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룡의 비상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양양 지음, 자오촹 그림, 이승헌 옮김, 마크 A. 노렐 감수 / 바수데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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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엔 아버지 서재가 그렇게 특별한 공간이었답니다.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공간이면서도 온통 어지럽히고 싶은 욕망의 공간이었죠. 그렇게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갈 때마다 뽑곤 했던 책 가운데에는 두텁고 여러 권으로 구성된 백과사전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가 있었답니다. 컬러 사진이 귀하던 시기에 백과사전 속에 실린 총천연색 뱀 사진이나 동물들 사진은 마음을 쏙 빼앗곤 했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속 멋진 사진들 역시 그랬고요.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익룡의 비상을 펼쳐들며 마치 어린 시절 신기한 동물들을 구경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리 아들 녀석에게도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을 전해줄 수 있는 책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공룡이 땅을 정복하고 활보하던 시대, 하늘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죠. 바로 익룡입니다. 하늘을 날아다닌 최초의 척추동물인 익룡. 하늘의 지배자였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존재들.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익룡의 비상은 바로 그 신비한 존재들을 향해 다가갈 수 있게 해주는 귀한 문이랍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그 신비한 하늘의 지배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물론, 이들을 만나기 위해선 화석이라는 특별한 창이 필요합니다. 익룡 화석의 발견이라는 그 한계로 인해 당시 하늘을 날아다닌 모든 익룡들을 우린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부를 엿보는 것만으로도 풍성해집니다.

 

다양한 익룡들의 생김새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날카로운 이빨, 뾰족한 부리, 부리부리한 눈동자, 발톱이 마치 가시 돋친 것처럼 보이는 날개, 기다란 꼬리를 가진 익룡, 꼬리가 전혀 없는 익룡 등.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익룡의 비상을 통해 다양한 익룡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특별합니다.

 

당시 하늘을 자유롭게 날던 이들 개체들이 지금은 사라져버렸음이 왠지 먹먹하네요. PNSO 어린이 백과사전의 기획의도가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앎과 생생한 감동을 전하는 것이며, “어린이는 이 지구가 인간과 그 밖의 존재들이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라져 이처럼 그림으로만 만날 수 있는 익룡이란 존재. 그 존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한 때, 하늘의 지배자였던 존재들을 만나는 경외감과 이젠 사라진 존재들을 만나는 안타까움, 그래서 더욱 신비한 세계를 엿보는 것만 같은 설렘이 있답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익룡의 비상을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면서 생명존중의 마음을 키워가길 소망합니다. 지금 우리 곁에서 볼 수 있지만, 미래에는 볼 수 없는 생명이 있음을 생각하며 말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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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시대의 바다 괴물들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양양 지음, 자오촹 그림, 이승헌 옮김, 마크 A. 노렐 감수 / 바수데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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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 서재에 들어가 책장에 꽂혀 있던 백과사전을 펼쳐들고 그 안에 담긴 컬러 사진의 동물들 사진을 구경하곤 하던 기억이 있답니다(특히, 뱀 사진들을 좋아해서 가족들이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구독하시던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역시 어린 마음에 세계를 구경하는 출구가 되기도 했죠. 물론 당시 영어인지라 사진밖엔 구경할 수 없었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선사시대의 바다 괴물들을 펼쳐들면서 어린 시절 몇몇 창구를 통해 신기한 동물들을 구경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쩌면 이 책이 우리 아이에게도 내 어린 시절과 같은 귀한 경험의 창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룡시대의 땅 위를 활보하던 다양한 공룡의 존재 역시 신비하고 재미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땅 위를 활보하던 다양한 공룡들은 잘 알려진 경향이 있는 반면, 물속의 생명체들에 대해선 아주 단편적인 정보만 알고 있는 것도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선사시대의 바다 괴물들은 공룡시대 바다 속을 주름잡던 다양한 거대 생명체들에 대한 정보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거북이를 닮은 녀석들, 도마뱀처럼 생긴 거대 생명체, 거대 바다 악어들, 다양한 어룡, 수장룡이라고도 불리는 다양한 장경룡들, 정말 많은 바다 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현장감 있는 그림이 이들 생명체들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이들 다양한 생명체들이 어느 시대에 생존했었는지,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또 먹이와 살던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알아갈 수 있습니다.

 

PNSO 어린이 백과사전의 기획의도가 어린이들에게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앎과 생생한 감동을 전하는 것이며, “어린이는 이 지구가 인간과 그 밖의 존재들이 공유하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여기 그 밖의 존재에는 현존하는 생명체들 뿐 아니라 상상의 동물들 그리고 멸종된 동물들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 곁에서 사라진 생명체들이지만, 이 지구에서 살았던 개체들을 바라봄으로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기르게 되는 것이야말로 이 책,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선사시대의 바다 괴물들의 힘이겠죠.

 

우리 아이들이 이 책, PNSO 어린이 백과사전: 선사시대의 바다 괴물들을 곁에 두고 수시로 펼쳐보면서 생명에 대한 귀한 생각들을 키워가며, 이 책이 또 다른 생명으로 접근하는 귀한 창구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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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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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은근히 시리즈가 제법 된다. 그 대표적 시리즈 양대 산맥은 아무래도 가가형사 시리즈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여기에 더하여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라플라스 시리즈”, “대환장 웃음 시리즈”, “오사카 소년 탐정단 시리즈역시 재미난 시리즈들이다. 계속하여 그 다음 이야기들이 기다려지는. 뿐 인가! 요즘 새롭게 시작된 블랙 쇼맨 시리즈역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시리즈다.

 

여기에 더하여 결은 조금 다르지만, 사건이 일어나는 배경을 중심으로 묶어 말하는 설산 시리즈산장 시리즈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시리즈로 묶여 회자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하나의 시리즈 안에 묶여 있지만, 실상 별개의 작품들이다. 이번에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가운데 세 번째 소설로 출간된 책이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또 다른 산장 시리즈인 백마산장 살인사건(개정된 책제목은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이다.), 가면산장 살인사건의 뒤를 잇는 이 책은 자그마치 1992년 작품이다. 이미 30년이 넘는 작품이 왜 이제야 번역 출간되었을까 하는 의구심과 함께 책장을 펼쳐본다.

 

소설의 배경은 말 그대로 눈에 갇힌 외딴 산장”, 즉 전형적인 클로즈드 써클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아니다. 실제로는 출입이 가능한 어느 산장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다. 하지만, 그들은 출입할 수 없이 산장 안에 발이 묶여 있다. 이들은 극단 수호에서 공연할 새 작품의 오디션에 최종 합격한 배우들인데, 이들의 연출가는 이들에게 이곳 산장에서 34일에 걸쳐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가게 한다. 누군가 희생자가 생기게 되고, 희생자로 선택된 배우는 자연스레 무대인 산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남은 자들이 그곳에서 앞으로의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된다. , 산장의 설정된 조건은 눈이 잔뜩 내려 외부로 나갈 수 없는 환경이란 설정이다. 이 설정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만약 이를 어기는 자는 최종 오디션에 불합격처리 된다.

 

그렇게 이들은 갇힌산장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는데, 정말 첫날 밤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어떤 상황으로 살인되었다는 쪽지와 함께(연극이기 때문에). 그런데, 정말 이것은 연극인 걸까? 범인이 누구? 둘째 밤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이 때까지도 남은 자들은 이것이 단지 연극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은 이미 이것은 실제 상황이라는 인지를 하게 된다. 이런 괴리감에서 또 다른 느낌의 긴장감이 발생하게 되는 것 역시 작가가 노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등장인물들은 긴장감을 찾을 수 없다. 마치 장난하듯 사건을 접근한다. 하지만, 독자들은 이미 실제 상황이기에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저들이 빨리 눈치 채길 바라며.

 

그러던 가운데 등장인물들 역시 이 사건이 단순한 연출이 아닌 실제 상황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하지만, 산장을 벗어날 수 없다. 만약 이 모든 것이 극도로 촘촘히 짜인 각본이라면 산장을 벗어나는 순간 자신들은 최종으로 불합격 될 수 있기에. 이렇게 연극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황 가운데 또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역시 또 한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하게 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을 벌이고 있는 걸까? 이 외딴 산장에서의 합숙, 그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걸까?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외딴 산장이 아님에도 외딴 산장을 만들어 놓은 그 설정이 우선 기가 막히다. 게다가 실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 대한 대처가 늦을 수밖에 없다는 설정 역시 좋았다. 그 간극에서 생성되는 긴장감이 묘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정말 이 모든 것이 실제 상황인 걸까, 아님 진짜 고도의 연극은 아닐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그러니 얼른 끝까지 책장을 열심히 넘겨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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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 제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 부문 수상 대상작 뉴온 5
윤슬 지음, 양양 그림 / 웅진주니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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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인 갈림길이란 제목의 단편동화집을 만났습니다. 수상작가인 윤슬 작가의 단편 세편이 실려 있습니다. 세 편 모두 어둡고 아픈 상황이 이야기의 밑바닥에 흐릅니다. 뭔가 결핍된 상황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이혼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둔 아이, 엄마의 재혼으로 인해 가족이 되었다가 새 아빠가 떠남으로 남남이 된 동생을 바라보는 아이. 모두 결핍된 상황이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묘한 따스함이 환한 한줄기 빛이 되어 밝게 솟아나는 느낌을 갖게 합니다.

 

그 따스함은 같이 함”, “함께 함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갈림길을 사이에 둔 시골 아이들이 함께 하며, 아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엿보입니다. 난생 처음 친구와 함께 떠난 먼 길, 그 힘겹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함께 하기에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솔직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희망이 시작됩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하지만, 마음 한 쪽에서는 여전히 가족이기도 한 동생과 함께 하는 밤은 서로를 향한 마음에 잠 못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는 건 언제나 어른이라는 점이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아이들이 힘겨운 상황 속에서 함몰되지 않고 새로운 가치들을 붙들고 시작하게 되는 모습이 고맙기도 하고요.

 

첫 번째 동화인 갈림길속에 등장하는 유나와의 대화가 섬뜩하면서도 먹먹했답니다.

 

근데 있지, 너는.... 아빠랑 둘이서 사는 거 괜찮아?”

?”

문은 잘 잠그지?”

?”
방문 말이야. 안 잠가?”(27-8)

 

이 장면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되지 않지만, 가정 성폭력을 떠올리게도 되고, 폭력을 떠올리게도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이런 상황 속의 아이에게 가정은 떠나고 싶은 괴물이 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유나는 이렇게 말합니다.

 

난 여기가 싫어. 너무, 너무, 너무. 중학교는 최대한 멀리 갈 거야. 기숙사가 있는 데로 갈 거야.”(18)

 

우리네 가정이 우리 어른들, 우리 부모들의 잘못으로 인해 이런 공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우리네 가정들이 자녀들에게 어디에 있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 돌아가고 싶은 곳, 언제나 그리워하는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두 번째 동화인 긴 하루는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둔 딸이 아버지를 찾아 친구와 함께 먼 길을 떠나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소 반듯하고 따스한 아이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 그런 친구에 대해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죠.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도 살짝 보여줄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말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상처가 가십거리나 조롱의 대상이 아닌 감싸주며 있는 그대로 이해하게 되는 그런 모습이 멋졌답니다.

 

네가 그랬잖아. 각자 사정이 있는 거라고.”

그냥... 그 말을 들으니까 너랑은 같이 아빠한테 와도 괜찮을 것 같았어.”(66-7)

 

마지막 잠이 오지 않는 밤은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고요. 가족의 새로운 형태에 대해 말입니다.

 

세 편의 동화 모두 결국엔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동화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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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샐러리맨의 유혹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27
헨리 슬레서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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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문출판사에서 출간되었던 <세계추리걸작선> 책들을 하나하나 모으고 있다. 어느덧 제법 많이 모였는데, <세계추리걸작선> 27번째 작품인 헨리 슬레서의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역시 그 가운데 한 권이다.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였던 작가는 취미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잡지, 영화, 라디오, TV 대본까지 광범위한 집필활동을 해왔는데, 찾아보니 이미 2002년에 작고했다. 주로 단편보다 짧은 장편(掌篇)소설(또는 엽편소설)500여 편 썼다고 한다. 그가 쓴 장편(長篇)소설은 6편에 불과하지만 상당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한 권인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19581월 출간되어 다음해 미국추리작가협회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다. 광고업계에 몸담았던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작품으로 소설 속 배경은 바로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사건이 벌어진다.

 

광고회사 직원인 데이브는 출근하기 위해 열차 플랫폼에 들어서는 가운데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했나? 몰려드는 인파에 떠밀려 데이브는 그만 철로에 떨어지고 만다. 넘어진 그를 향해 열차는 맹렬하게 돌진해오고. 이제 끝이다 싶은 순간 그는 의식을 다잡고 플랫폼에 매달리게 되고 그를 향해 내민 여러 손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혹시 누군가 자신을 일부러 민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이렇게 데이브 주변에서 이상한 일들이 거듭 벌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그의 약봉지를 바꿔 놓아 독약을 먹고 죽음 직전까지 가게 되고, 그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하나 이상한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과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런 데이브에게는 나쁜 일들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 오너의 인정을 받으며 광고회사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기도 한다. 거래처 백작 부인의 달콤한 유혹에 시달리기도 한다. 뿐인가? 사장의 조카 아가씨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심지어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도 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은 과연 연관성 없는 일들에 불과한 걸까? 아님 이 모든 것은 촘촘히 연결된 인과관계에 의한 것일까? 오싹한 죽음을 동반한 이상한 일들과 함께 고속승진이란 행운 사이에서 방황하던 데이브는 어느 날 회사에 감춰진 어둠, 비밀의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장 큰 거래처인 이유식 회사의 광고 프로젝트에 감춰진 거짓과 기만의 행위다. 부부가 아이를 갖는 장면부터 시작하여 아이의 출생,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는 과정을 찍으면서 이유식 회사 제품을 선전하는 프로젝트였는데, 알고 보니 모델인 아이가 이미 사망했고, 이를 은폐시키고 다른 아이로 바꿔치기 했던 것이다. 그리고 데이브 주변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이 비밀의 진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데이브 역시 이제는 그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데이브를 고속승진 시켜준 걸까? 과연 데이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의 진실은 무엇일까?

 

어느 샐러리맨의 유혹1958년 작품이기에 요즘 소설들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광고회사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이기에 당시로 본다면 현대적 감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그럼에도 시대적 한계로 인해 예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느낌은 오히려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매력적일지도 모르겠다.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탐정의 역할은 딱히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데이브가 아마추어 탐정 역할을 하긴 하는데, 이 역시 추리 자체는 엉성하다. 그렇기에 추리소설이 맞나 싶긴 하다. 그럼에도 소설이 끝나갈 때에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고 있음에 묘한 느낌의 추리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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