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Fi 지니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뤽 블랑빌랭 지음, 곽노경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은 뭐든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시대다. 예전엔 증명서를 한 장 떼려면 직접 그 지방으로 가야만 했었는데, 지금은 집 안 컴퓨터 앞에 가만히 앉아 직접 뽑을 수가 있다. 장보는 것까지 이젠 클릭 몇 번만으로 해결이 된다. 이런 시대에 램프의 요정 지니가 진짜 있다면, 여전히 낡은 램프 속에서 살까?

 

청소년소설 Wi-Fi 지니가 그 대답(?)을 준다. 급속하게 변하는 세상. 이제 지니도 램프를 벗어났다. 그리곤 컴퓨터나 텔레비전 속에서 사는 것이 대세란다. 소설 속 지니는 대세를 그리 썩 잘 따르는 것은 아닌 듯하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 낡은 노트북에서 살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그 노트북을 주인공 소년 파비앵이 손에 넣게 되었다.

 

파비앵은 썩 가고 싶지 않았던 외할머니 집에서 휴가를 보내게 되었다. 닭살커플인 부모님이 둘 만의 사랑여행을 베니스로 떠나며, 단 하나뿐인 아들을 외할머니에게 보냈기 때문. 파비앵에 외할머니 집에 가길 꺼리는 이유는 단 하나. 등산광인 할머니가 파비앵을 가만 두지 않을 것이기에, 이리저리 산으로 끌고 다니며 지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찾은 시골마을은 결코 심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나게 흥분되는 일들이 잔뜩 기다리고 있다. 바로 한 개의 낡은 노트북으로 인해. 우연히 할머니가 손자가 심심하지 않도록 골동품점에서 구입했다는 고장 난 노트북은 요술 노트북이다. 그 안에 지니가 살고 있는.

    

사실, 지니가 어떤 놀라운 일을 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지니가 살고 있는 그 노트북은 현실 세계를 조작할 수 있는 노트북이다. 노트북으로 물건을 찍어 복사하기 하면 현실 속에서 물건이 두 개가 되고. 삭제하면 없어지기도 한다. 노트북의 시간을 조작함으로 현실의 시간을 조작할 수도 있고. 뿐 아니라 복제인간도 만들 수 있다. ~ 이런 노트북 하나 있음 정말 끝장이겠다. 그런데, 정말 소설 속 파비앵은 요술 노트북으로 인해 끝장날 뻔 한다.

 

가기 싫은 등산을 위해 파비앵은 자신의 복제인간을 노트북으로 만들어 대신 할머니와 등산을 가게하고. 또한 이런 노트북으로 인해 여자 친구도 사귀게도 된다. 하지만, 마냥 행복한 일들만 벌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노트북으로 인해 파비앵은 끔찍한 위기 가운데 처하게 된다. 과연 파비앵은 어떤 위기를 만날 것이며, 어떻게 해결해나가게 될까?

 

요술 노트북으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접근이 무엇보다 흥미롭다. 하지만, 이 요술은 결코 행복이나 만족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커다란 위기로 세상을 몰아넣게 된다. 클릭 하나로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실상은 더 큰 위기를 만들어 낸다. 어쩌면 이런 내용은 오늘 우리들의 모습, 컴퓨터 앞에 앉아 클릭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모습을 꼬집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 모두 지니를 부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노라고. 하지만, 그 능력을 잘못 사용하면 큰일 난다고 말이다.

    

게다가 우리 마음대로 뭐든 된다면, 모든 소원을 이루어줄 것 같은 요술 노트북이 있다면 만사 오케이고, 모든 것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 같지만, 실상은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무튼 재미난 이야기다.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반복된 시간을 통해 조금씩 상황을 좋게 만들어나가는 장면도 있고. 마치 <주먹왕 랄프>가 다른 게임 속에 들어가 모험을 하듯, 주인공 역시 컴퓨터 게임 속으로 들어가 모험하기도 하고. 나중엔 요술 노트북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가상현실의 것들이 현실 속으로 들어와 현실 세상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이런 아찔하고 위험한 모험을 통해, 오히려 지루하게만 여겼던 할머니와의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일상의 밋밋함도 알고 보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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