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어때서 그카노
남찬숙 지음, 이혜란 그림 / 사계절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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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찬숙 작가의 장편동화 니가 어때서 그카노는 경북 안동에서도 멀리 떨어진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을 분교가 폐교되어 읍내로 초등학교를 다녀야만 하는 송연. 송연네 집은 넉넉하진 않답니다. 사실 마을에서도 가장 낡은 집에서 살고 있죠. 여전히 재래식 화장실인 그런 집입니다. 그런 송연에겐 사촌이 있습니다. 기철이란 아이인데, 큰아빠의 아들이죠. 큰아빠는 마을의 자랑입니다. 서울에서도 가장 좋은 대학을 나온 수재이자, 사장님입니다. 그런 부잣집 아들인 기철은 재래식 화장실엔 가지도 못하는 서울깍쟁이이고요.

 

어느 날 송연네 집에서 한바탕 화장실 소동을 벌인 이후엔 송연네 집엔 내려오지도 않던 기철인데, 그런 기철이 송연네 집에 내려왔습니다. 큰아빠의 사업이 망했대요. 그래서 큰아빠와 큰엄마가 모두 잠적했고요. 그래서 송연네 아빠가 빌려준 돈도 다 날라갔대요. 이렇게 되어 갈 곳이 없는 기철이 송연네 집에서 살게 되었답니다. 과연 기철은 송연네 집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서울 왕자님, 서울에서도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산골 학교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동화의 제목인 니가 어때서 그카노는 동화 속에서 송연이 친구 경순에게 보낸 편지에 들어있는 문장입니다. 동화 말미에 경순네 집은 서울로 이사를 가거든요. 산골에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렇게 가서 친척이 운영하는 식당 방 한 칸 차지하고 살아가는 경순은 서울이 싫답니다. 멀쩡한 집 놔두고 서울에서 식당 한 쪽에서 사는 것도 그렇고. 부유한 지역 학교이기에 부자 아이들이 많아 자기네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선행학습으로 이미 중등과정까지 다 알고 있는 서울 아이들 사이에서 학년 공부도 잘 못하는 경순이니 더욱 힘든 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을 비하하며 실의에 빠져 있는 친구에게 송연이 한 말입니다. 니가 어때서 그카노.’ 그러니 이 말은 친구를 향한 송연의 다독거림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경순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닙니다. 부모님의 사업실패와 이혼의 위기에 처한 부모님, 그래서 작은아버지 집에서 빌붙어 살아가는 기철 역시 기가 죽을 법 합니다. 게다가 전혀 다른 환경에서 마치 섬처럼 외로울 수밖에 없는 아이를 향한 음성이기도 하죠. 니가 어때서 그카노.’

 

뿐 아닙니다. 시골 학교에서 언제나 1등을 하던 송연의 언니. 이제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겠다고 무리를 해서 안동으로 나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1등만 하던 언니가 19등을 했다고 기가 죽었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에서 공부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언니. 그런 언니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니가 어때서 그카노.’

 

또한 언제나 공부를 못해 방과 후에 남아 공부를 해야만 하는 송연이 스스로에게 전하는 말이지 않을까요?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잘 사는 집 딸이 아니어도, 도시 아이가 아니어도, 그래도 여전히 활기차게 살아가는 송연에게도 이렇게 말해 주고 싶네요. 니가 어때서 그카노.’

 

어쩜 이 말은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말이지 않을까요? 비록 누군가는 권력의 힘으로 온갖 부정축재를 하며 자신들만의 왕국을 만들어가고 있을지라도. 또 자신들만의 아성을 굳건히 하며 민중들을 개돼지로 여기는 이들의 행태에 분노하며 상대적 박탈감에 힘이 빠진다 할지라도. 우린 여전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이들에게 이렇게 다독이며 말해야 하지 않을까요? 니가 어때서 그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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