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가출 작전 -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수상작 웅진책마을 80
황지영 지음, 이다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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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영 작가의 할머니 가출 작전은 제8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단편부문 대상 수상작(2014)입니다. 모두 세 편의 단편 동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제목이기도 한 첫 번째 단편 할머니 가출 작전은 할머니의 통쾌한 반란(?)이 즐겁습니다. 할머니는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십니다. 아빠엄마는 언제나 야근으로 늦게 들어오거든요. 그러면서도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듣곤 하네요. 그러던 할머니가 어느 날 해외배낭여행을 꿈꿉니다. 이런 할머니의 모습을 아빠엄마는 말리죠. 아니 말리는 이면에는 할머니는 결코 홀로 배낭여행을 할 수 없다는 무시가 감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응당 집안 살림에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이기적 욕심도 감춰져 있고요.

 

그런 할머니를 도와 해외여행이 힘들다면 제주도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게 돕는 주인공. 결국 제주도 여행을 떠남으로 더욱 젊어지고 행복해하는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할머니의 빈 공간으로 인해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그리움을 생각하게 하는 동화입니다.

 

오늘 우린 할머니 할아버지에겐 마치 청춘의 때가 없었던 것처럼 생각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잘못을 돌아보게 해주네요. 아울러 늦은 때란 없다는 것도 생각해보게 하고요.

 

두 번째, 다섯 개의 가훈은 새롭게 교사가 된 선생님이 내주는 가훈 숙제 검사를 통해 살펴보게 되는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노피자란 가훈을 선생님은 높이자라 받아들이지만, 뚱뚱한 가족의 웃픈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피자 금지라는 의미의 노피자’. 하지만, 이런 가훈은 수시로 바뀝니다. ‘노치킨’, ‘노족발’... 또 다른 아이의 가정은 무소유란 가훈 아래 사치와 낭비를 일삼기도 합니다. 또한 가훈 없음을 통해,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음을 항변하기도 합니다. 어쩐지 가훈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도 됩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어린 시절 회상을 통해, ‘가훈숙제가 아이들에게 어쩌면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단 반성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선생님 역시 비슷한 숙제에 서로 사랑하자란 가훈을 쓱 써냈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싸움뿐이었거든요.

 

이 동화를 읽으며, 나 역시 어느 샌가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전에 어른들의 꼰대기질을 비난하던 그 모습이 지금 나의 모습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세 번째, 카움바는 알고 있다에서는 먼저 주인공 아이 가정의 힘들어진 경제적 상황에서 아이가 자꾸 잃어가는 것들이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뭔가 자꾸 벽이 생길 수밖에 없는 모습. 이런 모습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도 다른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갖길 원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어쩌면 이게 진짜 아이의 모습이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게 아이의 모습인데, 어른들은 자꾸 어른들이 원하는 모습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부모의 사정도 몰라주는 철없는 모습이라 타박할 것이 아니라, 철없는 모습이 아이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동화는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카움바라는 아이의 사진 속 모습, 왠지 화가 난 것같은 카움바의 시선의 의미를 발견해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스마트폰이 주는 매력을 떨쳐버릴 수 없으면서도 카움바의 시선에 자꾸 신경을 쓰게 되는 그 모습이야말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결국 아무리 좋고 건강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강요된 생각보다는 스스로 깨달아가야 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짧은 세 편의 단편이지만, 생각할 것이 참 많은 동화들입니다.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 것 같고요. 역시 <웅진주니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의 무게는 대단하구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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