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된 우산 고래책빵 동시집 4
천선옥 지음, 조푸름 그림 / 고래책빵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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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동시는 마음을 맑게 합니다. 동심을 노래하는 시이기에 약해진 동심을 동시를 통해 재공급해주기 때문이리라 싶습니다. 천선옥 시인의 해바라기가 된 우산역시 그렇습니다.

 

동시를 읽어가는 동안 어느새 마음이 맑아지고 순수해진 느낌을 갖게 됩니다. 어쩜 동시 속 아이들처럼 작은 것에도 만족하며 행복해 할 수 있을 것만 같고요. 동시 속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합니다. 짝꿍에게 연필 빌려준 일로 선생님께 칭찬받은 일은 그 날을 행복한 날로 만듭니다. 백점 받아 선생님께 칭찬 받은 일은 가슴 속 함박꽃이 피어나게 하고요.

   

 

동시 속 아이는 원하는 색깔의 크레파스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가진 크레파스면 새로운 세계가 그려지니까요. 나에게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을 누릴 수 있음이 부럽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짝꿍에게 사탕을 건네주고 받은 하트 손가락에 가슴이 둥둥거리는 모습엔 어쩐지 내 가슴도 콩닥콩닥 하게 됩니다. 어쩐지 풋풋한 모습,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동시를 통해 동심을 다시 느껴보게 됨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몇몇 동시들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어쩐지 요즘 아이들 정서에는 맞지 않을 것만 같은 부모님 세대의 흔적들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경험에서 느낄 수 있는 동심이 아닌, 자칫 부모님 세대의 경험에서 생각하게 되는 동심, 그 정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동시의 독자가 어린이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괜한 걱정이었구나 싶기도 했답니다. 아울러 어린이 독자들에게도 부모님 세대의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선물일 수 있겠단 생각도 가져 보게 됩니다.

 

동시집 해바라기가 된 우산은 수록된 동시들 뿐 아니라 그림 역시 어쩐지 마음이 순수해지는 느낌을 주는 동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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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학 시선 K-포엣 시리즈 5
안상학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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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있는 한영대역 시리즈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와 <K-픽션> 시리즈에 이어 새롭게 시선집 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함께 싣고 있는 한영대역 시리즈 <K-포엣> 시리즈를 출간하였다.

 

우리의 좋은 시들이 세계 여러 독자들에게 읽히게 된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기분이 좋다. 또한 비록 영어가 짧긴 하지만 한영 대역으로 우리의 시를 접한다는 신선한 기대감을 품고 책장을 펼쳐본다.

 

안상학 시인의 시를 접하며 든 생각 하나는 시를 읽다보면 문득문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는 점이다. 때론 무릎을 치며, ‘아하, 그렇구나!’ 공감하게도 된다. 예를 들면 이런 시가 있다.

 

사람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고 한다 / 아니다, 사람은 손 없이 왔다가 손 없이 가는 것이다 / 보라, 기어 다니는 아이까지는 손이 아니라 발이다 / 똥을 뭉개는 저 / 기어 다니는 노인의 손도 손이 아니라 발이다 / 사람은 네 발로 와서 두 손으로 살다가 / 네 발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내 손이 슬퍼 보인다> 일부

 

문제는 두 손으로 살아가는 동안이다. 두 손을 가지고, 남의 것을 빼앗는데 사용하고, 폭력을 행사하며, 군림하는데 사용한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두 손의 역사는 끊임없이 싸움을 재생산하는 역사다.”라고. 시를 읽다, 두 손을 한참을 들여다봤다. 내 손 역시 슬퍼 보이는 손은 아닌지. 시가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든다.

 

적어두고 기억하고 싶은 시구들도 많다. 꼭 시로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문구로 외워둬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시구들이 말이다. “때가 되면 발밑에 연연하지 않아야 될 때가 한번은 오는 법이다.”<발밑이라는 곳> “세상에는 보이지 않아야 보이는 것이 있다 / 아득하니 볼 수 없을 때야 보이는 것이 있다.”<그려본다는 것>

 

인생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평화에 대해, 아버지에 대해 등등 다양한 주제의 시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다. 엄청 어렵지는 않으면서 시 한 편 한 편 깊이 묵상하면 좋을 시들로 가득하여 얇은 시집이지만 배부른 느낌이다.

 

그 가운데 한편 적어본다.

 

내 걸어온 길 늘 어둠 속이었으나 / 그래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 그 언젠가 단 한 번 번개 칠 때 / 잠깐 드러났다 사라진 그 길을 떠올리며 / 더듬더듬 한발 한발 줄여온 덕분 아니겠는가 // 남은 길도 / 캄캄한 길 더듬어 가는 중에 / 언제고 번개 한 번 더 쳐주길 학수고대하며 / 그렇게 더듬거리며 가는 길 아니겠는가 <노정> 전문

 

인생이란 결국 이런 노정을 걷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노정에 길 밝혀줄 번개가 길을 잃을 때마다 한 번 더 쳐주길 학수고대하는 게 아니라, 자주 쳐주길 욕심 부려보며 시집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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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선 K-포엣 시리즈 6
김현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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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 출판사에서는 한영대역 시리즈로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들 가운데 선별한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시리즈,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담은 <K-픽션> 시리즈를 출간해왔다. 그런 아시아 출판사에서 이제 시선집 시리즈를 출간했다. 바로 <K-포엣> 시리즈다. 국내 시인들이 자신의 시집 가운데 직접 선별한 시들을 우리말과 함께 영어로 번역한 한영 대역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한 기대감을 품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출간된 <K-포엣>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김현 시선집을 접하게 되었다.

 

시는 자신의 존재를 들여다보게 하는 힘이 있다(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겠지, 아님 말고.). 그래서일까? 이 시집은 나의 존재를 철저하게 들여다보게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역시, 난 아직 풋내기 중에 풋내기. 시를 읽고 느끼며 상상하며 재생산하기에는 역시 턱없이 부족하단 생각을 들게 한다. 무슨 말이냐고? 한 마디로 시가 내 실력엔 너무 어렵단 말이다. 흑흑흑.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멍청이야. 흑흑.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었던 건, 시집 뒤편에 실린 시인에 대해 적힌 글이다. 이런 내용이 적혀 있다.

 

김현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의 핸드가이드북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의 시 한편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만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의 시에는 해석에의 열정을 불태우는 무언가가 있다. 아무리 설명해도 부족한 잉여가 있다는 것이 역설적인 매력 때문이다. 김현은 우리의 삶이 단일하게 해석될 수 없으며 아무리 해석하려고 해도 손아귀를 빠져 나가는 해석 불가능의 대상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 안지영 (112)

 

어쩐지 위로가 된다. 시를 통해 위로받지 못하고 이런 글에 위로받는 신세라니 부끄럽다.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내 어리석음을 탓하며, 이해되지 못하는 시들은 좀 더 내공을 쌓은 뒤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그러니, 무슨 서평을 쓴단 말인가.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가운데,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시가 두 편 있었다. <정신의 모양><잔잔한 마음>이 그것인데. <정신의 모양>이란 시를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 마리 오징어처럼울고 있는 교실. 그곳에 적힌 정신일도하사불성이란 문구. 아이들이 그 문구처럼 먼저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여전히 울고 있는 교사를 향해, 진도 나가자며 외친다.

 

시가 그려주는 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생각해 본다. 그래 아이들은 마땅히 정신을 차리고 공부에 매진해야지. 교사가 쯧쯧. 얼른 아이들 해야 할 공부 그 진도를 나가야지. . 이라 말하면 좋겠지만, 어쩐지, 그런 모습이 진짜 정신을 차린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정말 정신을 차리는 것만이 최고인가? 때론 함께 울 수 있는 정신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정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 공감하지 못하는 지식인을 키워내는 것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다운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라는 생각을 말이다.

 

그것이야말로 시인의 말처럼 목소리의 미래를 품게 되는 것이며, 시가 품고 있는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시집을 잠시 책꽂이에 꽂아 둔다. 언젠가 반드시 이해하고 말테야, 하는 이루지 못할 다짐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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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예뻐졌다 - 아내와 함께 나누는 詩
김하인 지음 / 지에이소프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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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인 작가는 소설가인줄만 알았다. 국화꽃 향기, 일곱 송이 수선화등 그의 소설들이 워낙 잘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초창기부터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을 시작했다니 조금은 의외였지만, 생각해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다. 그의 소설 속 서정성이 시적 아름다움과 일맥상통한 구석이 있으니 말이다.

 

김하인 작가의 아내가 예뻐졌다란 시집을 통해, 소설가 김하인이 아닌 시인 김하인을 만나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렸다. 시집치곤 수록 시가 상당히 많아 200페이지를 훌쩍 넘는 분량의 시집. 그 안에 담긴 대부분의 시는 아내를 향한 노래들이다.

 

시인의 시들을 감상하는 가운데, 마치 내 얘기인 것 같아, 뭉클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괜스레 쑥스러워질 때도 있다. 때론, 내 부족함을 발견하며 자책해보기도 하고 말이다.

 

난 신혼 초엔 아내를 안해라 부르곤 했다. 이는 신혼 초 아내를 향한 다분히 아부성 짙은 발언이기도 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나 스스로를 향한 다짐이기도 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안에 있는 해처럼 위하고 대접하며, 바라보겠다는 다짐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안해는 아내의 말을 외면하는 안 해!’가 되어버린 건 아닌지 반성해 본다.

 

수록된 시들 가운데는 어머니를 향한 시, 일상 속에서의 단상들도 제법 되지만, 대다수는 아내를 향한 사모곡이다. 물론, 이 가운데는 시인의 유머가 담긴 시들도 있고, 시인의 나이 듦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시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아내를 향한 시인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어느 시들은 낯이 붉어질 만큼 민망한 고백들도 제법 되지만, 이런 고백을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긍정적 효과 역시 적지 않다. 나 역시 내 모든 시간이 아내를 향해 흐르길 소망한다. 언제나 함께 하기에 웬수와 같이 느껴지는 관계가 아닌 언제나 함께 하기에 더욱 서로에게서 그리움이 태어나는 관계이길 소망한다. 시인의 시들 가운데 몇몇 시들은 아내를 향한 내 다짐으로 삼기에 충분하다.

 

내 삶의 내비게이션은 당신이다. / 내 마음도 몸도 너만을 향한다. / 내 기쁨과 즐거움은 반드시 저만을 향하고 / 네게만 도착한다. / 나는 내 세상이 아닌 너의 세상에서 산다. / 그렇기에 공기도 나무도 풀도 꽃도 너만을 가리킨다. // 내 삶의 종착지는 너다.

<내비게이션> 전문

 

언제나 목적지가 상대인 관계, 참 멋스러우면서, 한편으론 당연하단 생각도 해본다. 언제나 내 종착지는 가족이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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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六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외 지음, 에드워드 호퍼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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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말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다.”

 

시화집 뒤표지에 적혀 있는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를 설명해주는 문장이다. 시리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시리즈는 1년 열두 달 전12권으로 기획된 시화집이다. 시와 그림이 함께 실려 있다. 1365, 하루에 시 한편 씩 묵상할 수 있도록 365+1편의 시(366일인 해도 있으니 말이다.)500여 점의 명화가 함께 실려 있다.

 

열두 달 가운데 여름으로 진입하게 되는 6월의 시화집 제목은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이다. 6월의 명화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 45편이 실려 있다. 시는 윤동주 시인을 비롯한 18명의 시인들 시가 실려 있다.

 

시인이란 슬픈 천명”(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에서)을 걸어갔던 시인들 18명의 각기 다른 느낌의 시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여러 명의 시인들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실제 시기와 연관성이 있는 시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하루에 한 편씩 시를 감상할 수 있으며, 명화 역시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점. 게다가 손에 쏙 들어갈 만큼 조그마한 사이즈의 시집이라는 점. 등 이 시집의 매력은 많다.

 

같은 계절에 대한 시이기에 서로 다른 시인들이 동일한 소재로 노래하는 각기 다른 시들을 만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이번 6월에서는 개똥벌레(반딧불이)가 그렇다. 어느 시인에겐 멀리계신 님의 마음이 반딧불 되어 오는 모습으로 묘사되기도 하고(노자영, <여름밤의 풍경>에서), 어느 시인에겐 반딧불이의 모습이 어둠을 꿰매는 양 / 꽁무니에 등불을 켜 놓고 달고 다니는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윤곤강, <개똥벌레>에서). 또 어느 시인에겐 부서진 달조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그믐달 반디불은 / 부서진 달조각, // 가자 가자 가자 / 숲으로 가자 / 달조각을 주으러 / 숲으로 가자.(윤동주, <반디불> 일부)

 

올 여름엔 아이들과 무주로 부서진 달조각한 조각 주우러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 그곳에서 서로 다르게 반딧불이를 묘사한 시들을 읽어준다면 얼마나 감성 풍성한 여행이 될까 하는 설렘도 가져본다.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다음 달들의 시와 명화들은 어떤 것들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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