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범인 없는 살인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4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여행을 가거나 부모님 댁에 가는 것처럼, 집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잘 때엔 항상 종이책을 몇 권 챙기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전자책을 다운 받기도 한다. 아무래도 따로 짐을 더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보게 된 책들 가운데 히가시노 게이고 책들이 제법 있다. 그 가운데 한 권인 범인 없는 살인의 밤은 작가 초창기의 작품이다.

 

초창기 작품이어서 그런지 다소 어설픈 느낌을 간혹 받게 되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책에 실린 7편의 단편소설들은 모두 하나 같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을 잘 느끼게 해 준다.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도 있고, 범행을 저지른 이를 동정하게 하는 작품들도 있으며, 범인을 향해 욕이 나오는 작품도 있다.

 

7편의 단편추리소설들이 모두 나름의 맛이 있고 재미난데, 이 가운데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춤추는 아이란 작품이다. 한 모범생 중3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모범생답게 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집으로 돌아가다 모 여고 체육관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끌려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여고생이 리듬체조를 연습하는 장면을 보게 되고 그 장면에 매료된다.

 

숫기 없는 모범생이기에 소녀를 마음에 담고 있으면서도 직접 다가가지 못하는데, 그 소녀는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밤에 홀로 연습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소녀를 응원하는 마음과 소녀를 향한 소년의 순수한 마음을 쪽지에 담아 음료수와 함께 남겨놓는다. 이렇게 몇 주 쪽지와 음료수를 남겨 놓았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 이 일을 전해들은 소년의 과외교사 대학생이 소녀의 흔적을 찾게 되는데. 놀랍게도 소녀는 자살을 한 것. 그런데, 실제적으로 소녀를 죽인 건 숫기 없는 모범생 소년이다. 바로 소년의 마음을 담아 남겨놓았던 음료수와 쪽지가 원흉이었던 것. 과연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짧은 단편은 아무리 선한 의도 역시 자칫 꼬이면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소녀가 자살을 하게끔 몰아세운 그 끔찍한 폭력의 이면에는 한 소년의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 있었으니. 이런 설정에 소름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구나 싶다. 아무래도 춤추는 아이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굿바이, 코치역시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이 자살하였는데, 알고 보니 자살을 가장한 타살이었다. 이에 범인은 자신의 범행을 자백하게 되고. 그런데, 범인은 마지막 순간 알게 된다. 자신의 타살을 빙자한 피해자의 자살이었음을. 그리고 그 자살에 자신을 가해자로 끌어들였음을. 역시 이 장면도 소름이...

 

초창기의 작품이기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깊은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문학적 표현도 언뜻 언뜻 고개를 갸웃하게 하고. 하지만 인간의 욕망에 대해 여러 모양 여러 색깔로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재미도 보장된다. 추리소설이란 이런 것이란 맛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단편추리소설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