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시가 아키라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가 아키라의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란 이 소설은 패스워드란 제목으로 제15<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처음 시작은 한 남자가 택시 안에서 스마트폰을 줍는 것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주운 스마트폰에서 벨이 울리게 되고, 신호가 오는 스마트폰 화면에 뜬 남녀의 사진. 사진 속에서 환히 웃는 여인의 모습에 반한 남자. 남자는 이 여인이 누구인지, 알기 위해 주운 스마트폰을 가지고 이런 저런 작업을 통해 여인에게 접근하게 됩니다. 마치 그런 일은 처음인 것처럼. 그러나 소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남자가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된답니다. 이 시점이 소설의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하나의 시점입니다.

 

또 한편 스마트폰을 떨어뜨리고도 알지 못했던 남자 친구 때문에 범죄의 표적이 된 이나바 아사미의 시점이 또 하나. 그리고 가나가와의 어느 숲속에서 백골 상태의 여성 사체를 발견한 형사의 시점, 이렇게 세 시점이 번갈아가며 소설은 진행됩니다.

 

처음 스마트폰을 주운 남자는 단지 우연히 스마트폰을 주운 것이 불과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이 남자는 놀랍게도 연쇄살인범입니다. 그것도 도대체 몇 명이나 죽였는지도 알 수 없이 많은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이랍니다. 여성 사체를 발견하는 형사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끔찍한 연쇄살인법이랍니다. 수많은 여인들을 죽이고, 그들의 스마트폰을 살려둔 채 주변 사람들과 적절한 연락을 통해 피해자가 아직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악당, 피해 여성의 집에서 피해자가 남겨놓은 것들에서 행복을 누리는 변태성욕자.

 

바로 그런 남자가 스마트폰을 주운 것이랍니다. 그렇게 주운 스마트폰에서 남자의 취향인 여성의 사진을 보게 되고, 그렇게 스마트폰의 암호를 풀며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을 통해, 여인을 향해 범죄의 손길을 옭죄어 가는데, 과연 여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범죄자 남자, 그리고 범죄의 표적이 된 여자, 우연히 백골 상태의 여성 사체를 발견한 형사, 이렇게 세 시점에서 각기 사건은 진행됩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할 형사들의 역할이 조금 의문스러웠답니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야 할 형사들임에도 어째 사건 해결과는 거리가 멀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캐릭터가 우스꽝스러운 형사 캐릭터도 아닌 상당히 애매한 역할이랍니다. 물론, 이들의 역할이 있긴 합니다. 미리 이런 녀석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줌으로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 사건 해결의 한 도구로 사용되어지니 말입니다. 아니 형사들의 수사가 점점 범인을 향해 옥죄어 온다는 느낌은 분명 있습니다.

 

아무튼 소설의 주된 줄다리기는 연쇄살인범 남자와 표적이 된 여성이 만들어 갑니다. 이 역시 철저하게 연쇄살인범 남자가 주도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전개 역시 어쩌면 독자로 하여금 피해자보다는 범죄자, 가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들여다보게 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이 못된 범죄자의 범죄가 성공하길 응원하는지, 아님 이 범죄가 멈춰지길 바랄지 그것은 독자의 몫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 탐정 히구라시 시리즈 2
야마구치 코자부로 지음, 김예진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 > 시리즈 두 번째 책은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입니다.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는 아이돌 급 외모의 젊은 청년인데, 어린이집에 다니는 수양딸 테이와 함께 살고 있답니다. 타비토의 특별함은 특별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고(범죄의 희생자)로 인하여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답니다. 대신 시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여 모든 것을 보게 됩니다. 사람의 말소리도 보게 되고, 냄새 역시 보게 됩니다. 이런 특별한 장애는 특별한 능력이 되고, 이를 이용하여 잃어버린 물건들을 찾아주는 탐정 노릇을 합니다. 대신 이 능력을 특별히 많이 사용하게 되면 앓아눕게 됩니다. , 그러다 시각마저 잃을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사건 해결을 위해 타비토는 자신의 눈을 혹사할 때도 많답니다.

 

그런 특별한 탐정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1권에서는 특별한 범죄 없이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전개되며 감동 미스터리 소설을 표방하였답니다. 그런데, 2권에서는 조금 분위기가 바뀝니다. 물론, 2권에서도 1권처럼 4편의 연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신 이번엔 범죄가 살짝 끼어듭니다. 역시 미스터리는 범죄가 끼어야 제 맛이지요.

 

첫 번째 이야기 오래된 가게의 맛에서는 오래된 양식점(경양식점) 카게(KAGE) 사장이자 주방장 에이치로의 조카인 슈운에게서 타비토가 의뢰를 받게 됩니다. 삼촌 요리의 숨은 맛, 그 재료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말입니다. 슈운은 삼촌 밑에서 가게 일을 배우며 마치 부자 관계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만 무슨 이유인지 삼촌은 대를 이어오던 가게를 자신의 대에서 끝내려 합니다. 조카 슈운은 계속 자신이 이어가길 바라고요. 그런데, 과연 음식을 먹어보는 것만으로 물건 찾기 전문 탐정 타비토는 감춰진 재료를 찾아낼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이야기 시체의 향방에서 드디어 본격적인 범죄 사건이 펼쳐집니다. 1권과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이야기이며, 가장 추리소설다운 느낌이 강한 이야기입니다. 4인조 범죄단이 현금수송차량을 탈취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곤 각자 흩어져 시선을 분산시킨 후 다시 접선 장소에 모인 4인조. 그런데, 그만 서로 불화를 일으켜 모든 것을 기획하고 현금을 최종적으로 감춰둔 주범을 죽이고 맙니다. 현금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말입니다. 게다가 그 시체마저 어찌된 일인지 사라져버립니다. 이에 범죄단 가운데 한 명이 타비토에게 시체를 찾아 달라 의뢰하게 됩니다. 과연 시체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번 이야기에서 소설의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게다가 타비토의 다소 잔혹하고 냉정한 면모 역시 드러난답니다.

 

어머니의 얼굴은 아동 학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타비토의 양딸인 테이의 활약이 더 돋보입니다. 아동 학대를 행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학대를 행한다는 자각이 없다는 점이 더 안타까운 이야기였답니다.

 

마지막 이야기인 죄악의 냄새에서는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를 따라다니는(?) 어린이집 교사 요코의 대학 친구들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동아리 친구인 유스케가 먼저 행방불명되었었는데, 뒤를 이어 유스케의 동거녀이자 역시 동아리 친구인 마리나가 사라졌습니다. 과연 마리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이렇게 찾기 탐정인 타비토의 활약이 다시 시작됩니다. 물론, 타비토만이 아닌 유키지 역시 마리나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유키지는 타비토를 형님으로 부르며 따라다니는 타비토의 파트너라고 해야 할까요? 유키지는 유흥가의 해결사 노릇을 하는 청년이랍니다. 유키지와 타비토의 우정이 소설에서 계속 드러나면서도 둘 사이에는 뭔가 감춰진 것이 있답니다.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이번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타비토가 어떻게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해줍니다. 그리고 그 과거의 사건과 이 네 번째 이야기 속 사건은 연관되어 있답니다.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마지막 이야기 역시 1권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진 범죄의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래서 더욱 재미나기도 하고요. 역시 미스터리는 범죄를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더 재미난 것 같답니다. 작가 역시 그런 유혹에 기꺼이 범죄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답니다.

 

이 네 번째 이야기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이야기야말로 <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 > 시리즈의 커다란 사건이 시작되는 전초전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다음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단편들의 사건들은 해결되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어져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타비토가 어린 시절 경험한 사건은 무엇인지, 그 사건에 연루된 자들은 누구이며, 그들을 타비토는 어떻게 밝혀내는지. 여기에 더하여 타비토와 유키지의 관계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집니다. 어린이집 교사인 요코와 타비토의 인연 역시 궁금하고요. 과거와 미래의 인연 모두 말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는 1권보다는 2권인 이번 책 탐정 히구라시 타비토가 잃은 것이 더 재미있었다는 점이 다음 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듭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출판 들녘의 장르문학 브랜드인 고블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단편소설 시리즈인 <고블 씬 북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인 남유하 작가의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를 만났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겨울이 지나면 겨울이 찾아오는 장소입니다. 언제나 겨울만 계속되는 마을, 봄이 보이지 않는 마을, 그곳에서 자칫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이 더욱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먹먹한 상황, 그러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다시 타오르게 되는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주인공인 소녀 카야는 어머니를 떠나보내야만 합니다. 마을의 풍습은 죽은 사람에겐 물을 부어 얼음 관을 만들어 집 앞에 세워두게 됩니다. 그러면 얼음 관 안에 있는 사람은 에니아르가 되어 가족들을 지켜준다고 믿고 있답니다. 카야의 엄마 역시 얼음 관에 들어가 집 앞에 세워지게 됩니다. 엄마의 죽음을 인정할 수 없던 카야는 점차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게 되고 얼음관 속 엄마에게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이렇게 엄마의 죽음에 점점 익숙해져갈 무렵 또 다른 위기가 찾아옵니다. 마을을 먹여 살리는 고마운(?) 회사의 사장이 엄마의 관을 탐내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집과 배부른 음식을 미끼로 카야의 아빠를 회유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움켜쥐고 있는 사장의 말을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아빠는 그렇게 아내의 관을 사장에게 넘기게 됩니다.

 

이제 카야는 매일 같이 언덕 위의 저택으로 올라가 그곳에 세워진 엄마를 만나곤 합니다. 그런 카야에게 다정하게 다가와 집 안에서 엄마를 볼 수 있게 배려하는 사장, 하지만, 사장에겐 끔찍한 검은 마음이 담겨 있답니다. 생각할 수도 없었던 끔찍한 욕망의 어두움이 말입니다.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요, 그리고 그 위기 앞에서 카야는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요?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봄이 오지 않는, 겨울만이 반복되는 마을이 먹먹함을 자아내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힘을 가진 자들의 폭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이야기이기도 하죠. 그런 폭력 앞에 미약하지만, 자신의 소리를 내고, 항거하는 모습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폭력에 병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못된 어른들의 민낯도 보게 되어 분을 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답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작가의 다른 작품 역시 궁금해집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바야시 야스미란 작가의 작품은 그의 유작인 미래로부터의 탈출(서울: 검은숲, 2021.)을 통해 처음 만났다. 그 후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던 차 기억 파단자란 작품을 만났다. 첫 느낌은 미래로부터의 탈출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 무엇보다 기억의 조작이나 반복되는 그 느낌이 유사하다. 찾아보니 작가의 작품 가운데는 이런 유의 작품이 제법 되는 듯싶다.

 

소설은 주인공 타무라 니키치가 낯선 방 안에서 눈을 뜨며 시작된다. 타무라 니키치의 기억은 사고가 난 그 시간에 머물러 있다. 번화가에서 불량배들에게 시달리던 친구를 돕다 머리를 크게 다친 그 순간에 말이다. 그렇게 니키치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이란 병에 걸려 기억이 수십 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잠을 자고 일어나면 기억은 다시 리셋 되어 버린다. 사고가 난 이후 자신이 무엇을 하였으며 누굴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 심지어 이사 온 집도 모를 정도니 그 심각성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눈을 뜨면 그의 곁에는 언제나 노트 하나가 놓여 있다. 자신의 상실된 기억을 보안해줄 노트가. 그곳엔 자신의 상황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를 알려주는 내용들이 적혀 있다. 그리고 이 노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며, 조심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이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노트에 특별한 문장 하나가 새롭게 적혀 있다.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란 문장이.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기억이 기껏 수십 분밖에 유지할 수 없는 사람이 살인마도 싸우고 있다니. 그런데, 정말이다. 그것도 최고 악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피나는 머리싸움을 말이다.

 

바로 키라 미츠오라는 살인마인데, 이 사람은 아주 악질인 악당이다. 그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누구라도 몸에 손을 대고 속삭이면 그 사람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엄청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 키라는 이 능력을 이용하여 범죄로 일상을 살아간다. 편의점에 들어가 마음껏 물건을 가져갈 수 있고, 돈을 훔칠 수도 있다. 상대의 기억을 조작하기만 하면 되니까.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인은 누구나 취할 수 있고, 마음대로 죽일 수도 있다. 이렇게 키라는 수많은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고, 수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마다.

 

그런 그가 또 한 번의 살인을 행할 때, 마침 니키치와 다른 두 사람이 현장을 목격하였다. 하지만, 키라는 자신의 범행을 목격한 자들의 기억을 모두 조작해 놓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살인을 벌인 것으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에 걸린 니키치다. 니키치는 자신의 기억이 수십 분밖에 이어지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수 시간 전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자신의 증상이 호전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억하지 못하는데, 특별한 내용들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를 통해 니키치는 자신의 기억에 또 다른 의미의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고, 누군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려함을 알게 된다. 이렇게 니키치는 살인마 키라에 대해 눈치 채게 되고 그 일을 자신의 수첩에 하나하나 남겨둔다.

 

물론, 니키치는 또 다시 기억이 리셋 되지만, 노트에 적힌 내용을 통해 자신이 살인마와 피나는 머리싸움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과연 니키치는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살인마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기억이 계속하여 리셋 되는 전향성 기억 상실증 환자, 그리고 타인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살인마, 이 둘의 대결은 누가 보더라도 승자가 정해져 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소설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확연한 한계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쫓기는 입장의 조바심 등이 소설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로부터의 탈출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노인 시설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 사부로는 어느 날 자신의 일상에 의문을 품는다. 어제와 오늘은 같은 일상일까? 어제는 무엇을 했나? 이렇게 하루하루 앞으로 나아가보지만, 기억의 한계가 있다. 매일 같이 멍하니 철 지난 녹화된 스포츠 중계나 보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왜 이곳에 이렇게 갇혀 있는 걸까? 나에게 가족이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 있나? 이런 질문들을 시작하며, 평소 자신의 성향을 생각할 때, 분명 일기를 쓸 것이라 생각하고 방안에 있는 일기를 찾는다. 정말 일기가 있다.

 

이렇게 어제, 그리고 그 어제, 이렇게 과거의 흔적들을 읽어보지만 특별한 내용이 없다. 마치 백세는 된 것 같은 노인이 노인요양시설에서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낸 흔적밖에. 그런 일기장을 의미 없이 빠르게 휘리릭 넘겨보는데, 문득 눈에 어떤 문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메시지를 봤다면 신중하게 행동하라. 메시지를 봤다는 걸 들키면 안 된다. 여기는 감옥이다. 도망치기 위한 힌트는 여기저기에 있다. 조각을 모아라.”(34)

 

이렇게 사부로는 자신이 어떤 목적에 의해 감옥에 수용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시설을 탈출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놀랍게도 수용 시설 안에는 자신을 돕는 협력자가 있다. 곳곳에서 탈출을 돕는 힌트나 도구들이 발견된다. 시설을 나갈 수 있는 지문이 찍힌 골무 6개가 발견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부로는 함께 탈출을 감행할 또 다른 노인들 세 사람을 섭외하게 되고, 이들 백 세 즈음 된 노인들 네 사람은 탈출을 위해 노력한다. 과연 이들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무래도 이 의문의 시설에서는 특별한 기억만을 지우는 놀라운 기술을 가진 듯 하다. 홀로 탈출을 시도했던 도크, 그리고 뒤에 밋치 역시 기억이 지워져 있다. 사부로와 함께 그토록 열정적으로 노력했던 탈출에 대한 시도 뿐 아니라, 시설에 대한 의문까지. 과연 이 시설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소설은 SF 미스터리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의 3대 원칙에서부터 시작되지만, 그 원칙 간의 미묘한 충돌 속으로 작가는 파고든다. 인류를 해치지 못하는 인공지능로봇, 하지만, 인간이 무엇이냐는 정의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이 자신들 스스로를 개량하기 시작하면서 원조 인류와는 다른 변이 인류들의 등장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런 변이 인류들을 온전한 인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또한 인류를 해치지 않기 위해, 즉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인류를 해치려는 인간을 인공지능로봇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사부로와 그 동료들이 시설에 갇혀 있는 것 역시 이런 맥락에서다. 인류의 안전을 지켜내기 위해 인류에게서 자유를 박탈한 인공지능로봇들. 모든 것이 인공지능로봇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회구조 속에서 인류는 과연 자신의 자유를 찾는데 성공할 수 있을까? 사부로가 자유를 찾길 응원해 본다.

 

고바야시 야스미의 유작인 미래로부터의 탈출을 만난 것은 2021년이 나에게 준 작은 선물이다. 솔직히 작가의 작품을 아직 만나보진 못했다. “유작이란 의미부여가 이 책을 손에 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작품을 써낸 작가를 이제야 만났다니 싶다. 그리고 앞으론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픔으로 다가온다. 2022년은 아무래도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해가 될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