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와 함께하는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남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인 김성호 교수의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이 땅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책을 읽노라면 우리 사계를 몸으로 느끼는 듯하다. 그만큼 자연과학자임에도 글이 참 예쁘다(자연과학을 한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니다. 나 역시 자연과학을 전공했기에 인문계열 전공자에 비해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기에 그렇다.). 어느 구절에서는 마치 시인의 글을 읽고 있는 느낌도 없지 않다.

 

이처럼 예쁜 글 솜씨와 오랜 시간 과학적 관찰의 결과물을 가지고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새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참 좋다. 게다가 새들의 사진 역시 참 좋다. 생동감 넘치는 사진들만 보더라도 책을 산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진들이 좋다. 찰나의 순간을 프레임에 담기 위해 인내의 시간들을 보냈을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통해 공급받게 되는 것은 생명의 신비, 그 경외감이다. 조그마한 새 한 마리에도 우리가 풀 수 없는 신비가 담겨 있다. 오랜 시간 그들이 자연 속에서 생존하며 적응하게 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런 자연의 신비와 지혜에 고개가 숙여진다.

 

예를 든다면 이런 것들이 있다. 새들이 알을 낳을 때는 하루에 하나씩 낳게 된다고 한다. 10개 정도를 낳는다면, 처음 낳은 알과 마지막 낳은 알은 열흘이란 긴 시간의 차이가 생긴다. 그렇다면 이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시간도 그럴까? 아니다. 왜냐하면 알을 모두 낳은 후에야 어미(또는 수컷이)가 품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깨어날 수 있도록. 그렇지 않으면 먼저 태어난 녀석이 더 크고 강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다른 녀석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기에. 모든 새끼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지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목눈이가 깨어난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 나르는 횟수는 하루에 250번 정도란다. 이렇게 부모 새들이 날아온 먹이를 먹고 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몸이 커진다. 몸이 커지면 필요한 영양분 역시 더 많아진다. 그렇다면, 어미 새는 더 많은 횟수로 먹이를 실어날아야 할까? 그렇지 않단다. 동일한 숫자를 실어 나른단다. 왜냐하면, 새끼 새가 덩치가 커지는 것처럼 이들의 먹이 즉 애벌레 역시 덩치가 커지기 때문이란다.

 

대부분의 새들은 장마철이 오기 전에 번식을 끝내려 서두른단다. 장마철이 오면 새끼를 낳는 것도 기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는 새들은 다르단다. 이들은 오히려 장마철에 번식을 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장마철이야말로 이들의 주식인 지렁이가 많이 눈에 띄는 시기이기 때문. 이러한 자연의 적응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물수리의 지혜와 배려 역시 마음을 울린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욕심 내지 않는다. 물수리는 각기 한 발에 물고기 한 마리씩 잡는다고 한다. 이렇게 두 발에 두 마리의 물고기를 잡았을 때, 양쪽에서 가벼운 쪽은 다시 놔준단다. 반드시 뭍이 아닌 물에. 그럼, 큰 것을 좋아하는 욕심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다. 아직 작은 녀석들은 더 커야 한다. 그러니 물에 놔준다. 이런 모습을 우리 인간들이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끼까지 모두 싹쓸이를 해서 이제 씨가 말라가는 바다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둘 중 하나는 놔주는 이런 삶의 지혜를 자연을 통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이처럼 책은 새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다. 우리 강산에 이러한 새들이 살고 있구나 알 수 있을뿐더러, 그들의 생태에 대해 알아가게 되고. 이런 앎은 자연을 향한 경외와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런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결단과 실천으로 자연스레 나아가게 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런 책들이 가진 커다란 힘이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김성호 교수의 다른 책들에게도 눈을 돌려봐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나 좋은 책들로 독자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출판사 지성사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