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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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석 작가의 죽은 올빼미 농장은 중편소설 시리즈인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중편치곤 제법 되는 분량의 소설은 2003년에 나왔던 작품으로 이번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처음 시작은 미스터리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렇게 시작된 스토리는 상당히 음산하고 조금은 괴기스럽기도 하다. 아울러 암울한 판타지적 요소 역시 없지 않아 뭐지?’하는 느낌을 줄곧 받게 된다.

 

아파트 키드로 태어나 서울을 떠난 적이 없는 주인공 는 어느 날 죽은 올빼미 농장이란 곳에서 보내온 편지를 받게 된다. 잘못 배달된 편지였다. 그리고 줄곧 잊어버렸던 그에게 몇 년이 지나 죽은 올빼미 농장에서 또다시 두 번째 편지가 도착한다. 물론 잘못 배달된 편지였지만, 이미 두 편지의 내용을 읽은 는 그곳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고, 그곳을 찾아간다. 그런데, 이미 그곳은 30여 년 전에 폐허가 되어 버린 곳. 그곳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조사해본 결과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죽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폐허인 곳의 주소에서 죽은 사람들이 에게 편지를 보낸 걸까?

 

이처럼 소설은 미스터리하고, 일견 괴기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왜 이런 편지가 왔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다시 말해 미스터리를 해결하고자 함에 관심이 없다. 이 의문의 장소이자 괴기스러운 장소 죽은 올빼미 농장을 끊임없이 떠올리고 연관시키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지금의 가 성숙하기 위한 통과의례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작사가인 는 끊임없이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에 집착한다. 무의식 속에 침잠되어 있던 자장가는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고. 그렇게 결국 완성된 자장가와 함께 는 그의 곁에서 언제나 함께 했던 인형을 그곳 죽은 올빼미 농장에 수장하게 된다.

 

여기 인형이란 존재 역시 괴기스럽다. 과연 인형은 무엇일까? 그 이름처럼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인형을 의미하는 걸까? ‘가 여전히 유아기적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걸까? 스토리 속에서의 인형은 인격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그렇기에 처음엔 와 동거하는 여인인가보다 싶었지만, 어느 순간 인형의 동심이 만들어 낸 실체가 없는 허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분명 인격이 있는 존재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형이 행한 일들은 다중인격을 가진 가 행한 걸까? 모를 일이다.

 

어쩌면, 여전히 성숙지 못한 가 집착하는 상상친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실체가 없는 상상친구이지만, 이미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인격을 부여받고, 실체 아닌 실체를 가진 현실 속의 상상친구는 아닐까? 그렇다면, 이런 인형죽은 올빼미 농장에 수장하는 것은 아직 털지 못한 유아기적 모습을 털어버리는 통과의례라 여길 수도 있겠다.

 

소설 속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파트 키드에게 고향이란, 자연이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젠 철거되어지고 새롭게 세워지게 될 재개발 지역? 그래서 이젠 사라져버린 곳일지도. 아님, 이미 인적이 끊겨버린, 그러나 여전히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삶 속에 신비하게 개입하게 되는 미지의 땅 죽은 올빼미 농장일까? 아무튼 모를 일이다. 어쩌면, 언제나 편하게 만나주고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여자 친구 민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소설 죽은 올빼미 농장은 쉬운 소설, 아니 친절한 소설은 아니다. 친절하지 않기에 도리어 여러 질문을 던지게 되고, 이리저리 생각하게 하는 소설, 죽은 올빼미 농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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