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비아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2
모르텐 뒤르 지음, 라스 호네만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제노비아란 제목의 그림책은 <지양어린이 세계 명작 그림책 시리즈> 52번째 책입니다. 사실 그림책이라기보다는 만화입니다. 이 책의 수상경력을 봐도 그렇습니다. 덴마크 문화부가 주관하는 덴마크 국립 일러스트 어워드 2017’에서 2017년 국내 최우수 코믹스 부문 수상. ‘핑 프라이즈 2017’ 최우수 어린이 코믹스 부문 수상. 이런 경력을 봐도, 이 책은 여타 그림책과는 조금 느낌이 다른 어린이 만화입니다. 코믹스라 불려도 좋겠고, 그래픽노블이라 불려도 좋을 그런 만화입니다.

 

책은 시리아 내전과 난민, 그로 인해 죽어가는 한 어린 소녀 아미나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아미나는 폭격으로 부모님을 잃게 되고, 삼촌을 따라 피난길에 오르게 됩니다. 하지만, 삼촌이 가지고 있던 돈이 부족했던 걸까요? 아이 홀로 난민 수송선에 오르게 됩니다. 삼촌은 사랑하는 조카만이라도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길 바랐던 거겠죠.

 

하지만, 아이는 바다 깊이 빠지고 맙니다. 난민 수송선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죠.

  

  

글이 많지 않은 만화입니다. 하지만, 어느 소설보다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독자는 책 속 그림을 통해 무엇보다 강렬한 감정의 폭격을 맞게 됩니다. 책을 읽고 너무 가슴 아파 울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이 한없이 젖어들게 하고 먹먹해서 힘들게 만드는 그런 힘이 있는 책입니다.

 

무엇보다 우린 세월호참사로 인해 차가운 바다 속에 수많은 생명과 아이들을 잠재운 슬픈 역사와 기억이 있기에 더욱 먹먹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리아 난민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아닐까요? 여전히 그곳에선 또 다른 아미나를 수없이 만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과연 그 슬픈 역사 앞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싶어 힘이 빠집니다.

 

더 무서운 건, 그런 슬픔을 우린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나부터 말이죠. 그래서 더 아프고, 더 괴로웠던 책입니다. 아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어린 아이에겐 아직은 알려주고 싶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을 책이지만, 부모가 더 많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책을 통해 부모가 많은 것을 먼저 생각하고, 그 생각이 아이들을 양육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책 제목이 제노비아입니다. 제노비아는 옛날 시리아의 여왕으로, 로마 황제와도 맞싸운 아주 용맹스러운 여왕이라고 합니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에게 제노비아를 이야기하고, 이 제노비아는 아이가 추구하는 이상형, 닮고 싶은 모델이 됩니다. 그런데, 가슴 아픈 장면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아미나가 깊은 바다 속으로 잠겨갈 때, 그곳 바다에 침몰되어 있는 배 이름이 <제노비아>입니다. 이미 아미나의 제노비아는 침몰했습니다. 그렇기에 이미 희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역설이 아닐까요?

 

아직 남아 있는 그리고 여전히 절망 속에서 희망을 품고 일구어내길 원하는 시리아 난민들의 이상 제노비아만은 침몰하지 않길 바라는 역설의 희망 말입니다.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현실의 아미나 들의 제노비아만은 침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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