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럽게, 도시락부 살림 YA 시리즈
범유진 지음 / 살림Friends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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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유진 작가의 청소년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은 책 제목처럼 참 맛깔 나는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레 학창시절의 도시락이 떠오른다. 요즘이야 급식을 해서 도시락을 싸지 않지만, 당시엔 도시락을 싸야만 하던 시절이었다. 밥을 꽉꽉 눌러 담은 노란 양은 도시락 하나면 행복하던 시절. 도시락 반찬이 뭐든 서로 주눅 들지 않던 시절이었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도시락과 얽힌 몇몇 추억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가운데 한 가지는 한 친구가 싸왔던 황새기젓갈이다. 국물이 흐르지 않을 그런 용기도 아닌, 작은 양은 도시락에 하나 가득 싸온 황새기젓갈. 도시락을 여는 순간 곰삭은 내가 교실 전체를 진동하다 못해, 오후 내내 그 냄새가 빠지지 않던 곰삭은 황새기젓갈. 육십여명의 반 아이들이 모두 그 친구 반찬이 무엇인지 알아버릴만큼 천하 최강 도시락 반찬인 황새기젓갈. 얼마나 뜨악했던지. 하지만, 뜨악하던 것도 잠시, 우르르 그 친구 반찬통 앞에 몰려들어 서로 한 점씩 집어 먹던 시절이 그립다. 여태 친구가 도시락 반찬으로 싸왔던 황새기젓갈만한 맛난 황새기젓갈을 만나보질 못했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는 이런 추억을 떠올려 보는 부수적 기쁨이 있는 소설이다. 물론, 추억보다 더 큰 재미는 소설 자체에 있지만.

 

소설은 주인공들 각자의 시선으로 한 단원씩 펼쳐진다. 열네 평 반 지하 집에서 할머니와 오빠와 함께 살아가는 가난한 소녀 윤모아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3대째 연예인 가정의 국민여동생 연예인 강보라 이야기. 엄마의 치매 입원 후 아빠와 함께 식당을 하며 요리사로서의 꿈을 키워 나가는 곰탱이 민태준 이야기.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좋아하던 유도도 그만두고 일 년을 꿇은 뒤 다시 복학한 문제적 소녀이자 모두가 부러워하는 연애의 주인공인 최수빈 이야기. 친구의 죽음 이후 친구 여동생과 연인관계가 되어 친구가 동생을 위해 싸 주던 도시락을 여자친구를 위해 매일 싸는 천재 소년 이신기 이야기. 이렇게 서로 다르고 개성 강한 다섯 남녀 고교생들은 학교에서 도시락부라는 의문스러운 동아리의 회원이 되어 매일 점심마다 학교 정자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서로의 우정을 나누며 고민을 나눈다.

 

소설 속엔 청소년들의 다양한 고민들이 녹아들어 있다. 가난과 조손가정의 허기, 사랑의 허기, 오빠의 죽음으로 인한 허기, 엄마의 치매로 인한 허기, 꿈을 향한 허기, 평범한 일상에 대한 허기, 성정체성의 허기, 왕따의 허기 등 다양한 사회현상과 고민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마치 여러 가지 재료의 음식들이 잘 비벼져 맛난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사실 소설의 장르가 무엇인지 조금 헷갈린다. 청소년 소설로서 왕따 문제나 청소년들의 고민을 풀어놓는 것 같은데, 그 안에 로맨스가 담겨 있고, 고양이를 헤치는 범인과 여고생의 다리에 스크레치를 내는 범인을 추격하는 추리가 녹아들기도 한다. 그래서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 역시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와 함께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행복한 독서, 배부른 독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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