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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마리 여기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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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파주: 다산책방, 2015)로 수많은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었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이 올 봄에는 두 번째 소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파주: 다산책방, 2016)로 우릴 찾아오더니, 금번 초겨울의 추위를 따스하게 덥혀줄 세 번째 소설로 다시 찾아왔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란 책인데,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책인 이 책이 제일 좋다는 느낌이다. 솔직히 첫 번째 책과 두 번째 책을 읽고는 괜찮은 작가구나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소설을 읽고 난 뒤엔 이제 이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만나봐야겠구나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소설은 한 여인이 갑자기 겪게 되는 충격, 아픔, 혼란 등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랜 결혼생활을 하며 남편을 내조함이 인생의 전부였던 여인 브릿마리는 어느 날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다. 이런 충격적인 현실 앞에 브릿마리는 남편 곁을 떠나 낯선 세상으로 뛰어든다.

 

브릿마리는 여태 살림만 했기에 살림 외엔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이케아 가구조차 조립해 본 적이 없다. 그동안 남편이 다 했으니 말이다. 심지어 운전 역시 얼마나 오랫동안 안 했던지 모른다. 남편이 항상 운전을 하니 그저 옆자리에 동승하기만 하면 되었으니 말이다. 세상물정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걱정 없던 여인. 십자말풀이가 머리 쓰는 일의 전부였던 여인. 정리정돈에 집착하며, 집을 청결케 하는 일이 삶의 사명이라 여기며 세정제를 사랑하는 여인. 위기상황에 맞닥뜨리면 신경질적으로 청소에 집착하는 여인. 남편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착각하고 자신만의 삶은 존재치 않았던 여인. 다소 까칠한 아니 깐깐한 여인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철부지 소녀와 같은 나이 든(63세) 여인 브릿마리. 그녀가 낯선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 적응해 나가는 이야기가 재미나며 귀엽기만 하다.

 

브릿마리가 우연히 찾아가게 된 마을은 보르그란 곳이다. 이곳은 도시 변두리에 있는 작은 마을인데, 정작 도시 사람들은 그런 곳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곳이다. 발전가능성이나 희망은 없고, 낙후되어 가기만 하는 곳. 많은 사람들이 집을 팔고 떠나기만을 소망하는 곳. 언제나 나른한 일상만이 존재하는 곳. 그럼에도 몇몇 아이들은 축구를 하며 소란을 피우기도 하는 곳. 이런 마을에서 브릿마리는 과연 어떤 일을 겪게 될까?

 

소설은 내내 작가 특유의 유머 감각이 빛난다. 게다가 무엇보다 빛나는 것은 공동체성이 아닐까 싶다. 내 이웃이 누구인지도 관심 없고, 알 수도 없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르그 마을은 온 마을 사람이 한 아이를 함께 기른다는 옛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마을이다. 이런 모습은 오늘 우리 시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반성하게 한다.

 

아울러 브릿마리가 변해가는 모습은 가슴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꿈틀거리게 한다. 안정적이던 삶을 뒤흔든 남편의 외도라는 사건. 이로 인해 익숙지 않은 사회생활 속에 뛰어든 깐깐한 여인 브릿마리가 세상 속에서 홀로 서기를 할 뿐 아니라, 침체된 마을이 브릿마리로 인해 점차 활기를 되찾게 됨이 마치 마법과도 같다.

 

축구를 너무나도 싫어하던 브릿마리가 우여곡절 끝에 동네 꼬마들의 축구 코치가 되어 축구 경기에 열광하게 됨도 반전의 재미가 있다. 십자말풀이가 행복의 전부였던 열정마저 늙어버린 여인에게 다시 설렘의 순간들이 찾아오게 됨도 축복처럼 느껴진다. 더 나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은 마치 우리의 삶 역시 나이가 어떻든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지금도 꿈꿀 수 있고 여전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음을 속삭인다.

 

이처럼 자신도 주변도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있는 브릿마리를 보며, 삶의 용기를 갖게 된다. 그렇기에 브릿마리 그녀는 오늘 ‘여기’에 있다. 우리들 삶 속에 각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힘이 아닐까? 어쩐지 하얀 차에 파란 문짝 하나 달고 가는 차를 보게 된다면 브릿마리가 떠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한동안 브릿마리의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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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읽는 남자
안토니오 가리도 지음, 송병선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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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작가가 쓴 송나라 배경의 역사추리소설이란 조합이 조금은 어색하다. 중국 작가가 쓴 송나라 배경의 역사추리소설이어야 고개를 끄덕일 텐데 말이다. 조금 양보하여 우리 작가가 쓴 송나라 배경의 역사추리소설이라고 하여도 어색할 텐데, 스페인 작가라니. 그런데, 소설을 읽어가며 그런 어색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됨에 놀라게 된다.

 

『시체 읽는 남자』는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가리도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역사추리소설, 역사와 추리가 만나면 언제나 재미나다. 물론, 현대추리소설도 재미나지만 역사추리소설은 왠지 1+1의 느낌이라고 할까? 여기에 더하여 법의학까지. 1+1인데, 덤으로 또 다른 상품이 묶여 있는 느낌. 완전 수지맞은 기분이다.

 

장르만 수지맞은 것이 아니라, 소설 자체가 재미나다. 6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툼한 분량이지만, 언제 이걸 다 읽지? 란 생각보단 재미난 내용이 금세 끝나버리지 않은 안도감과 함께 다 읽은 후엔 언제 이걸 다 읽었지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하는 소설이다. 내용이 재미나기에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릴 책이기도 하다.

 

주인공 송자(역사속 실존 인물이다.)는 판관이 되길 꿈꾸는 청년이다. 실제 판관이 되는 공부도 하였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향으로 내려온 아버지를 따라 고향에 내려와 눌러 앉고 만다. 망나니 같은 형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며 농사를 짓지만 형에게 인정받지 못할뿐더러 다시 수도 린안으로 돌아가자고 해도 아버지는 끝내 거절한다. 그런 아버지를 자는 이해하지 못한다.

 

어느 날 자는 농사를 짓다가 논에 잠겨 있던 시체를 발견하는데, 그 시체는 다름 아닌 예비 장인. 그리고 그 범인은 자의 형으로 밝혀지고. 게다가 불행은 연달아 온다던가. 벼락을 맞고 자의 집과 주변집들이 타버려, 자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병든 어린 여동생과 자만 남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살인자가 된 형을 살려보겠다고 땅을 팔아 판관에게 뒤를 데지만 도리어 그들의 농간에 돈도 빼앗기고 범죄자가 되어 도망치는 신세가 된다. 이때부터 자의 고생이 시작된다. 이 고생의 연속이 참 눈물겹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고생의 과정이 길게 나오기에 문득 추리소설이 아닌가 하는 의아함도 들게 한다. 소설의 전반부는 자의 고향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과 그 추리과정. 그리고 그 이후에 도망자가 되고 어린 동생과 함께 힘겹게 살아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제 후반부에서는 어린 동생마저 죽게 되고, 홀로 남은 송자가 판관 양성학교에 우여곡절 끝에 입학하여 공부하는 과정. 그리고 그를 무시하고 미워하는 자들과의 갈등. 여기에 황궁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수사에 참여하게 되는 과정 등이 손에 땀을 쥐게 이어진다.

 

소설은 마치 전반부과 후반부가 별개의 스토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이 두 부분이 결코 별개의 이야기가 아닌 고향에서의 사건부터 모두가 다 하나의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추리소설을 엮어내는 작가의 내공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많은 분량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읽혀지도록 써내려간 내공도 대단하고. 유럽인으로서 중국 남송 시대의 송자라는 실제 인물을 꼼꼼한 자료조사와 탁월한 상상력을 통해 소설 속에 살려낸 그 손길이 부럽기까지 하다.

 

세계적인 법의학의 선구자라는 역사 속 실존인물 송자. 그의 새롭게 창조된 이야기를 통해, 신나는 추리의 세계를 맛보게 해주는 소설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모든 소설은 좋은 소설과 나쁜 소설로 나뉘게 된다는 말을 인용한다. 그럼, 이 소설은 어디에 속할까? 좋은 소설이나 나쁜 소설보다는 재미난 소설이다. 대개의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말이다. 아울러 좋은 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소설을 읽는 내내 인간의 탐욕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고, 권력자들의 부패함에 분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선한 분노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테니 말이다. 게다가 죄악의 어두움, 그 민낯이 결국에는 드러나게 됨이야말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들의 죄가 감춰지지 않고 드러나게 된다는 희망을 말이다. 이만하면 좋은 소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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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장사꾼 - 로알드 달의
로알드 달 지음, 김세미 옮김 / 담푸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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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이야기꾼인 로알드 달의 『초콜릿 장사꾼』은 기존에 갖고 있던 로알드 달의 이미지와 상당히 다른 작품이다. 아동 문학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로알드 달이 이처럼 야한 소설도 썼구나 싶다. 이 소설은 대부분의 서점에서 청소년소설로 분류하고 있다. 출판사에서도 아마 청소년소설로 출간한 듯싶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야하다(외설적이다 할 만큼 말이다.). 성행위의 묘사가 사실적이고 상세하게(?) 언급되지 않는다 뿐이지, 실제적으로는 수많은 성행위들이 언급되고 있다(아니,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성기들의 명칭만이 모호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 그렇기에 청소년소설보다는 성인소설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외설적이어서 실망이라는 말은 아니다. 엉큼하게도 역시 야한 소설이 재미지다. 이 소설 『초콜릿 장사꾼』은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야하다. 유머러스하다. 그리고 기발하다. 그렇다. 작가가 작심하고 성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소설이이기에 야하지만, 야한 것만 있진 않다. 나중엔 야하다는 생가보다는 이 재미난 모험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함으로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 역시 로알드 달은 최고의 이야기꾼이구나 싶도록 유머러스하고 재미나다. 뿐 아니라 그 내용이 어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싶게 기발하다.

 

대단히 야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험을 즐기는 오스월드 삼촌(카사노바, 돈 주앙을 뛰어넘길 꿈꾸는 사내)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오스월드가 자신의 엄청난 부를 축적하게 된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영리한 오스월드는 대학에 조기 입학하게 되는데, 학칙에 의해 입학 허가 연령이 되기까지 1년 남은 기간 동안 프랑스로 넘어가 어학공부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엄청난 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바로 엄청난 정력제를 만들어 판매한 것.

 

프랑스로 떠나기 전 집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중, 우연히 찾아온 아버지의 친지 그라우트 소령에게서 영웅담을 듣게 된다. 그건 바로 수단의 가뢰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 가뢰란 곤충의 가루를 조금만 먹어도 그 사람은 최고 변강쇠가 된다는 것. 이런 믿지 못할 허풍스러운 이야기를 오스월드는 마음에 두었다가 프랑스로 건너가자마자(부모의 간섭에서 벗어나자마자) 수단 가는 배를 탄다. 그리곤 가뢰 가루를 잔뜩 구입한다. 이 가루를 적정량을 집어넣은 알약을 만들게 되고, 이 가루를 프랑스의 고위층에게 엄청나게 비싼 가격에 판매를 한다. 이렇게 엄청난 돈을 모은 그는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 계획을 꿈꾸게 된다.

 

대학에서 친해진 워즐리 교수로부터 엄청난 아이템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 바로 교수가 개발하여 아직 학계에 발표하지 않은 기술인데, 다름 아닌 황소 인공수정 기술과 정자 냉동 기술이다. 오스월드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엄청난 사업 계획을 세운다. 그건 바로 이 시대 최고의 천재들, 예술가들, 작가들, 그리고 각국의 왕들을 정자를 구해 냉동시킨 후, 이것을 고가에 판매할 계획을 세운 것. 위대한 2세를 꿈꾸는 부유한 부인들에게 이 놀라운 냉동정자를 인공수정 시키려는 것. 그것도 엄청난 고가에 말이다.

 

이 일을 위해 오스월드는 엄청나게 예쁘고 섹시한 여대생을 섭외하게 되고 이 여성과 함께 말도 안 되고, 엄청나며, 야하고, 기발한 모험을 시작하게 된다. 과연 이 모험의 끝은 어디일까?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 『초콜릿 장사꾼』은 청소년 소설로는 그리 적합한 것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성인들이 읽기에는 너무나도 유쾌하고 야하면서도 재미나다. 역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참, 책 제목이 왜 『초콜릿 장사꾼』인지 이야기를 빼먹었다. 오스월드가 엄청난 미녀 야스민과 함께 야하고 섹시하고 외설적인 모험을 감행할 때, 그들 천재들에게 먹일 가뢰 가루가 바로 이 초콜릿에 들어 있다. 혹시, 이 소설을 읽고 가뢰 가루를 찾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말자. 소설은 소설일 뿐. 이 초콜릿은 로알드 달의 머릿속, 그 상상의 세계에나 존재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눈을 크게 뜨자. 혹시 아는가? 오스월드가 실수하거나 아니면 연민의 마음으로 이 초콜릿 한 상자 배달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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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2부 (스페셜 리허설 에디션 대본)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잭 손. 존 티퍼니 원작, 잭 손 각색,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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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두 권으로 출간함에 대한 불만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1부를 읽었으니 어쩌겠나. 2부를 예약판매로 구입하였다(예약판매구입은 거의 하지 않지만, 예약판매 선착순 해리포터 스티커를 사은품으로 준다기에 구입했다. 사은품은 휴우~ 살짝 실망. 아니 솔직히 말하면 많이 실망. 사은품이란 말을 붙이기엔 민망할 정도다. 뭐 백보 양보하면 해리포터 콜렉터에게는 득템일까?). 그렇게 구입한 책이 어제 배달되었다. 읽고 있던 책이 있던 지라, 따끈따끈한 책 개시는 해리포터를 사랑하는 울 딸에게 양보하고, 딸이 읽고 던져놓은 책을 밤늦게 들어본다.

 

1부에서 알버스(해리포터와 지니 사이의 둘째 아들)와 절친 스코피어스(말포이의 아들)는 마법부(마법부 장관 헤르미온느가 소유)가 몰래 소유하고 있던 시간여행 장치를 훔쳐내 시간여행을 감행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아버지 해리포터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알버스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 영웅을 아버지로 둔 아들이 견뎌내야 할 주변시선의 무게.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아버지의 잘못을 자신이 돌려놓겠다는 반항심. 이런 이유들로 인해 알버스는 절친 스코피어스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 케드릭 디고리(트리위저드 시합에서 그리핀도르 대표로 출전한 아이. 해리와 함께 공동우승을 하는데, 우승컵을 동시에 잡지만, 우승컵이 포트키-사물에 마법을 걸어둠으로 사물을 통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였기에 볼드모트 앞으로 갔다가 죽임을 당한 소년.)를 되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둘의 시간여행으로 인해 미래는 뒤죽박죽이 되고 만다. 헤르미온느와 론은 결혼하지 못해 로즈가 태어나지도 않았고. 해리포터가 죽고 볼드모트가 마법세계를 지배하기도 하고(이번 시간여행의 결과로 알버스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 해리포터가 죽었기에.). 이처럼 뒤죽박죽이 되어 버린 시간여행. 둘은(아니 알버스가 없으므로 이제 스코피어스 홀로 감당해야 할 무게이기도 하다.) 또 다시 과거로 여행을 떠나 미래를 원상태대로 되돌려 놓기에 이른다. 그리고선 더욱 끔찍한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시간여행 장치를 파괴하려 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델피(케드릭 디고리의 사촌인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볼드모트의 딸이었다. 알버스는 델피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분위기.)의 개입으로 시간여행 장치는 파괴되고 알버스와 스코피어스는 과거 시간 속에 갇혀버린다. 그리고 델피는 자신의 아버지 볼드모트의 부활을 꿈꾼다.

 

나머지가 남아 있고, 시간이 되돌려지고, 보이지 않던 아이가 제 아버지를 죽이면 어둠의 마왕이 부활하리라(105쪽)

 

과연 이 새로운 예언의 의미는 무엇이고, 예언은 실제 이루어질까? 아울러 알버스와 스코피어스는 갇혀진 시간 속에서 볼드모트의 부활을 막을 수 있을까?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2부에선 온통 시간여행이 거듭된다. 시간여행을 거듭할수록 미래는 더욱 꼬이기만 한다. 꼬여진 운명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운명을 되돌리는 가운데, 알버스와 해리포터 부자간의 꼬여진 관계 역시 풀어지게 되고. 말포이와 다른 친구들(해리, 론, 헤르미온느 등) 간의 오래된 감정 역시 풀어지게 된다.

 

시간여행이란 소재는 언제나 흥미롭다. 그런데, 어쩐지 반복되는 시간여행이 집중력을 분산시킨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재매 역시 소설에 비해 어쩔 수 없이 떨어진다는 느낌도 갖게 되고. 물론, 이는 극히 주관적 판단이지만 말이다. 아울러 소설 해리포터에 비해 그렇다는 의미다.

 

대신 여러 생각할 소재들은 가득하다. 부모로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해리포터의 모습을 통해, 부모란 자리가 아이만 낳는다고 해서 그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무어보다 자식을 이해할 수 있는 가슴도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자식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일 테고 말이다.

 

아울러 진짜 강력한 마법은 역시 사랑이라는 것도. 대사 가운데 이런 대사가 있다.

 

볼드모트가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한 마법이 있지. 바로 사랑.(175쪽)

 

결국 볼드모트는 이 사랑의 마법에 패하게 된다. 해리포터와 친구들, 그리고 자녀들은 반면 이 사랑의 마법으로 승리하게 되고. 뿐더러 이 사랑은 죽음마저 갈라놓는다 말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절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단다, 해리. 죽음이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이 있지. 그림... 그리고 기억... 그리고 사랑.(145쪽)

 

사랑의 힘은 죽음마저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그 사랑의 마법이 우리 삶 속에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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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셉션 1 - 조 밴더빈의 비밀
리 스트라우스 지음, 영리 옮김 / 곁(beside)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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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트라우스의 장편소설 『퍼셉션』은 여러 장르가 혼재한 소설이다.

 

먼저, SF소설이다.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은 미래사회가 그 배경이다. 이 시대의 인류는 둘로 나뉘어 있다. GAP(유전자 조작인간)과 네츄럴, 다시 말해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나거나 탈바꿈한 인류와 그렇지 않고 자연 그대로 인간의 모습을 고수하는 자들로 말이다. 이 둘 가운데 GAP이 세상을 지배하며, 자신들만의 도시 ‘솔 시티’에서 완전하게 살아간다. 반면, 네츄럴들은 게이트 바깥에서 빈곤한 삶에 허덕인다.

 

GAP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뛰어난 외모(전형적 백인우월주의의 모형이다. 금발에 초록 눈동자의 백인들.)와 건강, 그리고 200년이 넘는 수명을 누리며 살아간다. 반면, 네츄럴들은 여전히 수많은 질병과 짧은 수명에 허덕이며 빈곤한 삶을 살아간다.

 

이처럼 유전자 조작인간, 더 나아가 복제인간까지 등장할뿐더러 삶 속에서도 많은 부분 인공지능 로봇이 보편화되어 윤택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 여전히 자연적 삶의 방식을 고집하며 낙후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SF 소설이다.

 

소설의 또 하나의 장르는 로맨스다. GAP 중에서도 초상류 계급의 여자아이 조와 GAP에 대해 반대 시위를 하며, 과학의 남용을 경계하는 네츄럴 청년 노아와의 로맨스. 마치 철부지 공주와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투사 간의 로맨스 느낌이다.

 

조의 할아버지는 GAP 기술을 개발한 당사자로 재력뿐 아니라, 차기 대통령이 당연시 되는 권력을 가진 솔 씨티의 실질적 지배자다. 바로 이런 엄청난 상류층 소녀 조, 그리고 그녀의 가정에서 일하는 가정부의 아들이자, 네츄럴인 노아의 사랑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을 차지한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 전혀 다른 둘이 서로 사랑하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것. 이것이 어쩌면 소설의 제목인 ‘퍼셉션’이 갖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둘 간의 스파크가 파팍! 물론, 둘 간 에는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둘이 함께라면 가능하다. 이 둘의 사랑의 여정이 앞으로도 기대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장르는 미스터리다. 조의 오빠 리암이 사라졌다. 그리곤 얼마 후 솔 시티 바깥세상인 L.A.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오빠의 실종신고에도, 그리고 시신으로 발견된 뒤에도 경찰은 왠지 수사에 미온적일뿐더러 뭔가를 감추는 분위기다. 이에 조는 오빠의 방에서 발견된 쪽지에 적힌 이름 ‘잭 덱스터’란 사람을 찾아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노아를 만나 노아의 도움으로 사건의 진실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과연 오빠의 죽음 뒤에는 어떤 진실이 감춰져 있는 걸까?

 

이처럼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는 소설, 『퍼셉션』 1권은 「조 밴더 빈의 비밀」로 조와 노아의 만남과 사랑, 여기에 조의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아가는 작업, 그리고 조의 또 하나의 감춰진 비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은 술술 읽힌다. 재미나다.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 역시 웹소설처럼 가벼운 느낌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소설은 몇몇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무엇보다 소설 곳곳에서 미래사회의 과학적 진보가 인류에게 축복이 아닐 수 있음을 경고한다.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아울러 과학 이면의 신앙과 믿음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노아란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 노아의 아버지는 목사다. 그렇다고 해서 노아의 집안이 과학을 불신하진 않는다. 도리어 노아의 할아버지는 사실 조의 할아버지와 함께 GAP을 완성한 뛰어난 과학자다. 아울러 노아 역시 과학의 힘을 빌려 조의 오빠 사건을 추격해 나간다. 그러니 과학의 힘을 거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학 이면의 정신세계, 볼 수 없지만 믿을 수 있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이처럼 소설은 과학만능주의를 경계하며 그 중심을 잡으려 애쓴다. 또 한편으로는 유전자 조작인간 뿐 아니라, 복제인간 역시 온전한 인간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조와 노아 간의 로맨스, 그 사랑을 통해 보여주고자 함이다. 노아는 과학의 남용을 경계하며 GAP 반대시위를 하지만, 한편으로는 복제인간인 조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경계하기에 그 존재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하되 이미 만들어진 인간을 소모품이 아닌 영혼을 가진 존재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정작 조는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데 말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소설 『퍼셉션』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화두가 아닐까 싶다. 내 인식 건너편에 있는 인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균형 말이다. 아무튼 거두절미하고 소설은 재미나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아무래도 2권, 3권도 읽어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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