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의 햇빛 일기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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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신간 시집이 나와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것이 건강일 테니 말입니다. 이번 시집 역시 가슴을 울리는 힘이 있습니다. 시집은 도합 4부로 되어 있습니다. 1부와 2부는 이번에 새롭게 발표한 시들이 실려 있으며, 3부와 4부에는 기존에 발표한 시 가운데 시인이 선별한 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시집을 펼쳐들면서 독자의 우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집니다. 오히려 시인이 전해주는 환한 에너지로 가슴을 가득 충전하게 됩니다. 일상의 삶 곳곳에 매복해 있었지만,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행복, 기쁨, 즐거움, 감사 등을 끄집어내는 힘이 시인의 시들에는 담겨 있습니다. 이런 시들을 통해 행복 주사를 맞고 힘이 솟게 된답니다.

 

물론 무작정 행복 주사만 주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의 고단함과 힘겨움이 곳곳에서 느껴집니다. 특히 시인의 병고의 고통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그런 아픔 속에서도 느끼는 시인의 행복과 감사, 기쁨이기에 이것은 오롯이 독자에게 긍정 에너지로 다가옵니다.

 

내가 꽃에게 말했다 / ‘오늘도 조용히 / 그 자리에서 / 피어나느라고 수고했어요’ / 꽃이 나에게 말했다 / ‘오늘도 그 자리에서 / 힘든 순간도 잘 견디며 / 살아내느라고 수고했어요’ / 우리 둘이 / 마주 보며 / 활짝 웃는 / 한여름의 꽃밭 / 어딘가에 숨어 있던 행복이 / 가만히 / 웃음소리를 낸다

< 어느 날 꽃과의 대화 > 전문

 

시인이 처한 구체적 상황이 아무래도 의식될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 역시 그러한 구체적 상황 속에서 노래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여전히 삶을 귀한 모습으로 읽어내려는 시인의 마음과 의지가 곳곳에서 느껴져 나 역시 긍정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 시 속에 가득합니다.

 

나는 / 눈에 잘 안 띄는 / 작은 사랑 하나라도 / 충분히 맛을 내는 / 맛동산 부자가 되어야겠다. <맛동산을 먹으며> 일부

 

어묵은 / 어떻게 요리를 하든 / 까다롭질 않아 좋아 / 수수하게 구수한 모습으로 / 우리도 / 어묵 같은 사람이 되어볼까? < 어묵을 보내며 > 일부

 

천국에 갈 때 / 빽 좀 쓰자고 보채는 친구를 위해 / 나는 좀 더 착하게 살아야겠네 < 우정 일기 > 일부

 

충분히 잘 살아왔을 것이며,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왔음에도 더 삶을 정제하려는 귀한 의지가 느껴져 나 역시 마음을 다잡게 해준답니다.

 

물론 시인이 무작정 긍정적 시어만을 풀어내는 것은 아닙니다. 아프기 때문에 갖게 되는 부정적 모습들 역시 솔직히 털어냅니다. 그런 모습 역시 귀하고 아름다우며 먹먹하게 하는 힘이 있답니다. 또한 주변의 사랑하는 이들이 하나하나 나이 들고 늙어가며 이런저런 고장이 나고 세상을 떠난 뒤에 남겨진 이의 그리움과 아픔 그 삶의 고단함도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답니다.

 

힘겨운 시간들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이해인 수녀님의 시어를 통해 행복 주사 한 방 꾹 맞고 다시 삶을 긍정하며 살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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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 : 오늘의 시인 13인 앤솔러지 시집 - 교유서가 시인선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공광규 외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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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경기문화재단 선정작> 시리즈 10권 가운데 유일한 시집인 몇 세기가 지나도 싱싱했다는 열세 명의 시인들의 신작시가 담긴 앤솔러지 시집입니다.

 

열세 명의 시인들 그들의 다양한 시어를 만날 생각에 가슴 설렜답니다. 그런데,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 시는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구세대인 탓일까요? 예전엔 수많은 시인들의 시집을 들여다보며 세상을 읽었고, 때론 시대적 아픔을 공감하기고 했고, 때론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슴을 뜨겁게 달구던 순간들, 거기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시어들을 통해 힘겨운 시대 속에서도 희망을 읽어내곤 했었는데, 요즘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요즘 시어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물론, 이는 저의 부족함 때문이겠죠.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시가 시인만의 세계, 시인만의 언어에 갇혀 있다면, 과연 시를 함께 공유할 독자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말입니다. 때론 머리를 냉철하게 만들어 주는 시어들, 때론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는 시어들을 기대했는데, 머리는 점점 흐리멍덩해지고, 가슴은 점점 굳어가지만 합니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내 부족함 때문이겠죠.

 

내가 너무 피곤한 상태인걸까? 의구심이 들어 시집을 덮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공감하게 되는 시어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열세 명의 시인들, 그들의 시를 모두 공감할 순 없겠죠. 물론 누군가는 열세 분 시인들의 시어를 모두 공감할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는 그럴 수 없었답니다. 그럼에도 이들 가운데 공감할 수 있는 시어를 만나게 된다면 그것으로 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가슴을 살짝 열어주는 시, 그 시인의 이름들을 메모지 한편에 살며시 적어봅니다. 그럼 됐습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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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시 100편
김소월.김영랑 지음, 최세라 엮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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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치고 김소월 시인과 김영랑 시인의 시를 접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겁니다. 학창시절부터 두 시인의 시는 숙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워야 하니 말입니다(요즘도 배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대표시인들인 두 시인,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는 말의 주인공들, 바로 그 두 시인의 시를 함께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 있어 책장을 열어봅니다.

 

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이란 제목의 이 시집 속엔 두 시인의 시가 각각 50편씩 100편의 주옥같은 시가 실려 있어 두 시인의 시를 풍성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두 시인의 시를 번갈아 가며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엮은이의 시에 대한 감상 글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시 자체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시에 대한 감상이나 시의 배경이 되는 설명 등을 읽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먼저 시를 감상한 후, 다음엔 책에 실린 감상 글을 읽고 다시 시를 읽으면 느낌이 다르답니다.

 

처음 시인의 시를 한 편씩 읽고 난 후 느닷없이 나타난 너무나도 유명한 두 시가 연달아 실려 있어 마치 최고수 자리를 두고 펼치는 무림고수들의 절정신공들을 만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시인 가운데 누가 우위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무익한 일임에 분명합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두 시인의 시들을 만날 수 있음이 그저 행복합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그 명성에 비해 두 시인의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자책도 하면서 시집을 감상했답니다. 때론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도 들어 이게 과연 누구의 시인지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그러다가도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르게 접근하는 시를 만나기도 하면서 서로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이 재미나기도 했답니다.

 

아무래도 일제강점기라는 독특한 상황 속에서의 시어들이 가슴 먹먹하게 다가오기도 했답니다. 아울러 시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시인이란 자신의 감성만을 끄적거리는 자리,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시를 통해 민중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고, 민중들을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시집을 읽다보니 강진 여행을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합니다. 2월에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강진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영랑생가는 모란이 필 무렵 다녀오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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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 - 김정숙 시집
김정숙 지음 / 책나물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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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시집을 손에 들었다. 항상 책이 곁에 있음에도 유독 시집을 멀리 한지 제법 오래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됐을까? 마지막 시집의 서평을 찾아보니, 작년 1월이다. 그러니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시집을 펼친 후 여태 어느 시집도 손에 들지 못한 게다. 무에 그리 삶이 퍽퍽했기에, 아니 삶이 퍽퍽할수록 시집을 통해 감성을 채워야하지 않았을까? 아무튼 시집 제목이 눈길을 끌어 삭막한 감성을 적셔보자는 생각에 택한 시집이 바로 멋진 제목의 이 시집, 햇살은 물에 들기 전 무릎을 꿇는다이다.

 

그렇게 택한 시집인데, 서평 마감일이 다가오도록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했다. 부랴부랴 시집을 펼치는데, 몸은 천근만근, 머리는 흐리멍덩하다. 시인의 시어가 머릿속에서 널을 뛴다. 아마도 시인의 탓이 아닌 내 탓이리라 싶다.

 

그래도 뭐 상관없다. 그저 읊조리며 읽다보면 뭔가 내 가슴을 건드리는 시어가 있으리라 생각하니 말이다. 역시 부모에 대한 시어는 그저 흘리지 못한다. 가슴을 두드린다. 누구나 부모님께 부족하고 못난 자식일 테니 말이다. 평생 내려놓지 못하고 비워내지 못하며 삶의 무게를 견뎌내며 버텨온 달팽이 어머니”, 어쩜 그 자리에 이젠 우리가 또 하나의 달팽이가 되어 버텨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언젠가 바람에 날아오르는 비닐봉투를 보며 시로 표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정말 생각만 했다. 그런데, 역시 시인은 다르다는 걸 시집을 넘기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시인은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그 생각이 시어로 옮겨가니 말이다.

 

시인은 삶의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보내지 않나보다. 대상포진조차 시인에겐 손님이 된다. 물론 반갑지 않은 손님, “불러들인 적 없었던 이름의 손님이며, “대접하기 힘든, / 피가 나도록 붉은 / 까탈스러운 손님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까탈스러운 손님이 우리 삶에 한 두 개가 아님을 문득 떠올려보게 된다. 삶은 결국 이러한 까탈스러운 손님을 잘 달래가며 살아가야만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도.

 

삶이 고단한 것은 이처럼 불러들인 적 없는 손님, 그것도 까탈스럽기만 한 손님이 수시로 찾아오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일까? 많은 시가 삶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우리네 삶은 참 고단하다.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시인은 고백한다. 그럴지라도, “내 삶은 오타가 아니지.”하고 말이다. 순간순간 삶의 모습은 오타일 수 있겠다. 그러나 삶 전체는 결코 오타가 아니리라는 위안, 그리고 다짐을 해 본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 머릿속이 흐리멍덩해서일 것이다. 시인의 시가 공감되다가도 문득 흩어지곤 한다. 이는 분명 시인의 탓이 아닌 잠이 필요한 내 흐리멍덩한 상태 탓일 게다. 그럼에도 공감이 가는 시가 있어 한 편 옮겨보며 서평을 마칠까 한다.

 

낙타가시풀에도 꽃이 핀다 / 거친 땅 여린 풀로 살아가는 동안 / 온몸에 돋아난 가시, / 가시가 꽃을 피워낸 게다 / 저린 기다림을 위로하듯 피운 저 꽃, / 사막에서 기다림이 피운 꽃, / 사랑이다 / 낙타가 입천장이 아프도록 가시풀을 먹고 / 살갗이 헐지 않는 것은 / 가시가 아니라 사랑을 먹기 때문이다 / 물집이 돋치도록 아프게 걸어온 / 외로움이 외로움을 먹기 때문이다 / 뜨겁고 뜨거운 간절함이 / 간절함을 얻기 때문이다(<낙타가시풀> 전문)

 

누구나 고단한 삶을 살아간다. 간절함을 품은 삶은 어떤 고단함도 버텨내고 이겨낸다는 진리를 기억하며 잠시 시집을 덮는다. 좀 더 맑은 정신에 다시 펼칠 것을 다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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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공주 대 검지대왕
신형건 지음, 강나래 그림 / 끝없는이야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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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건 시인의 동시집을 만난 지는 제법 오래입니다. 거인들이 사는 나라부터 시작하여 콜라 마시는 북극곰, 배꼽등 몇몇 동시집을 만났던 기억인데,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동시집을 만나 반가웠답니다. 이번 동시집의 제목은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입니다. 어쩐지 제목이 궁금함과 흥미를 끌어냅니다.

 

그렇게 만난 동시집 속의 동시들은 어쩐지 씁쓸함을 전해주기도 했답니다. 소설을 분류할 때, “사회파 소설이라 따로 분류하듯, 시인의 동시들은 어쩐지 사회파 동시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렇기에 씁쓸하면서도 반드시 들여다보고 공감해야만 하는 그런 동시들이 동시집 안엔 가득합니다.

 

예전부터 줄곧 시인의 관심사였던 생태문제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제를 다루는 동시, 난민 문제를 다루는 시, 여기에 요즘 우리의 일상을 빼앗아 가버린 아니 일상의 풍경을 바꿔버린 바이러스의 문제를 다룬 시 등 사회 속 문제들을 때론 아프고, 때론 아름답고, 때론 풍자 가득한 시어 속에 녹여 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자주 다루고 있는 문제는 스마트폰에 잠식되어 버린 우리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시들이랍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이젠 스마트폰이란 괴물에게 잠식되어 있다는 반증이겠죠.

 

엄지공주 대 검지대왕이란 동시집은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꼬집고 보여주고 있는 동시들이기에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동시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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