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린이 표
황선미 지음, 이형진 그림,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 이마주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내 창작 동화 최초로 100쇄를 출간하고, 100만 부 돌파 기록을 세웠다는 황선미 작가의 나쁜 어린이 표. 이 책을 만났던 게 벌써 15년 가까이 된다(책은 1999년에 출간되었다.). 당시에도 워낙 유명한 동화이기에 책을 사봤던 기억이다.

 

이처럼 유명한 창작동화 나쁜 어린이 표가 금번 출판사를 바꿔 새롭게 단장하여 출간되었다. 읽어보니, 감동은 그대로이면서 새로운 그림으로 만나기에 어쩐지 새롭다는 느낌도 갖게 된다.

 

반장선거에서 떨어진 건우는 우연치 않은 장난으로 나쁜 어린이 스티커를 받게 된다. 이때부터 건우의 나쁜 어린이 스티커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나쁜 어린이 표를 받지 않기 위해 그토록 노력함에도 계속 늘어만 나는 나쁜 어린이 표. 그런데, 건우가 받게 되는 스티커는 때론 합당한 스티커이지만, 때론 부당하다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결과만으로 스티커를 받기보다는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개인적 사정이나 전후 상황도 고려되어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선생님의 시선은 여기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선생님이 나쁜 어린이 표와 착한 어린이 표로 아이들을 지도하겠다는 생각은 분명 선한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들이 느끼기에 부당한 상벌이 없지 않다. 그렇기에 동화를 읽으며 건우 편에서 응원하게 되고, 함께 안타까워하고, 때론 착한 어린이 표와 나쁜 어린이 표를 매기는 것이 선생님의 편의적인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에 한숨을 짓기도 하며, 슬쩍 비난하는 마음을 품게도 된다.

 

선생님이 틀렸어! 고자질도 욕만큼 나쁘다는 걸 모르시나?(27)

선생님은 나에 대해서 몰라(62)

선생님은 우리 마음을 너무 몰라요(64)

 

이렇게 외치며 혼자 나쁜 선생님 표를 써나가는 건우의 마음에 혹 커다란 상처가 남지 않을까 하는 먹먹한 마음으로 건우를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역시 이 책이 그토록 많은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은 단지 선생님이 틀려서가 아니고, 건우의 안타까움을 응원하기 때문도 아니다.

 

진짜 힘은 선생님의 자기반성에 있지 않을까? 건우가 써놓은 것을 보게 된 선생님은 그 안에서 아이의 마음을 보게 되고, 자신의 실수도 보게 된다. 여기에 이 동화의 진짜 매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아이 앞에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멋진 어른들이 그립다. 그리고 이런 어른이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동화 속에 특별한 상상력이 담겨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획기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100만 명 이상이 선택할 수밖에 없구나 싶은 감동이 그 안에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감상적 감동이 아닌, 머리와 가슴을 함께 울리는 감동이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