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소년 물구나무 세상보기
박완서 지음, 김명석 그림 / 어린이작가정신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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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가 우리의 곁을 떠난 지가 벌써 6년이 되었음에 놀랐답니다. 비록 그분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분의 글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큰 가르침과 울림을 전해주고 있네요. 이 그림책, 노인과 소년은 작가의 콩트집 나의 아름다운 이웃(파주: 작가정신, 2003)에 실린 짧은 소설입니다.

 

한 마을에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후 마을에서 생존한 두 사람, 노인과 소년은 이제 새로운 땅을 찾아 함께 길을 떠납니다. 이들은 새 희망, 새로운 땅을 찾아 길을 떠난 겁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공장이 많아 많은 것을 만들어내고 있는 잘 갖춰진 도시입니다. 이만하면 살기 좋은 곳을 찾은 거겠죠. 하지만, 아닙니다. 소년은 말합니다. 이곳은 책 타는 냄새가 가득하다며 그곳에 살길 거부합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은 참말을 태워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벌려는 고약한 사람들로 가득한 곳입니다. 바로 물질 만능주의가 가득한 땅입니다.

 

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진리도, 지혜도, 참 말도 아닙니다. 이 땅, 이 시대는 책이 존중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시대입니다. 오직 돈이 최고 가치이자 진리인 세상이죠. 이는 우리나라에 산업화 열풍이 불었던 70-80년대의 풍경만은 아닐 겁니다. 오늘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겠죠. 돈이 힘이 되고, 돈이 그 사람의 가치가 되는 세상. 돈이 능력임을 외치는 세상. 돈 있는 자는 절대 갑이 되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 말입니다.

    

노인은 말합니다. 이렇게 참말을 태워 물건을 만드는 곳이라 할지라도 자연의 축복이 있는 한 희망이 있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소년은 말합니다. 그 자연 역시 이미 독이 가득하다고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을 조금씩 죽이게 된다고 말입니다. 이는 환경파괴의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 거겠죠. 그런데, 이런 고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린 참말을 무시하고 있지 않은 가요? 이미 지구는 병들어 자연치유 능력을 잃어가고 있죠. 지구의 병듦은 결국 우리 모두의 죽음으로 되돌아올 테고요.

 

이런 땅은 희망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인은 말합니다.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소리는 분명 잘못을 고발하고, 시정하고, 예방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오늘 이 시대에 촛불이 모여 국가의 부조리를 도려내는 힘을 갖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 땅은 희망이 없음이 드러납니다. 왜냐하면, 그곳의 통치자는 감자를 양파라 하거든요. 감자를 감자라 하면 거짓이 되고, 감자를 양파라 할 때 참말이 되는 세상이 된 겁니다. 이처럼 진리를 왜곡하는 통치자가 있는 땅은 희망이 없는 땅입니다. 그렇기에 결국 노인과 소년은 그곳을 떠나 새로운 희망을 찾아 길을 걷게 됩니다. 과연 그들은 희망의 땅을 만나게 될까요?

    

이 짧은 이야기는 오늘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어쩌면 오늘 이 땅이야말로 이 모든 것들을 여전히 갖추고 있으니 말입니다. 오늘 우리 모습은 책을 태우는 모습이 아닐까요? 출판계의 불황은 오랜 일상이 되어버렸고, 책을 읽지 않음은 결코 부끄러움이 아닌 시대이니 말입니다. 참말이 사라진 시대. 오직 물질이 최고진리가 되었고, 환경파괴 역시 당연한 시대. 무엇보다 감자를 양파라 하는 국가 최고원수가 앉아 있는 나라이니 말입니다.

 

여전히 희망이 없는 땅일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책 속의 노인과 소년은 여전히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여전히 희망의 땅을 찾아 말입니다. 우리 역시 이 땅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땅이 되도록 여전히 걸어야겠죠. 참말이 무시되지 않고 귀 기울여지는 세상. 책이 사람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풍경을 다시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물질의 소중함을 알되 물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음을 아는 지혜의 땅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용도 참 좋을뿐더러, 김명석 작가의 판화 그림들도 참 좋은 그림책입니다. 시대를 그대로 풍자하는 책입니다. 이런 내용이 더 이상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가리키는 풍자가 아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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