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 -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지혜의 명문장
모리스 말루 지음, 연숙진.김수영 옮김 / 보누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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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루스 대백과사전은 영국의 브리태리커, 독일의 브로크하우스와 함께 세계 3대 백과사전으로 꼽힌다. 이 책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은 세계 3대 백과사전 가운데 하나인 라루스 대백과사전을 만들어낸 라루스출판사의 역작 가운데 하나라 말한다.

 

출간되자마자 ‘아카데미 프랑세즈상’을 수상하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사전이기도 하다. ‘아카데미 프랑세즈’는 1635년 창설된 가장 권위 있고 명예로운 학술 기관 가운데 하나다. 작가 에밀 졸라가 스무 번이나 추천을 받았으나 끝내 탈락했을 정도이며, 빅토르 위고가 다섯 번 연속 추천을 받은 끝에 가까스로 회원이 될 정도라고 하니, 가히 그 권위와 까다로움이 최강이라 할 수 있겠다. 바로 그처럼 깐깐한 눈으로 바라봐도 인정할만한 책이 바로 이 책 『라루스 세계 명언 대사전』이란 말이다.

 

이 책은 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속담, 격언, 잠언을 총망라한 세계의 명문장들을 모아 놓은 사전이다. 각 국가의 속담, 고전 속의 명문장, 성경 속의 잠언, 각계각층의 인사들의 명언 등 10,000여개의 명언이 실려 있으니, 이 책 한 권에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된 인류의 지혜가 담겨 있다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지혜의 문장들을 10,000여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는 “좋은 말 한마디는 많은 책 중의 한 권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책 안에는 명언이 10,000여개가 담겨 있으니, 이 책 한 권 안에 책 10,000권의 가치가 담겨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전이기에 각 주제별 키워드로 찾을 수 있도록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있다(물론, 원래는 알파벳 순서지만, 번역하여 가나다순으로 재정리하였으니, 이러한 번역작업도 만만치마는 않았을 것 같다.).

 

무엇보다 이 명언사전의 강점은 그 모든 명언들의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속담의 경우, 어느 나라 속담인지 밝히고 있으며, 또한 어느 누가 어떤 책에서 말한 명언인지 그 출처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음이 강점이다. 그렇기에 글쓰기에 인용하기에 적합하다.

 

성경의 경우는 200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에서 펴낸 『새번역 성경』을 참고 하여 본문을 적고 있다. 그렇기에 성경의 경우 그 출처를 말할 때, 개신교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코헬렛」의 경우가 그렇다. 「코헬렛」이라고 하면 이는 개신교 성경의 「전도서」의 다른 명칭임을 알면 좋겠다.

 

글을 쓰는 분들이라면 언제나 곁에 두고 참고할 명언들을 찾아 그 출처와 함께 인용할 수 있는 너무나도 고마운 책이다. 뿐 아니라, 틈틈이 각 주제에 따라 명언들을 찾아보며 깊이 묵상함에도 적합하다. 그 두툼한 부피만큼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부른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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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 상반기 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박상철 지음 / 북오션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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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일러스트로 읽는 365일 오늘의 역사 - 상반기』는 저자가 어느 일간지에 4년간 연재한 역사 그림칼럼을 정리한 책이다. 바로 과거의 역사 속 ‘오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본 작업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오늘’은 언제나 특별한 의미와 힘이 있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것도 그 사람이 태어난 날, ‘오늘’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생일 역시 마찬가지이며, 누군가의 기일을 기념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기념일과 같은 기념일 역시 그러하다. 이미 과거에 지나가 버린 사건, 시간이지만, 그 과거 속의 ‘오늘’의 순간을 지금 여기의 ‘오늘’의 시간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이 ‘오늘’이 갖는 힘일 게다.

 

그렇기에 어쩌면 역사 속에서 이미 지나가 버린 한 사건에 불과할지라도 이것에 ‘오늘’의 의미를 덧입히게 될 때, 그 사건은 그저 과거 속의 한 순간만이 아닌 지금 여기 서 있는 나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마련이다. 바로 여기에 이 책이 갖는 힘이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힘은 제목에도 나오는 것처럼, ‘일러스트’가 갖는 힘이다. 대부분의 꼭지들은 인물들에 대해서인데(물론 사건들도 있지만), 그들 인물들이 갖는 특징을 잘 살려 그린 그림들을 살펴보는 재미 역시 이 책이 갖는 또 하나의 재미임에 분명하다.

 

4년에 걸쳐 했던 작업이기에 각각의 ‘오늘’에 해당되는 인물이나 사건은 최대 4건에서 1건까지 다루고 있으며, 그렇게 다루는 인물들은 참 다양하다. 정치가, 철학자, 문학인, 예술인, 스포츠맨, 종교인에 걸쳐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현대에서 고대까지 참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며, 그들이 ‘오늘’ 행했던 업적이나, 탄생, 또는 사망한 ‘오늘’을 통해 그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오늘’로 접근하며 알게 되는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을 통해 상식도 키우고, 매일 똑같은 하루의 반복에 불과한 ‘오늘’에 특별한 의미의 옷을 입혀주는 고마운 책이다. 이 책에서는 1월에서 6월까지 상반기만을 다루고 있는 데, 하반기를 다루는 2권 역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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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양장) -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
로버트 D. 퍼트넘 지음, 정태식 옮김 / 페이퍼로드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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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력을 보니, 작가는 현재 하버드 대학교 공공 정책 분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빌 클린턴, 조지 부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독일, 핀란드, 싱가포르,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국제 지도자들의 정책 자문으로 활약한 바가 있으며, 영국의 <선데이타임즈>가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로도 뽑힌바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영향력 있는 학자가 내 놓은 『우리 아이들』이란 책은 한 마디로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금수저 흙수저 인생에 대한 경각심을 불어 넣어주고 있는 책이다. 인생의 출발부터 남들보다 월등하게 앞서 달려 나가는 인생. 아니 더 정확하게는 남들보다 월등하게 뒤처진 경주를 해야만 하는 인생들에 대한 안타까움, 그런 현상이 깊어지기만 하는 사회를 향한 우려를 책은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성장했던 고향 오하이오 주 포트클린턴의 1950년대 동창들의 상황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시에는 분명 가난하고 부유한 가정의 차이가 있었다 할지라도 이들 간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것. 무엇보다 이들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였으며, 또한 비록 가난한 집의 아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재능에 의해, 그리고 인생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과 주변의 여러 도움 들을 통해, 삶의 계층을 상승시킴으로 아메리칸 드림이 구현될 여지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말로 표현한다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이 시대는 개천에서 용 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이 책의 부제는 「위기에 처한 아메리칸 드림(The American Dream In Crisis)」이다(한글 제목으로는 조금 다르게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다.). 물론, 이 시대에도 개천에서 용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이제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희박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는 부모 세대의 소득분배가 다음 세대에서의 기회분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금은 주거공간마저 구분되었으며, 다니는 학교도 다를뿐더러, 설령 같은 학교에 다닐지라도 선행학습 과정을 통한 특권을 누리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나뉘게 됨으로 그들에게 임하는 교육기회가 절대적으로 차별화된다고 책은 말한다.

 

모든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감에 있어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마땅함에도 그러한 기회 자체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게 된다는 것. 여기에서 저자는 금수저보다는 흙수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 물론 지금의 풍요로운 아이들이 과거의 풍요로운 아이들보다 더 많은 이점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가난한 아이들이 가난한 과거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서 살기 때문에 이러한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단다.

 

이처럼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이야기함에 지면의 대다수를 할애한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읽어 나가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흙수저를 주는 부모이기에. 그럼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안은 무엇일까? 물론 저자는 대안을 6장(무엇을 해야 하는가?)에서 이야기한다. 소득이 하층에 속한 이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겠고,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줄 사회적 장치, 정책들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저자가 말하는 대안은 도덕적 의무에 대해서다. 책 제목을 다시 보자. 『우리 아이들』이다. ‘내’ 아이들이 아닌 ‘우리’ 아이들. 바로 여기에 대안이 있다.

 

소득의 차이를 줄인다는 것은 사실 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가난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가진 자들의 시선이 ‘너네 아이들’이 아닌, ‘우리 아이들’을 회복하면 된다. 우리는 정말 소중한 것들을 가리킬 때 ‘우리’라는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우리 엄마, 우리 아빠, 우리 아들, 우리 딸, 우리 남편, 우리 아내, 우리 동네, 우리나라 등. 이 ‘우리’라는 표현 안에는 함께 연대하여 지켜내야 할 만큼 소중한 대상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 비록 형제가 없는 혼자뿐이라 할지라도 내 부모라 하지 않고, 우리 부모님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겠다.

 

“얘가 우리 딸입니다.”라고 소개할 때, 이 아이는 내 딸아이지만, 너와 내가 우리의 딸로 여기며 함께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대상임을 밝히는 것이리라. 이 ‘우리’가 살아날 때, 오늘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따뜻하고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이란 자각이 살아날 때, 가난하여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아이들을 향한 도덕적 의무를 다하게 될 것이다. 금수저도 흙수저도 모두 함께 기회를 얻어, 그 사람의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삶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사회가 우리 아이들 시대에는 꼭 이루어지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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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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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판타지 영화들의 뿌리가 <북유럽 신화>에 있음을 알고 북유럽의 신화가 과연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럴까 궁금하던 차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북유럽 신화』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란 사람으로 시인이자 역사학자로 신화나 민담같이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에 관한 권위자라고 한다. 이 책은 1997년도에 처음 번역 출간된 책인데, 금번(2016년)에 2판으로 새롭게 찍은 책이다.

 

이 책의 장점으로 3가지를 들고 싶다. 첫째, 신화 이야기 자체를 읽기 쉽게 잘 풀어 써놓고 있다는 점. 둘째, 북유럽 신화에 관한 62장이나 되는 다양한 판본의 그림들을 모아 싣고 있다는 점. 셋째, 서론에서 상당히 긴 분량으로 북유럽의 자연적 환경부터 시작하여 북유럽의 우주관에 관하여, 다양한 신들에 대해, 이 책에서 사용하는 신화의 출전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북유럽 신화에 대한 개념정리를 해주고 있다는 점이다(솔직히 조금 산만한 느낌이 없진 않지만 그럼에도 이 부분은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화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기도 하지만, 신화는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신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신화란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이 지구상에 존재하게 된 기원과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이로운 일들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극적인 이야기”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신화란 우리 인간의 다양한 실존의 문제들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이야기이다. 우리 인간의 다양한 모습들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가 신화인 게다. 인간의 근원, 탄생, 삶, 죽음에 대한 원형의 이야기 말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문화권마다 그 처한 삶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니 북유럽 신화는 북유럽 사람들, 즉 바이킹의 조상들이 삶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찾아간 결과물일 게다.

 

『북유럽 신화』는 천지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평화의 시대를 거쳐 에시르 신족과 바니르 신족 사이의 전쟁인 신들의 전쟁 그리고 휴전, 신들과 거인들의 대립, 그리고 재미난 존재인 로키의 개입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최고신인 오딘의 아들 토르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아무래도 흥미를 끌게 된다(영화 <토르>의 바로 그 토르다. 망치의 신이며 천둥과 번개를 일으키는 신이며, 모든 신들 가운데 서열 두 번째인 신이자 가장 존경받고 사랑받는 신이다. 토르는 용사이자 농경신이다.). 특히, 거인족들(혼돈의 힘을 상징한다.)과 난쟁이(탐욕을 상징한다.)의 존재도 흥미롭고, 경계가 모호하고 허물어지는 이야기들도 흥미롭다(신들과 인간간의 사랑이 나오고, 난쟁이족과 신의 사랑이 존재하기도 한다.). 다양한 특별한 존재들의 사랑과 우정 역시 신화 이야기 속에서 큰 축을 차지하며 우리의 관심을 끌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천지창조 이야기가 참 흥미롭다. 얼음이 녹아 첫 생명체인 이미르라는 서리거인이 생성되고, 또 다른 얼음이 녹아 아우둠라라는 암소가 되고, 이 암소가 얼음덩이를 핥자 거기에서 부리라는 인간이 태어나고, 부리의 아들이 보르이며, 보르와 서리거인의 딸과의 결혼을 통해 얻은 게 바로 오딘, 빌리, 베 삼형제다(여기에서 최고 신 오딘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오딘 삼형제와 서리거인족들과의 전투가 벌어져 원형 거인인 이미르를 죽이게 되고, 이미르의 시체로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원형의 존재를 죽여 그 시체로 세상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바벨론 창조설화인 에누마 엘리쉬 역시 마찬가지다(만물의 母神인 티아맛은 그녀의 손자벌인 마르둑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마르둑은 티아맛의 시체를 쪼개 하늘을 만든다.). 이처럼 전투를 통해, 그리고 그 시체를 통해 세상을 만든다는 신화는 어쩌면 척박한 땅에서 타인과 전투를 해야만 하고, 타인의 죽음을 담보로 자신들의 삶을 이끌어나가야만 하는 북유럽 지방의 환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처럼 흥미로운 창조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신들의 전쟁, 신들의 우정과 사랑, 영웅적 이야기들 속으로 한번 들어가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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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딸, 총을 들다 - 대갓집 마님에서 신여성까지, 일제와 맞서 싸운 2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 이야기
정운현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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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조선의 딸, 총을 들다』이다. 조선의 딸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며, 이들은 왜 총을 들었을까? 먼저, 이들이 총을 든 이유는 바로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러니, 이 책은 조선의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했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도합 24인의 여성들. 이들 가운데는 대갓집 마님부터 시작하여, 기생, 교사, 간호사, 해녀, 노동자, 비행사, 어린 소녀, 신여성이라 불릴 엘리트들 등 다양하다. 각기 이들의 출발은 다르고 그들이 행한 모습들도 다르지만 그들의 바람은 단 하나 조국의 독립이었다. 독립을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삶을 희생할 수 있다는 각오로 싸운 이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는 가운데, 그동안 여성들의 독립운동에 대해 참 무지했구나 싶은 반성이 먼저 든다. 물론, 여기에서 소개하는 분들 가운데 익히 알고 있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절대 다수는 처음 접하는 이들이었다. 아니 어쩌면 독립 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스치듯 지나간 분들일지도 모르겠다. 그 이유는 여태 우리 역사의 평가가 여성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 가운데는 사회주의 노선을 걷던 이들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사회주의 노선을 걸었던 독립운동가들은 사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역시 여전히 우리의 독립운동사에서 지워진 인물들이 적지 않다.)

 

아무튼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활약은 다양하다.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고 운반하는 일을 하기도 하고, 독립운동단체들의 안살림을 맡기도 하며, 어떤 이들은 총을 들고 직접 싸우기도 하고, 암살자가 되기도 하며, 폭탄을 투하하기도 하였으며, 비행사로 독립운동을 꿈꾸던 이도 있었다. 또한 여성 의병장으로, 여성 광복군으로, 임시정부 임정원 여성의원으로, 여성 노동운동가로, 여장군으로,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독립을 위해 생을 바친 이들이었다.

 

이들은 여성의 자리에서 어찌 과감히 총을 들었을까? 그들의 말을 직접 인용해 본다.

 

내가 여자니까 못한다는 생각은 안 했어. 식민지 현실에서 벗어나려면 여자도 당연히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181쪽, 이병희)

 

광복군은 무릇 3천만의 광복군이며 3천만 가운데 일천오백만의 여성도 포함되어 있는 줄로 알아야 됩니다. 그러므로 이 광복군은 남자의 전유물이 아니요, 우리 여성의 광복군도 되오며 우리 여성들이 참가하지 않으면 마치 사람으로 말하면 절름발이가 되며 수레로 말하면 외바퀴 수레가 되어 필경은 전진하지 못하고 쓰러지게 됩니다.(214쪽, 오광심)

 

구국의 책임이 어찌 남자들만의 몫이겠습니까? 우리 3천만 한국민족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 아닙니까? 남녀의 역량을 합하여 각기 맡은바 직분과 책임을 다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세계, 진선진미의 한국을 건설할 수 있는 것입니다.(251-2쪽, 방순희)

 

어쩌면, 이들은 여성이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남성들보다 더 힘겨웠을 수 있다. 안경신 같은 이는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지고 했으며, 도피하다 결국 아이를 낳은 지 2주 만에 붙잡혀 투옥되는 바람에 아들을 돌보지 못해 어린 아들은 시각장애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자신들의 삶을 도외시한 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지만, 이들 가운데는 여전히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도 있음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물론, 이들이 대우받기 위해 총을 들었던 것은 아닐 게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행한 그 숭고한 발걸음에 대한 재조명만은 제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의 말처럼, “나라를 찾는데 남녀가 따로 없었다면 역사적 평가와 기념사업에도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아울러 그들의 출신성분이나, 또는 정치적 노선 때문에 일제에 대항하여 펼쳤던 그들의 독립운동이 폄하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특히, 여성이기에 역사적 평가에서 가볍게 대해져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출간은 참 귀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이 앞으로 더 많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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