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서자들 1 - 사라진 책들의 도서관
마린 카르테롱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월
평점 :
절판


나름 꾸준히 책을 읽고 있지만 내 취향이다.’ ‘내 입맛에 딱이다.’ 싶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어쩌면 입맛에 맞지 않기에 더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오랜만에(?) 입맛에 딱 맞는 책을 만났다. 프랑스 작가 마린 카르테롱의 첫 번째 소설 분서자들이란 책이다.

 

현직 교사인 작가는 첫 번째 소설로 3권이나 되는 긴 분량의 소설을 썼다. 그리곤 놀랍게도 자국에서 65,000부나 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과연 얼마나 재미나기에 신인 작가의 데뷔작이 이렇게나 많은 판매량을 올린 걸까 싶어 책을 펼쳐드는데, 역시 그럴만하구나 싶다. 책은 펼쳐들면 놓을 수 없다. 너무나도 재미나서 금세 읽게 된다.

 

판타지 소설이 아님에도 어쩐지 판타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소설. 저자의 전공인 고고학의 기반으로 써진 소설. 소설은 책을 없애려는 자들과 지키려는 자들의 대결구도를 보인다. 처음 시작은 판타지 소설에서 흔한 도입인 부모의 죽음(이 소설은 아빠의 죽음)으로 알게 된 출생의 비밀로부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자신은 비밀결사단의 후예였던 것. 평범한 대학교수 부부인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도서관 사서였던 아버지도, 고고학자인 어머니도 모두 평범함의 얼굴 뒤엔 비밀결사단이란 비밀이 감춰져 있었다. 자신이 여러 무예를 섭렵한 이유도 알고 보니 체력단련을 위해서가 아닌 언젠가 비밀결사단원이 될 것을 대비해서란다. 이런 정체성의 혼란을 통과하여 소년은 우뚝 서게 되는 것이리라.

 

못된 녀석들이 주인공 아버지를 사고로 위장하여 죽인 이유는 특별한 책에 대한 단서를 찾았기 때문. 과연 주인공 소년은 자신들을 향해 옥죄어 오는 어둠의 손길들에 대항하여 어떤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죽음 뒤에 남겨진 단서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처럼 책을 지키려는 자들과 없애려는 자들의 대결에서 최후 승리자는 누구일까?

 

소설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이리 재미있으니 책을 태우지 않는한 놓을 수 없을게다. 이런 재미에는 주인공 소년의 여동생도 한 몫 단단히 한다. 소설은 주인공 소년의 1일칭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이와 병행하여 여동생 세자린의 일기 형식의 내용들이 줄기차게 끼어든다. 동생 세자린은 자폐를 앓고 있지만 천재소녀다. 이처럼 천재이지만 자폐를 가진, 그래서 일반인들과 사뭇 다른 시선으로 아버지의 죽음과 그 이후의 사건들을 바라보며 풀어나가는 일기 형식의 전개가 어쩌면 작가의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또한 대척점에 있는 가문의 막내아들과 친구관계일뿐더러 멋진 우정과 신뢰를 쌓아나간다는 설정. 또 다른 한 친구, 학교에서 은근 왕따처럼 생활하는 아이이자, 컴퓨터엔 숨은 실력자인 아이와의 우정. 어쩌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재미나기에 깎아내릴 수 없다. 이야기의 전개들은 어쩌면 클리셰에 분명한데도 결코 진부하다 말하기 싫은 것, 이것이야말로 이 소설의 강점이 아닐까?

 

아무튼 세 명의 아이들이 함께 팀을 이루어 활약하게 되는데, 이는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설 속 비밀결사단의 임무는 인류의 중요한 문헌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럼 이들과 달리 책을 없애려는 자들, 책 제목이기도 한 분서자들은 왜 책을 없애려는 걸까? 그건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이다.

 

요컨대 힘 있는 정치인과 종교인들은 자기들끼리 끝없는 전쟁을 하면서도 한 가지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지. 무슨 일이 있어도 세상의 지식이 국민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164)

 

이게 바로 분서자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세상의 지식이 국민들의 수중에 들어가면 자신들의 특권,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된다고 여겼던 것이다. 어찌 이런 접근이 소설 속에만 존재할까. 오늘의 이 땅의 권력자들 역시 민중을 개 돼지로 여기며, 모두에게 지식의 기회가 주어지기보다는 자신들처럼 엄청난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자녀들만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유지해나려는 의도 역시 이와 같지 않을까. ‘개천에서 용 나는시대는 속담 속에만 존재하도록 정책을 만들어가는 이들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어쩜 분서자들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게다.

 

바로 이런 점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활약에 더욱 응원하게 되는 이유이며, 소설이 더욱 재미지게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비로소 한 팀을 이루게 되는 세 친구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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