 식구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겪고도 어떻게 그런 식으로 캘리포니아를 그리워할 수 있는 것일까? 삶의 방향이 꺾이고 고통에 봉착할 때마다 나는 캘리포니아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28~29.p



동틀 녘 구슬피 우는 산비둘기 소리, 인적 없는 토팡가협곡과 로렐협곡,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산토끼들, 주마와 레오카릴로의 긴 해변들, 그 해변에서 하얗게 부서지던 파도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거대했던 파도. 이 소리들과 장소들이 없었다면, 주삿바늘처럼 날카롭게 (또 다른 날에는) 연기처럼 자욱하게 벨리에 쏟아지던 햇살이 없었다면, 갓 맺힌 단추 모양 유칼립투스 꼬투리의 톡 쏘던 내음과 내 손가락에 달라붙던 후추나무 이파리들이 없었다면, 이것들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소멸되었을 것이다. 짐승의 침대에 축축한 헝겊 인형처럼 팽개쳐져 있다가 다른 문을 통과해버렸을지도. 74~75.p



 저자는 어린 시절 소시오패스의 병적 자아도취자이자 아동 성도착자인 쉰여섯 살의 남자에게 4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 힘없는 어린 남자아이는 자기가 잘못하여 병에 걸린 것이란 협박과 폭력에 대항하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엄마와 어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과 그에게 벗어나 도망갈 수 없다는 절망에 제압 당한 채 새아버지를 따라 맨해튼으로 이사가 기 전까지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그때 받았던 고통은 저자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따라다녔고, 수십 년 동안 그의 마음을 괴롭혔다. 그랬던 그가 순간 순간 고통을 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주는 위로와 치료가 아닌 자연의 경이로움과 동물들이 살아가는 매일의 모습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상처를 회고해 나가는 글의 소제목을 무섭도록 풍부한 물하늘 한 조각이라고 정하였다.


 

고통 속에 놓여 있는 인간이 숨 쉴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에 어떤 것이 있을까? 어린 소년에게는 캘리포니아의 물과 햇살, 동물과 나무들, 소리가 구원이자 힘이었다. 자연의 광대함과 성실함, 황폐한 환경과 무언가를 덮친 것 같은 공포를 뚫고 기어이 존재를 드러내는 자연의 구성원들이 소년의 삶을 붙잡아 주었다. 자연은 저자는 그것을 우리에게 글로 남겨 주었다. 나는 그 고백이 눈물 나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안타까웠다. 물이 상처 입은 소년의 몸과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 주길 바라고 또 바랐다.


 

내 안에서 점점 커지는 광막한 사막을, 나를 위협하는 그 무엇을 나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을 거라고 물을 찾기만 하면 될 거라고.

알고 보니 나의 물은 보통의 삶이었다.…… 자기 삶 깊숙이 무언가를 간직하려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인 결심이 물이었다. 그것은 한눈팔기를 멀리하는 태도였다. 75.p

 


 사막을 걸어가는 사람에게 물은 생명이다. 그 물이 있어 타는 갈증을 견디고 모래바람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저자가 자연에서 얻은 힘은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고, 먼 훗날 고통의 현장에 직면하게 했으며,(물론 너무나 힘겹고 역겨운 고통의 과정이었지만) 몸과 마음을 옥죄었던 과거에서 벗어나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온몸으로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자연이 준 선물이자 그에 대한 은혜 갚음이다.



 나는 요즘 고래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 고래에 관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찾아보며 글을 쓰고 공부하면서 나 자신부터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은 얼마나 많은 수의 종을 멸종 시켜야 사라질까?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다른 종에 대하여 알아가면 갈수록 멸종의 끝에 인간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확실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이 있기 전에 충분히 그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 교만해 하고 있지만.



 이미 우리가 속한 세상은 많이 부서지고 병들고 부패해가고 있다. 자연 보호와 환경오염에 대해 외치는 것이 너무나 촌스러운 슬로건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만 우리는 3년의 코로나 시대를 겪지 않았나. 나는 비교적 뒤늦게 코로나에 전염되어 다른 사람들처럼 매우 심하게 앓지는 않았지만 메마르고 갈라진 목을 약과 따뜻한 물로 버티면서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이 유행하게 될지 지레 겁을 먹었었다. 우리가 다른 종의 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가고, 그들의 삶을 파헤치고, 포획하고 죽이기를 반복한다면 자연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반격해 올지 겁이 난다.



 고래를 공부하면서 내가 깨닫게 된 건 우리가 다른 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주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만큼 지구의 다른 존재에 대해 알게 되고, 그들이 자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바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자연은 인간에게 마음을 열고 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구라는 공간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 분명히 좋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을 거의 다 읽어 갈 때 나는 엄마와 강릉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 식당에서 20분 가량 떨어져 있는 숙소까지 엄마와 함께 바다를 보며 걸었다. 중간 중간에 모래사장에 놓여 있는 나무 그네에 앉아 말없이 바다와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안하고 따뜻한 저녁이었다. 멀리 떨어진 깊은 바다에 향유고래들이 서서 잠을 잔다고 한다. 바닷속에서 나무처럼 서서 잠든 향유고래들의 모습이 신비하게 느껴졌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바다 어디에서도 혹시 잘못 알고 헤엄쳐온 향유고래가 서서 잠을 자고 있지 않을까. 나는 강릉 경포 바다에서 향유고래가 서서 자는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해 했다. 그리고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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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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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경험한 강렬하고 짜릿한 경험을 이처럼 확실한 문장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말로 쏟아낸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만 글은 남아서 그것을 복기하고 뒤돌아보게 만든다. 과거 자기의 생각과 상대편을 향해 가졌을 열정적인 감정은 사실이었을 것이다. 주인공의 그 감정은 자신을 옭아맨 줄이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달콤한 절망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은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 갔다. 17.p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생각해 보면 많은 부분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순간 순간 변하는 인간의 감정과 모습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식적인 가면을 벗겨낸 것 같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도덕적 판단이 유보된 상태에서 읽어야 한다고 미리 앞부분에서 말하고 있다. 인간의 삶을 유지 시켜주는 것 중 하나인 도덕과 윤리의 잣대는 잠시 내려놓고 작품에 충실해서 읽어나간다면 인간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욕망이란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누구나 수십 번 머릿속으로 상상한다. 감정이 이성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화끈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고. 일상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말이다. 여기에서 한 발 더 깊이 다루어야 할 것은 그런 감정을 갖고 사랑을 나누었던 시간도 언젠가 과거 속으로 사라져 가고 지워진다는 것이다.


 

어느덧 4월이다. 이제는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곧바로 A의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친 구들과 이야기를 한다거나 영화를 본다거나 외식을 하는 등 일상의 작은 기쁨을 누려보겠다는 생각에도 거부감을 덜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열정의 시간을 살고 있다(잠에서 깨어나도 더 이상 A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공언하게 될 언젠가에 비한다면 말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예전처럼 그렇게 내 일상을 집요하게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56.p



그러면 무엇이 남는 것일까. 나는 여기에서 작가의 글쓰기에 집중하게 된다. 순간의 감정은 강력하나 사라지기 쉽다. 그것을 붙자고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글을 남기는 과정에서 또 한 번 격한 감정을 느끼고 당장 밖으로 뛰어나가 그를 찾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것을 누르고 한 단어 한 단어 글을 쓴다. 기록을 남긴다. 자신이 느꼈던 욕망과 사랑에 불타던 순간의 느낌을. 그것은 과거의 감정일 수도 있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의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또다시 괴롭게 하거나 위로하게 될 것이다. 글은 살아서 움직일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당신, 나에 대해 책을 쓰진 않겠지.”하고 말했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책도, 나에 대한 책도 쓰지 않았다. 단지 그 사람의 존재 그 자체로 인해 내게로 온 단어들을 글로 표현했을 뿐이다. 66.p

 


우리는 때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만, 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사랑할 수도 있다. 사랑을 하는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은 더 이상 예전의 자신이 아니다. 무언가로 꽉 채워진 내면의 생각을 표현해내거나 다른 이들이 표현해 내준 것을 끊임없이 찾아다닌다. 그것을 자기의 것과 비교하고 공감하며 나만의 것으로 바꾸어 채워간다.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사람들처럼.

 


나는 남녀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어느 날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호들을 한데 모으면 나의 열정을 좀 더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을 열거하거나 묘사하는 방식으로 쓰인 글에는 모순도 혼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글은 순간순간 겪은 것들을 음미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일을 겪고 나서 그것들을 돌이켜보면 남들이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인 것이다.…… 글을 쓰는 데 내게 미리 주어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열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시간과 자유일 것이다. 26~27.p

 


인간은 감정적이고 위선적이며 불완전한 존재이다. 그런 인간이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가난을 극복하며 윤리와 도덕을 논한다. 우리의 삶이 역설이고 아이러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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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산책 연습
박솔뫼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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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걷는 우리들

<<미래 산책 연습>>/ 박솔뫼



미래를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저마다 소망하는 것을 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도 진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의심한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나의 지나간 과거가, 현재의 삶이 지난 시간 우리의 미래였음을 깨닫게 된다. <<미래 산책 연습>>을 처음 읽었을 때는 조금 헷갈렸다. 갑자기 일본 호텔에서 부산으로, 주인공 수미는 과거, 현재, 미래 중 언제의 수미일까. 그러다 마지막 일본 호텔에서 다시 윤미언니를 만나고, 언니가 떠난 뒤 정승을 만나면서 우리의 삶이 결코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각자의 삶과 시간이 서로의 시간에 기대고 얽히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 과거가 곧 미래이고 현재이며, 미래가 또 우리의 과거가 되는 것이겠지.



원하는 미래를 그리고 손으로 만져보기 위해 어떤 시간을 반복해야 할까. 나는 그것을 우선 어딘가에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8.p



나는 작가가 어딘가에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한 미래를 한 장씩 읽는 것에 몰두할 수 있었다. 물고기 뱃속에서 함께 살던 친구들을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고, 서로를 알아보고, 다시 서서히 물고기로 변했다가 다시 젖은 물방울이 되어 길 위에서 사라지는 수미와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 윤미언니, 모욕을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최명환 등을 만났다. 수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가서 살고 있을까. 서울에서 전세로 빌라에 살고 있는 수미는 부산에서 월세로 오래된 아파트를 얻은 뒤, 두 도시를 오가는 삶을 살아낸다. 그의 즉흥적인 행동과 추진력이 부러웠다. 자신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부산에서 그녀는 또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었지만 말이다. 나또한 원하는 미래를 손으로 만지고 통과하기 위해 어떤 시간을 쌓고 밀도를 더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수미가 부산에서 처음 만나 인연을 맺은 사람은 ‘최명환’이다. 남자 이름이라고 선입견을 갖게 했지만 그는 여자이고, 먹을 것을 챙겨주는 성녀라는 뜻의 ‘마르타’라는 세례명을 갖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선생을 만나거나 그녀의 집에 가면 다양한 음식을 대접받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로와 쉼을 얻는다.



많은 사람의 이름은 생각해보면 누군가 위에서 높은 곳에서 미리 정해준 것처럼 꼭 맞고 어울렸다. 우리가 이름과 사람을 함께 만나기 때문일까 나는 최명환과 그의 이름이 무척 잘 어울린다고 이유는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생각했다. 60.p



우리는 어떤 이름을 갖고 있는가. 또 어떤 이름을 갖고 싶을까. 누군가 지어준 이름이 아닌 나 스스로가 갖고 싶은 이름은 무엇일까. 그러면서 나는 이름에 맞게 살고 있는지, 혹은 살고 싶은지도 생각하게 된다.



- 나를 위해서도 기도해줘.

- 한다. 하지.

- 뭐라고 하는데?

- 바르고 이웃을 생각하는 어른이 되게 도와달라고 한다.

- 더 멋있는 거 없나?

- 그리고 어.

- 뭐?

- 많은 것을 배우는 어른이 되게 도움을 달라고 한다.

- 그래. 그거 괜찮네. 103.p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배를 타고 먼 곳으로 가는 어른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는 수미가 좋았다. 살아오면서 올렸던 나의 기도는 어떤 기도였을까. 나는 내가 드린 기도에 맞는 어른이 되었는지도 궁금하다. 어른은 되었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어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계속 품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면 수미는 머무르는 동안 대부분 먹고 걷는 일을 했다. 아파트 주변을 걷고 부산타워에 올라갔다가 그 주변을 또 걷고 시장을 걷고, 미문화원 주위를 걸었다. 다른 동네와 성당을 찾아 걷고 또 걷다가 커피와 빵을 먹고, 술을 마신다. 옆집에서 가져다 준 떡을 먹고, 차이나타운의 식당에서 데운 두유와 튀긴 빵을 먹는다. 통닭을 먹고, 감기에 걸리자 함께 감기에 걸린 최선생 집에 가서 죽과 생강차와 소고기뭇국을 먹는다. 소설을 읽다보면 먹고 기도하고 걷는 주인공이 보인다. 무엇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수미가 살아가는 일상 곳곳에 걷고 기도하고 먹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최선생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기도하나 잠시 생각했고 또다시 조용히 자리를 잡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의식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천국의 시간을 반복해보고 그 막연한 시간은 미래임에도 미래처럼 여겨지지 않았고 마치 슬픈 과거 같았다. 140.p



생명을 가진 존재들에게 그것만큼 강력한 일이 또 있을까 생각했다. 걷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고 먹기 위해서는 살아가야 하며, 영혼이 있기에 자신과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살아가는 것이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된다. 생명력 가득한 행위를 통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며칠 전, 전두환씨가 사망했다. 그 순간 내게 현실과 소설이 하나가 되어 눈앞에 펼쳐졌다. 그에게 전 대통령이라는 말을 해야할지 아니면 군부 독재자라는 표현을 써야 할지 아니면 전 대통령으로서 군부 독재를 유지하기 위해 한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한 인물이라고 써야할지, 모두 사실이고, 그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입으로 꺼내고 글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집권으로 수많은 누군가가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겪으며 죽었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그것은 계속 되고 있다. 그는 자신이 90세의 이런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알고 있었을까. 죽어서도 사과하지 않고, 죽어서도 영원히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과 증오를 품게 한다는 것을 알았을까. 하필 그는 2021년 11월, 내가 이 작품을 읽고 있을 때 죽어서 1982년의 광주를 찾아보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그러니 미래는 과거이고 현재이며 다시 현재와 과거와 미래가 되는 것이다.



무섭고 괴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날들이 이어졌는데 그래도 시간은 흘렀고 그럼에도 즐거운 날들이 있었다. 204.p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몇 년 전부터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 대해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했다. 쓰고 싶은 것을 가슴에 품고 끝까지 써내려간 작가의 시간과 그녀가 만들어낸 주인공을 따라 함께 걷고 먹고 기도했던 나의 시간을 생각했다. 작가와 독자는 현재에 살아서 현재의 시간에 작품을 통해 만났고, 또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며 서로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가게 되겠지. 내가 원하고 바라며 기도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나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반복해야 할 시간에 대하여 생각하고 써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말하고 쓰는 행위에 힘이 있다는 것을 믿으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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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문진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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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의 입장에 서본 사람은 그 과정의 고단함과 치열함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혹평을 할 수가 없다. 아마추어 소설가의 소설 속에도 마음에 남아서 맴도는 문장이 있기에 나는 독서를 할 때는 형광펜이나 플래그 등을 준비한다. 스치고 지나가는 문장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2021년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에도 꽤 많은 색깔의 플래그가 붙여졌다. 반은 작품 속 문장이었고, 나머지는 작가노트에 적힌 작가의 고백이었다.

- 어쩌면 어떤 찰나들은 너무도 결정적인 동시에 사소해서, 눈치 채지도 못한 사이 내 안쪽 어딘가에 박혀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었다는 것. 우리는 이런 우리가 되었다는 것. 혹은 되어버렸다는 것. 내가 그 찰나들을 붙잡아 기록해둔다면. 나의 소설쓰기가 그런 작업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33.p

문학상 수상작품을 읽을 때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의 말을 눈여겨본다. 문진영 작가의 고백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마음에 남았다. 얼마나 많은 경험들이 내 마음속에 숨어있을까. 나도 찰나의 선택 때문에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잊혀 지지 않는 친구가 있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나의 자존심을 더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때로 돌아가 나의 솔직한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을 쓰고 읽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 개의 방>을 읽으면서 중학교 1학년 때, 은미처럼 늦잠을 자다가 1교시가 지나고 등교를 해서 반 전체를 즐겁게 해주었던 친구가 생각났다. 호텔지배인이 되어 있는 멋진 내 친구는 지금도 잠이 많아 출근할 때 늘 힘들어 한다. 작품 속 한 문장만으로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를 소환해낼 수 있다니. 그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걸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종로와 북아현동, 광화문과 신촌 거리 곳곳에는 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그들의 발길이 닿는 곳의 골목들과 카페, 상점 거리 곳곳이 앞에서 보는 듯 눈에 선하다. <두 개의 방>을 읽으며 잊고 있었던 지난날의 추억을 떠올리고 많이 웃었다. 소설이 있음직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 위에 나의 이야기를 덧씌울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수상작보다 내게 더 와 닿은 작품은 정용준의 <미스터 심플>과 손흥규의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녁에 무엇을 먹을까 함께 고민하던 연인이 곧이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고, 어학연수를 떠난 부인과 아들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외면당한 뒤, 주어진 시간을 혼자 통과해야 하는 사람은 그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소설은 질문을 던지고 해결책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답은 없지만, 각자만의 해답이 있는 것처럼.

- 자기 연민에 빠진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 상처받은 이의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이다. 할 일을 할 것이고, 잘 자고, 잘 먹고, 잘 지낼 것이다. 215.p <정용준/미스터 심플 중>

그래서 자기의 일상을 지키고 삶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두 사람이 보였다.

<지루한 소설만 읽는 삼촌>의 아버지는 가족의 안위와 생계밖에 모르는 사람이다. 그 시절 가장들은 가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가정을 지키려는 모순을 안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나는 삼촌보다 오로지 먹고 사는 것과 가족의 생계밖에 모르는 아버지의 시간 속에 남겨져 있는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참 좋았다. 그런 형에게도 집나간 이복동생을 찾아 헤매는 순수한 모습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니까.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그것이 전부라고 단정 지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윤대녕의 <시계입구가게앞검문소>는 읽는 동안 내내 반가웠다. 대화부분에서 젊은 사람들의 대화가 맞나 하고 의아해했지만, 젊은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써 문장을 다듬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그 외 <완전한 사과/ 안보윤>도 기억에 남는다. 타인에게 해를 입힌 나의 가족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 나의 가족이라 해서 무조건 잘못을 덮어줄 수 없다는 것. 그뿐 아니라 가족은 보이지 않는 뿌리로 깊이 이어져 있기에 한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다함께 공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완전한 사과>를 비롯하여 단편집<<소년7의 고백>>에서 보여주는 안보윤 작가의 세상을 향한 시선과 치열함에 독자로서 존경심을 느낀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을 읽으며 제목이 우리의 삶을 나타내는 메타포로 다가왔다.

- 우리는 이루는 모든 것들이 여전히, 낯설고 우스꽝스럽다. 낯설고 우스꽝스러워서 곧잘 웃는다. …… 너희는 냄새로 시간의 변화를 알아채는 종족이니 보이지 않는 눈으로도 들리지 않는 귀로도 불편한 다리로도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것을 듣고 더 먼 곳까지 갈 수 있어. 갈 수 있다. 나는 웃고,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를 주시하면서 기억하면서 길을 간다. 나는 길을 간다. 예정된 상실을 조금씩 미루면서. 나는 길을 간다.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과 함께. 196.p <나의 사랑스럽고 지긋지긋한 개들 중>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에서는 가난한 두 젊은 남녀의 일상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추위와 오래된 집이 두 사람의 현실같았다. '두 사람의 지금 현재의 삶'이 여기 얼음통 속에서 꽁꽁 얼어버렸고, 얼마 안 있으면 곧 터져버릴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 지난겨울 그토록 춥지만 않았어도 한 시절의 고비를 극복하고자 한 사람을 선택하는 일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식으로 사랑이 줄줄 새도록 내버려두진 않았을 텐데. 273.p <우리집 여기 얼음통에>

지금도 수많은 작가들이 그들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다양한 경험, 인생 등을 문장 속에 녹이며 계속 쓰고 있을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오롯이 혼자만의 힘으로 마주한 시간을 통과하며 계속 나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쓰는 동안 외롭거나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쓰기를 포기할 수 없어 밤새도록 자판을 두들기고 있을 작가들을 응원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모든 사람들을 말이다. 소설을 읽으며 우리가 어떤 존재들인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기에. 다음해에도 기꺼이 읽어줄 마음을 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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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11-03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면서 인덱스 많이 붙이셨네요.^^
문학상 수상작들은 장편이 적지만 여러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hope&joy님, 좋은 밤 되세요.^^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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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무탈하시길 빌며, 작별하지 않으며

감사를 담아, " 2021년 가을에 한강

책을 펼치니 강물이 흘러가는 글씨체로 무탈하시길, 작별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글씨가 써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란 참 힘든 일을 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쓴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을 알면서도'라는 문장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때때로 작가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것을 이야기해 주어야 하는 명을 받은 사람이란 생각을 했다. 주로 책을 읽었던 늦은 밤에서 자정을 넘기고 잠자리에 들면 나도 모르고 등이 시리고 떨려오곤 했다. 그만큼 한강 작가의 문장을 차분하면서도 한기가 서늘한 무언가를 남긴다.

처음 1부를 읽을 때는 끈적끈적한 더위가 온몸을 휘감았다. 땀과 더운 공기 속에서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지만, 그 차가움은 곧 더위 속으로 끌려가고 또다시 땀범벅 속으로 끌고 간다. 주인공이 그 속에서 숨이 막히고 힘들 때마다 그것을 읽는 독자도 힘들고 숨이 막혔다.

욕실을 나와 젖은 옷을 벗고, 아직 버리지 않은 옷 더미 속에서 쓸 만한 걸 찾아 입었다. 만원권 지페 두 장을 여러 번 접어 호주머니에 넣고 현관을 나섰다. 가까운 전철연 뒤편의 죽집까지 걸어가 가장 부드러워 보이는 잣죽을 시켰다.. 지나치게 뜨거운 그걸 천천히 먹는 동안, 유리문 밖으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육체가 깨어질 듯 연약해 보였다. 생명이 얼마나 약한 것인지 그때 실감했다. 저 살과 장기와 뼈와 목숨 들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고 끊어져버릴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15.p

그러다 또다시 친구 인선의 병문안을 가고, 그곳에서 손가락이 절단된 친구의 고통과 3분마다 날카로운 주사바늘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찔러야 하는 것을 고스란히 바라본다. 크고 작은 고통이 두 사람 곳곳에 배어 있다. 사람들의 삶을 비집고 자리잡는다.

다시 2부는 제주도의 눈과 바람, 어둠속 공포와 밀려오는 두통 때문에 시공간을 초월하며 지금 경하와 인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경하가 인선의 부탁을 받고 제주 중산간에 위치한 집까지 찾아가는 여정 마저도 독자를 힘들게 한다. 마치 캄캄한 어둠과 추위를 견디며 낯선 제주도 산속을 헤매는 듯한 두려움이 계속 가시질 않았다.

죽으러 왔구나. 열에 들떠 나는 생각한다.

죽으려고 이곳에 왔어.

172.p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일까. 죽이려고 하는 자와 끝까지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 어떤 세계가 존재하는 것인가. 가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정당성있는 폭력이었다고 주장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래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왜 죽어야 했었는지 말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애도이고 살아있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나와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몰랐다고 외면하고 그래서 앞으로 잘 처리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이 아니라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왜 인선의 엄마는 오빠를 잃어야했을까. 그 작은 체구로 어떤 진실을 찾아내려고 애썼는지 같이 들여다 봐야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보낸 시간에 기대어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일지라도 그것은 나와 내 가족, 친구, 이웃에게 영향을 미치고 나에게 돌아온다. 경하가 잡지사 일을 하다가 인선을 만나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손을 다친 인선이 이웃의 할머니 모자의 우연한 방문으로 서울 병원까지 오게 되고, 오전에 서울에서 씨름하던 주인공이 인선의 새를 구하기 위해 한밤중 제주도 숲속을 헤매기까지 우린 모두 알 수 없는 존재와 시간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또 살아가지만 영원히 잊을 수도 작별할 수도 없는 이유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에 위로를 받는다.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면 저절로 놓아지겠지. 날아갈 때가 되면 훨훨 날아가겠지. 그때까지 작가와 독자는 아프게 쓰고, 읽으며 힘없이 죽어간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게 될 것이다. 한강의 소설은 거기까지 나아가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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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1-05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작 축하드려요!

hope&joy 2021-11-05 16:39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1-11-05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hope&joy 2021-11-05 18:52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읽고 리뷰 남기겠습니다.

초딩 2021-11-0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ope&joy 2021-11-07 12:51   좋아요 0 | URL
네ᆢ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