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 할머니 - 25세 손녀가 그린 89세 할머니의 시간
정숙진.윤여준 지음 / 북노마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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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북노마드에서 출간된 그때, 우리 할머니89세 할머니의 이야기들을 25세 손녀가 써나간 책이다(2016년 기준). 그래서 25세 손녀가 그린 89세 할머니의 시간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손녀는 말한다. 할머니의 이야기들을 듣는 가운데 할머니와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게 더욱 깊어졌다고. 그리고 할머니 역시 젊은 자신과 같은 그런 시절들이 있었음을 알게 되었노라고.

 

책은 평범한 한 할머니의 자서전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할머니의 학창시절, 대학시절, 사회인으로서의 첫 발걸음, 그리고 연애와 결혼, 신혼생활 등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들려주고 있다. 여기에 손녀 윤여준의 전공을 살린 그 시절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일러스트들이 함께 하고 있다.

 

한 평범한 여성의 지나온 삶의 발자취가 그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무엇보다 의미 있는 것은 한 사람이 만들어가는 역사가 모여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를 만든다는 점이겠다. 아니 그 반대로 말해야 할까?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오롯이 겪어낸 인생이기에 그저 한 사람의 지난 시절, 한 순간에 그치지 않고 이미 하나의 역사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정용연 작가의 정가네 소사(서울: 휴머니스트, 2012)3권짜리 그래픽노블이 떠올랐다. 정가네 소사와 이 책 그때, 우리 할머니는 물론 비슷한듯하면서도 다르다. 정가네 소사에서 그려지고 있던 가문의 역사가 보다 더 역동적이고 온갖 질곡이 가득한 현대사를 오롯이 발견케 했다면, 이 책 그때, 우리 할머니에서 보여주는 할머니의 소사(小史)는 보다 더 아기자기하며 아울러 한편으로는 부르주아적인 느낌도 없지 않다. 물론 어떤 인생이든 힘겨움이 왜 없었겠나. 왜 눈물이 없었겠나. 그럼에도 정숙진 할머니는 그 시대를 통과한 여느 인생보다도 평탄한 삶, 참 행복한 인생을 살아왔구나 싶다. 어떤 이들에게는 부러움의 시선, 시기심의 시선을 느낄 만큼. 질곡이 가득한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의미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처럼 평판한 인생을 살아온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도 참 좋다. 무엇보다 읽는 이 역시 평안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좋게 느껴진 것은 손녀가 자기 할머니의 인생을 함께 반추하며 더듬어 가고 있음이다. 그렇기에 책을 읽고 난 후 내 부모, 조부모의 인생도 이처럼 살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자신들의 부모, 조부모에 대한 이러한 작업을 한다면, 그 가정이 보다 더 화목해지고, 서로를 향한 이해와 배려가 커지지 않을까 싶다. 그때, 우리 할머니, 우리 할아버지, 그때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함을 품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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